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rep Job RAW novel - chapter 219
“포로는 필요 없다! 모두 가라앉혀라!”
229화 깊은 바다의 폭군
아이반이 날리는 창은 폭격과 같았다. 웬만큼 실력이 있지 않고서는 막아 내기는커녕 바라볼 수도 없을 만큼 빠르고 강력했다.
마력을 뿜으면서 덤벼드는 해적들이 있었으나, 아이반을 붙잡기엔 격이 떨어졌다. 거칠고 사나운 맛은 있어도 질적인 차이가 너무 심했다.
탁!
어느 해적의 커틀러스를 걷어 낸 아이반이 강하게 발을 구르자 번개가 튀어 나갔다. 주변에 있는 놈들을 휘감고 나무 바닥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치지직!
아이반이 성냥을 긋듯 창을 휘두르니 그 끝에서부터 불꽃이 피어나 순식간에 해적선을 집어삼켰다. 해적들은 허둥지둥 물을 길어 와 뿌렸지만, 마력으로 타오르는 불길을 쉽게 잡을 수는 없었다.
결국, 해적들은 배를 버리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늦게 뛰어든 녀석의 몸에는 불길이 가득 달라붙었다.
그사이 아이반은 또 다른 해적선을 노리고 움직였다. 천둥과 함께 하늘로 솟구치고, 벼락처럼 내리치기를 반복했다.
탕!
해적이 그를 향해 머스킷을 쐈지만 아이반은 고개를 옆으로 젖히는 것으로 가볍게 피했다. 이 시대에도 총기는 위협적인 무기였으나, 아이반은 날아오는 총탄을 보고 움직일 만큼 여유로웠다.
사실 굳이 피할 필요도 없었다. 태생적으로 마력을 담을 수 없는 총탄은 아이반이 뿜어낸 마력 장벽을 뚫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머스킷은 한 발이 빗나가면 재장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해적은 어찌 반응할 틈도 없이 창에 꿰뚫려 목숨을 잃었다.
쾅!
아이반이 날뛰는 것이 두려웠는지 근처에 있던 해적선들이 그를 노리고 포탄을 발사했다. 이곳에는 아직 살아 있는 해적이 백 명 가까이 있었으나 그냥 같이 죽으라는 듯 거침없었다. 애초에 동료 의식이 없으니 아군을 공격한다는 망설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휘리릭!
아이반은 도끼를 집어던졌다. 그를 향해 날아오던 포탄 하나가 아이반의 도끼를 맞고 허공에서 그대로 터져 나갔다. 그렇게 직격탄 하나를 처리한 아이반은 머뭇거리지 않고 뛰어올랐다.
그가 사라진 해적선이 포탄 수십 발을 얻어맞고 그대로 침몰하는 동안 아이반은 브리카를 불렀다.
우웅-
사브리나 곁에서 꾸벅꾸벅 졸던 브리카가 공간을 뛰어넘어 나타났다. 손바닥 크기에서 순식간에 작은 배만큼 커진 브리카가 아이반을 태우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크롸아아아!
갑작스럽게 드래곤이 하늘에 나타나 소리를 내지르자 해적들이 깜짝 놀라 움츠러들었다. 악과 깡으로는 밀릴 것이 없는 놈들이었지만 머리 위에 쏟아지는 불길에도 대범한 척할 수는 없었다.
화르륵!
브리카가 마치 선을 그리듯 날아가며 화염을 토해 냈다. 해적선 몇 척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여 무너져 내렸다.
쉬이익!
브리카 위에 올라탄 아이반은 그 순간에도 창을 집어 던졌다. 마력을 듬뿍 머금은 그의 창이 잡아 뜯고 지나가면 배 한 쪽이 휑하게 변해서 기우뚱 기울었다.
한껏 불꽃을 토해 낸 브리카가 다시 하늘로 치솟았다. 높은 곳에서 전장을 바라보니 아군에게 극히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해적선이 몇 배나 많았으나 아군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아군 함선 몇 척이 중파될 때 해적들은 거의 절반이 무너졌다.
해적들은 제대로 통일되지도 않았고 질이 좋지도 못했다. 서쪽 바다에서 악명 높은 해적들이 약하단 소리는 아니지만, 신을 죽이기 위해 나선 최정예 병사들을 감당하기엔 부족하기만 했다.
홀로 배 하나를 조각낼 수 있는 강자가 몇이나 되니, 일반적인 해상전투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발할라! 우리의 왕을 따르라!”
“적의 피를 오딘께 바쳐라!”
“토르께서 이놈들의 목숨을 원하신다!”
노르드 전사들은 바이킹의 본능을 불태우며 적선에 뛰어들었다. 갈고리로 해적선을 붙잡아 역으로 넘어가 백병전으로 쓸어버렸다.
그렇게 탈취한 함선이 몇이나 되니 전투가 끝나면 오히려 배가 늘어날 것 같았다.
쾅!
그때 아군 함선 하나가 통째로 부서졌다. 배가 잠깐 위로 튕겨 오르며 갈기갈기 찢어져 바다로 흩어졌다.
거대한 고래였다. 함선보다 커다란 고래가 밑에서부터 후려쳐 배를 부순 것이다.
파앙!
녀석이 내뿜는 물줄기가 수십 미터가 넘게 하늘로 치솟았다가 떨어졌다. 그렇게 잠시 모습을 드러내고는 다시 바닷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괴물 고래에서 깊은 바다의 폭군과 같은 기운이 느껴졌다. 해신의 축복을 받은 신수인 모양이다.
가볍게 적을 밀어붙이고 있던 아군이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바닷속에서 갑자기 솟구쳐 오르는 것을 미리 알 방법은 거의 없었기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우웅-
아이반의 오른쪽 눈이 황금색으로 변했다. 거기에 헤임달의 권능이 더해져 어두운 바닷속을 꿰뚫어 보았다.
깊은 바다의 폭군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이다. 녀석의 기운을 듬뿍 머금은 권속들이 바닷속에서 몇이나 느껴졌다.
둥!
둥!
둥둥!
낮은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 사방 가득한 비명과 전투의 소음을 뚫고 북소리가 선명하게 전해졌다.
푸앗!
바다에서 배가 몇 척이나 솟아올랐다. 해적선이 불타고 침몰한 그 틈으로 더욱 커다란 배들이 나타났다.
따개비가 가득하고 온갖 해초를 휘감고 있는 낡은 해적선. 반쯤 썩은 나무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찢어진 돛이 처량하게 흔들렸다.
침몰한 상태로 수십 년간 바다에 방치된 것만 같은 해적선이 수십 척이나 새롭게 나타났다.
달그락달그락!
살과 근육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뼈만 남은 선원들이 비웃듯이 턱을 떨었다. 구멍 뚫린 낡은 해적기를 흔들고 녹슨 검을 들어 올렸다.
언데드 해적, 바다의 망령.
깊은 바다의 폭군에게 저주받아 영원히 서쪽 바다를 떠도는 유령선이 이곳에 모두 모였다. 불길한 눈빛으로 사악하게 웃으며 덤벼들었다.
– 목숨까지 약탈하라! 수확의 시간이다!
유령 선장의 외침과 함께 포탄이 발사되었다. 악령의 비명이 전장을 뒤흔들고 쇠사슬에 묶인 망령들이 유령선을 끌었다.
그들의 영혼을 붙잡은 깊은 바다의 폭군이 내린 명령을 따라서 새로운 노예를 만들기 위해 전투를 시작했다.
휘리릭!
바다에서 거대한 촉수가 솟구쳐 아군의 배를 후려쳤다. 우지끈 소리와 함께 함선이 기울었다. 크게 구멍이 뚫려서 바닷물이 새어 들었다.
배 하나를 휘감을 만큼 거대한 두족류 괴물이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졌다. 바닷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괴물, 크라켄이었다.
괴물 고래와 크라켄 외에도 기묘한 생김새의 바다 괴물이 몇이나 보였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바닷속에 있는 놈들까지 포함하면 주변이 죄다 괴물로 뒤덮여 있는 셈이었다.
“오늘 저녁은 신선한 괴물이다!”
하늘 망치 부족의 대전사 로그니르가 그리 소리를 지르며 망치를 휘둘렀다. 그대로 번개가 뻗어 나가 괴물의 몸을 지졌다. 바닷속으로 숨으려던 녀석이 꿈틀거리며 날뛰기 시작했다.
분노한 듯 수면을 뚫고 나타난 녀석에게 두꺼운 창이 박혔다. 날카로운 바람이 몸을 찢고 차가운 얼음과 뜨거운 불길이 동시에 덮쳤다.
쾅!
대포를 발사해 몸통을 후려치니 바다 괴물이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 위에 노르드 전사들이 뛰어들어 칼을 쑤셔 박았다.
“부족하다! 더 강한 적과 더 위험한 시련을 내놓아라!”
노르드 전사들이 거대한 바다 괴물 하나를 회 치는 사이 유령선이 맹렬하게 달려왔다. 그러다가 신성한 빛이 유령선을 꿰뚫으니 순식간에 삭아서 무너졌다. 악령들도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
바다로 가라앉은 유령선이 다시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바다가 있는 한 그들을 붙잡은 저주의 힘은 사라지지 않았다.
신성력에 불타오르다 부활하기를 반복한 유령 선장이 더 거세게 소리를 질렀다. 뼈만 남은 해적들이 바쁘게 움직여 포탄을 날렸다.
– 우리의 저주로 저들의 목을 졸라라!
쾅!
유령선에서 쏘아진 포탄이 아군의 배를 후려쳤다. 신성한 방어막에 가로막혔으나, 지독한 저주와 원한이 담긴 포탄이 방어막을 뒤흔들었다.
꺄아아악!
절망과 원망이 담긴 악령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짜릿한 정신파가 퍼지다가 신성력에 밀려나 사라졌다.
쿵!
유령선이 그대로 밀고 들어와 아군 배와 충돌했다. 격렬하게 배가 흔들리고, 몇몇 이들이 그 충격으로 바다로 튕겨 나갔다.
치이익!
신성력에 얻어맞은 유령선이 불타올랐다. 망령 선장과 뼈다귀 해적들도 불길에 휩싸여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해신의 명령에 따라 공격을 계속했다.
무식한 짓이었으나 효과는 확실했다. 언데드 해적들은 빠르게 무너졌으나, 그만큼 아군의 배도 크게 파손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