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rep Job RAW novel - chapter 47
“어찌 하시겠소? 바로 수색할 생각이오?”
아이반의 질문에 사나운 이빨이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는 한참이나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하다. 오크들이 추격하는 와중에 그냥 들어갈 수는 없다.”
그는 금방이라도 뱀신 모르나의 흔적을 찾기 위해 뛰어들고 싶은 욕망을 억눌렀다. 유적의 존재를 확인했으니 일단은 그것으로 만족했다.
나가의 도시는 규모가 꽤 컸다.
잠시 탐색한다고 모든 것을 다 확인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입구는 좁고, 안은 넓다. 여기서 오크를 막는다. 그리고 더 많은 전사들을 부른다.”
사나운 이빨은 품에서 붉은 보석 같은 돌을 꺼냈다. 그가 마력을 집중하자 이내 붉은 돌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약속된 신호였다. 유적을 발견했다는 것, 위험이 있다는 것. 오크들이 대규모로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마을에서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들이 이곳에 지원을 올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예상치 못하게 오크들이 꽤 많은 병력을 투입했지만 원래 이곳은 오크들의 영역이 아니라 리자드맨들의 영역이었다. 그들이 밀릴 것 같지는 않았다. 사나운 이빨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태도로 덧붙였다.
“다른 부족도 있다.”
리자드맨들은 원래 영역의식이 대단히 강한 종족이었고, 그것은 같은 종족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부족이 다르다면 협력자보다는 경쟁자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일. 다른 부족과의 사이가 썩 좋지는 않겠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밀릴 것 같으면 서로 손을 잡을 수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뱀신 모르나의 제단에 대한 정보는 최대한 숨기겠지.
잠들어버린 여신을 다시 깨우는 영광을 다른 부족에게 넘겨주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뭐, 그렇다면 알겠소. 당신들의 뜻에 따르지.”
아이반은 그리 대답하면서 아직 어둠에 잠긴 도시를 바라보았다. 저기 무언가 있었다. 그것이 아직 움직이지 않는 것은 리자드맨이 나가와 비슷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잠든 지 너무 오래되어 아직 깨어나지 못한 탓일까. 뱀신 모르나의 옅은 시선이 리자드맨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이 이 버림받은 도시에 남은 놈들을 억누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타다닥! 리자드맨들은 얼른 입구 쪽 건물을 돌아다니며 싸울 준비를 시작했다.
좁은 영역이나마 건물의 구조를 파악하고 부지런히 움직여 장애물을 만들었다.
오크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동선을 제한하고 공격하기 쉽게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대충이나마 방어준비를 마치니 사나운 이빨은 빛의 구슬을 없애줄 것을 요청했다.
“적은 어둠 속에서 약해지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지. 그 이점을 버리고 싶지는 않다.”
리자드맨은 야간 시야가 상당히 좋았다. 델피노와 아이반에게는 그저 어둡게만 느껴지는 희미한 발광석의 힘으로도 사방이 훤히 보일만큼.
그들은 후각도 무척이나 예민해서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구분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이반이 괜히 숲에만 들어오면 신경질적으로 냄새를 신경 쓰는 것이 아니었다.
당장 개나 고양이, 코모도왕도마뱀 같은 녀석들도 수 킬로미터 밖에서 냄새를 포착하는데 이 망할 판타지 세계는 오죽할까.
아이반이 흘깃 델피노를 바라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빛의 구슬을 없애도 괜찮다는 의미였다.
“알겠소. 그러면 빛의 구슬은 없애기로 하지.”
사나운 이빨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자 델피노가 둥실둥실 떠다니던 빛의 구슬을지워버렸다.
순식간에 어두워졌으나 델피노가 또 다시 기도문을 중얼거리자 사방이 눈에 들어왔다.
“밤눈을 밝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시야가 기묘해져서 적응하시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말대로다.
평소의 시야와는 전혀 달라서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반에게 익숙한 방식이기도 했다.
‘ 이거 적외선 화면 아냐?’ 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 딱 이런 식이었다.
어쩌면 델피노가 사용한 신성술 역시 비슷한 원리인지도 몰랐다. 과학 대신 이능을 사용하는.
자세한 것은 알 수가 없었다. 아이반은 문과였다. ‘과연 빛의 신을 모시는 사제다운 재주야.’ 그렇게 대충 넘긴 아이반은 문득 표정을 굳혔다. 불길한 예감이 스치고 온몸이 저절로 긴장되었다. 전사의 감, 전신의 힘을 사용하는 자의 느낌.
적이 가까이 다가왔다.
전투가 머지않았다.
“전투 준비! 적들이 온다!”
아이반이 낮게 외치자 리자드맨들이 재빠르게 전투태세로 돌아섰다.
인간들에 대한 믿음이나 호불호는 둘째 치고 아이반 개인의 실력만큼은 인정하고 있었다. 그는 훌륭한 전사였다. 그가 전투를 알렸으면 필시 이유가 있었다.
“델피노, 이것을 가지고 계시오.”
인벤토리에서 석궁과 볼트를 꺼내어 내밀었다.
뒤엉켜서 싸울 때는 아군을 공격할 위험이 있으니 참아야겠지만 녀석들이 막 등장했을 때는 꽤나 쓸모가 있을 거다.
끼이익- 델피노가 석궁을 받아들자, 아이반은 활을 꺼내 당겼다. 이제 곧 이곳으로 넘어올 녀석들을 노리며 숨을 골랐다. 스읍- 후우-낮은 숨소리만 울려 퍼지는 고요한 시간.
몇 초, 몇 분이 마치 몇 시간 같은 기다림이었다.
그러나 결국 녀석들이 등장했다.
오크들이 손에 하나씩 횃불을 들고 있는 상태로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반은 최적의 공격시점을 잡기 위해 조금 더 기다렸다.
‘잠깐, 아직, 지금 !’ 피우웅! 아이반이 쏘아 보낸 화살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오크의 가슴을 꿰뚫었다.
피우웅! 푸슉! 아이반은 계속해서 화살을 날렸다. 델피노 역시 부지런히 석궁을 쏘았다. 녀석들의 팔을 꿰뚫고, 머리에 박히고, 때로는 가슴이나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가기도 했다.
횃불을 들고 있는 놈들만큼은 반드시 명중시켰다. 녀석들이 쓰러지면서 들고 있던 횃불이 바닥을 굴렀다. 아직 녀석들이 어둠에 익숙해지기 전, 빠르게 공격해서 또 다시 빛을 빼앗았다.
그렇게 선두에 서있던 무리를 무너뜨리니 오크들이 날아오는 화살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 우! 우!”
팍! 기묘한 기합소리와 함께 날아가던 화살이 막힌다. 방패가 있는 녀석들은 방패로, 그게 없는 녀석들은 사각으로, 그러지 못한 녀석들은 이미 숨이 끊어져버린 동료의 시체로 화살을 막았다. 그렇게 막으면서 천천히 전진하려 할 때 리자드맨들이 뛰어들었다. 낮은 숨소리만 울려 퍼지는 고요한 시간.
몇 초, 몇 분이 마치 몇 시간 같은 기다림이었다.
그러나 결국 녀석들이 등장했다.
오크들이 손에 하나씩 횃불을 들고 있는 상태로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반은 최적의 공격시점을 잡기 위해 조금 더 기다렸다.
‘잠깐, 아직, 지금 !’ 피우웅! 아이반이 쏘아 보낸 화살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오크의 가슴을 꿰뚫었다.
피우웅! 푸슉! 아이반은 계속해서 화살을 날렸다. 델피노 역시 부지런히 석궁을 쏘았다. 녀석들의 팔을 꿰뚫고, 머리에 박히고, 때로는 가슴이나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가기도 했다.
횃불을 들고 있는 놈들만큼은 반드시 명중시켰다. 녀석들이 쓰러지면서 들고 있던 횃불이 바닥을 굴렀다. 아직 녀석들이 어둠에 익숙해지기 전, 빠르게 공격해서 또 다시 빛을 빼앗았다.
그렇게 선두에 서있던 무리를 무너뜨리니 오크들이 날아오는 화살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 우! 우!”
팍! 기묘한 기합소리와 함께 날아가던 화살이 막힌다. 방패가 있는 녀석들은 방패로, 그게 없는 녀석들은 사각으로, 그러지 못한 녀석들은 이미 숨이 끊어져버린 동료의 시체로 화살을 막았다. 그렇게 막으면서 천천히 전진하려 할 때 리자드맨들이 뛰어들었다. 스걱! 소리 없이 달려들어 오크들의 목을 베었다. 익숙한 듯 어둠에 몸을 숨기고 적을 죽이는 모습이 그야말로 사냥꾼과 같았다. 때로 훌륭한 전사와 훌륭한 사냥꾼은 같은 것을 의미했다.
리자드맨들이 그러했다.
그렇게 먼저 들어온 녀석들을 반쯤 처리했을 때,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쾅! 리자드맨 전사 하나가 피떡이 되어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그 너머에 커다란 덩치를 가진 오크 하나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며 웃고 있었다.
“리자드맨이라, 손맛이 괜찮군! 네놈들의 가죽을 벗겨서 방패를 만들어주마!”
평범한 오크가 아니었다.
리자드맨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을 덩치에, 힘은 그들보다 훨씬 강한 듯했다. 뒤에서 활을 쏘고 있던 아이반이 창을 들었다. 그리고 건물을 박차고 녀석에게 향했다. 그 녀석 역시 한 손에는 창을 들고 있었다. 치지직! 쾅! 천둥걸음으로 거리를 좁히고 창을 휘둘렀다. 아이반의 체중과 속도까지 실어서 날린 일격.
그러나 녀석은 한 손으로 막아내며 껄껄 웃었다.
“네 녀석이 아이반인가, 인간?”
탕! 아이반은 대답 대신 도끼를 날렸으나 녀석은 고개를 살짝 젖히는 것만으로 피해냈다.
그리고 짜증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묻고 있지 않나, 인간!”
쿵! 녀석이 강하게 발을 구르며 창을 내리찍었다. 커다란 덩치에 걸맞은 긴 리치.
아이반이 미처 몸을 빼기 전 머리위로 창이 떨어졌다.
“커억!”
창을 들어 올려 공격을 막았으나 깊은 곳에서부터 신음이 흘러나왔다. 녀석의 힘이 너무 강했다. 순간적으로 바닥에 박혀드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토르!’ 아이반이 속으로 그리 외치자 천둥신의 힘이 그에게 깃들었다.
속에서부터 묵직하고 파괴적인 힘이 흘러나왔다. 치지직! 번개가 튀기며 녀석의 창을 밀어냈다. 그 따끔따끔한 손맛에 녀석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놈이구나. 멍청한 동생의 심장을 부순 녀석이.”
그렇게 웃고 있던 녀석의 표정이 이내 흉신악살같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쩌렁쩌렁한 분노를 담아 소리쳤다.
“나는 스라칸! 피의 복수를 하겠다!”
녀석이 창을 휘두르자 주변에 있던 건물들이 무너져 내렸다. 그 힘을 모두 담아 아이반에게 내리쳤다.
아이반의 몸이 주르륵 뒤로 밀린다.
손목이 욱신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터무니없는 힘. 제대로 된 오크 전사의 실력이었다. 그야말로 네임드. 세계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강자.
” 빌어먹을 토르, 조금만 더 힘을 빌려주시오.”
아이반의 몸을 타고 흐르는 번개가 더욱 굵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