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99
제99화
99화
“마실 거 사가지고 들어가자. 일단 들어가면 나오기 어려울 테니까. 먹을 것도 사가고.”
“정말 잘 통하네. 뭐 먹을래? 리지 너는 뭐 먹으면서 작업해?”
“나는 안 가려. 아무거나 사다 놓고 쓰러지기 전에 연료처럼 공급만 하면 돼.”
“세상에. 너는 삶의 질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러면서 우진은 일장 연설을 하며 퀸스 워크 탕비실을 털어 버렸다.
“야, 너희 탕비실 끝내준다.”
연리지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간식거리를 한 아름 안고 가는 우진의 뒤를 털레털레 따라왔다.
기분이 좋은지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우진이 거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말이야. 거기에서 마이너 느낌 좀 빼고 조금 더 쾌활하게 가면 어떨까? 그리고 터질 것 같은 부분에서 터뜨리자. 나는 그게 좋을 것 같아. 너 그거 되잖아.”
연리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 좋아서 허밍 한번 했다가 바로 그렇게 들어올 줄은 몰랐다는 것 같았는데 곧바로 우진이 말한 방식대로 고쳐서 허밍을 다시 해나갔다.
“그렇지. 그런 식으로. 너 정말 잘한다.”
우진은 연리지의 앞에서 뒤로 돌아 걸어가며 살짝씩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탔다.
연리지는 우진의 호응이 반가운지 가사가 없는 멜로디를 경쾌하게 불렀다.
누란니나 나른네나라는 식으로 근본 없는 소리가 마구 튀어나왔는데 우진은 고개까지 까딱이며 호응했다.
손이 남았으면 손가락으로도 흥을 맞췄을 텐데 손에 먹을 걸 잔뜩 들어 그게 아쉬운 듯했다.
두 사람이 그러고 가는 동안 퀸스 워크 직원과 아티스트들이 그 모습을 발견하고 신기함을 감추지 못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었다.
우진이야 자주 보지만 연리지를 보자 흥분을 감추기가 어려운 듯했다.
연리지는 자기를 보고 반가워해 주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고개를 숙이며 환하게 인사했고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언니, 사랑해요!”
“너무 예뻐요!!”
“우진이가 하는 말에 상처받지 마세요, 리지 씨. 우진이가 원래 사회생활 잘 못해서 그러는 거예요.”
누군가는 우진이 잘못할 거라는 걸 확신한 채 말했고 연리지는 고맙다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왜들 저러실까. 이만하면 나도 사회생활 잘하지 않아, 연리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연리지는 우진의 말을 간단히 무시해 주며 말했다.
원래 갔어야 할 녹음실을 잘못 찾아가서 하석의 팀이 한참 작업 중인 녹음실 문을 열었다가 기겁을 하고 죄인처럼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자 하석과 팀원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그들을 반겼다.
“우진이 촬영하는 거야? 리지 씨, 우리 우진이가 말을 이상하게 해도 본의는 아닐 테니까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 상하는 거 있으면 그때그때 바로 얘기해 주세요. 우진이는 그래야 알아요. 제발 여기 계시는 동안 우리 우진이 갱생 좀 시켜 주세요.”
하석의 말에 연리지가 큰 소리로 웃어 댔다.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있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 같았다.
“저도 나중에 곡 좀 주세요. 저 정말 완전 팬이에요.”
연리지는 그 틈을 노리지 않고 말했고 하석은 자기야말로 영광이라면서 그렇지 않아도 지금 데모곡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로 그녀를 놀라게 했다.
“정말요? 그럼 저희는 곡 안 만들어도 돼요?”
“그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요? 우선은 예비용으로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우리가 만든 곡이 이번 프로에서 쓰이지 않기를 바라는 거죠. 그 말은 리지 씨랑 우진이가 완전 후킹한 곡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가 되는 거니까요.”
“그래도 그 곡도 저희한테 주실 거죠?”
연리지는 간절한 표정으로 물었고 하석은 PD를 바라보았다.
미리 알려 주지 않기로 돼 있던 걸 딱 들켜 버린 것 같았는데 PD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건 아직 결정이 되지 않은 부분이었는데 퀸스 워크 A&R 팀에서 ‘퍼펙트 하모니’에 참가한 모든 분들에게 드릴 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곡은 모든 팀에게 돌아갈 건데 프로그램에서 각 팀이 자기들이 부를 노래를 직접 만드는 걸 따보고 싶었거든요. 기간 내에 곡을 완성해서 그 노래를 불러도 되고 A&R 팀이 만들어 준 곡을 불러도 됩니다. 스스로 곡을 완성해서 부르면 가산점을 드릴까 했는데 아직 결정은 안 됐어요.”
PD가 자신 없이 끝을 흐리자 우진과 연리지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런 건 미리 정해 놓고 알려 주셔야죠.”
우진이 말하자 PD도 할 말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이 이렇게 빨리 진행할 줄 몰랐어요. 최소한 친해지는 데 시간이 얼마 정도는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두 분이 모두 사회성 없는 연예인으로 소문이 나 있어서 그 시간만 해도 꽤 걸릴 줄 알았는데…….”
PD가 낭패라는 듯이 말하는 동안 하석이 오더니 우진에게서 먹을 것을 받아 갔다.
“우리 우진이가 그래도 나날이 사회성이 늘고 있어요. 이런 것도 다 챙겨 오고. 탕비실에서 싹 쓸어 온 것 같다?”
“네? 아, 네. 하하하…….”
우진이 연리지를 힐끔 보자 연리지는 처음부터 하석 팀을 위해 가져온 것처럼 많이 드시라고 말하고 모자란 음료수는 바로 가져다 드리겠다고까지 말했다.
퀸스 워크 A&R 팀의 작업물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다들 비슷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진과 연리지는 몇 번 더 탕비실을 오가며 부지런히 먹을 걸 날랐는데 그러는 동안에도 그들의 회의는 계속되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리지야, 거기에서 코드를 올려 볼까?”
연리지는 우진의 주문대로 해주었다.
사람들이 다니는 복도라서 소리를 마구 내지르지는 못한 채 가성으로 멜로디를 냈는데 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 음을 실었다.
우진의 목소리가 들어오자 연리지가 멜로디를 더 만들어 나갔고 우진은 마치 여러 번 들었던 노래를 같이 부르는 것처럼 따라 했다.
그들을 따라다니는 촬영 팀은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떻게 저렇게 가능하냐는 것 같은 표정들이었는데 자막에 무슨 말을 달아 줄지 벌써부터 머릿속에 생생했다.
마침내 자기들의 녹음실에 들어간 두 사람은 그때부터 마음껏 소리를 내질렀다.
생각해 두었던 멜로디가 기억나는 동안 녹음을 해두려고 서두르면서 두 사람은 완벽한 분업을 이루었다.
노래를 부르다가 서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 있었지만 그린 라이트 따위는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두 아티스트가 서로를 강렬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스캔들이 날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곡에 대한 생각밖에는 없는 것 같았다.
“이 진행 별로인 것 같지 않아?”
“응. 지워. 이상하다. 처음에는 좋았는데.”
“그러게. 여기에서 막히네?”
때로는 연리지가 피아노에 앉아서 코드를 치고 어떤 때는 우진이 기타를 끌어안은 채 기타 줄을 튕겼다.
그러면서 적당한 멜로디를 찾아갔고 괜찮다 싶은 게 나오면 두 사람은 거기에서부터 다시 노래를 해나갔다.
서로 바라보면서 입으로는 노래를 부르고 눈빛으로는 회의를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초반부의 작업물이 나왔을 때 두 사람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 연리지가 들려주었던 것과는 동일성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변해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크게 만족하고 있었다.
“와, 나…… 이런 재능까지 있으면 안 되는데 큰일 났다. 못하는 게 없다고 짜증 내겠다.”
우진이 말하자 연리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처럼 사는 것도 힘들겠다.”
무슨 뜻인지 알쏭달쏭했지만 우진은 그때까지 만들어진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몸을 가볍게 움직였다.
“그런데 춤 실력은 어느 정도야? 춤은 아예 못 춰? 무대에서 춤추는 건 거의 못 본 것 같은데.”
“아예 못 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안 추는 게 낫겠다고…….”
연리지가 자존심 상한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하자 우진이 그녀의 앞에서 간단한 동작을 선보였다.
“이거 한번 해봐.”
우진은 연리지의 춤 실력을 정확히 알아야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한 듯 말했고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왜 춤 없이 가자고 한 건지 확실히 깨달았다.
“주위 분들이 안목이 정확하네.”
“그 정도야?”
“응.”
우진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할 수 있겠어?”
우진은 춤의 난도를 한참 내려서 시범을 보였고 연리지는 열심히 따라 했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는, 그 열정만 느껴지는 춤이었다.
우진은 세상에 춤 선이 그렇게 희한한 사람도 다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리지야, 잘 추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것처럼 하지 말고, 웃기려고 추는 것처럼 하자. 처음부터 개그 코드로 가는 거지. 내가 못 춰서 이러는 게 아니라 웃기려고 이러는 거다. 그런 마인드로 해봐.”
우진의 말에 연리지는 한숨을 푹 쉬었다.
“와, 진짜 수치스럽다.”
“그래도 네가 춤을 추고 우리 팀이 우승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 이 핸디캡 상당히 무서운데? 랩은 또 어떻게 하지? 이거 정말 총체적인 위기인데?”
“하…….”
카메라 뒤쪽에서 스태프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완벽한 무대를 선보여 왔던 연리지가 이런 놀림을 당하고 있는 게 재미있는 듯했다.
“너도 못하는 거 있잖아.”
“있기는 하겠지.”
“뭐야, 그 거만한 표정은?”
“아니야, 있어. 맞아.”
연리지는 그 정도 말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듯 갑자기 피아노 앞에 앉았다.
“일단 서로의 음역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그것 먼저 하자. ‘다크서클’에서 하는 건 봤는데 그사이에 달라졌을 거야.”
“안 좋은 쪽으로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어쨌든 해보자고!”
연리지는 얄밉다는 듯이 우진을 한 번 노려보고 말했다.
PD와 스태프들은 어디서 저런 사람들이 굴러왔을까 하는 표정을 수시로 지었다.
뭘 하라고 코치를 수시로 해주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경쟁심에 불타서 스스로 의욕적으로 구는 걸 볼 때마다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는 비주얼이라 이 두 사람이 썸을 탄다고 해도 사람들이 좋아서 난리가 날 것 같은데 썸의 기류는 눈을 씻고 보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다는 게 더 재미있었다.
불꽃이 튈 정도로 서로를 강렬하게 바라보다가 동시에 한다는 소리가 ‘별로 안 좋은 것 같으니까 이건 버리자.’라는 얘기였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고 시선이 마주친다고 해도 그 사이에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생각은 오직 곡에 대한 것뿐인 듯했다.
“리지야, 그거 네 몸이잖아. 그런데 네 말을 안 들어? 몸이?”
“그런 소리 하지 마.”
우진은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 같았고 연리지는 이제야말로 설욕하겠다는 듯 건반을 눌렀다.
“해봐.”
연리지는 우진이 ‘다크서클’에서 보여 준 게 0옥타브 라에서 3옥타브 미까지였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 위까지도 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그것은 노래를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이 그녀의 판단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음역대에서 우진은 힘들이지 않고 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3옥타브 레에 이르자 조금씩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였다.
연리지의 입가에 저절로 흐뭇한 웃음이 지어졌다.
기어오르는 남동생의 기를 이제야 팍 꺾어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행복해하는 누나 같은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