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94
제94화
94화
이빈은 혹시 자기가 보지 않은 사이에 작가가 작품 후기를 올렸고, 그걸 본 우진이 이빈을 놀려 주려고 그런 말을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멤버들은 이빈이 생각보다 훨씬 더 강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던 이빈이 갑자기 혼자서 탄성을 질렀다.
뭔가 깨달은 것 같기는 한데 제대로 깨달은 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멤버들이 일제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왜? 너 지금 뭐라고 생각했는데?”
제레미가 묻자 이빈이 그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오늘 만우절이죠!”
“만우절이 몇 월 며칠인데?”
“아…… 아닌가?”
기껏 생각해 낸 게 그건가 하며 멤버들은 고개를 저어 댔다.
이만하면 약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불신에 찬 어린양을 구원하소서, 주님.”
재훈의 말에 모두 아멘을 외쳤다.
“정말……이라고요?”
이빈이 묻다가 우희를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우희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 같은 모양이었다.
우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한참 동안 몰랐어요. 오빠들도 나중에야 알았고요.”
“그럼 우진이 형 말이 정말이라고요?”
우희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말해 봐. 그러면 그걸 내가 작품 후기에 쓸게.”
“…….”
이빈은 그때에야말로 정말 놀라는 것 같았다.
부정의 단계를 지나 이제야말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해진 듯했다.
멤버들이 모두 이빈을 걱정하며 불쌍하게 보고 있을 때 이빈이 말했다.
“월드 와이드 핸섬 조이빈요. 조이빈은 영어로 써주세요.”
“그래.”
우진은 어느새 웃음을 지은 채 스마트폰으로 후기를 다시 작성했다.
[월드 와이드 핸섬 JOY BEAN 최고다!]새로 고침을 하면서 확인하던 이빈의 얼굴에 놀라움과 함께 커다란 웃음이 지어졌다.
그러자 이제는 멤버들이 당혹감을 느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저거에 홀랑 넘어가서 웃고 있다고?
그게 기가 막혔던 것이다.
“이빈아, 형들한테 하고 싶은 얘기 없어? 서운하지 않아?”
“이유가 있으니까 그러셨겠죠. 형들이 판단해서 내린 결정일 거고요. 지금이라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런 일이 있는데도 저를 받아 주셔서 더 감사하고요. 그동안 제가 있어서 신경을 많이 쓰셔야 했을 텐데…….”
재훈은 이빈의 의젓한 소리에 괜스레 코끝이 찡해져 왔다.
“우리 막내, 이렇게 의젓하네.”
“거짓말한 게 실망스럽지는 않아?”
민이 묻자 이빈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여론 공작 한 거 천지연 작가라면서요. 우리가 시인했으면 천지연 작가는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생각도 안 하고 우리를 화형시키려고 했을걸요? 그런 사람들이라는 걸 아니까 그러셨겠죠. 저는 형들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 고맙다, 이해해 줘서.”
후련함과 안도감이 담긴 한숨이 계속 나왔다.
이빈은 형들이 그동안 얼마나 고민이 깊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고 그 큰 비밀을 말해 준 게 고마웠다.
그러다 재훈이 우진을 보고 급하게 재촉했다.
“야, 우진아. 작품 후기. 그거 이제 지워야 하지 않냐?”
“어? 아, 맞네.”
그러나 우진이 작품 후기를 지우러 들어갔을 때 거기에는 이미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주 작가님 최애가 쁨콩이라니. 역시 배우신 분!] [우리 작가님 가방끈 지구 열두 바퀴! 쁨콩이 주식 팔아요.]이빈을 최애로 삼고 있는 수많은 한줌들이 댓글란을 점령한 것 같았고 주 작가가 최애에게 애정을 드러낸 걸 신기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빈을 가장 좋아하는 건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는데 공통된 것은 주 작가의 개인적인 취향을 알 수 있어서 좋다는 거였다.
“이미 늦은 것 같다.”
우진의 말에 멤버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그냥 다음에도 종종 이렇게 한 번씩 올려 주세요. 제레미 킹왕짱 같은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잠시도 방심할 틈을 주지 않는 제레미였다.
* * *
TNBC 제작 팀이 퀸스 워크를 찾았다.
얘기가 되었던 프로그램의 촬영을 위해서였는데 원래대로였으면 훨씬 더 일찍 시작해야 했을 것이 퍼펙트 올킬에 대한 루머가 퍼지며 지연되었다.
워낙 퍼펙트 올킬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그들이 캐리해 나가야 하는 프로그램이었기에 TNBC에서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기획사와 퍼펙트 올킬 모두 그 상황을 이해해 주었기에 지금까지 기다렸고, 퍼펙트 올킬이 넉넉히 루머를 이겨 내는 것을 보고 TNBC에서 곧바로 제작 팀을 보냈던 것이다.
PD인 윤소해는 우진보다 두 살이 많았는데 그동안 여러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연출해 오고 국장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었다.
첫 만남 때부터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친근하게 대해 주던 윤소해는 퍼펙트 올킬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었다.
자기는 야심이 있고 퍼펙트 올킬이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퍼펙트 올킬 역시 자기를 잘 이용하기를 바라겠다고 했다.
생각하는 걸 이리저리 꼬거나 돌려 말하는 성격이 아니라 잘못하면 크게 기분이 상할 수도 있겠지만 퍼펙트 올킬과는 잘 맞았다.
퀸스 워크의 관계자들은 드디어 TNBC와의 협업이 시작됐다는 것에 기대감을 보였다.
퀸스 워크가 퍼펙트 올킬을 완전체로서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기로 하며 TNBC에서는 퀸스 워크 소속의 여러 배우들을 TNBC 드라마에 출연시키기로 합의를 본 상태였다.
퍼펙트 올킬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들이 온다는 말을 듣고 나가서 사옥을 안내해 주었다.
“퀸스 워크는 그동안 말로만 들었지 직접 와서 보는 건 처음인데 엄청나네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분위기예요. 밖에서 그림 좀 따도 될까요?”
윤소해 PD가 강하정을 보자마자 물었다.
“물론입니다.”
거침없는 대답에 윤소해의 얼굴이 밝아졌다.
“저희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아실 테고. 혹시 파트너로 생각해 두신 분들은 있을까요?”
윤소해의 말에 재훈과 민은 그렇다고 말했고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감히 잡히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제가 생각하는 분들을 추천해도 될까요? 저는 음악으로 전문적인 사람은 아니고 예능 쪽 연출을 하는 사람이라 퍼포먼스와 화제성 측면에서 드리는 말씀이기는 한데요.”
윤소해는 말을 하면서도 퀸스 워크의 내부를 둘러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 장소를 촬영하면 좋을지, 어디에서 그림이 그럴듯하게 나올지 생각하는 듯했다.
남은 사람은 이빈과 제레미, 그리고 우진이었는데 이빈과 제레미에게 윤소해는 몇 사람을 추천해 주었다.
우진에게는 아예 말도 하지 않았는데 우선 두 사람을 먼저 처리한 다음에 말을 하려고 하는 건가 하며 우진은 조용히 기다렸다.
윤소해가 추천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듣고 멤버들은 그녀의 감각이 상당히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멤버들의 음악적인 특색도 살리고 퍼포먼스적인 측면도 충분히 고려해서 추려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별로인가요?”
“네. 저는 좀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레미가 단호하게 말하자 이빈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역시 마찬가지라고 살포시 따라갔다.
“아……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그렇군요. 어쩔 수 없죠. 참, 프로그램 이름은 가칭 ‘퍼펙트 하모니’예요.”
퍼펙트 올킬의 퍼펙트 하모니.
이름을 기억하기는 편할 것 같았다.
“좋네요.”
영혼 없는 반응을 보면서 윤소해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연습실과 녹음실을 볼 수 있을까요? 가끔은 퍼펙트 올킬의 모든 멤버들이 함께 모여야 하니까 넓은 장소도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본부장님.”
“그럼요. 가시죠.”
멤버들은 제작진과 함께 이동했고 우진은 혹시 윤소해가 자기는 잊어버렸나 해서 조용히 물어보았다.
“PD님, 혹시 저는…….”
“아아. 우진 씨는 걱정 안 해도 돼요. 지원자가 있거든요.”
“지원자요? 지원을 받으셨어요?”
“아뇨. 그런데 지원을 한 사람이 있어요.”
지원을 했다고 해도 이쪽에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확정했을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우진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군데요?”
“그건 나중에 알려 드릴게요.”
“네??”
이쪽에서는 거절할 권리도 없다는 건가 하며 멤버들 모두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강하정은 놀란 표정이 아닌 걸 보니 그녀는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본부장님이 컨펌해 주셨어요. 그분이라면 괜찮다고요. 그러니까 한번 믿고 가보시죠. 우진 씨도 특별히 같이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렇기는 하지만…….”
“그러면 믿어 봐요.”
윤소해라면 몰라도 강하정의 안목이라면 얼마든지 믿을 수 있었기에 우진은 일단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누구지? 본부장님, 저한테만 살짝 말씀해 주시면 안 돼요?”
재훈이 물었지만 강하정은 가볍게 비웃어 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면 힌트만 주세요. 혹시 저희가 직접 만난 적 있는 사람이에요?”
“그건 맞지만 그게 힌트가 될까요? 지금까지 퍼펙트 올킬이 만나고 다닌 사람들이 엄청 많지 않아요?”
윤소해의 말을 듣고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게다가 요즘에는 세 팀으로 나누어 왕성한 방송 활동을 했으니 그들이 만나고 다닌 사람들은 정말 많았을 것이다.
“정말 누구지? 그 사람이 누군지는 언제 알 수 있어요? 여기로 오기로 돼 있어요?”
나중에는 오히려 다른 멤버들이 더 궁금해하며 애달아 했다.
그러자 윤소해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스태프들을 바라보았다.
“이 장면도 재미있는데 써먹을 수 있을까요?”
“그러게요. 지금부터 촬영할까요?”
그들은 금방 죽이 맞아서 말했지만 강하정이 나섰다.
“그런데 왜 우진이만 파트너가 먼저 정해졌는지, 그리고 우진이 파트너는 왜 제작진이 정해 준 건지 논란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 가수가 먼저 지원을 했다는 걸 밝힐 건가요?”
“그러면 우진 씨가 선택한 걸로 하는 게 낫겠네요.”
윤소해가 말했지만 우진은 그게 내키지 않았다.
최근에 리얼리티를 표방한 프로그램이 조작되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일이 있었는데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타협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아무렇지 않게 조작 방송을 하게 될 것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특히나 자기가 ‘역주행’의 작가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시청자들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우진은 그 외에 또 다른 거짓말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저는 시청자들이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시청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은 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고요.”
우진의 말에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윤소해의 표정을 힐끔 살폈다.
기분 나빠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윤소해는 잠시 그에 대해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그냥 출연진과 제작진이 조용히 입을 다물기만 하면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우진이 그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었을 터였다.
잠시 말이 없이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실제로 흐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훨씬 길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