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95
제95화
95화
“그냥 가자고 하면 어쩌실 건가요, 우진 씨?”
윤소해가 묻자 우진이 웃었다.
“그러면 다행이라고 하겠죠. 서로 시간 낭비를 오래 하지 않고 일찍 안 것에 대해서요.”
“그게 무슨 뜻이죠?”
“그러면 이 방송은 할 수가 없다는 뜻이죠. 작은 부분에서 원칙을 어기고 그걸 계속 덮은 채로 가다 보면 나중에는 어디에서 문제가 터질지 몰라요. 그리고 그때는 봉합이 불가능할 수도 있죠. 저는 믿을 수 없는 사람하고는 같이 일하지 않습니다. 예측이 불가능한 사람하고도 그렇고요.”
“이건 그냥 사소한 문제예요.”
“예.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시청자를 속이자고 하는 사람을 믿을 수는 없습니다. 함께 갈 수도 없고요.”
윤소해는 잠시 더 생각하는 것 같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도 잘됐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퍼펙트 올킬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있어서요.”
그 말이 무슨 의미인가 하며 퍼펙트 올킬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들로서는 여기에서 일이 중단된다고 해도 크게 아쉬울 것은 없었다.
윤소해도 퍼펙트 올킬의 얼굴에서 그런 감정을 감지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하죠. 앞으로 ‘퍼펙트 하모니’의 촬영 과정에서 시청자들을 속이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얘기하죠. 연리지 씨예요. 우진 씨랑 듀엣을 해보고 싶다고 한 사람요.”
그 이름을 들으면 퍼펙트 올킬도 이 프로그램에 조금은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겠냐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건 제대로 먹혔다.
“연…… 연리지 선배님이요? 연리지 선배님이 우진이랑요? 도대체 왜요?”
재훈이 기함을 하며 물었다.
“아니, 혹시 저랑 같이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게 너무 부끄러워서 그러신 건 아닐까요? 저는 괜찮은데. 정말 괜찮은데. 아니, PD님. 가창력으로 보나 춤으로 보나 제가 낫잖아요. 아닌가요?”
“네. 아니네요.”
윤소해가 웃으면서 칼같이 자르고 걸음을 옮겼다.
“와, 대박. 진짜 대박! 연리지 선배님이라니. 연리지 선배님이랑 듀엣이라니. 이건 뭐, 할 것도 없겠네요. 그러면 저희는 누구랑 팀이 되건 질 텐데.”
민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하자 윤소해가 그를 보았다.
“그 말, 민 씨의 파트너가 될 분에게 너무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요?”
“네? 아니…… 정말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아니지. 솔직히 그건 맞는 말이잖아요. 연리지 선배님이 신곡 발표한다고 하면 다들 컴백 시기를 다 조정하는 마당인데……. 이건 게임이 안 돼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핸디캡을 줄게요. 만약에 끝까지 그렇게 요청하신다면요.”
그것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실력만으로 승부하면 이길 수 없으니 핸디캡을 달라고 한다는 건 본인뿐 아니라 파트너의 능력도 같이 무시하는 게 될 거였다.
“일단은…… 생각을 해볼게요.”
멤버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우진도 마찬가지였다.
연리지가 왜 자기와 듀엣을 하겠다고 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우진은 이 프로그램의 제의를 받은 후 목소리의 조화를 생각하며 많은 사람들을 떠올렸었다.
연리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기는 했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와 자신의 음색은 잘 안 맞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것도 아주 쉽게.
퍼펙트 올킬 멤버들과 그 얘기를 하기도 했었다.
멤버들은 가만히 생각을 하더니 모두 고개를 저었었다.
두 사람의 색이 극단적으로 달라서 조화를 이루기가 어려울 거라는 평이었다.
우진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데 연리지는 다르게 생각했다는 건가 해서 이상했다.
게다가 강하정까지 컨펌을 했다니?
“그런데 본부장님은 저희 목소리가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세요?”
우진이 궁금증을 못 참겠다는 듯이 묻자 강하정이 간단히 대답했다.
“아니?”
“그런데 왜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울지 벌써부터 상상이 되지 않아?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온갖 문제가 다 나올걸? 볼거리는 충분히 확보될 거라는 거지.”
“……네?”
우승 후보로 모아 놓은 조합인 줄 알았더니 우진의 착각이었던 모양이었다.
“혹시…… 연리지 선배님도 그런 생각으로 제 파트너로 출연하고 싶다고 하신 거예요?”
“응.”
정말로 그런 대답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우진은 제대로 상처를 받았다.
그러자 그때까지 좌절 모드였던 멤버들의 얼굴이 갑자기 촉촉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우리 선배님이 도전 정신이 있구나. 역시 멋진 분이시네.”
재훈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이 웃었고 우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PD님, 이 프로 벌써부터 재미있네요. 저는 이거 엄청 잘될 것 같아요.”
민도 깐족거리며 웃어 댔고 이빈과 제레미도 흥미진진해하는 얼굴이었다.
“아…… 이럴 게 아니구나. 혹시 저희도 선택이 늦어지면 PD님이 이런 식으로 어렵게 파트너를 정해 버릴 수 있는 거예요?”
갑자기 생각난 듯 제레미가 묻자 PD가 그거 재미있겠다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닥쳐, 렘아. PD님한테 자꾸 그런 걸 생각하게 만들지 말란 말이야!”
그러나 PD는 이미 그 말을 들어 버렸고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그거 좋네요. 빨리 결정을 못 하면 우리가 정해 놓은 사람 중에 고르게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랜덤으로 걸리게.”
“아니, PD님. 이거 웃기려고 만드는 거 아니잖아요.”
“웃길 수 있으면 웃기는 것도 좋죠.”
윤소해는 뽑을 게 생각보다 많겠다고 생각하며 어느덧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 *
우진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연리지를 보고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무슨 이유로 자기와 듀엣을 하고 싶다고 했는지 들은 후라서 속으로 한숨만 나왔다.
우진은 어려운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는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일을 굳이 어렵게 만드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러니 안 해도 되는 미션을 갑자기 얻은 것 같은 이 상황이 달갑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연리지는 신이 난 얼굴을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기 정말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네요. 저희 대표님한테도 말해서 우리 회사에도 이런 곳을 만들자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선배님, 그런데 우리가 꼭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솔직히 말해서 음색이…….”
“저는 오히려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왜요?”
“한 곡 내에서 우진 씨와 제 목소리를 같이 들을 수 있으면 좋아할 수도 있어요.”
“…….”
“우선 한번 해볼까요?”
아직은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았다.
첫 만남의 생생한 순간부터 담으면 좋지 않겠냐는 PD의 말에 우진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우진은 연리지와 작업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그럴 경우 다른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자기도 새로 파트너를 구할 거라고 마음먹고 있었다.
“우진 씨, 피아노 칠 줄 아세요?”
“못 칩니다. 그러니까…… 잘은 못 쳐요.”
“그러면 제가 칠게요. 좋아하는 노래 있으세요? 우진 씨가 먼저 하면 제가 맞춰 볼게요.”
우진은 별수 없다고 생각하고 피아노 곁으로 다가가서 말했다.
“뱀파이어 포레스트요.”
“우와. 그 곡 좋아하세요? 저도 완전 좋아하는데. 그 곡 아는 사람 그렇게 많지 않은데 던 모이스트 팬이에요?”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그렇게 급격하게 상승할 수도 있는 거구나 하는 것을 우진은 신기하게 생각했다.
“선배님도요?”
“선배님은 무슨 선배님이에요. 던 모이스트의 팬끼리.”
“네?”
“우리 나이 같죠?”
“네…….”
“그럼 말 놓죠.”
이건 무슨 전개일까.
우진은 정말 그래도 되는 건지,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인지 잠시 생각했다.
그러나 우진이 말을 하기도 전에 연리지가 말했다.
“던은 어쩌다 좋아하게 됐어? 언제부터 알았어? 초창기 때부터?”
‘저기요.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단 말입니다!’
우진이 연리지를 보았지만 연리지는 던 모이스트에 대한 얘기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손가락은 이미 건반 위를 누비며 던 모이스트의 곡들을 연주하고 있었다.
“나는 이 곡 정말 좋아하거든. 처음에 이 곡 들었을 때 울었어. 새벽이었는데 정말 우연히 이 곡을 발견했어.”
우진은 말을 놓는 것에 대해서 잠깐 얘기를 더 해보자고 하려고 했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곡이 연주되는 바람에 순식간에 전의를 잃었다.
피아노를 그렇게 잘 연주하는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온갖 악기를 다 다루는 하석도 피아노를 그렇게까지 다루지는 못했다.
“이 곡도 알아?”
그녀는 어느새 다른 곡을 연주하고 있었고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연달아 여러 곡이 연주되었는데 그중에는 우진이 모르는 곡도 있었다.
“이것도 모이스트 곡이라고?”
“모이스트 곡은 아니고. 이건 모이스트의 소속사에서 발매된 게 아니라 그 전에 다른 곳에서 가이드 보컬로 녹음한 거거든. 모이스트가 유명해지니까 그 회사에서 무단으로 발매를 해버렸는데 그러다가 모이스트 소속사에 철퇴를 맞았지. 앨범은 회수됐고. 그런데 그사이에 팔린 게 있었어.”
우진의 눈이 빛났다.
던 모이스트를 정말 좋아했고 그가 부른 노래는 모두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가이드 보컬로 부른 노래가 있었다는 건 알지도 못했다.
“나는 전혀 몰랐는데.”
“두 회사 모두 그 일이 알려지는 게 그렇게 좋지는 않았을 거라 관련 기사를 삭제했고 아는 사람만 알고 음반은 완전히 묻혔지. 던 모이스트도 그걸 안 좋아했고. 다듬어지지 않았을 때의 목소리라 마음에 안 들었나 본데 나는 풋풋한 느낌이 남아 있어서 좋더라고.”
이미 우진은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
“그 음반을 갖고 있다는 거지?”
“우리 집에 있지.”
“혹시…… 빌려줄 수도 있고?”
“아니. 나는 음반은 절대 안 빌려줘. 차라리 사서 선물을 하면 했지 빌려주진 않아. 내가 듣는 음반은 특히나 더. 그렇게 해서 못 받은 게 너무 많아서. 그런데 이건 다시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안 돼.”
“…….”
차우진은 원래 다른 사람에게 거절당한 후에 구차하게 계속 매달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건…….
경우가 달랐다.
너무 달랐다.
던 모이스트의 음반이라니.
그것도 다듬어지지 않은 풋풋한 목소리라니…….
“그…… 저기…… 어. 그러면 내가…….”
“멤버들이랑 다 같이 내가 집에 초대해 줄까?”
“연리지, 너 진짜 최고다!”
우진은 그 순간 완전히 마음을 열었다.
“우리 멤버들한테 말하고 올까? 오늘 저녁에 초대받았다고?”
“오늘 저녁?”
연리지는 우진의 추진력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게 뭐가 중요할까.
그렇게 차차 알아 가면 되는 것을.
우진이 멤버들이 있는 단체 톡방에 그 내용을 올리자 모두 농담이라고 생각한 듯 알았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누구는 슈트를 입고 가겠다고 하고 누구는 우의를 입고 가겠다고 했지만 우진은 일단 연리지와 하던 얘기를 계속했다.
일단 공통된 관심사를 찾고 나자 두 사람 사이에서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이 부분 정말 좋지?”
“나는 후렴구 뒷부분이 더 좋던데.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을 절제하는 느낌이.”
“그렇지. 나도 이런 식으로 흘러가서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은 아쉽기도 했고. 나라면 이렇게 갔을 텐데.”
연리지는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불렀고 원래 던 모이스트가 불렀던 방식과 다르게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