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96
제96화
96화
우진은 리듬을 타며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 순간에는 미션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생각이어서 그런 건지 부담도 되지 않았다.
“이 노래도 알아?”
우진은 반주 없이 노래를 시작했고 연리지는 첫 소절이 나오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반주를 시작하더니 목소리로 기가 막힌 화음을 넣어 주었다.
한 곡이 끝나면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할 필요 없이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노래를 했고 다른 사람이 노래를 따라 했다.
두 사람의 음색이나 미션에 대해 생각한 것은 조금 지난 후였다.
“다른 가수는 누구 좋아해?”
우진이 묻자 연리지는 자기가 처음에 좋아했던 가수부터 해서 순차적으로 얘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말을 하자 어떤 식으로 취향이 변해 왔는지 알 것 같았다.
우진은 연리지가 좋아하는 가수 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신기하게 생각했다.
앨범에서 가장 좋았다는 노래도 많이 겹쳤다.
연리지도 우진과 통하는 게 많다고 생각한 듯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있었다.
“이 곡, 마지막까지 앨범에 넣고 싶었는데 막판에 뺀 건데 한번 들어봐 줄 수 있어?”
“해봐.”
우진이 말하자마자 연리지의 손가락이 건반 위를 움직였다.
가늘고 부드러운 손가락이었다.
그 손가락으로 하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곡조를 채워 나가고 있었다.
노래는 하지 않은 채 피아노 선율만 들려주는데 우진은 벽에 등을 기댄 채 음악에 흠뻑 취해 갔다.
곳곳에 완성되지 않은 흔적이 남아 있는 것 같았지만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노래를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데?”
그보다는 더 구체적으로 말해 주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은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보다 여운을 느끼고 싶은 욕심이 더 컸다.
우진은 기타를 들고 연주를 시작했다.
기타 솜씨가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저절로 귀 기울이게 하는 묘한 재주가 있었다.
우진은 좀 전에 들었던 피아노 선율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가 연주를 시작했고 연리지는 거기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그동안 들어 왔던 창법과는 조금 다르게 의도적으로 비음이 섞여 들었다.
왠지 모르게 자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슬쩍슬쩍 우진의 눈치를 보기도 했다.
우진은 그 곡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연리지가 직접 만든 곡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게 아니면 그렇게 긴장할 이유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때의 연리지의 모습은 꼭 자기가 쓴 원고를 사람들에게 보여 줄 때의 제 모습 같아서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이거 정말 좋다.”
우진은 단순한 말이어도 자신이 느낀 것을 계속 말해 주었다.
경험상, 자신감이 부족할 때 듣게 되는 그런 말이 앞으로 한 걸음 크게 뗄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괜찮은 것 같아?”
“응. 이 곡이 빠져서 아까운데? 나는 정말 좋아.”
“정말로?”
연리지의 말에 우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연주를 계속해 나갔다.
멜로디는 중독성이 부족하고 트렌드와는 약간 거리가 있었지만 애정이 갔다.
세련된 느낌은 아니지만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여기에 이펙트 넣고 프로듀싱을 잘하면 정말 좋은 게 나올 것 같은데. 이 노래 불러 보고 싶어.”
“정말이야?”
연리지의 눈이 빛났다.
“내가 만들었거든. 그런데 자신이 없기도 했고 도중에 방향을 잃어서 그냥 넣어 둔 거야. 다른 사람들도 괜찮다고 해줬는데 내가 불쌍해서 그렇게 말한 것 같기도 하고 나한테 확신이 없었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또 아닌가 보다고 생각하고 넣어 두려고 하면 자꾸 생각이 나고. 사실은 그래서 너하고 이 프로 같이해 보고 싶다고 했어.”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있는 도전이 될 것 같았다.
연리지는 이미 정상에서 확고하게 자신만의 위치를 가지고 있었고 사람들은 연리지에게서 기대하는 음악이 있었다.
앞으로도 연리지가 그 스타일을 고수하며 계속 음원을 발매하면 성공은 보장될 터였다.
그러나 연리지는 변화를 주고 싶은 듯했고 새로운 것을 보여 주었을 때 대중이 어떻게 반응을 보일지 걱정이 된 것 같았다.
연리지의 팀이 보인 반응이 무엇이었을지도 이해가 됐다.
그들은 그녀가 굳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스타일대로 계속하면 성공이 보장될 텐데 왜 그래야 한다는 건지 알 수 없었을 거였다.
“해보자. 이거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잘 안 돼도 되잖아. 한 번 정도는 실패해도 되고. 이번에 잘 안 된다고 발 앞이 바로 낭떠러지인 것도 아니고.”
우진이 말하며 기타를 연주하자 연리지도 훨씬 편해진 모습을 했다.
그리고 우진의 기타 연주에 맞춰 목소리를 실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루브를 탔고 파트를 나누었다.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하다 보니 그러고 있었다.
끝나는 게 아쉬워서 은근슬쩍 안 끝난 것처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게 몇 번인지 몰랐다.
한 사람이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은 신나서 금방 또 따라왔다.
두 사람이 같이 노래를 부른다는 건 색다른 느낌이라는 것을 둘 모두 느꼈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도 어색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그저 즐거웠다.
“여기서 키를 올려 보자, 리지야.”
“여기 고음으로 올라가는 부분을 네가 여자 키로 그대로 받아서 이어 보면 어때?”
“그건 무리지.”
“한번 해보자. 가성도 듣기 좋던데.”
우진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어렵지 않을까 하면서 연리지의 노래를 들었다.
그것만 해도 상당히 높았는데 여자 키로 클라이맥스를 맡으라니.
무조건 음 이탈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가성을 내자 제법 들어 줄 만했다.
연리지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키 더 올려 볼까?”
“아니.”
우진은 더 이상 말도 못 꺼내게 하고 그 부분을 몇 번 더 반복하며 연습했다.
상당히 좋아서 크게 바꾸지 않고 이대로 이펙트만 넣으면 그럴듯한 곡이 완성될 것 같았다.
저절로는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끝난 것은 우진이 먼저 시계를 봐서였다.
“아! 집으로 갈까?”
그것은 던 모이스트의 노래를 듣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고 연리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야기가 나오기만 하면 두 사람은 머뭇거리거나 늦추는 법이 없었다.
“이렇게 얘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정말 신기할 정도야.”
우진의 말을 들으며 연리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내성적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 나 정말 말수도 적고 사람들이랑 잘 사귀지도 못하는 성격이거든.”
연리지의 말에 우진도 정말 그랬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계속 떠들어 대면서 밖으로 나가자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희한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퀸스 워크의 임직원들은 우진의 성격이 어떤지 대충 알고 있었다.
사회성 있는 사람의 모습을 연기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절대로 정말 사회성이 있는 건 아닌데 지금은 연리지와 정말 잘 어울려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에는, 갓 부화한 병아리를 보는 것 같은 신통함이 담겨 있었다.
“멤버들도 같이 가기로 한 거지?”
연리지의 말에 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훈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재훈아, 어디냐?”
-연습실. 왜?
“왜는? 가자. 준비됐지?”
-뭘?
“뭐냐니? 내가 아까 톡방에 보냈잖아.”
-그러니까 어떤 걸?
“얘가 왜 이래? 리지 집에 가기로 했잖아.”
-그게…… 정말이라고?
재훈은 뒤늦게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내가 장난하는 줄 알았던 거야?”
-당연하지. 연리지 선배가 집에 사람을 초대해? 잠깐. 너 지금 리지라고 불렀냐?
우진은 무슨 일인지 뒤늦게 알아차렸다.
“맞으니까 지금 빨리 와. 우리 가고 있단 말이야.”
-우진아, 기다려. 잠깐만 기다려. 세상에. 미쳤다, 미쳤어. 연리지 선배 집이라니.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고 갑자기 전화가 뚝 끊겼다.
우진은 연리지를 보고 허허 웃었다.
연리지는 그사이에 말하고 싶은 걸 참느라 힘들었던 것처럼 다시 이야기를 쏟아 냈다.
“그래? 그 가수 곡 좋아? 그 가수 곡은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들어 볼 기회는 있었는데 선뜻 손이 안 가서.”
“가서 같이 들어 보자.”
연리지는 갑자기 장비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 데 제약을 받고 싶지는 않아서 음향 설비는 최고급으로 바꿨다고 하는데 말을 듣기만 해도 벌써 기대가 됐다.
“거기에서 나흘 동안 안 나오고 작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매니저가 울면서 문을 두드리더라고. 보니까 핸드폰은 방전이 돼 있고.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나 봐.”
“아…… 그럴 수도 있겠다.”
멤버들이 같이 지내는 퍼펙트 올킬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생각이 들어서 말을 했더니 연리지 역시 우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하다. 나도 객원 멤버로 한번 참여하게 해줘. 내 목소리 나름대로 퍼펙트 올킬에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리지 네가?”
“나, 목소리 잘 맞춰 줄 수 있어. 여러 목소리 낼 수 있고. 재훈 씨하고도 잘 맞을걸?”
우진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연리지는 점점 확신에 차고 있었다.
“아니다. 너한테 말한 게 잘못인 것 같아. 퍼펙트 올킬의 다른 멤버들한테 말했으면 바로 허락받을 수 있었을 텐데 처음에 너무 어려운 상대한테 말했어. 재훈 씨한테 말해 봐야지. 퍼펙트 올킬은 다섯 명이니까 너를 빼고 내가 들어가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봐야겠어.”
“퍼펙트 올킬은 보이 그룹이거든? 보이 그룹이 뭔지는 알지?”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티격태격할 정도로 두 사람은 진지해졌다.
연리지는 퍼펙트 올킬의 객원이 되는 것에 진심인 듯했다.
우진도 그걸 알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하겠다는 말은 아니고 그냥 생각하고 한 말은 아닌가 보구나 한 정도였다.
그런 두 사람의 앞에 드디어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재훈에게 얘기를 듣기는 한 것 같았는데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우진과 연리지의 분위기를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함께 온 우희 역시 만만치 않게 놀란 얼굴이었다.
“어떻게 할까? 식사는 밖에서 하고 들어가는 게 좋겠지?”
우진이 말하자 연리지가 집에서 먹는 게 시간이 절약되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러면 음악을 들으면서 먹을 수도 있으니까.”
그 말에 우진의 고민은 바로 끝이 났다.
던 모이스트의 미발표곡을 듣게 된다.
원래는 발표되었지만 회수돼서 자기는 들을 수 없었던 곡을.
그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데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었다.
멤버들은 연리지가 아주 효과적으로 우진을 움직이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신기하게 생각했다.
우진이 뭔가에 그렇게 홀린 것 같은 모습을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다.
그런 몽환적인 눈을 하고 있을 때 우진에게서 어떤 것들이 나오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