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84
제84화
84화
멤버들이 다가왔고 대표는 흡족한 표정을 쉽게 지우지 못했다.
“난리 나겠다. 난리 나겠어. 발표되자마자 완전히 다 뒤집어지겠다. 안 그래도 너희 음원 발매 시기 알고 긴장들 타고 있을 텐데 이제 누가 왕인지 제대로 알겠다.”
대표의 말에 멤버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미쳤다. 이 말밖에 안 나온다. 와…….”
강하정과 하석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 묻어 있었다.
“고생했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어. 정말 고생했다.”
대표는 거기에서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겠는 듯 연신 고개만 젓더니 먼저 돌아갔다.
그러자 남아 있던 사람들이 훨씬 편안한 분위기에서 퍼펙트 올킬을 축하해 주었다.
아직 방송에서 무대를 선보인 것도 아니었지만 그들은 벌써부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이변이 일어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난도가 너무 높아서 너희가 할 수 있을까 정말 걱정이 많았는데 그걸 뛰어넘어서 해버리냐. 정말 악착같이 해내는구나.”
‘다크서클’을 같이하기 위해 만났을 때만 해도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지금의 이 무대를 소화할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체력적인 한계도 분명했고 보컬을 비롯해 모든 게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어쩌면 버거울 수도 있을 여정이었는데 기어이 해낸 멤버들을 보자 너무 자랑스러워서 A&R 팀은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더 붙잡고 있으면 안 되겠다. 대표님 말씀대로 오늘은 일찍 가서 쉬어. 그리고 좋은 컨디션으로 내일 일찍 출발하자.”
강하정이 말하자 멤버들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나갔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내일이면 퍼펙트 올킬의 역사는 완전히 새롭게 쓰일 터였다.
“형들, 저 눈물 날 것 같아요.”
민이 말하고 눈물을 또르르 흘리자 재훈이 웃었다.
“그런 말은 울기 전에 해야지.”
“울기 전에 했는데 그사이에 나와 버렸네요.”
얼마나 많이 연습을 했는지 어느덧 몸에 익어 버린 동작.
이제는 음악이 나오기만 하면 자면서도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떠들썩했지만 곧 모두가 조용해졌다.
사소한 실수로 중요한 날을 망치지 않으려고 미리 조심하는 거였다.
숙소로 돌아가 일찌감치 잠을 청하러 들어가며 그들은 서로에게 인사를 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 너희가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정말 고맙다.”
우진이 말을 하고 쑥스러운 듯 먼저 들어가려 하자 동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도 정말 감사해요, 형. 형들 아니었으면 꿈도 못 꿀 일이었어요. 퍼펙트 올킬이라는 거. 형들의 팀 멤버라는 거. 영원히 자랑스럽게 생각할 거예요.”
제레미가 하는 말을 듣고 있으려니 왠지 괜히 울컥해졌다.
“죽으러 가냐? 뭐가 그렇게 장엄해? 빨리 들어가서 자.”
그 분위기가 너무 어색한 듯 재훈이 말했지만 민은 자기가 준비한 말을 기어이 해버렸다.
“우리 퍼펙트 올킬은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거예요! 한날한시에 죽어요. 죽을 때까지 같이 퍼펙트 올킬이기로 해요.”
“저 자식은 뭐라는 거냐.”
민은 말을 해놓고 자기가 더 당황스러웠는지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우, 정신 사나워.”
재훈도 투덜거리며 방으로 들어갔고 저마다 초조하고 설레는 마음을 같이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 * *
새벽부터 잠에서 깬 멤버들은 차분히 준비를 시작했다.
조금만 더 자겠다고 버텨 볼 생각도 들지 않았다.
대망의 데뷔 날.
신인은 아니었지만 그들에게는 그것이 시작이나 마찬가지였다.
“머리는 샵에서 해도 화장은 우희가 해주면 좋겠는데. 우희가 해주는 게 더 잘 어울리고 자연스러워서. 우희야, 해줄 수 있어?”
우진이 묻자 우희가 초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럼. 너처럼 우리 얼굴을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러자 다른 멤버들도 맞다며 저마다 있는 곳에서 우희를 응원했다.
“오빠들, 다 잘될 거예요. 제가 계속 기도하고 있을게요. 잘 못해도 돼요. 다치지만 말고 해요. 아셨죠?”
우희의 말에 멤버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우희에게서 그 말을 듣자 가족에게 직접 말을 들은 것처럼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일찌감치 숙소를 떠나 숍에 들렀다가 녹화를 위해 방송국으로 가는 차 안에서 퍼펙트 올킬은 점점 말수가 줄었다.
초조함을 달래려고 몇 마디를 꺼내도 곧 침묵이 감돌았다.
잘될 거다. 잘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해도 다시 초조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여러 방송국에서 퍼펙트 올킬이 신곡 발표를 자기들 방송국에서 해주기를 바라며 제의해 왔지만 퍼펙트 올킬은 최종적으로 TNBC를 선택했다.
퍼펙트 올킬은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고 최대한 차분하게 자기들의 순서를 기다렸다.
대기실에 가서 기다리는 게 좋을까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미리 봐두는 게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며 보고 있었다.
자기들의 차례가 됐을 때 헤매지 않으려면 남들이 하는 걸 많이 봐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였다.
그들이 서 있는 것을 보고 무대를 하고 내려온 가수들이 다가와 먼저 인사를 하기도 했다.
“퍼펙트 올킬이죠?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네. 반가워요. 엄청 좋아해요.”
5년 차 경력의 솔로 가수가 스스럼없이 다가와 인사를 하자 퍼펙트 올킬은 얼어 버릴 뻔했다.
한국 여가수로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 오고 있고 역대 음반 판매 기록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연리지였다.
나이는 우진의 또래였지만 데뷔 연도가 빨라서 가끔 군기 반장 노릇을 한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었다.
“선배님, 정말 죄송합니다. 선배님이 오시는 걸 몰랐습니다. 대기실에 찾아가서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저희가 먼저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선배가 먼저 인사를 하게 했다는 얘기가 어떻게 왜곡될지 몰라 노심초사하며 우진이 말하자 다른 멤버들도 잔뜩 긴장한 얼굴로 연리지에게 사과하며 인사했다.
그러자 연리지가 급하게 두 손을 저었다.
“아이고, 이러면 안 되죠. 나는 정말 퍼펙트 올킬 팬이어서 멀리서 퍼펙트 올킬 보고 반가워서 온 건데. 다른 데 보고 있었으면 못 볼 수도 있죠.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너무 그러지 마요. 그럴 필요 없어요. 나는 응원해 주고 싶어서 특별히 오늘 출연하게 해달라고 졸라서 나온 건데.”
“……네?”
재훈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고 보니 연리지는 방송 출연을 거의 하는 일이 없었다.
연리지의 기획사에서 운영하는 채널이 있는데 그 채널을 통해서가 아니면 연리지를 보기가 어려웠다.
충분히 인지도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그건 자멸하는 길이겠지만 연리지 정도가 되면 수많은 팬들이 이동하게 되었다.
“나중에 제 콘서트에 나와 주면 안 돼요? 사실은 그거 부탁하고 싶어서 온 건데. 그런데 퍼펙트 올킬 만나기가 어렵다고 해서 먼저 와서 진을 치고 기다렸죠.”
“……!”
다른 사람도 아닌 연리지였다.
퍼포먼스에 중점을 두는 가수는 아니었지만 가창력이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 있었고 게다가 인성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까도 까도 미담밖에 안 나온다는 연리지의 이런 제안이라니.
“저희야 영광이죠. 그런데 저희가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연습을 하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재훈이랑 동생들은……. 일단은 제가 저희 팀에서 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선별해서 데리고 가보겠습니다, 선배님.”
우진이 말하자 연리지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우진 씨 이렇게 재미있는 분인 줄 몰랐어요. 그동안 무서운 모습만 보여서 잘못해서 눈 밖에 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도 같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마주치는 건 괜찮겠지 하고 준비 많이 한 건데.”
“저희가 부족한 게 많고 준비가 너무 부족해서 그동안 다른 분들이 만나자는 부탁을 들어 드리지 못해서 안 그래도 너무 많은 분들에게 죄송해하던 참이기는 했는데…… 혹시 저희에 대해서 오해를 하신 건 아니시죠?”
재훈까지 나서서 말하자 연리지가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이 정말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아니에요. 정말 오해 안 했어요. 그리고 저도 같이 음악 하는 사람인데 컴백 앞두고 얼마나 긴장되는지 알죠. 잘 알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연습에 매진하려고 그런 건데 솔직히 그런 사람을 불러낸 사람이 잘못한 거라고 봐요. 저는 전적으로 퍼펙트 올킬 편이에요. 제가 같은 상황이면 저는 더 단호하고 냉정하게 거절했을 거예요.”
연리지는 퍼펙트 올킬이 더 이상 오해하지 않게 하려는 듯 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죠?”
“……네.”
유치원 아이들에게 기어코 다짐을 받아 내는 것 같은 모습에 우진이 얼떨결에 대답을 하자 멤버들이 모두 웃었다.
연리지도 같이 웃음을 지었다.
“말 시키면 안 되는데…….”
“하고 싶은 말은 얼마든지 하세요. 지금은 괜찮습니다.”
재훈이 말하자 연리지는 정말이냐며 금방 낯빛을 환하게 밝혔다.
“주미나 작가님하고는 친해요? 주 작가님이랑 만나 본 적도 있어요? 저 퍼펙트 올킬 팬이기도 한데 ‘역주행’ 정말 너무 좋아하거든요.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저 그거 전부 다 필사도 했어요.”
“……네? 왜요?”
우진이 놀라서 물었다.
그게 얼마나 많은데 그걸 다 필사를 했다는 건가 해서였다.
한 화에 5천 자가 넘어가는 원고가 이제 9백 화를 넘어가고 있는데 그걸 왜 필사했다는 건지 그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앞부분은 이북도 나왔는데 왜 필사를 하셨어요?”
“아…… 찾아보고 싶은 부분을 찾을 수가 없어서요. 떠오르는 단어랑 이미지는 있어서 그걸로 검색을 하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북은 다 나뉘어 있고 찾기도 어렵고 해서요.”
“세상에. 그렇다고 그걸 다. 차라리 저한테 말씀을…….”
우진은 말을 하다가 딱 멈추었다.
다행히 연리지는 못 들은 것 같았는데 이빈이 눈을 반짝거렸다.
“그러면 형이 같이 필사를 해주려고요?”
이빈이 조금만 더 눈치가 빠른 녀석이면 어쨌을 뻔했을까 하면서 멤버들은 조마조마한 가슴을 가라앉혔다.
우진은 한동안 안 하던 실수를 하고 그때부터는 말에 주의를 더 기울였다.
“그래서 주 작가님이랑 친해요?”
연리지는 꽤나 집요했다.
“그분은…… 저희 본부장님이 더 잘 아세요. 본부장님한테 여쭤보시는 게 빠를 거예요.”
“아, 그렇구나. 저 정말 그분을 만나 보는 게 소원이거든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거 열 가지 중에 세 번째가 작가님 만나는 거예요.”
그렇게까지!!
우진은 흠칫했고 연리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계속 얘기를 했다.
그것은 긴장을 푸는 데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연리지가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 퍼펙트 올킬은 자기들이 지금 얼마나 중요하고 부담스러운 무대를 앞두고 있는지 잠깐 잊었던 것이다.
게다가 연리지가 하는 말은 재미있었고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됐다.
가만히 따지고 생각을 해보면 그게 그렇게 재미있는 내용은 아니었는데 얘기를 재미있게 하는 것 같았다.
“퍼펙트 올킬도 콘서트 계획이 곧 잡히겠다. 그렇죠? 게스트는 구했어요? 나는 어때요?”
퍼펙트 올킬은 그대로 기절해 버릴 뻔했다.
그런 엄청난 행운이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