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rep Job RAW novel - chapter 155
“흥, 그깟 오크와 고블린이 두려워 나의 명을 거부한다는 말이냐?”
“혹시 카락취가 원시 거인을 토막 치는 걸 보지 못했소? 그깟 고블린이 검 하나로 땅을 가르고 하늘을 베었는데.” 그 검이 자신에게 향한다면 아직도 막을 자신이 없었다. 그만큼 충격적인 검술이었다.
“어찌 되었든 나는 그대들에게 임무를 내렸노라. 그것을 행하라. 그대가 약속한 것은 대악마의 핵이 아니라 나의 부활이었으니.” 그 말을 끝으로 뱀신 모르나가 사라졌다. 그리고 아이반의 불만 가득한 눈빛을 마주한 사나운 이빨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요정의 숲은 본질적으로 대륙의 모든 숲과 이어졌다. 그러나 그 모든 숲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 외부의 침입을 경계해 강력한 결계로 보호되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술사가 오랜 세월 터를 닦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든 숲은 요정의 숲을 이용해서도 쉽게 넘어갈 수가 없었다. 설령 어떻게 넘어간다고 해도 주술사의 눈을 속이고 움직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대지의 심장으로 바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반드시 피의 동맹이 점유한 영역을 건너야만 했다.
“북동쪽. 일단 전선으로 가서 상황을 살펴야겠소. 정보를 얻은 후 다른 루트로 들어가야지.”
아이반의 말에 사나운 이빨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뱀신 모르나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그로서는 아이반이 임무를 받아들였다는 것만으로 감사했다.
“좋은 생각이다!”
일행은 또다시 긴 여행을 준비했다. 모처럼 대도시에 왔으니 한번 재정비를 하려는 것이다. 마경 진입부터 시작해서 마리난 제국 남부를 차지한 악마와 언데드 군단을 뚫고, 잠시 남부 전선을 지키다가 스트라븐을 공격하고, 거기에서 탈출하자마자 대수림으로 달려가 동맹을 체결한 후 요정의 숲으로 넘어가 대악마를 쓰러뜨렸다. 그렇게 여유가 없이 계속 싸움만 이어졌기에 인벤토리에 가득 채워져 있던 물품들이 슬슬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이쯤에서 보충을 해야만 했다. 처음 제국 수도로 들어올 때만 하더라도 크게 경계하는 듯했는데, 둘째 황자를 만나고 나온 뒤로는 감시하는 눈길이 크게 줄어서 움직이는 데 문제가 없었다. 아예 관심을 끊은 정도는 아니지만, 일행을 억지로 붙잡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일행이 가진 힘을 생각하면 그리 풀어두기도 쉽지 않을 텐데 의외였다.
“나는 시장에 다녀와야겠소.”
아이반이 그리 말을 꺼내자 이레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에 섰다. 함께하겠다는 뜻이다.
“저는 잠시 신전에 다녀와야겠습니다.”
델피노는 제국 수도에 있는 아룬의 신전에서 정보를 얻기로 했다. 대악마가 사라졌음을 성황청에 알려야 할 의무도 있었고.
“나는 이곳에 있겠다.”
사나운 이빨은 숙소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아무래도 마리난 제국은 이종족을 멸시하는 풍조가 강하니 그가 돌아다니기에는 편치 않은 곳이었다. 아이반은 어두운 용의 발톱을 적당한 길이로 만들고 가볍게 바닥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물푸레나무가 자라나 어두운 용의 발톱을 감싸고 지팡이가 되었다.
“론둥그(L?ndungr:덥수룩한 망토를 걸친 자).”
아이반의 커다란 덩치가 쪼그라들었다. 건장한 전사의 몸에서 구부정한 마법사 노인의 모습이 되었다. 팽팽하던 피부가 쭈글쭈글해지고 딱 벌어진 어깨가 안으로 굽었다. 언제나 찬란한 황금색으로 빛나던 머리칼을 검은색으로 바꿨다가, 다시 붉은 기가 도는 갈색으로 바꿔보던 아이반은 결국 푸석푸석한 은발로 결정했다. 익숙한 듯이 낡은 로브를 두르고 챙이 넓은 모자를 뒤집어쓴 아이반을 보며 이레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항상 그 모습으로 변하던데,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는 없는 거야?”
“가능한 일이오.”
“그런데 왜 항상 떠돌이 마법사 노인이야?”
“이게 가장 익숙한 모습이니까.”
변신 마법은 대체로 사용자의 심상에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안타깝게도 아이반이 가장 강렬하게 떠올릴 수 있는 모습이 바로 이것이었다. 빌어먹을 오딘,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는 그의 신. 처음에 뭣 모르고 신성력을 일깨웠던 아이반을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무척이나 괴롭혔다. 신격의 막대한 존재감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필멸자를 억누르는데 그들이 시시때때로 나타나 힘을 줬다가, 뺏었다가, 기억을 들여다보려 정신에 침입했다가, 실패해서 물러났다가를 반복했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나. 그런 식으로 아이반의 심상에 새겨진 것이 빌어먹을 오딘의 모습이었다. 미우나 고우나 아이반에게 가장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이 되기 전에 돌아오겠소.”
떠돌이 마법사 노인과 그를 모시는 제자로 변신한 아이반과 이레인은 곧바로 시장으로 향했다. 대륙에서 유일한 제국의 수도는 상업지구가 아주 크게 조성되어 있었다. 대륙 전역에서 몰려온 상인들이 온갖 신비로운 물건을 사거나 팔아넘기고, 그걸 구경하기 위해 온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한 곳이었다. 평소라면 그랬을 것이다.
“···무척이나 한산하구려.”
“전쟁이 이미 생활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든 거지.”
사람들이 넘쳐났을 시장은 한적하다 못해 썰렁했다.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았고, 몇몇 노점상이 꾀죄죄한 모습으로 앉아있을 뿐이다.
“제국 수도가 이 모양이라니,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아이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잠든 노숙자나 먹을 것을 구걸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야 대륙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지만 왠지 더 무겁게 느껴졌다. 몇 번 허탕을 치며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끝에 그들은 문을 연 잡화점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가게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던 주인은 모처럼 찾아온 손님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어서 오십시오!”
“혹시 여행물품이 있소? 야영 장비 같은 것들.”
“있습니다! 있고말고요!”
과장하듯 손을 뻗어 외치는 가게 주인의 모습이 영 미덥지 못했으나 아이반은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곳은 문을 연 곳이 없어서 선택지가 없었다. 다행히 완전 맹탕은 아니었다. 꽤 그럴듯한 장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튼튼한 방수천, 편리한 구조의 텐트, 모포나 침낭, 밧줄과 그물, 그 외에도 이것저것. 아이반은 이왕 사는 김에 죄다 구입하기로 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도구가 망가지는 것은 일상다반사라 아무리 여분이 있어도 부족했다. 이 세상에서 여행이란 그리 낭만적인 것이 아니었기에 여행용품도 꽤 값이 나갔다. 아이반은 값으로 은화를 제법 지불해야만 했다.
“짐이 많군요. 주소를 알려주시면 짐꾼을 시켜 배달하겠습니다.”
모처럼 많은 물품을 팔아서 기분이 좋아진 가게 주인이 공짜로 배달을 해주겠다며 제안했으나 아이반은 거절하고 그 자리에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산처럼 쌓여있던 물품들이 숭덩숭덩 사라지는 모습을 본 가게 주인의 자세가 한층 공손해졌다.
아공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치고 대단하지 않은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작은 아공간 주머니만 하더라도 장원 하나를 구매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걸 아무렇지 않게 쓰는 사람이라니, 등줄기에 땀이 주르륵 흘러내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것이 있나? 없겠지?’ 웃는 얼굴 그대로 굳어서 필사적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던 가게 주인을 무시하고 아이반은 밖으로 나왔다.
영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오래 있고 싶지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가게를 나와 몇 걸음을 걷기도 전에 따라붙는 자들이 있었다.
남의 주머니도 자신의 것처럼 여기는 공유 경제의 신봉자들이 자신의 사상을 강요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어이, 영감! 같이 사는 세상인데 서로 돕고 사······.”
덩치 네 명이 길을 막고 등장하자마자 눈을 뒤집어 까고 바닥에 쓰러졌다. 이레인이 불러낸 정령이 그들을 기절시킨 것이다. 아이반이 그녀를 바라보자 이레인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죽이는 편이 나았을까?”
“그렇진 않소. 우리가 굳이 피를 묻힐 필요는 없겠지.”
“그래.”
세계수와 다시 연결된 이후 이레인이 드러내는 감정이 크게 옅어진 느낌이었다. 완전히 무감정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흔들림이 너무 적었다.
아이반은 그녀를 보면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엘프다운 것일까? 그녀에게는 이게 옳은 건가? 하지만······.’ 지나치게 오래 세계수를 떠나있었던 고행자는 다시 세계수의 품으로 돌아와도 완벽하게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미 이질적으로 변해버린 정신이 세계수 네트워크에 완전히 동화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걸 해결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질적인 정신이 다시 세계수 네트워크를 받아들일 때까지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른 고행자는 그 임무를 마치고 요정의 숲으로 돌아왔다. 한번 끊어냈던 정신을 다시 열고 세계수를 받아들인 순간 다시는 밖으로 나가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레인은 그것을 거부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아이반의 여행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요정의 숲을 벗어나 대륙으로 향했다. 세계수 네트워크에 연결된 상태로 숲을 벗어나는 것은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세계수 네트워크에 연결되었다가 끊어지기를 반복하니 견딜 수 없는 외로움과 상실감을 계속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레인이 그 괴로움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아이반은 무척이나 걱정스러웠다.
그것을 눈치챈 이레인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 나는 괜찮으니까.”
엘프는 홀로 존재할 수 없었다. 고독은 그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누군가에 온전히 이해되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공포였다. 그러나 이제 이레인은 혼자가 아니었다. 엘프는 아니었으나, 그래서 정신 연결은 할 수 없었으나 자신을 이해해주는 동료가 있었다. 그렇기에 이레인은 기꺼이 요정의 숲에서 다시 나올 수가 있었다.
한때 강력한 정신 안정 효과가 있는 연초 없이는 버틸 수 없던 정신이 안정을 찾았다. 비록 예전과 같은 모습은 아니더라도 세계수의 품에서 세상을 주유할 수가 있었다.
세계수가 반쯤 부서지고, 다시 일어나면서 그녀의 정신 역시 성장했다. 단지 이레인만이 아니라 모든 엘프가 그러했다.
아직 깨닫지는 못했지만, 엘프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 것이다.
“동료가 있잖아.”
그 말에 아이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달리 말은 없었으나, 이 순간 둘은 같은 생각과 감정을 공유했다. 정신 연결이 없어도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고, 동료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다녀왔습니다. 제가 좀 늦었군요.”
델피노의 말에 아이반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야 물건만 사고 돌아오면 되니까 오랜 시간이 걸릴 필요가 없었지. 이거나 받으시오.”
아이반이 건네주는 주머니에서 짤랑짤랑 소리가 났다. 이게 대체 뭐냐는 눈빛으로 델피노가 바라보자 그가 대답했다.
“어둠에 물든 영혼을 구제하고 신에게 용서를 구할 기회를 주었소.”
“훌륭하십니다. 죄 많은 영혼이 그 악업을 조금이나마 씻었겠군요.”
주머니를 냉큼 받아 챙긴 델피노는 신전에서 받아온 지도를 펼쳤다. 대륙의 모습이 제법 세세하게 그려진 것이었다.
이 시대에 정확한 지도란 곧 군사적인 비밀이 담긴 물건이었다. 쉽게 구하기는 어려웠으나, 성황청은 델피노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기에 기꺼이 내어준 듯했다.
“지금 전장이 이렇게 나뉘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쪽 숲을 통해 움직이는 것이 가장 가깝겠지요.”
“그쪽으로 도망갔다는 첫째 황자는?”
“노발대발 날뛰기는 하는데, 병사를 함부로 움직일 상황은 아니라고 합니다. 원래 그를 지지하던 세력이 크게 약해진 것은 둘째치고, 첫째 황자의 군재가 형편없다더군요.” 황제가 쓰러지고 그 대행을 맡았던 첫째 황자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수만의 병사가 허무하게 사라졌다고 했다. 그리고 그 죄를 어느 장군에게 물어 실각시키는 바람에 군부의 평판이 무척이나 좋지 못하다고. 혹시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한 둘째 황자가 퍼트린 소문이 아닌가 싶었지만, 신전에서 얻은 정보를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모양이다.
“그리고 이건 성황청에서도 확신하지 못하는 정보입니다만······.” 델피노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덧붙인 말에 일행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오크로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크로드 카르타크.
수백만 오크의 군주이자 오크투신 타르칸의 챔피언, 피의 동맹을 이끄는 맹주.
카르타크는 피의 동맹을 이끌고 전쟁을 시작했지만 정작 그가 직접 움직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한 번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인간의 왕국은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그래 봐야 그깟 그린스킨이라 무시 하던 인간의 왕국은 화들짝 놀라서 전력을 투입했음에도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지 못했다.
수많은 피를 바닥에 뿌리고, 그러 고도 몇 번이나 물러나기를 반복하 고서야 피의 동맹에 대항하기 위해 신뢰의 연합을 만들어야만 했다.
피의 동맹과 직접 마주하고 있는 로만 왕국과 마리난 제국은 물론이 고 서부 연합 왕국, 북부 왕국 스페니안, 기타 자잘한 소국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적으로 전쟁에 참여하자 비로소 밀리던 전선이 멈춰 섰다. 그리고 교착 상태로 빠져들었다.
자잘한 전투는 있었으나 큰 싸움은 없이 신경전을 벌이던 것이 벌써 일 년, 오크로드 카르타크가 다시 움직 이려는 모양이다.
아이반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필 이런 타이밍이라니, 끔찍하군.”
성황청조차 확신하지 못한다고는 했으나, 그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 면 분명 근거가 있을 터였다. 이미 말이 나온 시점에서 무시하지 못할 가능성이란 뜻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할 것 같소.”
아이반이 예전 로만 왕국을 떠난 것은 피의 동맹, 더 나아가 오크로드 카르타크의 아들을 죽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 대단한 실력자는 아니었지만, 그 당시에는 상당히 버거운 적이었다. 겨우 죽이고 나니 목에 현상금이 걸리고 다른 카르타크의 아들이 찾아와 공격했었지.
어찌어찌 녀석의 팔을 잘라서 쫓아 보냈지만 계속 찾아올 적들을 감당 할 자신이 없어서 아예 로만 왕국을 뜨지 않았던가.
얼어붙은 대지에서 원시 거인과 싸우며 잠시 힘을 합친 적이 있었으나, 아이반과 오크는 썩 좋은 사이가 아니었다.
자연의 구도자 테잔이 피의 동맹과 갈등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기에 최대한 부딪히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이제는 그것도 한계에 도달한 듯했다.
그러한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델 피노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피의 동맹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지의 심장이 어디에 있는지를 생 각하면 아무리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고 해도 피의 동맹과 부딪히는 것은 정해진 결말이었다.
일행은 그것이 무척이나 부담스러 웠으나, 내친걸음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신격의 의뢰란 함부로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