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81
제81화
81화
“왜 그러는데? 말해도 돼, 이빈아.”
“아니…… 퍼펙트 올킬한테는 한주미나가 종교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전에도 그랬고 전에 봤을 때는 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왜 그런지 알 것 같아서요.”
“왜 그런데?”
“트위드 랜드 팬들을 봐도 그렇고 다른 팬들 중에는 좀…… 뭐라고 해야 할까. 기형적으로 커진 곳도 많잖아요.”
그 말에 퍼펙트 올킬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한주미나에도 위기가 있었는데 그 종양을 일찌감치 과감하게 제거해서 다시 한주미나를 믿을 수 있게 된 것뿐이었다.
앞으로도 팬클럽이 변질되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것 같았다.
그건 아이돌 그룹이 끝까지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문제인 듯했다.
“쁨콩아, 이제 한주미나가 네 팬이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지?”
민이 이빈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묻자 이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자신이 확실히 퍼펙트 올킬이라는 소속감이 드는 듯했다.
퍼펙트 올킬의 모든 멤버들이 골고루 주목을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새로운 멤버인 이빈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고 그의 보컬과 댄스 실력, 주위 사람들의 평가 같은 것들이 자주 다루어졌다.
이빈은 자기가 노력하는 것을 사람들이 다 알아주는 것이 신이 나서 계속 연습에 박차를 가하며 퍼펙트 올킬에 폐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이제 퍼펙트 올킬에서 그가 없는 모습은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첫 무대를 강렬하게 공연으로 펼치고 그 후에 인사를 할지, 아니면 우선은 인사를 먼저 나눈 다음에 공연을 할 것인지 고민이 깊었는데 결국 그들은 전자를 택했다.
어나더 어스.
새 앨범의 타이틀곡이 흘러나왔다.
청아한 오카리나가 구슬픈 소리를 내며 흘렀고 그 뒤를 다른 현악기들이 오고 가며 뒤덮었다.
선율이 이리저리 뒹굴며 장난치듯 하는 동안 두루마리를 코트처럼 개량한 멋스러운 한복을 입고 민이 무대에 나타났다.
보라색과 파란색의 중간쯤으로 염색한 머리카락에 컬러 렌즈까지 껴서 얼굴에서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풍겼는데 강렬한 표정 연기는 처음부터 사람들을 압도했다.
무대 뒤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민의 얼굴이 크게 잡혔다.
춤은 별로 없는 조용한 노래인가 하고 오해가 생길 즈음 갑자기 퍼펙트 올킬의 다른 멤버들이 일시에 튀어나왔다.
대형은 한순간에 만들어졌고 민을 중심으로 해서 대형을 만든 멤버들은 박자에 맞춰 파워풀한 동작을 선보였다.
거기에 맞춰 타악기들이 섞여 들어와 웅장하게 둥둥거리고 베이스 기타가 심장을 잡아 끌어당기는 듯했다.
음악이 정점을 향해 치달았을 때 다른 멤버들이 바닥에 엎드려 있는 동안 이빈의 독무가 펼쳐졌다.
그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오롯이 혼자 받는 무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냉정하고 혹독한 평가를 받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빈은 떨지 않고 자기가 그동안 준비했던 것을 해나갔다.
동작을 하나하나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동작을 풀어낼 정도로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우진은 자기가 이빈에게 했던 모든 말들이 그의 동작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손가락 끝까지 힘을 주고 시선 처리를 확실히 하고 얼굴로도 계속 표현을 하라고 했던 말이 그대로 고스란히 구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뒤늦게 합류한 멤버이기는 하지만 그는 완벽하게 퍼펙트 올킬이 되어 있었다.
누구도 의구심을 내보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춤을 추는 이빈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이 사라지는 모습이었고, 묵묵히 자기를 믿고 기다려 준 사람들에게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고 싶은 듯했다.
원래는 이빈의 독무가 그보다는 짧게 끝나고 다른 멤버들이 함께 춤을 췄을 것이지만 그 무대에서는 이빈에게 시선이 모아지도록 멤버들이 조금 더 그렇게 엎드려 있었다.
팬들도 그 무대에서 퍼펙트 올킬이 뭘 노렸는지 알겠는 듯 흐뭇한 표정으로 무대를 지켜보았다.
장렬한 음악이 고조되다가 희망을 말하는 것처럼 곡조의 변화를 보이다 끝났을 때 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열렬히 환호했다.
가슴 벅찬 감동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확실히 퀸스 워크로 옮긴 후 퍼펙트 올킬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고 그들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표정과 동작, 분위기 하나하나까지 모든 게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무대 인사가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팬들의 예상과 달리 깊은 감성의 보컬이 흘러나왔다.
우진이었다.
마음을 녹여 버릴 것 같은 목소리에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바로 다음 공연이 이어지나 했지만 노래를 부르던 우진의 목소리와 악기 연주가 돌연 멈췄다.
“한주미나 여러분, 반갑습니다.”
우진의 말을 시작으로,
“퍼펙트 올킬입니다!!”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일제히 인사했다.
“꺄아아아아아악!!”
대기를 흔들어 댈 정도로 큰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함성은 얼마간 계속됐다.
퍼펙트 올킬은 눈부신 조명 속에서 손을 흔들었다.
우진은 가장 앞쪽에 자리 잡은 홈마를 발견했다.
우희와 거래를 했던 홈마였다.
그녀는 악력기를 든 채 애쉬를 때리려고 했던 여자를 절묘하게 사진에 담아냈다가 자신의 계정에 올리고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기록해 퍼펙트 올킬과 우진이 쓸데없는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해준 일등 공신이었다.
사실 그 글이 올라오기 전에 트위드 랜드의 몇몇 팬들이 그 사건을 날조해 선동을 시작하고 있던 참이었다.
홈마가 아니었다면 퍼펙트 올킬이나 퀸스 워크 모두 꽤 곤혹을 치러야 했을 텐데 사진이 있어 간단하게 해결된 케이스였다.
우진이 홈마를 알아보고 그녀에게 시선을 주자 퍼펙트 올킬의 다른 멤버들도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그녀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
홈마 이강희에게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오랜 시간 아이돌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 왔지만 이렇게 개인적으로 친해진 적은 없었던 것이다.
스케줄마다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찍기도 했고 남들과 다른 장비로 시선이 저절로 모아지기는 했지만 저 사람 여기에 또 왔구나 하는 식으로 존재를 인식하기는 했을지언정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는 편이 이강희에게도 좋았다.
이강희는 모니터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덕질하는 것처럼 그 정도의 거리를 두고 좋아하는 마음을 표출하는 게 좋았다.
자기는 퍼펙트 올킬을 볼 수 있지만 퍼펙트 올킬은 자기를 볼 수 없는 그런 상태.
그게 마음이 편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우진을 시작으로 퍼펙트 올킬 멤버들이 그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게다가 손까지 흔들어 주었고 그 자리에 누가 있어서 그러는 건가 하는 듯이 팬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
그러자 재훈이 황급히 설명을 해나갔다.
아이돌이 특정 팬에게 친밀함을 과시하면 그 팬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홈마님이 전에 저희를 구해 준 적이 있어요. 우리 사고뭉치 우진이가 또 앞뒤 안 가리고 일을 저질렀는데 그게 문제가 커질 수도 있었거든요. 실제로 말이 나오기도 했고요. 그런데 홈마님이 그 자리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해 주셔서 저희가 누명을 벗을 수가 있었죠. 아니, 우진이가요.”
재훈의 설명에 팬들은 홈마의 정체를 알아챈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오오 하는 탄성도 나왔다.
홈마는 하여간에 유별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퍼펙트 올킬 멤버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그때부터 수많은 사진을 찍었다.
퍼펙트 올킬은 그런 식으로 그동안 팬들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들을 꺼내 얘기했다.
팬 카페에 올라온 글 중에 기억하고 있던 글을 말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왔다.
글을 올린 사람인 듯했다.
그들은 자기들의 아이돌이 그런 것에도 관심을 가져 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마냥 고맙기만 한 것 같았다.
한참 얘기를 나누다가 멤버들이 분위기를 바꿨다.
“처음에 저희가 이 팬 미팅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쁨콩이가 팬 카페에 남긴 글이 있었을 텐데 기억하시나요?”
제레미가 묻자 팬들은 그 뜻을 알아차린 듯 열광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 이제 어떤 의견이 채택됐는지 확인해 보시죠.”
그 말을 마치고 멤버들이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들이 다시 나타날 때까지 팬들은 퍼펙트 올킬 멤버들의 이름을 리드미컬하게 박자를 맞춰 연호했다.
언제 그런 연습도 다 했을까 하면서 퍼펙트 올킬은 흐뭇하게 웃으며 옷을 갈아입고 무대를 준비했다.
인트로에 이빈이 먼저 나가고 그 후에 우진이 나가면 그 뒤를 따라 모든 멤버들이 나가는 식이었다.
퍼펙트 올킬 멤버 중 누구의 춤 실력이 가장 뛰어나냐고 물으면 지금도 여지없이 모두가 우진을 꼽았지만 우진은 의도적으로 이빈을 밀어주었고 센터 파트도 이빈에게 많이 양보를 했다.
이빈의 존재감이 조금 더 차올라야 퍼펙트 올킬의 균형이 맞을 테고 그것이 퍼펙트 올킬의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었다.
퍼펙트 올킬의 멤버뿐만 아니라 퀸스 워크의 운영진도 우진이 장기적으로 생각하며 멤버들에게 역할을 맡기는 것을 보고 종종 기함을 하곤 했다.
늘어지는 니트에 가죽 바지를 입은 멤버들이 파워풀한 춤을 추며 껑충껑충 뛰자 그때마다 복근이 드러났고 팬들의 함성은 그에 맞춰 더욱 높아지는 것 같았다.
센터 파트가 돌다 이빈의 차례가 되었다.
“조이빈!”
“쁨콩이 멋쁘다!!”
“잘생쁜 조쁨콩!!”
저게 한국말이 맞는 건가 할 정도의 언어 파괴도 놀라웠지만 조쁨콩이라니.
설마 하니 이빈을 조쁨콩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여기저기서 그 이름이 나왔다.
멤버들은 웃음이 나오는 걸 참지 못했고 결국 민을 시작으로 하나둘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무대는 마쳐 놓고 멤버들이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다.
“아니! 조쁨콩이 뭐예요! 우리 쁨콩이는 성이 쁨 씨라고요. 이름이 콩이에요.”
재훈이 되지도 않는 말을 하자 누군가 반박했다.
“예쁨콩 조이빈!”
그러자 재훈이 우진을 바라보았다.
“이빈이 예 씨였어?”
“몰랐냐? 예 씨였어.”
팬들은 퍼펙트 올킬이 서로 주고받는 말만 들어도 좋은 듯했다.
무대에는 어느새 우진과 재훈만이 남아 있었고 동생 라인은 전부 사라졌는데 두 사람은 동생들의 준비가 끝나자 자연스러운 멘트를 하고 그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자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트렌디한 사운드가 들리고 자연스럽게 리듬에 맞춰 그루브를 탈 때쯤 판타지 세계 속 간수복을 연상시키는 옷을 입고 동생 라인의 멤버들이 등장했다.
민의 목소리가 무대 위를 수놓았고 제레미의 부드러운 춤 선이 시선을 뺏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누구에게 주느냐에 따라 모두가 그 순간 곧바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실력.
그거야말로 퍼펙트 올킬의 진짜 저력이었다.
그래서 퍼펙트 올킬의 무대에는 지루해할 틈이 없었다.
음이 도약하는 부분에서는 뒤에서 등장한 재훈의 보컬이 자리를 채웠다.
-너로 인한.
나를 위해.
너는 여기.
나와 함께.
내가 만약.
너의 모든.
툭툭 던져지는, 의미가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가 숨소리처럼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