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90
제90화
90화
필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유지안이 가장 어려웠던 순간 거의 매일 읽으면서 같이 울고 웃었던 작품.
그 소설을 쓴 사람이 퍼펙트 올킬의 멤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유지안은 꽤나 놀랐지만 과도한 관심은 아니었다.
유지안의 사고는 진실이 뭔지, 퍼펙트 올킬의 멤버 중 누구인지 알아내고 싶다는 식으로 흐르기보다는 자기가 상상한 것을 바탕으로 아예 완전한 허구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흘러갔다.
무명의 아이돌 멤버가 자기 팀이 성공하는 내용의 소설을 쓰는 플롯을 구성해 작품을 쓰는 식이었다.
유지안은 강하정과의 작업에 점점 재미를 느꼈다.
강하정은 유지안에게 일을 시키면서 그런 글을 쓰게 하는 이유를 말하지 않았지만 유지안도 천지연을 주목하고 있었기에 그 글이 어떤 식으로 사용될지 대충은 짐작을 하고 있었다.
‘역주행’을 쓴 사람이 퍼펙트 올킬 멤버가 아니라는 반증을 만들기 위해 자신에게 비슷한 분위기의 글을 써서 다른 곳에 올리려는 계획일 터였다.
아마도 글을 쓴 날짜는 조작될 가능성이 높았다.
유지안은 그게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퍼펙트 올킬은 자신의 힘과 실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고 별것도 아닌 일로 다른 사람의 시기와 악의 때문에 공격을 감내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유지안은 아예 새로운 의견까지 냈다.
“대표님, 이 글을 쓴 사람이 원래부터 다른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도 광범위하게 써왔던 걸로 하면 어떨까요? 퍼펙트 올킬을 오래 파기는 했지만 그 전에 다른 가수의 팬이었던 적도 있는 거죠.”
강하정은 유지안이 이 일의 의도를 이제 완전히 파악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것도 좋겠네.”
“그럼 그 시기에 인기가 많았던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써보겠습니다.”
“그래. 길지 않아도 되니까 여러 개를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대표님.”
이제는 유지안도 완벽한 공범이었다.
그녀는 시간이 지나고 천지연이 본색을 드러내면서 강하정이 왜 이런 일을 해왔는지 이해했다.
그리고 퍼펙트 올킬의 뒤에 강하정 같은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기 역시 앞으로 그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건 부채 의식 때문이었다.
힘들었던 시기에 ‘역주행’을 읽으며 힘을 낼 수 있게 해주었던 원작자를 향한 고마운 마음.
그것이 유지안에게 그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 * *
천지연은 이 일의 끝을 확신하고 있었다.
작은 충격으로도 크게 흔들리는 게 연예인의 이미지였다.
게다가 퍼펙트 올킬은 그동안 너무 많은 적을 만들어 왔다.
퍼펙트 올킬이 만들어 온 적을 끌어들여 그들을 공격하는 건 너무 간단해 보였고 천지연은 그들 중에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일지 생각했다.
-누구죠?
지금 천지연은 한때 퍼펙트 올킬의 팬 매니저였던 여자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연락처를 알아내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알아냈다.
그렇게 어렵게 알아낸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는데 목소리가 꽤나 쌀쌀맞았다.
“안녕하세요. 퍼펙트 올킬 일로 상의드릴 게 있어서 전화했어요.”
-누구냐고 했어요.
“퍼펙트 올킬에 대해 제보할 게 있는 사람이에요.”
-사람 잘못 골랐어요. 그런 게 있으면 당신이 직접 나서서 언론사에 터뜨리든지 경찰서로 가든지 해요.
“퍼펙트 올킬 때문에 일자리도 잃고 이미지도 엉망이 됐잖아요. 도와주고 싶어서 그래요.”
그러자 웃음소리가 들렸다.
소름 끼칠 정도로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야, 누구를 등신 호구로 아는 모양인데 내가 그런 말에 넘어가서 네 허수아비가 돼줄 것 같던가 보지? 번지수 잘못 찾았으니까 다른 사람 알아봐. 그리고 내가 충고 하나 해줄까? 퍼펙트 올킬한테 무시라도 당했어? 아니면 퍼펙트 올킬 때문에 자리를 잃었나? 그러면 그냥 참아. 퍼펙트 올킬이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남에게 해도 입히지 않고 개미 새끼 한 마리 못 죽일 것 같지? 그 얼굴로 사람을 얼마나…….
팬 매니저는 말을 하다가 말았다.
그녀도 양심은 있었다.
퍼펙트 올킬은 선제공격은 하지 않는다.
퍼펙트 올킬이 마냥 순진한 줄 알고 인기에 편승해 사기를 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냉정했던 것뿐이지 아무리 퍼펙트 올킬과 관계가 안 좋다고 해도 없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제미는 있겠네. 그런데 그 싸움 네가 해. 나는 구경이나 할 테니까. 결국에는 네가 퍼펙트 올킬한테 처발리는 걸로 끝나겠지만.
천지연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참으며 설득에 나섰다.
“분명히 억울한 일을 당한 게 맞잖아요. 명예 회복해야죠. 제가 도와 드릴 수 있어요. 뜻을 같이하는 사람도 있고 퍼펙트 올킬이 그동안 해온 비열한 짓도 알아냈어요. 증거도 있어요.”
-잘됐네. 그러니까 그거 가지고 너희가 하라고.
“억울하지도 않으세요?”
-어. 안 억울해. 이래 봬도 양심은 있거든. 내가 잘못했는데 뭐가 억울하지? 너는 양심도 없는 인간 같기는 하네. 네가 잘못하고 퍼펙트 올킬이 정의 구현하는 바람에 꼴이 아주 우스워졌나 보지? 가만 있자, 그런 사람 리스트를 내가 좀 아는데…….
천지연은 상대가 그렇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퍼펙트 올킬에게 피해를 본 사람이야 수도 없이 많을 터였다.
퍼펙트 올킬의 활동으로 순위가 내려간 사람들, 그들의 소속사들.
그리고 보다 직접적으로 퍼펙트 올킬에게 광고를 뺏긴 이들과 관계자들까지.
그러나 천지연이 접촉을 시도해 본 결과 많은 사람들이 퍼펙트 올킬과 직접 부딪치는 것을 소름 끼치게 싫어했다.
퍼펙트 올킬을 건드렸던 사람들이 지금까지 무슨 일을 당해 왔는지 알고 있어서였다.
“뭐야. 사람들이 왜 이렇게 의욕이 없어?!”
화가 나서 혼자 버럭 소리를 지르던 천지연의 머리에 누군가 떠올랐다.
한주미나의 원래 운영진을 몰아내고 팬 카페를 차지한 후 횡령을 일삼았던 무리들.
팬 매니저와 함께 벌인 일이 들통나 호되게 당하고 지금은 잠적해 버린 이들.
‘그렇지. 걔들이 있었지.’
그들이라면 퍼펙트 올킬에 대한 감정이 아직도 안 좋을 거고 퍼펙트 올킬에게 한 방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들끓을 것 같았다.
‘그런데 걔들을 어디에서 찾지?’
천지연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팬 매니저에게 연락을 취했다.
[한주미나 전 운영진 연락처 알려 줄 수 있나요?] [되게 끈질기네.]무시하려면 대꾸도 하지 않으면 될 일이었겠지만 팬 매니저는 그들의 연락처를 알려 주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분풀이를 한 것이고 천지연은 지푸라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며 서둘러 그들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 * *
천지연은 그들을 직접 만날 생각이 없었기에 손미나를 내세웠다.
손미나는 한눈에 보기에도 포스가 장난 아닌 전 운영진을 보면서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생각을 했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해치우자고 조폭을 끌어들인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었는데 화력만큼은 그들이 가장 강하다는 것은 손미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
팬 매니저를 통해 소식을 들은 이들이 먼저 손미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천지연이 멋대로 손미나의 연락처를 남겨 놓은 탓이었다.
손미나는 다시 한번 천지연의 행동에 화가 났지만 일단은 돈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까지만 참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돈만 받으면 천지연과도 손절하고 이 나라를 떠버리든지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히는 중이었다.
한주미나의 전 운영진, 그러니까 횡령을 하다 물의를 일으키고 쫓겨난 2대 운영진은 처음부터 손미나에게 당당히 돈을 요구했다.
“이게 저희가 올린 글이에요. 전부 퍼펙트 올킬에 대한 거고 ‘역주행’을 쓴 사람이 퍼펙트 올킬 멤버라는 제보를 받았다는 내용도 썼어요. 그런데 이거 정말이에요? 이거 거짓말이면 저희 전부 허위 사실 유포죄로 걸려 들어가는 거 아니에요? 횡령한 거도 간신히 기소유예로 나온 거라 이런 거 걸리면 안 되거든요.”
그들은 자기들이 지금 얼마나 큰 위험부담을 지고 있는지 강조하며 손미나에게서 돈을 받아 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손미나에게는 그들에게 줄 돈이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것뿐이에요. 천지연 작가요.”
“……!”
마음대로 자신의 연락처를 줘버린 천지연을 자기만 보호해 줄 이유도 없었다.
손미나에게서 천지연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운영진의 표정이 달라졌다.
“천지연…… 작가님 말하시는 거예요? 와, 대박이다. 그분 돈도 엄청 잘 벌잖아요. 회당 받는 대본료만 해도 어마어마하다고 하던데. 저희한테 연락하신 거 정말 잘하신 거예요. 돈만 좀 주면 이 일을 완전하게 해결할게요. 퍼펙트 올킬 퇴출시키는 건 일도 아니에요. 그동안 우리가 작업해서 매장당한 아이돌이 하나둘이 아니에요.”
그들은 어느덧 자기들이 그동안 저질렀던 일에 대해 입을 털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들은 얘기를 여과 없이 믿거든요, 요즘에는 정말 많은 얘기들이 들려오니까 그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할 시간도 없어요. 그래서 그런지 일단 한번 눈으로 본 건 그냥 믿어 버리고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보이면 그걸 완전히 진실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잘나가는 사람이어도 안 좋은 소문에 몇 번 오르내리면 쉽게 곤두박질치거든요, 주위에서 손해 볼까 봐 먼저 손절해 버리는 바람에요.”
“맞아요. 대형 기획사는 대처가 좀 다르기는 한데 요즘에는 문제 있는 연예인을 싸고돌기만 한다는 비난을 받아서 기획사도 끝까지 지켜 주지는 않아요. 이런 일은 우리가 적임이에요.”
그들은 당장 돈을 받아 내려고 혈안이 된 듯 보였고 손미나는 그들이 하는 말에 흔들렸다.
정말 그들 때문에 그런 건지는 몰라도 그들이 읊은 사람들은 전부 한동안 잘나가다가 추락하고 더 이상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퍼펙트 올킬도 그렇게 된다면, 그리고 천지연이 다시 활동을 할 수만 있게 된다면 이건 금방 회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손미나는 그들에게 돈을 건넸다.
운영진의 얼굴에는 사악한 웃음이 지어졌다.
퍼펙트 올킬을 잘못 건드렸다가 개박살이 난 이후 이렇게 기분이 좋아진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돈이 들더라도 퍼펙트 올킬을 공격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생각이었는데 정보도 주고 돈까지 주면서 퍼펙트 올킬에 대한 루머를 퍼뜨려 달라고 하는 거니 그들로서는 이보다 더 만족스러운 일이 없었다.
퍼펙트 올킬이 역주행을 쓴 거였다니.
그 말을 듣고도 한참 동안 믿지 못하고, 그래도 자기들이 들은 이야기라면서 여기저기 그 내용을 퍼뜨리고 있었는데 그 배후에 천지연 작가가 있다는 사실까지 듣고 나니 자기들이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천지연 작가를 알고 있다는 말을 하면 사람들이 자기들을 어떻게 볼지 궁금하기도 했다.
지금은 이미지가 많이 실추됐지만 한때는 명성이 자자한 사람이었고 퍼펙트 올킬을 제물로 얼마든지 다시 올라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퍼펙트 올킬을 넘어뜨리고 천지연 작가의 재기를 돕는다면 천 작가가 이번 일을 모르는 척 넘어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운영진은 전의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