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86
제86화
86화
“안녕하세요, 여러분. 퍼펙트 올킬입니다. 기억해 주세요. 퍼펙트 올킬입니다.”
돌아가면서 소감을 말하다 제레미의 차례가 됐을 때 그가 한 말이었다.
그 말은 퍼펙트 올킬이 자기들의 그룹명을 각인시키려고 하는 말처럼 들렸겠지만 며칠 후 그 클립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돌았다.
퍼펙트 올킬의 ‘퍼펙트 올킬’ 소식을 전하면서였다.
* * *
[퍼펙트 올킬, 드디어 ‘퍼펙트 올킬’의 신화를 달성하다] [이름값 제대로 한 퍼펙트 올킬]음원 발매 이후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 모두 1위를 달성하는 업적을 달성한 것으로 모자라 그들의 ‘어나더 어스’는 아이XX의 최대 음원 시장 8개국 모두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것은 전 세계에서 달성한 가수가 두 명도 되지 않는 대기록이었다.
전에도 퍼펙트 올킬에 대한 러브 콜은 곳곳에서 이루어졌지만 대기록을 달성하며 전 세계적인 관심까지 집중되자 그들의 몸값은 하루가 다르게 변했다.
원하는 곳은 많고 시간은 한정되다 보니 꼭 퍼펙트 올킬을 부르고 싶은 곳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했다.
그들을 잡으려는 기획사들의 움직임도 시간이 흐를수록 치열해져 갔다.
퀸스 워크에 위약금을 지불하고라도 그들을 잡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퍼펙트 올킬은 돈으로만 움직이는 그룹이 아니었고 돈에 그렇게 목매지도 않았다.
그거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희한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였다.
국내 모든 차트를 석권했다는 소식을 들은 멤버들은 벅찬 감격을 참지 못한 채 방송을 켰다.
그 기쁨을 가장 먼저 한주미나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줌들, 우리예요. 우리, 퍼펙트 올킬요! 퍼펙트 올킬이 퍼펙트 올킬 했어요. 믿어지세요? 믿어져요? 와아아아! 지금 미칠 것 같아요. 와!!”
제레미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소리 지르는 동안 한줌들은 채팅 창에 축하의 메시지를 가득 쏟아 냈다.
[당연하죠. 우리 오빠들이 누군데. 오빠들이라면 해낼 줄 알았어요!] [오빠들, 이번에만 조공 좀 받아 주시면 안 돼요? 그거 너무 가혹해요. 우리도 오빠들한테 좋은 걸 주고 싶단 말이에요.] [맞아요. 조공 금지 좀 풀어 주세요.]한줌들은 퍼펙트 올킬을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에 애달프게 외쳤지만 퍼펙트 올킬은 제발 그런 부담 없이 서로 오래 아껴 주자며 한줌을 달래고 있었다.
그건 꼭 한줌들에게 부담이 될 거라는 생각만으로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곳에 있다가 들어온 이빈은 남들이 보지 못한 여러 사건을 직접 목격하기도 하고 아는 것도 많았는데 너무 큰 선물을 받고 관계가 이상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선물이 더 이상 단순한 선물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는 순간 선물을 받은 사람은 좋건 싫건 상대방의 기분을 살필 수밖에 없는 것 같더라는 말에 퍼펙트 올킬은 모두 동의했다.
일단 호의를 받아들이고 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저희는 우리 한줌들이 이렇게 계속 저희 방송 봐주고 응원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저희가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저희가 살게요. 그것도 한줌들이 준 선물이나 마찬가지잖아요. 한줌들이 있어서 우리가 인기를 얻고 앨범도 잘돼서 그걸 살 수 있는 거니까요.”
재훈이 팬들을 다독이는 동안 다른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은 다른 날에 비해 꽤 오래 방송을 하며 팬들이 하는 말에도 귀를 기울였는데 감정이 어느 정도 진정된 것 같다가도 갑자기 너무 기분이 좋아 괴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두 사람만 그러는 게 아니고 멤버들이 전부 그랬고 멤버들 중에 가장 얌전한 이빈조차도 그랬다.
“우리 이빈이가 이제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끝내자.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우진이 말하자 채팅 창에는 식사하는 모습도 보여 주면 안 되는 요청이 올라왔다.
식사는 그냥 마음 편하게 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방송도 많이 안 했으니까 오늘은 길게 보여 주면 안 되냐는 요청이 꽤 집요하게 이어졌다.
그러고 보면 다른 가수들에 비해 자기들이 해주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퍼펙트 올킬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먹방을 시작했다.
그렇게 재미없는 먹방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처음으로 깨달았다.
멤버들은 앞에 있는 음식을 먹어 치운다는 사실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다른 것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고 그렇게 식사를 해나갔다.
채팅 창에는 그 황당한 사건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한 팬들이 말줄임표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맛있는지라도 알려 줘요, 오빠들…….] [설마, 살기 위해서 억지로 먹는 건가?] [먹방 보여 달라고 한 한줌 누구냐? 나와.] [머리 박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빠들 먹는 모습만 봐도 좋기는 하다.] [오빠는 먹는 것도 화보다. 참 야무지게 씹네.]그렇게 먹방을 끝내고 방송을 끝낸 퍼펙트 올킬은 회사로 향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는 대표의 말에 회사에서 회의가 열릴 터였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여러 활동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이제 그중에 실제로 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해야 할 것들을 결정해야 했다.
새롭게 제안이 들어온 프로그램도 있어서 그것들을 전부 같이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퍼펙트 올킬이 할 프로그램을 정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 퍼펙트 올킬 왔어?”
“와아아. 연예인이다아아.”
퍼펙트 올킬이 회사에 도착하자 그들을 알아본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다가와 장난스럽게 인사를 걸었다.
퍼펙트 올킬도 퀸스 워크의 직원들, 아티스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퍼펙트 올킬 축하해. 앗. 나, 말장난하는 거 안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되네? 퍼펙트 올킬, 퍼펙트 올킬 축하해.”
퍼펙트 올킬의 퍼펙트 올킬 소식은 어딜 가나 화제의 중심이었고 멤버들은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그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곳에 있다가 달려 나와서 축하해 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멤버들은 자기들이 어려웠던 순간에 같이 있어 주며 응원해 준 동료들의 축하에 고마워하며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
그 때문에 대표실에 올라가는 시간은 많이 늦춰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곳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이번에는 곡을 위한 팀이 아니라 활동을 위한 팀으로, 그때까지 얼굴을 자주 보지 못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어서들 와. 수고 많았어. 축하한다. 그런데 당연한 결과라서 놀라지는 않았지?”
대표가 말하자 그 옆에 앉아 있던 강하정도 웃으며 눈으로 축하를 전해왔다.
“오늘 결정해야 할 게 많아. 방송국들마다 출연해 달라고 난리야. 몇 군데는 예의상으로라도 출연을 해주기는 해야 할 것 같아. 이러다가 큰일 날 것 같거든.”
대표의 말에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이 될 거라는 것은 그들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
“우선은 밀려든 요청을 가능한 한 다 소화하는 게 낫지 싶은데. 퍼펙트 올킬이 다섯 명이니까 두 명, 세 명이 나눠서 방송에 나가면 될 것 같아. 방송국에서는 당연히 완전체가 나와 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건 그 사람들도 알고 있을 거야. 아니면 둘, 둘, 우진이. 그렇게 나가도 될 것 같고.”
대표가 다른 멤버들을 한 번 보고 말하자 멤버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이가 지금껏 퍼펙트 올킬의 모든 문제를 다 만들어 왔으니까 해명할 게 많기는 할 거예요.”
“정말 저는 혼자 나가라고요?”
우진이 자신 없는 표정으로 묻자 재훈이 가소롭다는 얼굴을 했다.
“자신 있으면서 뭘 약한 척이야?”
“아니…… 그래도 그동안은 같이 다녔잖아.”
그러나 대표는 그렇게 하기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함께 있던 사람들이 스케줄을 조율했고 대표는 다른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전에 TNBC에서 맡아 달라고 했던 프로그램 있잖아. 그걸 어떤 식으로 짜나갈 건지 계속 같이 회의를 했는데 제법 괜찮은 생각이 나왔어. 그래도 일단 너희가 오케이를 해야 할 수 있는 건데.”
대표는 퍼펙트 올킬에게 간단한 포맷 소개를 했다.
“이건 국장님이 직접 미는 거라 지원은 빵빵하게 받을 수 있을 거야. 처음에는 다른 포맷들을 참고해서 하려고 했는데 다른 채널에서 볼 수 없는 걸 만들자고 얘기가 나왔어. 너희가 다섯이잖아.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그래서 나온 말인데 각자가 파트너를 정해서 듀엣 음반을 내는 걸 최종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을 하면 어떨까 했거든.”
“듀엣요?”
멤버들이 곧장 의문을 품으며 물었다.
“응. 자기 음색과 포지션을 생각해서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부터 섭외하는 것, 함께 곡을 만들고 퍼포먼스를 만드는 것도 다 촬영하는 거야.”
“색다르기는 하겠네요?”
재훈이 말하면서도 자신 없는 듯이 우진을 보았다.
개인플레이를 하는 것에 걱정이 많이 되는 듯했다.
“그러면 저희는 방송하는 동안 계속 떨어져 있는 거예요? 그 가상의 파트너하고 같이 곡 작업을 하는 거고요?”
우진이 묻자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어요?”
“녹음실이나 연습실은 우리 회사에서 장소를 제공하기로 했어. 그러니까 떨어져 있는다고 해도 회사 안이야. 만나야 할 일이 생기면 전화하고 몇 분 만에 만날 수 있고.”
“아아!”
그 정도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듯 멤버들이 거의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쉬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겉으로는 다 큰 남자들인데 그동안 계속 함께 활동을 하다 따로 뭔가를 해야 한다고 하니 부담 느끼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일곱 명으로 하는 건데 그랬나 봐. 너희가 다섯밖에 안 된다는 게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대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자 멤버들은 그의 진의를 알아보고 싶은 듯 대표를 바라보았고 그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농담이야, 농담. 정말로 농담이야.”
퍼펙트 올킬도 자기들은 지금의 5인 체제가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애쉬에 대해서는 잠깐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지만 추구하는 스타일과 성향 자체가 아주 달라서 같은 길을 걷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콘서트를 하면서 잠깐씩 협업을 하는 건 몰라도 같은 팀의 멤버로서 지속적으로 함께 작업을 해나가기는 어렵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것은 비단 애쉬만이 아니라 누가 새로운 멤버로 들어온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출발 신호를 듣고 전력으로 달려야 하는데 갑자기 끈이 풀어져 그것을 묶어야 하는 것처럼, 새로운 멤버에게 적응하려면 자연스럽게 심력이 소모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걸 보려고 할까요, 사람들이?”
민이 걱정스럽게 묻자 대표가 웃었다.
그러면서 그가 퍼펙트 올킬 멤버들을 보았다.
“사람들은 너희가 걸어가는 것만 봐도 열광할 거야. 너희가 평소에 뭘 하는지 궁금해하고 일 분에 숨을 몇 번 쉬는지도 다 알고 싶을걸? 너희는 주위 사람들이 너희를 어떻게 보는지 그 시선에 너무 무관심한 것 같아.”
퍼펙트 올킬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대표가 하는 말이 사실일까 해서였다.
정말 그런 게 먹히기만 한다면 그건 새로운 시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