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rep Job RAW novel - chapter 126
“흠흠!”
목소리를 가다듬은 파라스가 앞으로 나섰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낡은 아치형 기둥 앞에서 어깨를 펴고 소리쳤다.
“강철 모루의 파라스! 동료들과 함께 은빛 용광로를 방문하고자 한다!”
그저 허공에 대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한동안은 반응도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공간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낡은 아치형 기둥이 문이 되어 그곳에서 드워프 하나가 얼굴을 쑥 내밀었다. 그 드워프는 파라스를, 그리고 일행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파라스, 우리의 형제. 오랜만에 얼굴을 보니 기쁘구먼. 한데 다른 자들은 누구인가?”
“나의 동료들이지! 이들과 위대한 모험을 함께하고 있다네.”
“흘흘, 이제 자네도 나이를 꽤 먹었는데 밖을 돌아다닌다는 말인가? 뼈마디가 쑤시지는 않던가?”
“무슨 소리! 나는 아직 현역이야!”
“뜨끈한 불 앞에서 망치나 두들기다 길바닥에서 자면 입 돌아간다네. 조심하게.”
한참을 낄낄거리며 웃던 드워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파라스의 동료라면 우리의 형제, 어서 오시오. 이곳이 바로 은빛 용광로요.”
화아아- 낡았던 풍경이 바뀐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허술하던 아치형 기둥에 화려한 장식이 새겨지고 여기저기 파편이 되어 널려있던 돌들이 허공에 떠올라 성벽이 되었다.
마치 시간을 되감는 것처럼 폐허에서부터 화려하고 웅장한 성문으로 변한다. 그야말로 마법. 환상적인 등장이다.
스스슥 소음도 없이 열리는 거대한 성문 너머로 웅장하고 유려한 드워프 왕국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가받지 않은 사람은 통과할 수 없는 결계 너머, 폐허로 가려졌던 은빛 용광로의 진짜 모습이었다.
같은 드워프 왕국이라도 강철 모루와 은빛 용광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강철 모루가 잘 만들어진 대규모 공단 같은 느낌이라면 은빛 용광로는 거대한 예술품 같았다.
강철 모루가 아름답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은빛 용광로가 그만큼 화려했기 때문이다. 기하학적인 건물의 형태나 화려한 무늬가 하나의 통일성을 가지고 조형된 작품처럼 보였다.
아이반의 예민한 감각은 그것이 거대한 마법진을 이루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정확하게 어떤 용도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모든 건물이 그 흐름을 따라 지어졌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마탑 도시보다 더 완벽한 것 같은데.’ 하긴, 뭐든지 제멋대로 하려고 하는 인간의 도시와 드워프 왕국을 비교하는 것이 잘못된 일인지도 몰랐다. 건축물을 대하는 태도부터 서로 다르지 않은가.
하여튼 드워프의 왕국은 그저 건물만 보는데도 질리지 않을 매력이 있었다. 어디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고 단단히 벼르고 있던 피알라르 역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매우 놀란 모양이다.
그 사이 파라스는 누군가와 쑥덕쑥덕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공방을 빌렸으면 하네.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려면 이곳밖에는 없었어.”
“흐, 이곳이 대단하기는 하지. 어떤 공방을 원하나?”
“달빛이 비치는 곳으로. 가장 밝은 곳이면 더욱 좋고.”
파라스가 은근히 말하자 은빛 용광로의 드워프가 펄쩍 뛰며 소리를 질렀다.
“뭐? 그건 안 돼! 요즘 거기서······.”
그 부분에서 흘깃 눈치를 본 드워프가 한껏 목소리를 낮추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가장 밝은 곳은 안 되니까 알고 있게. 적당한 곳으로 잡아 줄 테니 그걸 사용해.”
단호한 목소리를 보니 파고들 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파라스는 앓는 소리를 하며 한 번 더 물었다.
“정말 안 되겠나? 평범한 곳이라면 의미가 없어. 정말 대단한 물건을 만들어보려고 한다네. 어쩌면 내 평생의 걸작이 나올 수도 있어.”
드워프는 걸작이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 그것도 만들기 전에 입에 올린다는 것은 보통 자신감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 은빛 용광로의 드워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체 뭘 만들려고 그러는 거야?”
이번에는 파라스가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이듯 대답했다.
“아다만틴을 제련하려고 하네.”
“뭐?”
“중형 마차만 한 원석이야. 순도는 최상. 달빛이 가장 밝은 공방에서라면 적지 않게 건질 수 있을 테지. 내가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를 알겠나?”
드워프의 눈동자가 격하게 떨렸다. 아다만틴, 그러니까 아다만티움은 드워프라도 쉽게 볼 수 있는 금속이 아니었다. 그 가루만 섞여도 전설급 보물 소리를 듣는데 중형 마차만 한 원석이라니, 최상급 순도라니. 아직 실제로 본 것은 아니지만 저절로 눈이 핑핑 돌았다.
“정말이야? 아다만틴이라고?”
“어허! 그렇다니까?”
“그러면 강철 모루에서 제련하지 않고 왜 여기까지······.”
그렇게 말을 내뱉던 드워프가 탄성을 내질렀다. 얼마 전 들은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철 모루가 자랑하던 불타는 산이 던전으로 변해 파괴되었다, 붉은 공방이 절반쯤 무너져서 새로 지어야 한다, 뭐 그런 이야기들. 아무리 은빛 용광로가 폐쇄적이어도 드워프 왕국끼리는 서로 교류가 있었다. 통신용 마법 같은 것도 있는 만큼 정보가 아주 느리지는 않았다.
“쓰읍, 한 번 힘써보겠지만 아마 그래도 가장 밝은 곳은 안 될 거야. 그래도 최대한 밝은 곳으로 안내하겠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꼭 좀 부탁하네.”
“허, 아다만틴이라. 아다만틴······.”
은빛 용광로의 드워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떠났다. 공방이 배정되기 전까지는 며칠 걸린다고 했다.
그때까지 머무를 숙소에 도착한 일행은 한껏 기지개를 켜고 소파에 털썩 몸을 던졌다.다른 종족의 손님을 잘 받지 않기 때문에 사이즈가 드워프에게 맞춰져 있어서 마냥 편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워낙 훌륭하고 고급스러운 곳이라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특히 사나운 이빨의 기분이 좋아 보였는데, 이곳에는 아주 커다란 욕탕이 딸려있었기 때문이다. 리자드맨 중에서도 특히나 덩치가 큰 사나운 이빨이 무리 없이 온몸을 담글 수 있을 만큼 널찍한 곳이었다.
“그나저나 아다만티움만으로도 저렇게 반응하는데 우리에게 신선한 용의 가죽과 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과연 어떤 반응일까 궁금하군.”
아이반이 그리 중얼거리니 파라스가 끌끌 웃음을 흘렸다.
“아주 놀라 자빠지겠지. 어디 상상이라도 할 수 있겠나?”
불타는 산에서 얻은 용의 가죽은 퀘스트 보상으로 조금 더 실제 용 가죽과 비슷해졌고, 메마른 땅에서는 아예 화염 드래곤 사브리나의 잘려 나간 날개 한쪽을 챙겼다. 신화시대 이후 드래곤이 살해당한 것은 다섯 번이 채 되지 않고, 대부분 죽은 지 오래 지나서 우연히 발견된 용의 사체라는 것을 생각하면 신선한 용의 가죽과 뼈가 얼마나 대단한 가치를 가졌는지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신선한 용의 뼈와 가죽, 말할 것도 없이 최상의 재료가 아닌가. 그때 아이반이 몸속에 숨겨놓았던 피의 검 브리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상처 없이도 붉은 핏물이 뿜어져 나와 검의 형상으로 허공에 떠 있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제법 화려한 장식이 있었으나, 지금은 아무런 장식도 없이 그저 밋밋하기만 했다. 그래도 풍기는 기세는 더욱 묵직했다.
챙! 일행이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두 무기를 뽑아 들고 사방을 경계하였으나 아무런 위험이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가 느끼지도 못할 만큼 은밀한 적인가? 은빛 용광로에서 우리를 노리는 자가 있다고? 식은땀을 흘리며 델피노가 물었다.
“어떤 적입니까?”
그러나 아이반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뽑아 든 것이 아니오. 이 녀석이 제멋대로 튀어나온 것이지.”
영성을 깨우고 신기로 진화한 피의 검 브리카를 다루기가 영 어려웠다. 머리가 좀 컸다고 반항하는 것인지 아주 자기 멋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무기는 자고로 자기가 완벽히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리 생각하는 아이반에게 지금의 브리카는 영 껄끄러운 것이었다.
‘강해지기는 정말 강해졌는데······.’ 피 웅덩이를 흡수할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용의 기운을 흡수하고 나니 마치 자기가 용이라도 된 것처럼 착각이라도 하는 걸까? 아이반이 깊은 한숨을 내쉬자 피의 검 브리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검신에서 붉은 혈기가 흘러나오더니 조그마한 형상을 만들었다. 미끈한 비늘과 질긴 가죽,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그리고 세로로 찢어진 눈동자. 손바닥만 한 드래곤을 빤히 바라보던 아이반이 황당한 듯이 웃었다.
“이 새끼 봐라?”
영성을 깨우친 피의 검 브리카가 검의 모습을 벗어나 현신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품에 담고 있는 힘이 대단한 수준이니 아주 일부만 활용해도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그 모습이 손바닥만 한 드래곤이라는 사실에 아이반은 그저 어이가 없었다.
“브리카가 영성을 깨우고 진화를 할 때 가장 마지막에 영향을 준 것이 용의 기운이라고 했지. 아무래도 그게 컸나 보군.”
“용의 기운이 가득하니 모습조차 용을 닮게 된 모양이오.”
파라스와 피알라르가 브리카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저 관찰하는 것만으로 깨닫는 것이 많은지 둘이서 쑥덕쑥덕 이야기를 나눴다.
신기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드워프가 애지중지하는 보물, 힘의 망치 갈라로자와 동급의 물건이라는 소리가 아닌가.
순식간에 대지를 조형하고, 지형을 바꾸며, 드래곤이 가진 가장 강력한 권능인 용언까지 막아낼 수 있는 물건. 그런 것과 비슷한 수준의 검이라니, 대장장이에게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화르르! 녀석은 입을 쩍 벌리더니 짧게 불꽃을 내뱉었다.
그들이 직접 경험했던 화염 드래곤의 숨결과 비교하면 한참이나 수준이 떨어졌지만 분명 용의 기운이 섞인 불꽃이었다. 크롸라라라! 드래곤의 모습을 한 브리카의 영체가 어설프게 날개를 움직이며 하늘을 날아다녔다. 그러면서 사납게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니 정말로 용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었다.
아이반이 손을 내밀었으나 녀석이 흥하고 고개를 돌렸다. 주인의 손길을 거부하고 도도하게 몸을 쭉 뻗었다.
“용의 모습을 따라 한다고 용이 되는 것은 아니지. 그리 대접받으려 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고.”
아이반은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브리카의 영체를 노려보았다. 자신이 검과 눈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는 불쾌했다.
세상에는 에고 소드니 뭐니 하면서 영성이 깨어나다 못해 자아가 뚜렷한 검을 대단히 높게 쳤지만, 아이반은 그게 그리 훌륭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검은 그저 튼튼하고 날카로우면 충분했다.
괜히 자아를 가지고 반항하면 사용하기에 불편하기만 했다. 무기는 어쨌거나 소모품이었다.
검을 신체의 일부로 여기라는 둥, 애인처럼 생각하라는 둥, 온갖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은 도구에 불과했다. 아무리 아끼는 것이라고 해도 수저에 갑자기 자아가 생겨서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떨떠름할 뿐이다.
고기반찬이 먹고 싶어서 손을 뻗었는데, 쥐고 있던 젓가락이 자기는 가지무침이 좋다고 갑자기 방향을 틀어서 억지로 입에 쑤셔 넣으면 좋아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검은 검다워야 한다. 사춘기 애새끼도 아니고 자꾸 반항하면 용광로에 집어넣어서 녹여버릴 것이다.”
아이반이 불타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오만하게 턱을 치켜들고 있던 브리카가 살짝 몸을 움츠렸다. 제 주인 놈이 충분히 그럴만한 성질머리를 가지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니, 왜 애 기를 죽이고 그러나? 그럴 수도 있지! 애는 조심스럽게 달래야지, 윽박지른다고 좋을 것이 없어. 괜히 엇나가기만 한다고!”
파라스가 그리 외쳤지만 아이반은 그저 코웃음만 흘렸다.
“검을 애새끼 다루듯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소. 목을 따고 배를 쑤시는데 괜히 감수성이 예민해 봐야 아무 소용없지.”
아이반은 피의 검 브리카의 손잡이를 억지로 쥐고 자신의 몸으로 되돌렸다.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있던 브리카의 영체는 그를 머뭇거리며 바라보다 안으로 스며들었다. 브리카와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녀석의 감정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아이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놈을 길들이려면 제법 공을 들여야겠어. 갈 길이 먼데 괜히 귀찮군.”
역시 총각이라 애를 다룰 줄 모른다며, 그래서야 나중에 마누라한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 거라며 장난스럽게 떠들어대던 파라스가 일순간 진지하게 표정을 바꾸었다.
“신기는 신기야. 영성이 깨어나 한층 높은 수준으로 완성되었으니 순순히 굽히지는 않겠지. 소통이 중요하다네. 이제는 그저 도구처럼 다루기만 한다고 따라주지 않아. 아니, 원래 장비는 그렇지. 도구처럼 다뤄서는 제 성능을 완벽히 끌어낼 수가 없어.”
피알라르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동의했다.
“무기를 잡아끄는 것이 아니라, 따라오도록 만들어야만 하오. 한낱 쇳덩이마저 그럴진대 영성을 깨우친 신기라면 더욱 그러하지.”
무기를 만들기에 그저 쇳덩이에도 생명이 깃들 수 있음을 알고 있는 파라스와 피알라르가 아주 진지하게 조언했다. 이미 영웅이라 할 수 있는 아이반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좀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그가 얼마나 무기를 험하게 다루는지 알고 있기에 말을 꺼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이반이 나름 자신의 장비를 정비하기는 했지만, 의무적인 행동일 뿐 그것에 애정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본인은 이미 잊어버렸다 생각했지만, 그의 몸속 깊이 배인 것이 플레이어의 행동 양식이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성능에 따라 새로운 무기로 갈아치울 준비가 되어있었기에 진정으로 애정을 가지지 못했다. 인벤토리를 사용해 수많은 무기를 바꿔가며 사용하는 아이반이기에 더욱 그런 경향이 짙었다.
원래라면 한참이나 더 사용할 수 있었을 길을 잃은 대전사의 창이 일찍 부러진 것도 어쩌면 그의 그런 태도 때문이겠지. 무기는 도구일 뿐이나,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자는 훌륭한 전사가 될 수 없었다. 아이반은 사고방식이나 태도로 보자면 진정한 전사라 하기에는 빈틈이 많았다.
그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기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하긴,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평생 전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진정한 전사의 마음가짐은 개뿔.
“조언은 알겠으나 나는 검을 보듬을 생각이 없소. 나의 검이라면 내 방식을 따라야 할 것이오.”
고집스러운 대답이었으나 파라스와 피알라르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자신들의 조언이 온전히 받아들여질 것이라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아이반은 이미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만큼이나 힘을 쌓은 영웅이었다. 말 몇 마디로 그를 완전히 변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아이반이 대뜸 변한다고 해도 실망했으리라. 그 방향성이야 어쨌든 강자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어야 했다.
비록 남들이 보기에 그것이 어리석은 아집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그런 것이 없이는 절대 강해질 수가 없었다.
“흠, 그나저나 보셨습니까? 은빛 용광로가 묘하게 바쁜 것 같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델피노가 턱을 긁적이며 바깥을 바라보았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으나, 그곳에서 움직이고 있는 드워프들의 표정이 보일 듯 말 듯 미묘하게 굳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은 깨닫지 못하겠지만 구마사제로서 남들의 감정을 읽는 것에는 익숙한 그였기에 착각한 것이 아니라 확신할 수 있었다.
“은빛 용광로는 원래 개방적인 곳이 아니라 무기 수요가 폭증한 것과 그리 연관이 없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