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rep Job RAW novel - chapter 137
백색 마탑의 주인 오비도는 마력을 긁어모으면서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대륙 남부의 수많은 마법사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위대한 마법사답게 그가 움직이고 있는 마력은 거대했으나, 솔직히 그것으로 무슨 마법을 사용하든 상황을 바꿀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토르!”
치지직! 치이이- 아이반이 천둥의 신을 부르짖었으나 평소와 달리 그의 몸을 충만하게 채우던 신의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아득히 먼 곳에서 미약하게 흘러들어온 번개가 힘없이 타오르다 식었다.
피의 검에 저장된 힘은 아직도 많았으나, 용의 모습으로 현신한 브리카 역시 제대로 활약할 수가 없었다. 모든 기운을 씹어 삼키던 브리카가 죽음의 마력을 흡수하지 못했다.
썩어가는 손아귀의 힘마저 어찌어찌 소화했으나, 죽음의 인도자가 내뿜는 기운은 브리카를 역으로 잠식하려 했다. 브리카는 죽음의 기운을 떨쳐내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저 사방에서 밀려드는 죽음의 마력에 물들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를 뿐이다. 끼에에에엑! 도와 달라, 제발 도와 달라.
이대로 사라지고 싶지 않다. 나는 아직 세상을 더 많이 보고 싶다.
그 격렬한 감정의 흐름을 느끼고 있는 아이반이 이를 악물었다. 방법이 없었다.
그때 아이반이 쥐고 있던 피의 검이 붉고 푸른 기묘한 색으로 물들었다. 죽음의 마력을 뚫고 새로운 힘이 피어났다.
깡! 깡! 깡! 어디선가 쇠를 두들기는 망치 소리가 들렸다. 한 번 내리칠 때마다 가슴을 뒤흔드는 맑은 소리. 영혼을 깨우고 뇌리에 박혔다.
키가 큰 것 같기도, 아주 작은 것 같기도, 어떨 때는 여성으로, 또 어떨 때는 남성으로, 노인이나 어린아이 같기도 한 누군가가 그를 바라보았다. – 검이 아까워서 길을 열어주마. 그 말이 끝나자마자 피의 검에서 피어오른 붉고 푸른 기묘한 빛이 어딘가로 이어지는 공간의 문이 되었다.
이게 대체 무엇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을 본 오비도가 만들고 있던 마법을 흩어버리고 새로운 술식을 엮어냈다. 대규모 공간 이동. 살아있는 모든 아군을 이끌고 단번에 공간의 문 너머로 사라진다.
오비도가 뿜어낸 거대한 마력이 움직이고 아군의 모습이 흐릿하게 변한다. 그 공간이 어디로 이어진 것인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곳만큼은 낫기를 바라며 몸을 집어넣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죽음의 인도자가 불쾌하게 소리쳤다. – 그 누구도 죽음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방에 가득하던 죽음의 기운이 하나로 뭉쳐서 날아들었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마력조차 죽음을 맞이한 듯 움직임을 멈췄다. 오비도가 빚어내는 대규모 공간 이동 마법 역시 그대로 흩어지려고 했다.
지금 이 순간, 파라스는 자신이 나서야 할 때임을 깨달았다.
“강철의 의지는 그 무엇도 파괴하지 못한다!”
그는 가슴에 달린 브로치를 뽑아 앞으로 내밀었다. 대지의 방패 팔그로인의 권능이 깃들어 단 한 번이라면 그 어떤 공격이라도 막을 수 있다는 아티팩트. 시간의 흐름조차 멈추고, 소두린을 대륙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세월을 살게 만들었던 팔그로인의 권능이었다.
소두린이 과연 이 상황을 예상하고 전해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브로치는 제 역할을 다했다. 죽음의 인도자가 뿜어낸 죽음의 마력은 절대 방어의 권능 앞에 멈춰 섰고, 그 사이 오비도는 대규모 공간 이동 마법을 마무리할 수가 있었다.
– 죽음은 결국 너희를 집어삼킬 것이다. 흐려지는 시야 너머로 소리치는 죽음의 인도자에게, 아이반이 코웃음을 치면서 받아쳤다.
“아직 네 순서는 오지 않았다.”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놈들이 한가득한데 어딜 새치기를 하려고. 깡! 깡! 깡! 쇠를 내리치는 경쾌한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아이반은 끔뻑끔뻑 눈을 비볐다. ‘내가 언제 바닥에 쓰러져있었지?’ 볼에 달라붙은 모래 알갱이를 털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니 차분한 이레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일어났어? 꽤 빠르게 눈을 떴네. 한참은 더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마음 편히 누워있을 상황은 아니잖소. 어떻게 된 거요?”
그 말에 이레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한참이나 할 말을 입에서 돌리던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운이 좋았어.”
아이반이 피의 검을 얻지 않았다면, 화염 드래곤 사브리나의 힘을 빨아들이지 않았다면, 피의 검 브리카가 영성을 깨우고 신기로 각성하지 않았다면, 그리하여 난쟁이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운이 좋았다, 그저 그렇게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뭐, 그렇군.”
비어버린 행간을 읽은 아이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일어나 정신이 멍해서 묻기는 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는 그도 짐작하고 있었다. 붉고 푸른색의 빛 너머로 난쟁이의 말을 듣지 않았던가.
“복잡하게 돌고 돌아서 목적을 달성했어.”
“그러게 말이오, 아주 빌어먹을 과정을 거쳤지만.”
아이반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천장에는 마력등이 달려있어 어둡지는 않았지만 이곳은 동굴이었다.
망치 소리가 이리저리 울려 퍼지는 것을 보니 꽤 커다란 곳인 모양이다.‘기감이 엉망이군.’ 마력 회로 곳곳이 엉키고 온몸이 뻐근했다.
사지가 멀쩡하다는 것만 빼면 썩 멀쩡한 몸뚱어리는 아니었다. 하긴, 그 상황에서 사지 멀쩡하게 살아남았다는 것만 해도 대단하지.
“다른 이들은 어디에 있소?”
“다른 방에.”
아이반은 그쪽으로 움직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후들거리던 다리가 지금은 제법 단단했다.
하여간 괴물 같은 체력이었다. 아이반이 누워있던 곳보다 더욱 넓은 곳에서 델피노와 사제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깨어있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고,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지가 멀쩡하면 다행이고, 보통은 생명이 간당간당했다.
물론 깨어있고 사지가 멀쩡하다고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마력 회로가 뒤틀리고 끊어지거나 내장이 완전히 엉망이 되어 끊임없이 피를 토했다.
살아남은 자는 전체의 삼분의 일, 싸울 수 있을 만큼 괜찮은 자는 겨우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팔이 잘린 남부 기사단장 브라움은 깨어있었으나, 백색 마탑의 주인 오비도는 정신을 잃고 깨어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공간 이동은 그의 마력 회로를 완전히 뒤틀어놓았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도 마법을 완성한 것이 놀라웠다.
잘못하면 공간의 틈에 끼어서 미아가 될 수도 있었는데. 하긴, 그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죽음의 인도자에게 목숨을 빼앗기고 육신과 영혼을 농락당할 테니까.
“심각하군.”
“그나마도 다들 실력이 있으니까 이 정도인 거지, 원래라면 다 죽었어야 했어.”
이레인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덧붙였다. “그래도 여기서 더 죽는 사람은 없을 거라더군.”
“장담하기 힘든 말인데. 누가 그랬소?”
“난쟁이가.”
그러자 높고 낮은, 늙고 젊은 기묘한 목소리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나를 그리 부르지 마라, 어린 요정아.”
찰랑찰랑한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인이었다. 아니, 온몸에 근육이 가득한 청년이었다. 아니, 세월의 흐름에 쇠약해져 등이 굽은 노인이었다.때로는 키가 아주 작은 어린아이 같기도 했고, 때로는 덩치가 커다란 거인 같기도 했다. 부드러운 미소가 매력적인 호인처럼 보이기도 했고, 눈빛이 사나운 살인마처럼 보이기도 했다.분명 보고 있음에도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확신하기가 어려운 기묘한 존재, 난쟁이였다.그가, 혹은 그녀가 말했다.
“난쟁이, 나는 그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적어도 내 앞에서는 그것을 입에 올리지 마라. 당장 쫓겨나고 싶지 않으면.”
그 말에 아이반이 되물었다.
“그러면 우리가 당신을 어찌 부르면 되오?”
“부를 필요는 없지만, 굳이 나를 칭하고자 한다면 포르니라고 불러라.”
고대 노르드의 언어로 포르니(Forni)는 고대의 존재라는 뜻이다. 설마 이게 본명은 아닐 테고, 그냥 이름을 알려주지 않겠다는 소리겠지.
“그래, 포르니. 우선 감사하오. 길을 열어줘서.”
공간 이동이란 원래도 쉬운 마법이 아니지만, 마경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워낙 마력이 불안정하고 공간 좌표가 이리저리 꼬여있어서 제대로 목적지를 지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그런데 대악마 죽음의 인도자의 영향력을 뚫고 게이트를 만들어줬으니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모두 대악마의 장난감이 되었으리라.
“내가 한 것은 별거 없어. 그저 길을 열었을 뿐, 넘어온 것은 너희들이 한 거지. 인간 마법사가 썩 실력이 괜찮더군.”
물론 그 썩 괜찮은 실력의 인간 마법사는 지금 온몸의 마력 회로가 다 뒤틀려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이 죽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그건 어떤 의미요?”
“말 그대로.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하지는 않으니 치료를 한다면 살아나겠지. 멀쩡해진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그러면서 포르니가 웬 방패 하나를 가리켰는데, 아이반은 그것이 대지의 방패 팔그로인을 흉내 낸 것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완벽하게 동일한 권능은 아니겠지만, 시간의 흐름조차 멈추던 팔그로인의 절대 방어 권능이라면 죽어야 할 사람이 죽지 않도록 시간을 벌어줄 수가 있었다. 그사이 사제들이 신성력을 쏟아부어 치료한다면 적어도 생명은 건지겠지.
“좋은 방패였어. 나도 어설프게 따라 하는 것밖에는 못 하겠더군.”
포르니는 어깨를 한 번 으쓱이더니 손을 내뻗었다. 그러자 아이반의 몸속에 잠들어있던 피의 검 브리카가 밖으로 빠져나와 그의 손에 잡혔다.아이반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검을 빼앗겼다는 사실이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직접 피의 검 브리카를 만들었을 난쟁이가 상대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녀석이 아니었다면 내가 길을 열어줄 일도, 죽어가는 녀석들을 굳이 살려줄 이유도 없었을 거다.”
포르니가 피의 검을 쓰다듬으니 자그마한 드래곤이 불쑥 나타났다. 피의 검의 영체, 브리카였다. 녀석은 자신을 쥐고 있는 난쟁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주변을 돌면서 그를 반겼다.
“흐, 활발한 녀석이군. 이 녀석이 이리될 줄은 몰랐는데.”
어느 흡혈귀를 위해 만든 검이었다. 세상을 피로 물들일 마검이 된다면 몰라도 이리 훌륭한 신기가 될 줄은 포르니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그동안 세상을 떠돌며 수많은 씨앗을 뿌렸는데, 그중에 가장 기대하고 있지 않던 것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피어난 셈이다.어린 시절 떠나보낸 자식이 번듯하게 장성해서 돌아온 기분이었다. 포르니는 애정 어린 손길로 한참이나 피의 검을 쓰다듬었다.
“너희들이 살아남은 것은 모두 검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검을 조금 더 소중히 사용해라.”
무기에 피를 묻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때로 전투가 험난하다 보면 이가 나가거나 금이 가고, 부러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그러나 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전사가 자신의 무기에 애정이 없다는 것을 포르니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귀한 검이다. 너에게는 과분한 것이지. 그런데 이리 험하게 다루다니.”
“손질이라면 제때 하고 있소.”
“그건 네 생각이고.”
포르니는 쯧쯧 혀를 차면서 등을 돌렸다.
“따라와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려줄 테니까.”
그는 동굴 한쪽 구석에 위치한 자신의 공방으로 안내했다. 그러자 핏기가 없어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파라스가 억지로 몸을 일으켜 따라붙었다.파라스는 몹시 피곤해 보였지만, 눈빛만큼은 밤하늘의 별보다 반짝이고 있었다. 대를 이어서 난쟁이를 추적하여 마침내 꿈을 이루었으니 얼마나 흥분이 되겠나.포르니의 공방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리고 특별할 것도 없는 아주평범한 곳이었다. 풀무와 모루, 망치. 만들다가 만 장비 몇 개가 바닥을 구르고 있었고, 온갖 공구들이 너저분하게 펼쳐져 있었다.강철 모루의 불타는 산 대용광로, 은빛 용광로의 거대한 공방탑을 보고 난 이후라 난쟁이의 공방이 오히려 초라하게 느껴졌다.뭔가 새로운 것이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너무나 평범한 곳이었다. 파라스도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여기가 당신의 공방입니까?”
“그래. 불 피울 곳이 있고, 망치와 모루가 있으면 충분하지. 여기가 최후의 니다벨리르라는 것이 조금 우울하지만.”
포르니는 대충 비어있는 곳에 털썩 앉아서 피의 검 브리카를 손질하는 방법에 대해 하나씩 알려주었다.피의 검 브리카는 일반적인 도검이 아니라 핏물로 변해 몸속에 수납이 가능한 마법검이었으며, 영성을 지닌 신기이기도 했다.확실히 손질하는 방법이 독특해서 그동안 아이반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까드득, 까드득!마력석을 갈아서 그 가루를 피의 검 표면에 바르던 포르니가 무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위에 계신 영감들이 어찌 반응하고 있나?”
아이반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오른쪽 눈을 만지면서 대답했다.
“잘 모르겠소. 지켜보고는 있지만,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군.”
포르니를 발견하자마자 아이반을 지켜보고 있던 신들의 시선이 무척이나 무거워졌다. 평소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신들까지 모두 내려다보고 있는 모양이다.몸이 평소와 같지 않기에 신들의 시선이 크게 부담스러웠으나 아이반은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괜찮겠소? 신을 피해 다닌 모양인데.”
“당연히 괜찮지 않지. 하지만 어쩌겠어? 결국은 이리될 것인데.”
아이반의 오른쪽 눈이 점차 황금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세상 만물을 꿰뚫어 보는 위대한 현자의 눈이 거짓된 환상을 지우고 포르니의 본질을 바라보았다.그는 온몸에 근육이 잔뜩 붙은 남자였다. 얼굴은 세월을 담아 주름이 가득하였으나, 덩치는 웬만한 전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반보다도 컸다.아무렇게나 자란 붉은 수염과 머리칼은 군데군데 하얗게 변했고, 단단한 눈은 세월의 권태와 피로가 얼핏 보였다.난쟁이, 그렇게 불리기에는 너무나 건장한 몸이었다.
“당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영 다른 모습이구려.”
그 말에 포르니가 피식 웃었다.
“왜, 내가 키가 작고 팔다리가 짤막하지 않아 실망했나?”
“그리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솔직히 드워프와 비슷한 모습일 것으로 생각했소.”
그러나 실제 난쟁이, 포르니의 모습은 2m를 훌쩍 넘는 덩치의 근육질이었다. 팔다리 비율이 짧은 것도 아니고, 어디를 보더라도 난쟁이라는 느낌은 없었다.때로 난쟁이들의 세계 니다벨리르는 검은 엘프들의 세계 스바르트알파헤임이라 불렸다. 즉, 둘이 동일한 존재라는 뜻이다.
“난쟁이란 이름은 신들이 붙인 거야. 키나 외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지. 위대한 신격이 보기에는 그저 하찮고 작은 존재니까.”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드베르그, 난쟁이였다. 격이 낮고 하찮은 자들이지만 손재주가 좋아서 신조차 만들지 못하는 신기한 것들을 만드는 그들을 부르는 말.하긴, 노르드 신화의 신들은 대부분 본인이 거인이거나, 거인의 피를 이어받은 경우가 많았다.물론 노르드 신화에서 지칭하는 거인이라는 것이 단순히 덩치가 크기 때문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런 피를 이어받았으니 신들에게는 평범한 인간 크기가 작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미 당신도 신격이나 다름없어 보이오.”
홀로 이 세계로 넘어와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상을 돌아다녔다. 한때 드워프의 종족신이 될 뻔했던 소두린에게 모든 드워프보다 나은 장인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지상에 남은 대장장이의 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자격은 충분했다. 혈통이 문제 될 것도 없었다. 실제로 난쟁이, 그러니까 검은 알프인 이발디의 자식 중에 가장 어린 자가 아스가르드의 신격으로 있지 않은가.청춘의 여신 이둔. 아주 탐스러운 사과를 길러내는 바로 그 여신이다.
“나는 신이 되고 싶지 않아. 신을 위해 쇠를 두드리는 것은 이제 지겹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