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rep Job RAW novel - chapter 291
– 죄인을 징벌하라!
전투 천사들이 달려들었다. 신성한 힘으로 타락한 신을 공격했다. 그러나 악마에게는 틀림없이 가장 치명적일 힘이 신성의 배신자에게는 닿지 않았다. 분노를 가득 담은 신성력을 마치 봄바람처럼 흩어 버렸다.
– 나약한 천사들아. 너희의 신을 보고도 무릎 꿇고 영광을 외치지 않느냐?
신성의 배신자가 그리 말하자 천상의 분노를 머금은 천사들이 소리쳤다.
– 너는 우리의 신이 아니다! 천상의 죄인이 망령된 말을 내뱉는구나!
그리고 거칠게 달려드는데, 어째 방향이 이상했다. 신성의 배신자가 아니라 옆에 있는 동료들, 또 주변의 병사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육신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점차 정신마저 이상해졌다. 신성의 배신자가 아닌 다른 자들을 바라보면서 살의가 치솟고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 모습을 보면서 신성의 배신자가 낮게 웃었다.
– 너희를 만든 것이 누구인 줄은 아느냐? 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하나 없으니 너희는 결코 나를 공격하지 못한다.
신성의 배신자는 일찍이 천상에 있을 때 전투 천사라는 시스템을 만든 자였다. 그가 배신하고 천상을 떠났을 때, 천상의 아홉 신격은 그의 흔적을 모두 지웠으나, 전투 천사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것만은 그러지 못했다.
그만큼 은밀히 숨겨져 있었다. 그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새롭게 만들었음에도 없애지 못할 만큼 아주 중요한 곳에 감춰져 있었다.
천상의 아홉 신격은 당황했고, 또 분노했다. 설마 신성의 배신자가 그 이른 시기부터 배신의 마음을 품고서 철저히 준비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그런 음흉한 마음을 품었다는 말인가, 그저 파멸의 마왕 크툴라스에게 굴복하고 타락한 것이 아니라 본래 그럴 생각이었단 말인가.
우웅-
차르륵!
빛의 사슬이 나타나 날뛰는 전투 천사를 모두 묶었다. 그들의 힘과 육신을 봉인하고 강제로 잠재워 천상으로 돌려보냈다.
그 많은 전투 천사를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천상의 진정한 주인, 빛의 신 아룬의 권능이었다.
빛의 신 아룬은 신성의 배신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 너는 아직도 부족하구나. 빛이 너의 마음에는 닿지 않았어.
그 말에 신성의 배신자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 어둠은 그 자체로 완벽하다! 나는 결코 너보다 부족하지 않다!
신성의 배신자가 뿜어낸 마력이 하늘을 뒤덮었다. 낮을 밤으로 바꾸고, 세상의 모든 빛을 지워 버린 듯 캄캄하기만 했다.
– 너의 목숨을 끊어 내겠다!
신성의 배신자가 그리 외치자 빛의 신 아룬이 담담하게 대꾸했다.
– 너는 그러지 못한다. 그때도, 지금도.
끼릭!
끼리릭!
마치 유리를 긁는 듯한 소음과 함께 신성의 배신자가 뿜어낸 마력이 흔들렸다. 세상의 모든 빛을 지워 버린 어둠의 권능이 무너지면서 그 갈라진 틈으로 옅은 빛이 반짝였다. 그건 마치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한 별빛과도 같았다.
스걱!
그중 커다란 별빛이 크기를 키웠다. 밤을 밝히는 달이 되어 나타났다.
달의 여신 셀룬. 그 어떤 어둠 속에서도 싸우리라 맹세한 옛 용사가 어둠을 베고서 나타났다.
– 영원히 어두운 것은 없으니, 밤하늘에도 달이 있도다.
달의 여신 셀룬이 달빛을 한 손에 머금고 휘둘렀다. 감히 여신에게 가난하냐고 물었던 어느 장인이 그녀만을 위해 만들어 준 검이었다.
쉬이익!
예리하게 빛나는 검이 마치 초승달처럼 번쩍였다. 그리고 날카로운 검기가 신성의 배신자에게 쏟아졌다.
대악마는 코웃음을 치며 그것을 막았으나, 뒤이어 델피노가 불러온 빛의 기둥이 그를 붙잡고, 투신 바르투이의 주먹이 쏟아졌다.
한 방에 산봉우리를 날려 버릴 수 있는 강철 태세의 주먹이 신성의 배신자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러나 손가락 한 마디만을 남겨 두고 멈췄다. 어둠의 권능이 투신 바르투이의 주먹을 멈춰 세웠다.
– 이제 갓 신성을 얻은 놈들이 나를 공격…….
쿵!
비웃으며 말하던 신성의 배신자의 고개가 돌아갔다. 투신 바르투이가 허공에 붙잡힌 채로 주먹을 비틀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의 주먹은 벽을 넘지 못했으나, 투신 바르투이는 그 벽을 넘어서 충격을 전달했다. 거리와 방향을 무시한 채로 무조건 명중시키는 아이반을 보면서 연마한 기술이었다.
궁니르의 권능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 바르투이는 그 어떤 방어도 뚫을 수 있는 공격을 완성하고자 했다. 이게 그 결과물이었다.
– 이 녀석이……!
예상치 못한 공격을 얻어맞은 신성의 배신자가 분노를 토해 냈다. 위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으나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했다.
쾅!
투신 바르투이를 바닥에 내팽개치고서 신성의 배신자가 어둠을 불러왔다. 짙은 어둠이 칼날이 되어 투신 바르투이를 조각내려했다.
그러나 뱀여왕 시르오네의 주술과 이레인의 화살, 셀룬의 검이 그걸 방해했다. 아주 약간의 틈을 만들 뿐이었으나, 투신 바르투이가 몸을 빼기엔 충분했다.
아무렴 바르투이는 세상이 인정한 싸움의 신이었다. 수많은 강자를 제치고 최고의 싸움꾼이 될 잠재력이 있노라 세상이 공언한 자였다.
꽈아악!
투신 바르투이가 주먹을 굳게 쥐고 자세를 바꿨다. 무파 강철바람. 그가 평생 익혀 온 기술을 모두 담아서 주먹을 휘둘렀다.
위력이 약해도 상관없었다. 그 어떤 벽을 넘어서라도 닿을 수 있다면 충분했다.
검신 카락취가 자신의 삶을 담아서 땅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검 하나를 만들었다면, 투신 바르투이는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주먹을 만들었다.
한 번으로 부족하면 두 번 휘두르면 된다. 두 번으로 부족하면 그 두 배를, 그로도 부족하면 또 두 배를 하면 될 일이다.
의미 없는 주먹이 의미가 있을 때까지, 가벼웠던 주먹이 그 무엇보다 무거울 때까지.
투신 바르투이는 그렇게 살아왔다.
쾅!
콰광!
콰과과광!
강철처럼 강하고 바람처럼 자유로운 주먹이 계속해서 쏟아졌다. 초월자의 감각으로도 단번에 걸러 내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주먹을 휘둘렀다.
폭풍이 몰아쳤다. 휘두르는 주먹에 공기가 달궈져 뜨겁게 변할 정도로 빠르고 강한 공격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별거 아니었다. 이깟 공격 따위 수십 번이고 수백 번이고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틈을 파고드는 주먹은 그보다 많았다. 가볍던 충격이 점차 누적되며 이제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쿵!
신성의 배신자가 결국 그 충격을 못 이기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순간, 천상의 아홉 신격 중 몇이 벼락같이 움직여 신성의 배신자를 공격했다.
바람의 신 테스와 강철의 신 델루가.
본디 무투가는 드래곤 제르세우스가 달의 여신 셀룬이 필멸자에서 초월자가 되는 것을 보고서 그를 실험하기 위해 세상에 뿌린 씨앗이었다.
드래곤 제르세우스는 무투가가 그 어떤 초월자의 영향도 받지 않고서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필멸자를 벗어나길 원했으나 그를 위한 방향은 제시해야만 했다.
드래곤 제르세우스는 세상의 수많은 초월자의 권능을 흉내 내어 몇 가지 무술을 만들었으니, 무파 강철바람의 시작은 바람의 신 테스와 강철의 신 델루가를 닮아 있었다.
그렇기에 투신 바르투이의 몸짓은 바람의 신 테스와 강철의 신 델루가의 마음을 움직였다. 마치 자신을 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어떤 제례의 춤사위보다 더욱 와닿았다.
바람의 신 테스와 강철의 신 델루가는 투신 바르투이의 곁에서 함께 싸웠다. 비록 신성의 배신자가 웬만한 대신격을 아래로 볼 정도로 강력한 대악마라 할지라도 연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옛 형제의 모습을 보던 빛의 신 아룬이 시선을 돌렸다. 전장의 모든 악마가 내뿜는 마력보다 더욱 사악한 기운이 세상의 빛을 위협하고 있었다.
– …크툴라스.
우오오오!
전장의 모든 악마가 소리치며 파멸의 마왕을 맞이했다.
사제의 시체를 씹고 있던 괴물도, 노르드 전사의 도끼에 몸이 쪼개진 악마도, 이름조차 없는 하찮은 소악마부터 진명을 듣는 것만으로 정신이 오염된다는 악마의 초월자까지 죄다 비명 같은 환호성으로 마왕을 불렀다.
그렇게 파멸의 마왕이 나타났다. 세상의 진정한 적이 나타났다.
292화 마계의 왕
마왕은 홀로 세상 하나를 멸망시킬 수 있다고 전해지는 최악의 존재였다. 악마 중의 악마이며, 마계를 뚝 잘라 자신의 영역이라 칭해도 감히 반문하지 못하는 악마의 군주였다.
인간의 왕이 혈통으로 이어진다면 마왕은 오직 실력이었다. 그 누구도 감히 범접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자만이 악마의 왕으로 인정받았다.
마왕이 나타나니 전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 아군은 모두 움츠러들었고, 호쾌하게 적을 죽이던 라이칸스로프와 노르드 전사들마저 뒷걸음질을 쳤다.
온몸을 내리 누르는 압력이 강해졌다. 숨이 턱 막히고 팔다리가 뻣뻣하게 굳었다.
사제들이 연신 힘을 뿌리며 마계의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려 했으나, 신들마저 그러지 못하는 것을 사제들이 할 수는 없었다.
마왕이 있는 곳이 마계였다. 아군은 마계를 밟고 있었고, 그 험악하고 거친 세계는 군주의 명에 따라 가시를 바짝 세우고 아군을 위협했다.
이곳에 있는 모든 병사는 세상 그 누구보다 강인한 마음으로 싸우고 있었으나, 그저 마왕이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개중에는 아예 심장이 멈춰서 숨이 끊어지는 자들도 있었다.
화아아-
천상의 아홉 신격이 각자 신성을 내뿜으며 마왕의 존재감을 밀어냈으나, 완벽하지 않았다. 필멸자를 보호하며 싸울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