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8
제8화
8화
멤버들은 대기실에서 조는 것보다 한주미나와 함께 있고 싶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그 옆에 찰싹 붙어서 얘기를 나누거나 같이 사진을 찍었다.
한주미나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았고 멤버들은 그런 팬들을 다독여 주었다.
“오빠들, 이번에는 저희가 도시락 준비했어요!!”
팬클럽 회장인 윤이나가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아이돌 대회에는 전통이 있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긴 촬영 시간 동안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고 식사도 못 하는 팬들에게 아이돌이 역으로 조공을 하는 거였는데 한주미나는 거기에서도 상처를 입은 적이 있었다.
제이디 엔터에서 그때 같이 참가했던 다른 걸 그룹 팬클럽에는 아웃백 도시락을 주고 한주미나에게는 빵과 우유를 준 사실이 알려졌던 것이다.
퍼펙트 올킬도 그 사실을 나중까지 몰랐다가 인증 사진이 올라온 걸 보고 알았고 그때는 팬들도, 아이돌도 상처를 크게 받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줌들도 멤버들도 모두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었다.
아이돌 대회 전날, ‘역주행’의 최신 화 공지에 작가는 특별한 내용을 남겼다.
[이번 아이돌 대회의 한주미나와 퍼펙트 올킬 도시락은 제가 책임집니다. 아무도,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고 몸만 오세요!! 작가가 쏩니다!]그게 사실 팬이 아이돌에게 하는 조공이 아니라, 아이돌이 팬에게 하는 역조공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우진뿐이었다.
방청 신청을 마친 120여 명의 한주미나 식사를 위해 팬 카페에 500만 원이 쾌척됐고 윤이나는 입금 내역을 공개했다.
‘역주행’의 작가가 한주미나와 퍼펙트 올킬을 위해 500만 원을 쾌척했다는 소식은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고 한주미나는 다른 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독자들은 작가가 후속작으로 ‘역조공’을 쓰면 재미있겠다고 하며 퍼펙트 올킬과 한주미나가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을 축하해 주었었다.
우진은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10일이 조금 넘는 동안 번 돈이 2천만 원이 넘었는데 그건 지금까지 어떤 작품도 넘지 못한 기록이라는 말이 나돌았고 흥행 돌풍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웹소설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 중에 우진이 단기간에 벌어들인 돈의 규모를 듣고 새롭게 입문한 사람도 많았고 우진의 ‘역주행’을 교과서로 삼았다.
그거로 배우면 잘못 배우는 걸 거라 걱정도 많았지만 이미 우진의 손을 떠난 일이었다.
어쨌건 들어올 돈이 있는 걸 확인하고 우진은 우선 자기 돈으로 팬 카페에 500만 원을 보냈던 것이다.
퍼펙트 올킬에게는 그 모든 일들이 꿈만 같았다.
남부럽지 않은, 최고급 도시락으로 최고의 식사를 하며 우진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희열을 느꼈다.
“이 사진 인터넷에 올려도 돼요?”
팬의 말에 재훈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끼리 즐거우면 됐죠. 우리도 주 작가님 아니었으면 이렇게 좋은 식사 못 했을 텐데. 우리도 전에 다른 사람들이 더 좋은 도시락 먹는 거 보면 팬들에게 미안했는데 다른 아이돌들이 그런 기분 안 들게 했으면 좋겠어요.”
“어쩜 오빠는 마음도 그렇게…….”
한줌들은 재훈의 말을 들으면서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주 작가.
닉네임을 정할 때 주미나로 적었더니 우진은 어느새 주 작가로 굳어 있었다.
처음에는 한주미나에서 ‘한’만 빼고 정한 거였는데 어느덧 주 작가로 불리고 있었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우진은 많이 뜨끔거렸다.
멤버가 직접 자기 팀 소설을 쓰고 주작을 한 것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팬들은 재훈의 말에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들이 여러 상처를 입었었기에 다른 팬들의 마음도 살필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오빠들도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이제 좋은 곡 주겠죠. 회사가 양심이 있으면. 안 그러면 트럭 몰고 제이디 엔터에 돌진해 버릴 거예요.”
윤이나의 말에 다른 팬들도 정말 그럴 거라며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괜히 부상당하지 말고 살살 하시고요. 오빠들한테 우승하라고 안 하니까요.”
팬들은 퍼펙트 올킬이 걱정되는 듯 말했고 퍼펙트 올킬 역시 그러려고 마음을 먹었다.
개인 종목에서 퍼펙트 올킬의 다른 멤버들은 일찌감치 탈락했고 그 때문에 당분간은 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오직 우진만 압도적인 기량으로 예선을 통과했고 그 때문에 기대감이 슬슬 번지는 중이었다.
안 그래도 ‘역주행’ 때문에 퍼펙트 올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는데 전 멤버가 탈락하면 그것도 창피하겠다고 생각하던 멤버들은 우진이 의외의 선전을 하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응원을 했었다.
“우진이가 교통사고를 당했었거든요.”
재훈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말을 하자 팬들의 얼굴에 일순간 걱정스러운 표정이 드리워졌다.
“어머. 오빠, 괜찮으세요? 치료는 잘 받으셨어요?”
우진은 다치기 전보다 더 건강해졌다고 말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거 뉴스에도 나왔어요.”
제레미가 우진의 교통사고에 대해 말을 해 주자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던 팬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저 그거 알아요. 그 후속 기사 나온 거 보셨어요? 그 트럭 기사분 있잖아요? 그 주에 혼자 로또 1등에 당첨됐대요. 그래서 그분이 받은 게 사십몇억인가, 육십몇억인가 된다고 했던 것 같아요. 그 교통사고도 합의가 잘돼서 재판까지 안 가고 마무리가 됐다고 들었고요.”
“신기하네. 천국과 지옥을 오간 것 같은 기분이었겠네요. 그 사람은.”
사람들은 가십처럼 말했지만 우진에게는 그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날 이후 자신에게 특별한 운동 능력이 생긴 게 더 확실해지는 것 같았다.
‘그날 나는 분명히 죽었다가 살아났어. 그리고 보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전과 다른 운동 능력을 얻었어. 그 사람도 그런 거 아닐까? 그 사람에게 찾아온 갑작스러운 행운도 내가 받은 운동 능력이랑 같은 선상의 일이 아닐까? 혹시 내가 쓴 소설이 잘된 것도 그날 있었던 일 때문은 아닌가?’
매니저는 이제 우진의 괴력에 놀라지도 않았고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체력 자체도 좋아져서 전 같았으면 안무를 한번 하고 나면 허리를 숙이고 한참 거친 숨을 몰아쉬었을 텐데 이제는 가장 쌩쌩했다.
“그런데 2집은 아직 준비 안 한대요?”
우진의 망상은 그 말로 중단되었다.
윤이나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퍼펙트 올킬은 할 말이 없었다.
회사에서 들려오는 말이 없었던 것이다.
“차라리 잘된 건지도 몰라요. 어차피 이제 계약 얼마 안 남았으니까 다른 데로 가요, 오빠들.”
팬들은 자기들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화를 냈고 퍼펙트 올킬은 그런 든든한 팬들이 그동안 줄곧 곁에 있어 주었다는 생각에 흐뭇하게 웃었다.
“점심시간 끝났나 보다. 이제 오빠들 내려가셔야죠?”
한줌들이 아쉬운 듯 말하자 민이 어깨를 젖히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니에요. 저희는 예선에서 다 떨어져서 괜찮아요. 우리 한줌들이랑 같이 있으려고 전략적으로 떨어졌죠. 그런데 우진이 형만 우리 계획을 이해를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우진 오빠라도 남아서 얼마나 다행이에요? 분량은 확보를 해야죠.”
“그건 맞아요. 하하하.”
우진은 어깨가 무거워진 것을 느꼈다.
분량 많이 뽑으라는 특명을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일찌감치 예선에서 탈락해 남은 경기가 없는 멤버들은 팬들과 함께 앉아 담소를 나눴고 우진은 그때부터 종횡무진 경기장을 누볐다.
사람들은 설마 우진의 실력이 그 정도였나 하며 놀랐고 우진이 지치지도 않고 여러 경기를 계속 치르는 것을 보며 경악했다.
우진은 나타나는 곳마다 신 스틸러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스태프들도 우진의 활약을 눈여겨보았다.
“가만 보니 마스크가 굉장히 좋은데? 피지컬도 좋고. 차우진이 저 정도였나?”
그를 카메라에 담던 촬영 감독이 말했다.
PD와 스태프들도 전부터 우진을 뜯어보고 있었다.
최근의 ‘역주행’ 돌풍은 그들도 알고 있었고 퍼펙트 올킬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섭외를 해도 소속사에서 반응이 뜨뜻미지근해서 소속사와 불화 때문에 퍼펙트 올킬이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대회가 퍼펙트 올킬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제작진은 최대한 시청률을 뽑기 위한 편집을 해야 했고 지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퍼펙트 올킬의 분량을 뽑기 위해 열을 올리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우진을 주의 깊게 봤는데 보면 볼수록 진국이었고 그동안 알 기회가 없었던 우진의 매력을 새롭게 깨달아 가고 있었던 것이다.
양궁은 아이돌 대회에서 오랫동안 밀고 있는 종목이었는데 화살을 조준하는 시간 동안 마스크를 오래 담을 수 있어서 그 덕을 보는 아이돌과 피해를 보는 이들이 명확히 갈렸다.
외모가 부각되며 화보가 나올 가능성이 많아 수많은 팬들이 양궁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것은 비단 팬만 그런 게 아니라 제작진도 마찬가지였는데 스태프들은 우진을 보면서 벌써 몇 번이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정도 비주얼을 가진 멤버를, 그리고 그 멤버가 속한 그룹을 지금껏 방치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제이디 엔터도 이미 볼 장 다 본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진은 남다른 집중력과 근력으로 모든 회차에서 10점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멤버가 전원 다 떨어져서 퍼펙트 올킬의 우승은 아니었지만 우진은 팀을 나눠 진행된 경기의 MVP로 뽑혔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고 그의 질주는 계속 이어졌다.
PD는 우진의 분량을 최대한 많이 따야 한다는 걸 직감했고 그에게 두 대의 카메라를 따로 붙였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 장면은 영원히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 *
스윗 블라썸의 체리는 퍼펙트 올킬의 소설에서 시작된 광풍이 달갑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제는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일이었는데 웬 듣도 보도 못한 작가가 쓴 웹소설 때문에 연일 스윗 블라썸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처음에는 관심을 가진 이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 그대로 묻힐 뻔했지만 그 일이 계속 거론되자 스윗 블라썸의 발언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증언이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체리는 웹소설의 무서움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웹소설은 강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괴물 같았다.
그 내용이 담긴 회차를 새로 읽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수천 명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잊고 지나가겠지 하고 기대하는 것이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누군가는 잊을 수 있겠지만 매일 수천 명이 그 이야기를 새롭게 접하거나 다시 읽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