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97
제97화
97화
퍼펙트 올킬과 연리지의 밴이 각자 연리지의 집으로 향했다.
그날은 촬영 팀이 따라붙지 않았다.
우선은 가수들이 서로 친해지는 게 좋겠다는 우진의 말을 받아들여 준 탓이었다.
일단 우진과 연리지의 케미가 좋다는 것은 확인이 되어 주위에서는 마음을 놓는 분위기였다.
가장 먼저 팀이 확정된 두 사람이 서로 잘 맞는 것 같아서였다.
연리지의 집은 집이라기보다 전체적으로 작업실의 분위기가 더 강했고 보안이 철저하기로 소문이 난 곳이었다.
한마디로 설명을 하자면 보안이 잘되는 곳에 있는 작업실에 잠 잘 자리만 하나 궁색하게 마련해 둔 것 같았다.
좁은 장소가 아니었는데 집 안을 전체적으로 작업에 맞춰서 꾸미다 보니 개인 공간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연리지가 자신의 장비에 자부심을 갖는 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퍼펙트 올킬은 집에 들어가자마자 각자 관심 가는 장비를 향해 다가가서 혼을 빼놓고 구경했다.
“와아! 이걸 사버리셨네요? 이거 우리 녹음실에 있는 건데. 개인이 갖추기에는 엄청 비쌀 것 같던데. 누나, 이거 되게 비싸죠?”
민은 어느새 연리지를 누나라고 부르고 있었다.
우진이 연리지와 말을 놓고 나니 자기들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정리를 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연리지는 우진을 제외한 다른 퍼펙트 올킬 멤버들에게는 말을 놓는 게 어려워 조심스러워하고 있었는데 민이 먼저 누나라고 부르며 서글서글하게 다가가자 얼마 후에는 퍼펙트 올킬의 모든 멤버들에게 말을 놓고 있었다.
“대박이다. 이거, 말로만 들었는데. 내가 보기에 이 안에 있는 장비만 해도 2억이 넘어갈 것 같은데. 맞지, 리지야?”
“그렇지. 3억이 넘어. 처음에 뭘 잘 모르고 사서 겹치는 기능이 있는데도 몽땅 사버렸어. 지금 샀다면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그냥 다 갖추고 싶어서.”
연리지는 지식의 보고 같았다.
특히나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많이 알고 있어서 어느새 연리지의 주위에는 멤버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이거 좀 만져 봐도 되나 하는 표정을 지은 채 멤버들이 장비 앞에 서 있으면 연리지는 사용해 보라며 적극 권장했다.
그러면 멤버들은 조심스럽게 기계를 다뤄 보았고 연리지는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 주었다.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고. 나는 처음에 거의 다 혼자 배웠거든. 사람들한테 물어보는 것도 좀 창피했고 내가 이걸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나면 너무 많이 기대를 하면서 이것저것 시킬 것 같아서.”
연리지의 말에 퍼펙트 올킬이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연리지는 오래전부터 만능돌이라는 이름으로 활약을 해오고 있었다.
잠깐 동안 연리지를 겪고 깨달은 바에 의하면 그건 연리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속사의 마음대로 만들어진 콘셉트일 가능성이 컸다.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는데 나는 퍼펙트 올킬이 나와서 정말 좋았어. 퍼펙트 올킬이 음원을 발매하면 금방 정상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걸 알았거든. 음원을 발표하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1위를 하는 거. 그게 나에 대한 이미지잖아? 그거 정말 부담스러웠거든.”
연리지는 조곤조곤 말을 했고 퍼펙트 올킬은 그녀가 농담을 하는 건지 진담을 하는 건지 헷갈려서 잠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농담 같지는 않았다.
너무 오래 굳건한 아성을 지켜 오는 것이 힘들고 외롭고 부담스러워서 새롭게 나타난 강자인 퍼펙트 올킬이 좋았다는 것 같았는데 그건 일반인으로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 감정이었다.
일반인이라면 별들이 모인 곳에서 별들의 별이 되어 1위를 하는 것도 어렵기는 하겠지만 그게 힘들어서 새로운 강자의 존재에 기뻐했다는 것이 영…….
“그럴 수도 있지. 고생했네. 앞으로는 그런 걱정은 하지 마. 그 자리는 우리가 맡아 줄게.”
우진이 말하자 다른 멤버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화법이 굉장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건, 덤비라고 말하면서 도전적으로 하는 말 같아서였다.
연리지는 생각하는 방식이 조금 다른 것 같았는데 우진은 그것을 잘 맞춰 주었다.
위화감이 들지도 않고 연리지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지 이해하는 게 조금도 어렵지 않은 듯했다.
우진은 연리지에게 던 모이스트의 노래를 들려 달라고 했고 연리지는 그들을 그곳까지 데려온 이유가 그거였으면서도 그걸 그때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사실에 혼자 웃음을 터뜨리며 음반을 찾아냈다.
곧 던 모이스트의 노래가 실내에 가득 울려 퍼졌다.
그의 노래는 아니고 가이드 보컬로 부른 것뿐이라서 분위기는 그의 다른 노래들과 상당히 달랐다.
다른 건 다 떠나서 순전히 그의 초기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의미로 듣는 거였는데 우진은 그 노래를 들으면서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천재인 줄 알았던 사람이 사실은 노력파였고 그에게도 천재와 같은 모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 좋아서였다.
한 번 들었으면 됐고 두 번, 세 번 들을 정도로 의미가 깊지는 않았다.
다른 멤버들은 일찌감치 거기에서 관심을 끊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모험하는 소년들처럼 흥미를 보였다.
그곳은 보물섬 같았고 희귀한 것들이 정말 많았다.
조금 후에 그들 각자는 여기저기에 앉아서 자기들이 찾아낸 음반을 듣고 있었다.
그게 개인의 집 안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나중에 나도 이런 작업실을 하나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재훈이 말하자 연리지가 그때는 자기한테 미리 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정리할 게 있는데 나한테서 사.”
그 말에 멤버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의외로 알뜰한 모습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것도 그건데 일단 내가 있으면 겹치는 걸 쓸데없이 같이 사는 건 피할 수 있을 거야. 그거 정말 엄청 중요한 팁이거든. 아는 사람만 알아. 그것만 제대로 알았어도 몇천만 원은 아낄 수 있을 거야.”
“리지를 알아 놔서 돈을 번 거네.”
재훈이 말하자 다른 멤버들도 그녀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자기들이 언젠가 이르고 싶은 곳에 먼저 도달한 사람.
연리지는 그들에게 그런 존재였고 그녀는 퍼펙트 올킬에게 다른 사람들이 해주기 어려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오르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일단 그 자리에 올라가고 나면 거기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에 몸부림을 치기도 했다.
연리지는 퍼펙트 올킬이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대해 말을 해주면서 그때 준비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자리는 종착역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곳이라는 걸 미리 생각하고 있으면 조금은 대응이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중학교를 졸업하고 자기가 원하던 고등학교에 입학한 거나 마찬가지지. 이제 새로운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고등학교 생활을 준비해 나가면 돼.”
그 말은 이제 퍼펙트 올킬을 달성하고 사람들의 환호에 신이 나고 흥분한 멤버들의 힘을 쏙 빠지게 만들었다.
앞길이 까마득할 거라는 말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이야, 다른 사람은 이런 말 절대 못 해줄 텐데. 고맙다, 리지야. 오늘 여기에 온 거 정말 잘한 것 같아.”
“정말이에요, 누나. 누나가 아니면 이런 건 생각을 못 했을 거예요. 1위라는 사실에 도취해서 힘만 주고 다니다가 시간을 허비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제레미가 말했지만 연리지는 퍼펙트 올킬이 그럴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모습만 봐도 그건 쉽게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퍼펙트 올킬과 같은 상황에서 이러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리지는 오랫동안 왕좌를 지켜 오면서 수시로 그 왕좌를 차지하는 사람들을 봐왔었다.
대개는 그녀가 그 자리를 비워 줘서 가능한 일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 자리에서 스스로에게 도취되어 시간을 낭비하거나 자멸하거나 추락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봐왔었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그들의 목표에는 오직 왕좌만이 있었을 뿐 정작 왕좌에 앉아서 뭘 해야 할지 모르고 거기에서 길을 잃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룹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적이 많았는데 한편으로는 혼자라서 좋다고 생각한 때가 더 많았거든. 혼자면 나만 책임지면 되니까. 남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내 운명이 좌우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퍼펙트 올킬을 보면서는 정말 많이 부러워지는 것 같아. 서로가 견고하게 서로를 지탱해 주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다음 작업 때는 꼭 객원 보컬로 나를 불러 줘.”
연리지의 꿈은 점점 구체화되는 것 같았다.
멤버들은 영광이라며 모두 찬성했다.
우진만 똑바로 말을 하지 않고 그냥 피식 웃을 뿐이었다.
자기가 결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멤버들에게 미뤄 둔 것일 뿐 멤버들이 이렇게 좋아한다면 우진 역시 좋았다.
연리지의 목소리라면 퍼펙트 올킬에 위화감 없이 얹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식사는 따로 정해지지 않았고 각자 먹을 것을 가져다 놓고 간식을 먹는 것처럼 허기만 지워 가면서 계속해서 장비와 음악에 몰입했다.
퍼펙트 올킬 멤버들만 있는 게 아니고 이질적인 존재가 하나 더 끼어 있는 건데도 그들은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
마치 퀸스 워크의 멘토들을 처음 만난 것처럼 멤버들은 마음껏 자신들의 의문과 호기심을 채워 나갔다.
그때 물을 수 있던 것과 지금 물을 수 있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났고 그사이에 자기들이 얼마나 많이 성장한 건지, 자기들이 던지는 질문을 통해서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다.
놀라는 것은 퍼펙트 올킬만이 아니었다.
연리지도 자기가 누군가와 이렇게 허물없이 편안하게 얘기를 나눠 본 게 얼마 만인가 하면서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몇십 년은 알고 지낸 사람들 같아.”
연리지가 말하자 퍼펙트 올킬도 정말 그렇다고 말했다.
“저희가 다른 사람들이랑 잘 지내는 편은 아니거든요.”
민이 말하자 연리지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잘 알지. 퍼펙트 올킬이 검색어에 오를 때 좋은 일로만 오른 건 아니잖아. 다른 사람들은 오해를 피하려고 과하게 허리를 숙이기도 하는데 퍼펙트 올킬은…….”
연리지는 말을 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것도 없는 것 같다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꼭 그런 건 아니라서였다.
“우리 정말 예의 바르게 잘하거든. 그런데 문제는 언제든지 생기는 것 같아. 우리가 잘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건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래. 문제가 우리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막 생겨. 저절로.”
재훈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손으로는, 연기가 밑에서 피어오르는 것 같은 제스처를 했다.
그러자 연리지가 정말 이해된다는 듯이 웃어 댔다.
“우리를 찍으려고 하는 수많은 대포 카메라들. 그걸 보면 무섭지 않아?”
“무섭기까지 한 건 아닌데 그냥 좀 억울하지. 본의와 다른 이야기들이 퍼져 나갈 때.”
우진이 말했고 연리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게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게 신기해서였다.
그녀의 소속사 사람들은 연리지를 완벽하게 케어해 줬지만 그들은 가수의 입장과 달랐다.
아무리 열심히 연리지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퍼펙트 올킬은 달랐고 연리지는 이런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신기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