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rep Job RAW novel - chapter 102
“그러면 이제 빠르게 이곳을 통과······.”
아이반이 말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표정을 굳혔다. 땅이 떨리고 공간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른 위상에 있던 일행들이 갑자기 멀어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서로를 찢어놓고 공격을 시작하려는 모양이다.
두두두두 누군가 황폐한 땅을 달려서 생긴 흙먼지가 바람에 실려 날아왔다. 얼핏 개를 닮은 녀석들이 여섯 개의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몰려들었다.
완전히 광기에 물든 눈동자로 더러운 침을 질질 흘리며 아이반과 파라스를 노렸다. 커어엉! 가장 앞에서 달려오던 녀석이 몸을 날렸다.
더러운 이빨로 아이반을 물어뜯으려고 입을 벌렸다. 위아래는 물론이고 좌우로도 찢어지는 입은 무척이나 끔찍했다. 그래서 아이반은 녀석의 머리를 치워버렸다.
스걱! 소악마의 머리가 잘려 나갔다. 어느새 창으로 무기를 바꾼 아이반이 덤벼드는 소악마들을 베어내고 앞으로 밀고 나갔다.
그의 창이 휘둘러질 때마다 소악마가 하나씩 죽어 나갔다. 머리가 꿰뚫리거나, 몸통이 반으로 갈라지거나, 혹은 심장에 구멍이 나고 사지가 분해되었다.
거의 백에 가까운 소악마와 싸우면서 오히려 압도하는 아이반을 보면서 파라스가 입을 떡 벌렸다.
“허, 용을 잡았다더니······.”
불타는 산에서 드래곤을 둘이나 잡았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는 아이반이 제대로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강도나 산적을 처리하는 것만 보았지. 드래곤을 잡았다고는 해도 그건 갈라로자를 들고 있는 브릭타 왕자의 역할이 컸으리라 여겼지, 일행이 얼마나 활약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저 막연히 훌륭한 전사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설마 이렇게나 잘 싸울 줄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 겨우 다섯이서 마녀를 잡으러 가자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그렇게 자신감을 가질 법도 했다.
소악마라고는 해도 악마는 악마. 결코 이렇게 쉽게 쓰러질 놈들이 아니었다. 물론 아이반은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달려드는 녀석들과 달리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놈들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더는 소악마라는 분류로 같이 묶이지 않을 정도로 강한 녀석들. 지금 피부를 따끔따끔 찌르고 있는 살기의 주인. ‘이제 슬슬 인내심이 없는 녀석부터 나타나는군.’ 창을 휘두르던 아이반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서 녀석이 날아오고 있었다. 악어를 닮은 대가리를 둘이나 가진 녀석이 박쥐 같은 날개를 움직여 아이반의 앞에 내려앉았다.
후우우우- 녀석이 숨을 뱉을 때마다 더운 바람이 밀려왔다. 싸늘한 악마의 땅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뜨거운 유황 냄새가 퍼지고 공기가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 흐흐, 빌어먹을 마녀가 새로운 먹이를 가져왔······. 쾅! 뭐라고 말을 내뱉던 녀석의 머리가 통째로 날아갔다.
두 개의 대가리를 모두 잃어버린 녀석의 몸이 기우뚱 바닥에 쓰러졌다. 아이반은 창을 빙글 돌리며 피를 털어내고는 사납게 말했다.
“다음.”
용도 아닌 놈들이 허세는.
뼈로 된 손이 그림자에서 튀어나온다. 이차원에 숨어있던 죽음의 악마가 사악한 마력을 흩뿌리며 아이반의 목숨을 노렸다. 그러나 격이 떨어졌다. 대악마 죽음의 인도자와는 당연히 비교할 수도 없었고, 그 부하인 썩어가는 손아귀와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들을 보았을 때 느꼈던 압도적인 절망과 확정된 죽음의 공포가 이 녀석에게는 전혀 없었다. 쿵! 아이반이 마력을 담아 발을 굴렀다. 그림자 차원에서 솟아오르던 죽음의 악마가 마력 그물에 갇혀 온몸이 뒤틀렸다. 그 사이 아이반이 빠르게 창을 휘둘러 녀석의 핵을 찔렀다. 뼈가 부서지고 푸른 안광이 시들었다. 죽음의 악마는 자신의 죽음을 이기지 못했다. 쉬이익-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보다 빠르게 무언가 날아왔다. 아이반은 눈을 돌리지도 않고 창을 움직여 그것을 흘려냈다. 치이익! 창끝이 부식되는 소리가 들렸다. 강한 산성을 지닌 악마의 체액이 아이반의 창을 상하게 만든 것이다.
“비싸게 주고 샀는데, 생각보다 내구성이 높지는 않은 것 같소.”
아이반이 힐끔 파라스를 보며 말하자 그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뭘 더 바라나? 악마와 상대하고도 멀쩡한 장비가 그리 흔한 줄 알아?”
“그래도 돈값은 못 하는 것 같아. 더럽게 비싸기만 하고. 그리 강한 놈들도 아니건만.”
아이반이 투덜거리면서 창을 쏘아 보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산성 위액을 토해내고 있던 악마 하나가 그대로 꿰뚫려 바닥에 떨어졌다. 탁! 그가 손을 뻗자 저 멀리 있던 창이 공간을 넘어 돌아왔다. 산성 위액은 털어냈지만, 손으로 잡기는 영 찝찝해서 아이반은 그냥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려 보았으나 더는 공격이 이어지지 않았다. 아이반의 주변에 쓰러져있는 악마의 시체들을 보면 죽을 놈은 다 죽은 듯했다.
“이제 엉덩이가 가벼운 녀석들은 다 처리한 모양이오.”
아이반은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저 멀리서 아직 지켜보고 있는 시선들이 있었다. 쭉정이부터 하나씩 떨어져 나갔고, 이제는 진짜만이 남아있었다. 강한 녀석들일수록 신중했다. 아이반을 쉽게 이길 수가 없을 것 같으니 나서지 않고 기회만 살피고 있었다.
“저들이 오지 않는 것 같으니 우리가 움직이지.”
아이반은 인벤토리에서 새롭게 꺼낸 창을 들고 앞으로 걸어갔다. 녀석들의 시선이 점점 더 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녀는 도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이런 녀석들을 가둬놓고 있는 걸까?’ 아이반이 쉽게 처리하고 있었기에 하찮게 여겨졌지만, 놈들은 악마였다. 잔인하고, 사악하고, 폭력적인 놈들. 굳이 대악마나 그에 가까운 녀석들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악마는 모두가 위험했다. 쉽게 소환하기도 어려웠지만, 소환한 녀석들을 붙잡아 실험체로 사용한다는 것도 평범한 발상이 아니었다. 등장하는 악마의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이 녀석들을 가둬서 실험체로 쓰고 있는 마녀의 위험도도 점차 높아졌다.
“어, 음. 녀석들을 찾아 나서려고 그러나? 굳이?”
악마를 찾아 움직이겠다는 말에 파라스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그의 솔직한 심정으로 굳이 위험을 감수해야만 할까 싶었다. 아이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녀를 죽이고 나면 이 녀석들이 풀려날 가능성이 있소. 모두 처리해야지.”
여기 있는 악마들이 마음먹고 날뛰기 시작하면 마을 몇 개는 금방 잡아먹을 터였다. 피와 살을 뜯어 먹거나, 사람들을 타락시켜서 가지고 놀거나, 공포와 절망을 즐기거나. 각자 취향은 다르겠지만 하나같이 끔찍한 짓을 저지를 놈들이었다.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렇게 움직이려 할 때 문득 느껴지는 기운. 아이반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찾으러 갈 수고는 덜었군.”
이미 죽어나자빠진 악마들의 시체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핏물이 녹아내렸다. 마녀의 마력이 크게 솟구쳐 세상을 뒤덮었다. 마녀는 자신의 영역에서 날뛰고 있는 아이반의 일행을 그저 보고만 있을 생각이 없었다. 그저 악마들이 덤벼드는 것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여겨서 직접 개입하는 모양새였다. 스스슥 악마의 핏물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검고 붉은 것이 사람의 형상을 갖추고 그들을 내려 보았다. 로브를 두르고 있는 긴 머리카락의 미녀. 그러나 악마의 핏물이라 아름답다기보다는 요사스럽게만 느껴졌다. – 벌레들이 내 정원을 더럽히는구나! 마녀의 분노가 쩌렁쩌렁 울렸다. 아이반을 노려보고 있던 악마들이 그에 움찔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 오만하고 잔인한 악마들이 마녀에게 넙죽 엎드리고 있는 것이다. 그걸 알아차린 아이반이 사납게 웃었다.
“애완동물 취향 한번 독특하군. 정원에 풀어놓기엔 역겨운 놈들을 잘도 길들였어.”
그 말을 들은 악마들은 크게 분노했으나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건 마녀에 대한 공포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뜻, 아이반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창을 들어 올렸다.
“악마의 핏물을 얼큰하게 끓여서 선짓국밥으로 만들어주마.”
치지직! 아이반의 몸에서 토르의 번개가 번쩍 피어올랐다. 천둥신의 권능이 마녀의 마력을 밀어내고 악마들을 압박했다. – 하찮고 역겨운 신들의 장난감이 나를 모욕하다니! 악마의 핏물로 된 마녀가 몸을 크게 부풀렸다. 검붉은 마력이 하늘을 뒤덮고 엎드려있던 악마들이 몸을 일으켰다. 녀석들의 눈이 광기로 물들어 아이반과 파라스를 노려보았다. – 사지를 찢어서 악마의 먹이로 만들어주마! 파앗! 마녀가 다시 핏물이 되어 하늘에서 쏟아졌다. 진한 저주를 품은 악마의 핏물이 비가 되어 내렸다. 치이익! 아이반이 마력을 뿌려 우산처럼 막았으나 마녀의 저주가 슬금슬금 스며들어왔다. 사방에 가득한 저주의 독기가 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아이반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생명력이 줄어들고 피로가 몰려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몸을 걱정하는 대신 파라스를 바라보았다.
“괜찮소?”
파라스의 안색이 좋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마녀의 저주가 지독하기는 한 듯 튼튼한 드워프를 비실비실하게 했다.
“괜···찮······.”
“허세는. 잠깐 쉬고 계시오. 그동안 다 정리해놓을 테니까.”
아이반은 늑대 정령, 게리와 프레키를 불러 그를 지키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까딱까딱 고개를 움직이며 허리를 폈다. 그의 몸에서 마녀의 저주가 흩어졌다. 마녀의 저주가 담긴 악마의 피는 용의 피만큼 지독하지 못했다. 용의 피를 뒤집어쓰고 항마력이 높아진 아이반은 금방 마녀의 저주를 털어내고 본래의 기력을 되찾았다.
“실수했군.”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마녀에게 하는 말이다.
하찮고 역겨운 신들의 장난감이라니, 그걸 들은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크게 분노했음을 아이반은 느끼고 있었다. 치지직! 휘이잉! 화르륵! 스파크가 튀고 바람이 불었다.
불꽃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마녀의 모욕을 참지 않았다.
‘아스가르드의 신처럼 속이 좁은 자들에게 하찮고 역겹다고 욕을 하다니.’ 원래 팩트로 공격하면 더욱 아픈 법이었다. 하찮고 역겨운 자들에게 그리 말했으니 불같이 화를 낼 수밖에. 아이반의 생각을 읽은 아스가르드 신들의 시선이 더욱 따갑게 변했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광기에 가득 차서 달려드는 악마 놈들을 상대하느라 바빴다. 쩌어억 순식간에 바닥이 얼어붙었다.
차가운 냉기가 아이반의 다리를 붙잡았다. 하늘에서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이 날아오고 등 뒤에서는 고릴라를 닮은 녀석이 주먹을 휘둘렀다.
쿵! 아이반이 허리를 돌려 악마와 주먹을 마주했다. 이미 평범한 인간을 아득히 넘어선 아이반의 주먹은 악마와 싸워도 밀리지 않았다.
냉기를 내뿜던 녀석은 로키의 불꽃에 타들어 갔고, 바람의 칼날을 날려 보내던 녀석은 오딘의 폭풍에 갇혀 날개가 꺾였다. 악마의 질긴 생명력은 그 속에서도 목숨을 잃지 않고 회복하고 있었으나 처음 공격이 실패한 것으로 아이반에게 승기가 넘어왔다.
치지직! 쾅! 천둥걸음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아이반이 창을 휘둘렀다. 냉기 악마가 뒤집어쓴 두꺼운 방패 같은 등껍질이 순식간에 박살이 나서 흩어졌다.
로키의 불꽃에 타들어 가는 상태에서 두꺼운 등껍질이 부서지니 녀석은 더는 참지 못하고 왈칵 피를 뱉어냈다. 녀석의 내장이 으깨지고 익어갔다.
스걱! 고릴라를 닮은 악마의 팔이 잘렸다. 녀석의 꼬리에서부터 촉수가 몇 갈래로 갈라지며 날아왔지만, 미처 아이반에게 닿지 못했다.
“발드르 갈가(Valdr galga:교수대의 지배자).”
아이반의 주문에 따라 녀석의 발밑에서 교수대가 솟아났다. 그리고 고릴라 악마의 목을 조르고 허공에 들어 올렸다. 녀석이 캑캑거리며 버둥거리는 사이 아이반은 하늘에 떠 있는 악마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낮게 천둥신의 이름을 불렀다.
“토르.”
그의 부름에 따라 하늘이 번쩍이고 번개가 내리쳤다. 날고 있던 악마를 그대로 지져버리고 다시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쾅! 교수대의 밧줄을 끊어버리고 나온 고릴라 악마가 어느새 재생한 팔을 휘둘러 아이반을 후려쳤다. 바위조차 으깨질 위력으로 머리를 내리찍었다.
아이반의 몸이 그대로 꺾여서 바닥에 쓰러진다. 뼈가 부서지고 살이 뭉개져 핏물을 뿌렸다.
그런 환영을 남긴 아이반이 고릴라 악마의 등 뒤에서 창을 찔러 넣었다. 푸슉! 창이 악마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리고 로키의 화염이 녀석을 내부에서부터 불태웠다.
피 대신 불꽃을 토해내던 녀석이 순식간에 재가 되어 흩어졌다. 스스슥! 쓰러진 악마의 시체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까보다 더욱 진해진 저주가 덮쳤다. 아니, 그 전에 환한 신성력에 밀려서 모두 사라졌다. 우웅- 신성한 태양이 떠올랐다.
사악한 악마의 대지를 정화하고 지독한 마녀의 저주마저 흩어버렸다. 돌고 돌아서 달라진 위상에서 벗어난 델피노가 성흔을 빛내며 걸어왔다.
“이쪽도 마무리군요.”
“마녀를 잡아야 끝날 일이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마녀의 저주에 당해서 쓰러져있던 파라스의 안색이 편안해졌다. 그는 한참을 끙끙거리다가 힘겹게 눈을 떴다.
“으으, 왔나? 나는 방해만 하고 있었어.”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뒤에서 구경만 했던 자신은 비실거리는데 악마를 몇이나 때려잡은 아이반은 멀쩡하기만 했다. 그게 못내 마음에 걸린 파라스가 우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니 아이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장장이가 싸움까지 잘할 필요는 없지. 그 정도면 충분하오.”
파라스가 정말 구경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나름 자신에게 덤벼드는 악마에게 도끼를 휘둘러 공격을 했고, 그래서 몇 마리 정도는 쓰러뜨렸으니까. 마녀의 저주에 당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전까지 움직임은 제법 나쁘지 않았다.
“이쪽 악마들이 더 강해 보인다!”
주변을 둘러보던 사나운 이빨이 뜨거운 콧김을 내뿜었다. 분명 그도 저쪽에서 제법 싸웠을 텐데 만족스럽지 못한 모양이다.
“마녀는 다르겠지.”
악마를 죄다 때려잡고 신성력의 태양이 떠오르자 흐릿하게 가려졌던 길이 보였다. 저 너머에 마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고오오오 거칠고 음습한 마력이 휘몰아쳤다. 마녀가 수백 년간 가꾼 영역을 지키는 사역마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바실리스크, 악신의 권능을 가진 올빼미, 악어의 머리와 독수리의 날개, 뱀의 꼬리를 가진 악마의 키메라. –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그 소리를 들으며 아이반이 낮게 웃었다. 그리고 피의 검 브리카를 뽑아 들었다.
“나는 참을 수 있소. 그런데 토르는 아니야.”
그 말대로 천둥신은 참지 않았다.
아이반이 피의 검 브리카를 바닥에 박아 넣었다. 브리카는 마녀의 영역을 꿰뚫고 사방에 가득한 마력을 게걸스럽게 빨아먹었다. 그 음습하고 탁한 기운을 멋대로 씹어 삼킨 후 순수한 힘으로 바꿔 천둥신에게 바쳤다.
“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