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88
제88화
88화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이게 전화로 할 얘기는 아니고, 우리 잠깐 만나. 내가 언니 있는 쪽으로 갈까?”
-됐어. 너하고 만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보면 무슨 소문이 날지 모르는데…….
“그래? 돈 안 받아도 되는 모양이네? 그럼 그러든가. 나야 고맙지 뭐. 그래도 의리가 있어서 돈은 받게 해주려고 그랬더니.”
-야, 천지연. 남의 돈 가져다 써놓고 지금 건방지게 그게 무슨 태도야? 빌어도 모자랄 판에.
“그래? 그럼 빌까? 빌면 없던 걸로 해줄 거야?”
천지연은 이제 무서울 것도 없었다.
-기다려. 내가 너희 집으로 갈 테니까!
천지연은 전화를 끊고 코웃음을 쳤다.
“내가 모를 것 같았지? 그 시간 동안 내가 조용히 반성하고 있을 줄 알았어? 너희, 잘못 건드린 거야. 퍼펙트 올킬. 이름 한번 잘 지었어? 내가 그렇게 해줄게. 너희 전부 죽여 줄게.”
혼자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천지연이 중얼거렸다.
* * *
천지연의 집에 몇 사람이 모였다.
모두 그녀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로 천지연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지만 돈을 돌려받기 위해 협력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모두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십수억까지 물려 있었는데 천지연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천지연이 한 말은 너무 황당해서 믿기지도 않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듣고 있다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까 지금 네 얘기는 ‘역주행’을 쓴 사람이 퍼펙트 올킬 멤버 중 하나일 거라는 거야?”
“맞다니까. 같은 말을 몇 번이나 하게 해?”
천지연이 짜증스럽게 말하는 사람은 그녀의 대학 선배인 손미나였다.
학교에서 퀸으로 불리며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다녔고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안 좋은 남자와 결혼해 지금까지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는데 천지연과의 관계는 유독 이상하게 정립됐다.
손미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랬다.
처음에 어리숙하고 순진해 보이던 천지연에게 몇 번 잘해 준 것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관계가 역전돼 있었다.
천지연은 대수롭지 않게 그들에게 도움을 요구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미 그것이 기정사실이 된 것처럼 말해 버렸다.
그래서 아무 의무도 없는 일을 천지연 때문에 한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 일에 대한 보답이었는지, 드라마 작가로 성공한 후에는 빚을 갚았다.
시청률 제조기라는 별명답게 천지연이 쓰는 드라마는 펑펑 터졌는데 그런 드라마에 그들과 관계된 제품을 홍보해 주는 식이었다.
연줄이 없었으면 그런 홍보를 한 번 하는 데만 해도 큰돈이 들어갈 텐데 돈을 쓰지도 않고 천지연과의 인맥으로 홍보 효과를 보게 되니 주위 사람들 앞에서도 기가 살았다.
천지연이 아무 대가도 없이 그런 호의를 베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잊은 것이 실책이라면 실책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퍼펙트 올킬을 만나야지. 그리고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거야. 그 사실이 밝혀지면 어떻게 될지는 뻔하잖아?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어?”
“가만있지는 않겠지.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도 배신감이 느껴지는데 그 소설 열심히 본 사람들은 더하겠지.”
천지연은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퍼펙트 올킬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웃긴다. 아니, 얼굴도 두껍다. 그러면 자기들 얘기를 썼다는 거야? 그런데 퍼펙트 올킬이 다 같이 그랬다는 거야? 아니면 한 사람이?”
의문은 결국 거기로 향했다.
천지연이 아직 화력을 집중시키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퍼펙트 올킬이 썼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황증거가 많이 모인 상태였는데 과연 퍼펙트 올킬 중에 누가 그런 건지, 그리고 다른 멤버들도 알고 있었는지는 아직 확신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얘기가 공론화된다면 한주미나는 퍼펙트 올킬을 우선 보호하려 들 것이고 이런 문제를 제기해서 물타기를 하려는 사람도 나타날 터였다.
천지연은 지금까지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혔다.
숙소에서 함께 생활을 하고 활동도 거의 같이하는 퍼펙트 올킬이었다.
모두가 잡아떼면 누가 그런 건지 밝혀낼 수가 없었다.
증거를 들이댄다고 해도 자기가 한 게 아니라고 하면 천지연의 꼴만 다시 우스워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해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해야 했다.
퍼펙트 올킬 중 누가 그런 건지가 아니라 퍼펙트 올킬이 한 일이라는 사실에 초점이 맞춰져야 했다.
“잘못하면 놓칠 수도 있어. 그러면 나도 돈 만들 방법이 사라지는 거고 돈을 갚지도 못해. 나도 돈을 갚고 싶어. 왜 안 그렇겠어? 그러니까 최대한 협조해 봐.”
“어떻게?”
“방법은 많잖아? 역주행에 댓글을 달거나 웹소설 작가들이 하는 X튜브 방송에서 그런 얘기가 있다는 식으로 말을 꺼내 봐도 될 거고. 그리고 사실 퍼펙트 올킬이 정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인간들이기만 하면 우리가 일을 크게 만들 때까지 기다리지 않을 거야. 안 그렇겠어? 음반도 대박 나서 지금 돈을 쓸어 담고 있는 중인데 그런 얘기가 나오면 부랴부랴 덮으려고 할걸?”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서서히 천지연에게 설득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다른 전개는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너한테 연락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 내가 연락을 해야지. 터뜨릴 수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그러면 그 루머가 누구한테서 나왔는지 알 거야. 만나서 할 얘기가 있지 않겠냐는 정도로 운을 떼면 알아서 행동하지 않을까?”
무리는 이제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한배에 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을 채웠다.
안 그랬다가는 자기들이 천지연에게 빌려준 돈을 받을 길이 영영 없을 거라는 생각이 그들을 초조하게 했다.
천지연은 모든 것이 뜻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것 같았고 오랜만에 편하게 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의 생각대로 되는 것은 딱 거기까지일 거라는 것을 천지연이 알 방법은 전혀 없었다.
* * *
천지연이 퍼펙트 올킬에게 관심을 갖고 있던 그때 퍼펙트 올킬 역시 그녀에게 관심을 가졌다.
꼭 알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천지연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민우와 달리 천지연만 구속 수사를 받은 것이 괘씸죄에 걸린 거라는 말도 있었고 증거가 다 있는데도 모르는 척 계속 부정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닐 텐데 천지연이 보기보다 멍청하다는 글들도 올라왔다.
모두 ‘역주행’ 댓글란에 올라온 글들이었다.
한주미나 팬 카페는 아이돌 팬 카페의 특성이 더 강했고 ‘역주행’ 댓글란에는 퍼펙트 올킬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오는 편이었다.
그 글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우희였는데 우희는 우진에게 바로 그 사실을 알려 주었다.
“오빠, 천 작가가 나왔대.”
우진의 몸이 움찔거렸다.
별로 듣고 싶은 이름은 아니었다.
우진은 우희에게 묻는 대신 사이트에 접속했다.
어디에서 본 건지 알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역주행’ 댓글란에서 그 글들을 보았다.
재훈이 그 소리를 듣고 조용히 다가왔다.
이빈은 다행히 다른 곳에 있었다.
이빈에게는 웬만하면 그 이름을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다 정리가 됐다고 하더라도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의 이름을 말해서 뭣 하겠는가 했다.
“이제 다시 자유의 몸이 됐고 자기 자리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면…….”
재훈이 꺼림칙한 표정으로 말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은 천 작가를 겪어 왔다.
그리고 천 작가가 이런 경우에 무슨 생각을 할지 짐작이 됐다.
“자기는 갇혀 있는 동안 우리는 날아올랐다고 생각하면서 어지간히 이를 갈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 우진아?”
“그렇겠지. 이상한 쪽으로 머리도 잘 돌아가는 사람이고.”
우진은 천지연 같은 사람을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은 자기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도 자기에게서 이유를 찾는 대신 다른 사람 탓을 한다.
게다가 천지연은 ‘역주행’과 퍼펙트 올킬의 연관성을 알고 있는 것 같았고 우진은 이번에야말로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희야, 이빈이랑 같이 있어 줘. 애들이랑 할 말이 있으니까.”
“응, 오빠.”
“알아서 잘하겠지만 자연스럽게 해.”
“나도 알아.”
우희가 말하고 이빈에게로 가자 우진이 제레미와 민에게 톡을 보내 그들을 불러들였다.
“무슨 일이에요, 형?”
하루도 빠짐없이 방송에 나가는 강행군을 계속해 오다가 이러다가는 정말 죽겠다고 하며 간신히 얻어 낸 휴일에 딱 그런 일이 생긴 거였다.
민은 대수로운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 듯했고 그 자리에 이빈만 보이지 않는 걸 깨달은 듯했다.
“이빈이만 없네요? 제가 불러올까요?”
“아니야. 우희가 갔어. 잠깐 나가자.”
그러나 우희가 이빈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레모네이드 사러 갈 건데 마실 거 필요하신 분?”
아무래도 밖에서 얘기를 하다 보면 어디에서 누가 나타날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자기가 이빈을 데리고 나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듯했다.
역시 우희라고 생각하며 재훈이 대충 네 사람이 마실 음료를 주문했고 우희와 이빈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제야 민과 제레미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왜 그래요, 형? 무슨 일 있어요? 이러니까 무섭잖아요.”
제레미가 묻자 재훈이 대답을 해주었다.
“천 작가가 나왔대.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데 너희도 천 작가 알잖아. 그냥 조용히 지나갈 사람은 아니라는 거.”
“게다가 지금 상황이 아주 안 좋을 거야. 방송국에 위약금 물어내느라고 재정 상황도 안 좋을 거고,”
우진의 말에 민과 제레미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희가 걱정할 일은 없고. 일단 내가 생각하는 건 천 작가가 우리를 노릴 수도 있을 거라는 거야. 너희는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지 들어 보고 싶어서 불렀어. 나는 너희도 이 일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역주행을 쓴 작가가 퍼펙트 올킬의 멤버 차우진이라는 사실.
우진은 그 사실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 하며 고민을 해온 지 오래되었다.
가끔은 잠을 자다가 그 사실이 들통나는 꿈을 꾸고 깜짝 놀라며 깨기도 했다.
정상에 오른 후에 그 문제가 불거져서 그들이 이룬 모든 것을 다 잃게 되는 꿈이었다.
자신은 자기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는데 다른 멤버들은 자기 때문에 괜한 일을 겪는 거라고 생각해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동안 한 번쯤은 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이빈이 거의 항상 같이 다녔기에 이빈만 놔두고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았고 밖에서는 말하기가 더 어렵기도 했다.
요즘은 여기저기 워낙 카메라도 많고 의도치 않게 대화가 녹음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게다가 극성팬들이 많이 생기며 퍼펙트 올킬을 소리도 없이 따라다니는 팬들이 갑자기 불쑥불쑥 나타나는 일도 있어서 더 조심스러웠다.
재훈은 아직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은 채 동생들의 말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