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rep Job RAW novel - chapter 138
거기까지 말한 포르니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는지 피의 검 브리카를 아이반에게 던져주었다.
“피곤하군. 잠깐 눈을 붙여야겠어. 이야기는 나중에 계속하지.”
그리고 휙 어디론가 사라지자 아이반은 멀뚱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 공방을 구경하고 있던 파라스 역시 어정쩡한 자세로 멈춰 섰다.
“···신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다니, 실수했군.”
빌어먹을 아스가르드 신들에게 착취당하던 기억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그러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아이반은 스스로 자책하며 공방을 빠져나왔다. 동굴 한쪽에서 이레인이 활시위를 당기다가 그를 보고는 물었다.
“그의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 않던데.”
“내가 말실수를 좀 했소.”
“글쎄, 알 수 없지. 종잡을 수 없는 존재야. 생각보다 말이 많고, 또 생각보다 감성적이던데.”
“외로움 때문일지도 모르오. 어쨌거나 그는 이 땅에 있는 유일한 검은 알프니까.”
“검은 알프?”
“이그드라실과 아홉 세계에서는 검은 알프가 곧 난쟁이요. 긴가민가했는데 그렇더군.”
“흐음, 그래?”
이레인은 한쪽 눈썹을 밀어 올리며 포르니가 사라진 방향을 힐끔 살피다가 고개를 돌렸다.어차피 다른 세계의 존재였다. 이 땅의 엘프와 이그드라실과 아홉 세계의 검은 알프는 완전히 다른 존재이니 새삼스럽게 놀랄 이유가 없었다.
“쯧, 인간이 쓰는 활은 역시 나와는 맞지 않네.”
난전 중에 어느 기사가 부무장으로 쓰던 활을 챙겼던 이레인은 그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탄성은 물론이고 마력 전달이나 정령 친화에서도 수준이 영 떨어졌다. 평소라면 아무거나 대충 사용했겠지만, 대악마가 부활한 지금은 사소한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활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녀석의 이마에 화살 한 방 꽂아주는 거였는데.”
이레인은 괜히 그렇게 말을 내뱉었다. 압도적인 공포의 기억을 털어내기 위한 것이다.아이반이 인벤토리에서 곰방대와 연초를 내밀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걸 받아들고 불을 붙였다.평소에 쓰던 곰방대는 싸우던 와중에 잃어버렸다. 애지중지하던 활조차 부러졌는데 곰방대가 멀쩡할 리가 없었다.스읍, 후우-이레인은 괜히 자신의 손등을 만지작거렸다. 고대 요정의 신기, 팔라시온의 활이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대악마가 소환되었으니 이제 정말로 세계수의 파멸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생각에 초조해진 모양이다.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세계수와 다시 연결하려고 했어.”
“뭐?”
“그렇잖아? 대악마가 나타났으니 아끼지 말고 신기를 사용해야지.”
옳은 말이었다. 필요할 때 쓰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그러나 이레인이 흐릿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런데 연결이 되지 않더라고.”
아이반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레인은 크게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때가 왔나 봐.”
평소 차분하고 시니컬한 그녀답지 않게 이레인은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비록 각오하고 있던 일이라고는 해도 막상 그때가 다가왔다고 생각하니 진정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그녀 자신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곰방대를 쥐고 있는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아니, 사실 잘 모르겠어. 솔직히 확신할 수는 없어.”
요정의 숲은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차원 좌표를 옮기는 중이었다. 스스로 봉인한 상태니 이레인이 다시 세계수와 연결을 시도해도 반응이 늦을 수가 있었다.어쩌면 오랜만이라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꽤 긴 세월 세계수와 단절된 삶을 살다가 갑자기 연결하려고 하니 잘 안 되는 거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마경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었다. 신앙의 연결고리가 크게 약해지는 곳이 아닌가. 거기에 대악마가 다른 힘을 억누르고 있으니 세계수와 연결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래, 그럴지도 몰라. 그 이후로는 시도하지 않았거든.”
이레인은 어떻게든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아서 떠들어댔다. 횡설수설 늘어놓는 모습이 크게 불안해 보였다.
“진정하시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소.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하나씩 해결하면 되오.”
설령 진짜로 요정의 숲이 공격을 받는 중이라고 해도 세계수가 단번에 불탈 리가 없었다.세계수는 그저 커다란 나무가 아니라 모든 엘프의 정신과 영혼이 이어진 거대한 네트워크였으며, 그들이 스스로 만든 엘프의 종족신이었다.세계수의 근원은 저기 멀고 먼 천상계가 아니라 엘프에게 있었으며, 그러한 점 때문에 다른 신격보다 힘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자유로웠다. 세계수는 결코 나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게다가 요정의 숲은 세계수의 성역. 그곳에서 세계수를 강제로 꺾어버리려면 같은 신격이 적어도 둘은 필요했다.
‘문제는 약점이 너무 뚜렷하다는 것인데······.’
예전 거인의 군세와 싸울 때 엘프들이 크게 약해진 것은 웬디고와 같은 악령이 정신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다.서로 정신이 연결된 엘프는 하나가 오염되면 그게 네트워크를 타고 쉽게 번질 수가 있었다.물론 엘프의 정신력이 약한 것도 아니고, 세계수라는 거대한 네트워크가 쉽게 무너지지도 않겠지만, 신격의 약점치고는 너무나 치명적이었다.엘프가 서로 정신연결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면 세계수는 자연스럽게 무너진다.
‘아직은 아니야.’
정말로 심각한 상황이라면 이레인이 그걸 알았을 거다. 세계수와 연결을 끊은 상태라고 해도 그녀는 엘프였고, 엘프의 종족신이 아주 위험한 상태라면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세계수가 무너지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면 역설적으로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뜻이다.물론 세계수가 무너지고 있다고 해도 당장은 할 수 있는 것이 없겠지만.
“미안, 잠깐 추태를 보였네.”
한참 곰방대를 빨아들이던 이레인은 불안하던 마음이 대충 가라앉은 것인지 그리 말했다.그녀가 평소에 피우는 연초는 온갖 약초가 섞여서 강력한 진정 효과가 있었다. 상당히 지독한 것이었으나, 덕분에 불안하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나는 환자나 살펴봐야겠어. 그들을 어떻게든 회복시켜야지.”
이레인이 자리를 피하자 아이반은 그나마 멀쩡한 사람 몇 명을 모아 식사를 준비했다마경에 들어온 뒤로 딱딱하고 푸석한 건량만 씹으면서 버텼지만 지금도 그럴 수는 없었다. 환자에게는 제대로 된 음식이 필요했다. 누군가에게는 부드러운 죽이, 누군가에게는 신선한 채소와 고기가.인벤토리에서 재료를 꺼낸 아이반은 투박한 솜씨로 요리를 시작했다. 아주 훌륭하지는 않아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아이반이 차를 끓인다면 기겁하는 델피노도 그의 요리는 맛있게 먹었다.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기 시작하니 잠을 자러 가겠다던 포르니가 불쑥 가까이 다가왔다.
“눈을 붙이신다더니.”
“잘 만큼 잤어. 나야 수면 시간이 길지는 않으니까.”
그러면서 포르니는 냄비를 빤히 바라보았다. 처음 무게를 잡던 모습과 달리 꽤 재미있는 모습이었다.아이반이 고기 스튜 하나를 듬뿍 담아서 건네니 포르니는 조심스럽게 받았다.
“향신료가 듬뿍 들어간 음식은 오랜만이군. 이런 곳에서 혼자 살다 보면 아무래도 음식이 단조롭거든.”
술은 없냐며 묻는 그에게 아이반은 와인을 꺼냈다. 꽤 귀한 술이라 아껴먹으려고 했지만, 겨우 술 한 병으로 난쟁이의 호의를 산다면 싸게 먹히는 셈이다.
“술과 고기. 전사에게는 빠질 수 없는 것들이 아닌가.”
포르니는 술을 벌컥벌컥 마시고 고기를 양껏 뜯으면 상처가 치유된다고 떠들어댔다.아주 병신 같은 소리였지만, 아이반은 부인하지 못했다. 그런 몸뚱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크게 파여서 뼈가 드러날 것 같던 상처에 살이 차오르고 부족한 피가 생성되어 몸을 채웠다. 뒤틀리고 끊어질 것 같던 마력 회로가 점차 안정을 찾고 욱신거리던 몸이 점차 멀쩡해졌다.그것을 빤히 바라보던 포르니가 대뜸 물었다.
“그래, 네 이름이 무엇이냐?”
이름? 그러고 보니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았던가.
“아이반 에시르손. 그리 불리고 있소.”
“에시르손?”
포르니는 그 말을 입에서 굴렸다. 어딘가 껄끄러운 듯이, 그리운 듯이.
“그리 자칭하는 자는 몇 있었지만 그런 쭉정이들과 다르게 이번에는 진짜로군. 하긴, 오딘이 선택한 자가 그리 불리지 않으면 누가 그럴 수 있을까.”
포르니의 눈에는 아이반을 휘감고 있는 신력이 똑똑히 보였다. 아스가르드의 위대한 신들이 그를 가호하고 있었다.그 옛날 라그나로크 이전, 이그드라실과 아홉 세계가 멀쩡하던 시기에도 이만큼이나 신의 관심을 받던 전사는 존재하지 않았다.이 낯선 땅으로 넘어온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스가르드 신들은 방관자였다. 이곳은 자신의 세계가 아니었고, 그렇기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했다.그런 자들이 침묵을 깨고 전사 하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포르니는 아주 잘 알았다.아주 힘든 삶을 살아왔을 거다. 앞으로 더욱 힘든 삶을 살 테고. 과연 이 녀석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포르니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이반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너는 신들을 어찌 생각하느냐?”
아이반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빌어먹을 놈들이오.”
그 말에 포르니는 깔깔 웃었다. 모처럼 시원하게 웃음을 토해내는 것 같았다. 이렇게 순수하게 웃어본 적은 거의 이천 년 만에 처음이었다.너무 웃어서 눈물마저 맺힌 포르니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리 신을 욕하고도 멀쩡한 것을 보니 오딘이 마음을 정한 모양이군. 그러면 나또한 아홉 세계 최후의 대장장이로서 망치를 들겠다.”
더는 신의 노예처럼 부려지는 것은 사양이었다. 그들에게 운명이 농락당하는 것도 싫었다. 그러나 아홉 세계 최후의 대장장이로서, 이 땅으로 건너온 유일한 난쟁이로서 의무를 다해야만 했다.비록 이그드라실이 불타고 아홉 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막지 못하였으나, 이 땅에서만큼은 그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그토록 숨고, 피하고, 잊으려고 해도 어쩔 수가 없군.’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던 포르니는 이내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사실 정말로 그럴 생각이었다면 여기저기 씨앗을 뿌리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기에 그리 행동했던 것이 아닌가.아이반의 말대로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죄다 빌어먹을 놈들이고, 그중에서도 오딘은 쓰레기 같은 놈이었다.거짓으로 속이고 뒤통수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을 따르는 전사를 몰래 죽이고 혼을 뺏어가는 것은 당연했다.전쟁을 조장하여 세상을 혼란으로 물들이고, 피와 죽음을 뿌려 전사의 목숨을 수확했다. 그러나 그 행동과 과정이야 어쨌든 오딘의 신념만큼은 인정하고 있었다.더 많은 지혜를 얻기 위해 스스로 눈을 뽑았다. 더 심오한 지식을 얻기 위해 스스로 창에 꿰여서 나무에 매달렸다. 끊임없이 세상을 살피고, 끊임없이 전사를 구했다.오딘은 세계의 창조주이며 최고의 신이었으나, 사적인 쾌락을 추구하지 않고 언제나 고행의 길을 걸었다.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이그드라실과 아홉 세계가 불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오딘의 삶은 결국 라그나로크를 막기 위해 준비하는 삶이었다.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세계의 파멸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비록 그 과정은 지독하고, 결코 동의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목적만큼은 숭고했다.포르니는 그를 무척이나 증오했으나 한편으로는 동정했다. 어리석은 주신이 미련을 버리지 못했음에 안타까워했고, 또한 마침내 짐을 벗어 던진 것을 축하했다.
“이그드라실과 아홉 세계를 살았던 자로서, 그 찬란하고 아름다운 세계의 파멸을 지켜본 자로서 그대를 도와주마.”
검은 알프, 그러니까 난쟁이가 이렇게 쉽게 도와준다니, 이미 그에게 한 번 은혜를 입었음에도 의아한 마음이 든 아이반이 물었다.
“어찌 그러시오? 천 년을 숨어 살았으면서.”
“헛된 미련이고 삿된 망상이다. 그러나 세계의 멸망을 보았던 자가 어찌 또 다른 멸망을 외면할 수 있겠나.”
한때 난쟁이의 왕 흐레이드마르의 둘째 아들이었던 자는 그리 말하며 웃었다. 신들에게 농락당해 아버지를 잃고, 형을 죽였으며, 제자에게 죽임당한 자가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나의 죄가 실로 깊고도 깊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 낯선 땅에서 조금이라도 갚을 수가 있다면 기꺼이 그리하겠다.”
그는 아까 전 피의 검 브리카를 만지면서 그 속에 담긴 힘을 읽었다. 수많은 힘 중에서 아주 익숙하고 익숙한 것을 발견하고 말았다.용살검 그람.한 번 부러졌던 것을 자신의 손으로 다시 벼려낸 검이며, 어리석은 형의 목숨을 뺏었던 검이며, 멍청한 자신의 목숨을 가져간 검이었다.피의 검 브리카에 그람이 깃든 것은 그저 우연일까? 아니면 자신을 재촉하기 위한 오딘의 의도였을까?이유야 어쨌든 포르니는, 난쟁이의 왕 흐레이드마르의 둘째 아들이자, 악룡 파프니르의 동생이며, 영웅 시구르드의 스승이자 양부였던 그의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이 또한 신의 의도에 놀아난 것이라면 불쾌한 일이었으나, 알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게 깊고 깊은 자신의 죄를 씻는 일이며, 증오스럽고 가련한 옛 주신을 위로하는 일이었다.
‘이리 재촉하지 않았어도 의무는 다했을 거요.’
포르니는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오딘은 믿음을 몰랐다.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계획을 세우고 하나하나 점검했다. 가장 믿음직스러운 것도 의심하고 의심했다.자신의 의도를 벗어나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는 자이니, 이리도 목줄을 바짝 채우는 것이지. 그의 그런 태도가 결국 계획을 엉망으로 만든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메긴기요르드, 드라우프니르, 피의 검 브리카. 거기에 길을 잃은 대전사의 창까지 얼핏 느껴지는군. 내가 뿌린 씨앗을 꽤 많이 모았구나.”
그러나 그것으로 부족했다. 어디까지나 모조품이었고, 대충 흉내만 낸 것들이었다. 아홉 세계 최후의 전사, 아스가르드의 화신에게 어울리는 수준은 아니었다.못마땅하게 아이반의 장비를 살피던 포르니는 미간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
“죄다 다시 만들어야겠어.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도 없고.”
“중요한 거라니, 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아이반의 질문에 포르니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 대꾸했다.
“천둥신의 망치. 묠니르야말로 아홉 세계 최고의 보물이지.”
어느 날 로키는 심심함을 참지 못하고 자고 있는 시프의 머리카락을 잘라버렸다. 시프의 남편인 토르는 당연히 불같이 화를 내며 로키를 때려죽이려고 했고, 로키는 뒷수습하겠다며 난쟁이를 찾아갔다.그게 바로 위대한 장인으로 이름 높은 이발디의 아들들. 로키는 그들에게 황금 머리카락과 신들의 배 스키드블라니르와 반드시 명중하는 마법의 창 궁니르를 얻어냈다.그리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돌아오는 길에 슬쩍 에이트리와 브록크 형제에게 찾아가서 그들의 속을 긁었다.
“느 집엔 이거 없지?”
점순이는 구운 감자라도 주면서 그 소리를 하지 로키는 주는 것도 없으면서 그냥 살살 약을 올리니 에이트리, 브록크 형제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그것보다 더 훌륭한 보물을 만들면 대가로 로키의 머리를 가져가겠다며 이를 갈았다. 불을 지피고 망치를 들었다.그리고서 만든 물건이 황금 멧돼지, 굴린 부르스티와 아흐레마다 아홉 개가 되는 황금 팔찌, 드라우프니르, 그리고 아스가르드 최강의 무기인 묠니르였다.
“사실 묠니르는 미완성품이야. 원래는 손잡이를 길게 만들려고 했지만, 중간에 내기를 건 로키가 방해해서 어쩔 수 없이 짧아진 거지.”
그런데도 판정을 맡은 신들은 모두 묠니르를 최고의 보물로 꼽았다. 그건 그만큼 묠니르가 훌륭하다는 의미였다. 물론 로키를 엿 먹이고 싶어서도 있겠지만.
“그래서 나는 이왕 만드는 김에 손잡이를 길게 만들었지. 에이트리와 브록크 형제가 원래 생각했던 그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서.”
포르니는 자신의 창고 가장 깊은 곳에서 망치 하나를 가져왔다. 한 손으로 들기에도 적당하고, 두 손으로 쥐기에도 썩 괜찮은 물건.그러나 지금까지 보았던 보물들이 대부분 겉으로도 느껴질 만큼 강력한 기운을내뿜었던 것에 비해서 이것은 너무나 평범했다.아주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것도 아니었고, 넘쳐흐르는 기운도 없었다. 분명 룬 문자가 새겨져 있고, 마법이 깃들어 있었으나 세상을 뒤흔들만한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황금빛을 뿌리는 아이반의 오른쪽 눈으로도 특별한 것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저 무식하게 단단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왜? 실망했어?”
“그렇지는 않소. 무기란 튼튼한 것이 제일이지. 쓸데없이 많은 기능이 붙어있다고 좋은 것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