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rep Job RAW novel - chapter 50
다른 쪽에서 싸우고 있던 델피노가 달려와 그의 몸에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아이반의 상태는 완전히 엉망이었다.
신성의 그릇이 깨진 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런 격렬한 싸움을 한단 말인가.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미 죽어도 한참 전에 죽었을 것이다.
아이반은 속에서 올라오는 핏물을 바닥에 뱉고는 흐릿한 눈으로 적진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을 완전히 죽여 버렸어야 했던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놓아주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소.”
계속된 전투로 아군의 수가 많이 줄었고, 몹시 지쳐있었다. 스라칸이 죽었다고 오크들이 눈이 뒤집혀서 한꺼번에 달려들기 시작하면 막아낼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이 아이반의 손끝을 무디게 만들었고, 녀석의 목숨을 살렸다. 뿌우, 뿌우우- 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아이반이 긴장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다행히도 녀석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잔뜩 상처 입고 피에 젖은 사나운 이빨이 품속에서 붉은 돌을 꺼내며 말했다.
“전사들이 가까이 왔다. 그들을 보고 오크들이 물러가는 거다.”
연락을 하고서 만 하루, 혹은 이틀쯤 될까? 생각보다 리자드맨들의 움직임이 빨랐다.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연락이 오자마자 움직인 모양이다.
하긴 오크들이 그렇게나 많이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뱀신 모르나의 제단과 연관이 있는 일인데 마냥 손을 놓고 기다리지는 않았겠지. 띠링- 사건의 종료를 알리는 맑은소리가 아이반의 귀에 울려 퍼졌다.
바닥까지 떨어졌던 체력과 마력이 빠른 속도로 차올랐다. 다량의 경험치, 약간의 골드와 아이템. 보상의 시간이다.
“오크들은 물러갔다. 그리고 우리는 그토록 찾던 신의 흔적을 발견했군.”
리자드맨 족장, 웅크린 불꽃이 이빨을 보이며 말했다. 아이반과 델피노가 보기에는 퍽 사납게 보였지만 그 나름대로는 기분 좋게 웃고 있는 듯했다.
“피해가 컸소. 예상치 않게 오크들이 강력했지.”
척 보기에도 죽거나 다친 리자드맨 전사들이 많았다. 당장 눈앞에 있는 웅크린 불꽃 역시 새로 생긴듯한 상처를 몇 개쯤 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피해 따위는 그다지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폈다.
“신을 배알하는데 어찌 피가 흐르지 않을 수가 있겠나? 오크의 피를 제물로 바치니 그분께서 크게 기꺼워하실 거다!”
신도들의 목숨을 거둬들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신이었다. 그런 신을 모시는 신도들이 죽음을 피할 리가 없지. 리자드맨은 자신들의 신을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했다. 뱀신 모르나의 시선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다른 모든 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 여긴다면 다행이오.”
버려진 나가의 도시는 다행히도 무사했다. 오크와의 전투로 입구 쪽은 아주 개판이 되었으나, 깊은 곳에 있는 성은 멀쩡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곳에는 보물들이 남겨져 있을 거다. 언젠가 그녀의 흔적을 찾아올 자들을 위한 선물이. 단체로 이사를 해서 떠나간 빈집에 그런 것이 있다는 게 좀 이상할 법도 하지만, 이쪽 사고방식으로는 당연한 일이었다.
어찌 신의 제단을 초라하게 만들겠나. 뱀신 모르나의 제단은 몹시 위험한 곳이었으나 그녀의 신도들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저 안쪽을 모두 탐색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반과 델피노는 그 수색에 참여하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같이 끼어서 자기 몫을 주장하고 싶었으나 몸 상태가 영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뱀신 모르나의 신도인 리자드맨에게는 반응하지 않았던 것들이 아이반과 델피노에는 적대적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물러서야만 했다. 웅크린 불꽃이 적당히 챙겨준다고 했으니 그저 믿을 수밖에. 쉬이이 오크들과 싸우느라 반쯤 죽을 뻔한 파수꾼, 바실리스크는 바닥에 몸을 누인 채로 리자드맨들이 잡아 온 사슴을 넙죽 받아먹고 있었다.
델피노는 그것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으흠, 바실리스크를 이렇게나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본 적이 있기는 한가 보오?”
“그렇습니다. 하지만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었죠.”
보통은 바실리스크 같은 대형 몬스터를 만났을 때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죽거나, 죽이거나. 그러지 않고 이렇게 가까이서 볼 기회란 없었다.
틀림없이 델피노도 아주 치열한 전투를 경험했을 거다. 그런데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몬스터라니, 색다른 경험일 수밖에. 탁! 한동안 그것을 빤히 바라보던 아이반이 움직였다. 그냥 앉아서 쉬고 있는 것도 버거운 몸 상태면서 어디론가 가려는 모습이었다.
“어디에 가십니까?”
델피노가 의아한 듯 물어보자 아이반이 할 말을 고르다가 내뱉었다.
“주인을 잃은 주머니가 많소.”
델피노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반과 델피노는 리자드맨의 마을에 며칠간 머물면서 푹 쉬었다. 격렬한 전투로 지치고 상처 입은 몸과 마음을 회복했다. 비록 피해는 있었으나, 잠들어버린 뱀신 모르나의 제단을 찾고 그녀의 시선을 느꼈으니 리자드맨 입장에서 그들은 은인이었고,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해주었다. 다만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음식이었다. 리자드맨들의 식문화는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좋은 시력과 후각을 가진 것과는 별개로 미각은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들의 식사는 거의 배를 채우기 위한 수준이었고, 맛이랄 게 딱히 없었다. 그냥 날로 먹거나, 가끔은 불에 익혀 먹었다. 그게 전부였다. 양념 같은 것이 없다는 소리다. 아이반과 델피노가 아주 고급스러운 입맛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슴의 내장이나 겨울잠을 자다가 잡혀 온 개구리를 산채로 뜯어먹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결국 아이반이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러고 보면 전에 곰탕 이야기를 했었지. 그거나 만들어 보겠소.”
불을 지피고 큼지막한 냄비를 위에 얹었다. 그리고 사골을 끓이고 고기를 익혔다. 손이 제법 많이 가기는 했지만 고소한 냄새가 술술 풍기니 그 노력이 보상을 받는 느낌이었다. 어느 가게에서 돈을 주고 사뒀던 김치 비슷한 채소절임까지 올려서 한입 먹으니 맛이 썩 괜찮았다. 겨울에 뜨끈한 국물을 들이켜 마시니 몸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아이반과 델피노가 이런저런 요리를 하면서 먹고 있으니 궁금해진 것이니 가끔은 사나운 이빨이 찾아와 같이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인간들의 음식은 재미있어. 하지만 만드는데 그렇게나 많은 시간을 쓸 필요가 있나?”
“그, 맛이라는 게······.”
설명을 하려던 델피노가 입을 다물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난감한 표정이었다.
“먹기 위해서 지나치게 많이 움직여야 한다. 깨끗한 물도 많이 필요하고 불을 피울 땔감도 많아야 하지. 배를 채우는데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인간에게 식사란 필요가 전부는 아니었다. 그 자체로 행복함을 전해주는 즐거운 행위지. 그걸 증명하기 위해 아이반은 비장의 국밥을 만들어 제공했지만 사나운 이빨은 고개만 갸웃거렸다. 역시 미각이 그리 예민한 편이 아니라 그런지 딱히 별다른 맛을 못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저 새로운 식감이기에 신기할 뿐이지.
“씹는 맛은 별로 없지만 따뜻한 국물이 나쁘지는 않다. 그런데, 그러면 그냥 뜨거운 물을 마시면 되는 것 아닌가?”
안타깝게도 요리 스킬을 익히지 못한 아이반의 솜씨로는 그가 감동할 수 없을 듯싶었다. 그렇게 쉬면서 한편으로 아이반은 끊임없이 명상하며 자기 관조를 계속했다. 몸 내부에서 휘몰아치는 마력과 세계의 흐름을 일치시키는 작업, 세계를 자신의 사상으로 물들이는 일이었다. 머릿속에 새겨진 수많은 비밀스러운 지식을 실제로 꺼내 쓰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았다. 그 밖에도 할 일이 많았다. 한 번 깨졌던 신성의 그릇도 조심스럽게 고쳐가고, 달라진 감각에도 적응해야만 했다. 한쪽 눈으로 보는 세상은 꽤 색다른 느낌이었다. 시야의 사각을 채우는 법, 틀어진 원근감을 되찾는 것도 모두 시간이 걸렸다. 가죽으로 안대를 만들어 썼는데, 얼굴에 달라붙는 그 감촉이 영 어색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아이반은 손가락으로 그 거친 가죽을 더듬다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씨부럴, 개지랄하다가 눈 하나 잃었네.”
분명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닐 텐데. 나중에 도저히 넘기 힘든 벽을 만났을 때, 그럴 때를 위해 스킬 포인트를 아끼고 아꼈건만 결국 당장 살아남는 것이 문제였다. 조금은 강해진 줄 알았는데, 그래서 미래를 바라보기 시작했는데, 그게 욕심이었던 모양이다. 나 같은 놈이 미래를 대비하기는 개뿔. 괜히 큰 그림을 그린다,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되었어. 아이반은 괜히 후회스러웠다. 후회의 상처를 눈에다 새긴 꼴이다. 그가 안대를 쓰다듬고 있으니 델피노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상처가 쑤신 겁니까?”
델피노는 자신이 치유하지 못하는 상처가 생겼다는 게 영 마음이 쓰이는 것인지 평소에도 몇 번이고 확인하곤 했다. 그걸 알기에 아이반은 안대를 만지던 손을 내려놓았다.
“그저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 그렇소.”
“그 눈은······.”
델피노는 몹시 복잡한 표정이었다. 신이 직접 새겼으니 영광스러운 성흔이라 할 수 있는데, 하필이면 눈이라니. 그 또한 신을 모시는 자로서 이걸 기뻐해야 하는 것인지, 슬퍼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 걱정할 것 없소. 눈을 회복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신이 직접 새긴 성흔을 지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대충 떠오르는 것만 해도 다섯은 넘는군.”
물론 그 다섯 가지 방법 모두 욕이 튀어나올 만큼 어려운 일이었으나, 어쨌든 방법이 있다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닌가.
“나는 죽지 않았소. 그러면 다른 것은 되돌릴 수가 있지.”
아이반은 자신에게 말하듯 그리 중얼거렸다. 그래, 살아있었다. 살아있는 한 기회는 언제나 그와 함께했다. 적당히 몸이 회복되고 달라진 감각에 적응할 때쯤 리자드맨 족장, 웅크린 불꽃이 그들을 불렀다.
“안대를 새로 했나? 어울리는군. 노련한 전사 같아.”
“내가 조금 더 노련했다면 안대를 할 일은 없었겠지. 무슨 일이오?”
“그대들의 몫이 정해졌다.”
그사이 버려진 나가들의 도시, 뱀신 모르나의 제단을 모두 탐색한 모양이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그 안에는 꽤 많은 보물이 있었는데, 그중 일부를 아이반과 델피노에게 내어주려는 것이다. 웅크린 불꽃은 꽤 많은 양의 황금과 보석을 가리켰다.
“안에 있던 것 상당수는 우리의 신, 위대한 뱀여신을 기리는 물건이었다. 그것을 외부인에게 내어줄 수는 없지. 대신 그와 상응하는 양의 금과 보석을 준비했다.”
아이반은 짐짓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알겠소.”
사실 마음 같아서는 흥정을 해보고 싶었지만 뱀신 모르나와 관련된 일이라 참았다. 리자드맨들이 모시는 신을 놓고 ‘님, 제시요’하고 뻗대면 은인이고 나발이고 배에 칼이 박힐 거다. 금과 보석만 해도 상당한 양이었다. 실질적으로 유적을 공략하는 데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저것만 해도 대단한 호의였다. 게다가 그들이 준비한 것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뱀 문양이 새겨진 단검, 붉은 보석이 박힌 팔찌, 황금을 꼬아서 만든 목걸이가 두 개.
“뱀 소환의 단검에는 뱀의 혼이 담겨 있다. 마력을 불어넣으면 황금색 뱀들이 나타나 그대를 지켜줄 것이다.”
시범을 보이듯 웅크린 불꽃이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 주변에 황금색 뱀들이 나타나 혀를 날름거렸다. 치명적이지는 않아도 저 뱀들은 상대를 마비시키는 독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위험한 순간에 아주 잠깐이나마 시간을 벌 수는 있을 거다.
“저건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군. 그대가 가지는 것이 나을 것 같소.”
그 말에 델피노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빛의 신 아룬의 사제가 뱀신 모르나의 문양이 새겨진 단검을 들고 다닌다는 것이 영 껄끄러웠던 모양이다. 그러나 단검이 쓸 만한 것은 사실이었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팔찌는 방패였다. 마력을 불어넣으면 숨겨져 있던 방패가 나타나는 보물. 이건 좀 애매했다. 분명 귀한 물건은 맞았지만, 쓰임새가 영 미묘했기 때문이다. 델피노가 쓰자니 기본적으로 방패를 활용할 실력이 없고, 아이반이 쓰자니 어차피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내 쓰는 그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보물이라니 평범한 무기점에서 산 방패보다는 낫겠지.’ 아이반이 팔찌를 착용하니 남은 것은 목걸이 두 개뿐이었다.
“이것들은 더위와 추위를 막아주고 독성을 어느 정도 걸러주는 물건이다. 마력을 불어넣으면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뿜어내기도 하지. 어쩌면 여행자에게는 가장 필요한 보물일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목에 걸어보니 과연 겨울의 한기를 상당히 막아주는 느낌이었다. 외부의 온도변화에 민감한 자들이 준비한 물건다웠다.
“우리는 이제 난폭한 호수를 중심으로 새롭게 영역을 만들 생각이다. 우리의 신과 통하는 제단을 버릴 수는 없지.”
그리고 이것으로 오크들이 산맥을 넘는 것이 막혔다. 리자드맨의 영역을 빙 돌아서 가려면 길이 너무 멀고 험하니 쉽게 포기하려 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리자드맨을 밀어낼 수는 없을 거다. 그린스킨에게는 전선이 너무나 많았다. 웅크린 불꽃이 아이반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대는 참 신비로운 자다. 겨우 며칠 만에 기세가 전혀 다르게 변했어.”
“사람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오. 그게 내가 원했던 방향은 아니었지만.”
“맞는 말이다. 살아남으려면 변해야지.”
그렇게 중얼거린 웅크린 불꽃이 허리를 폈다. 그리고 짐짓 당당한 태도로 물었다.
“나, 우리. 붉은 계곡의 소용돌이 부족이 정식으로 요청한다. 그대의 여행에 우리의 전사가 함께하기를.”
쿵! 쿵! 쿵! 주변의 전사들이 모두 발을 구르며 호응했다. 그 모두가 아이반의 입을 바라보았다. 그가 대답하기만을 기다렸다.
“내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고 계시오? 어떤 모험인지는 알고 하는 말이오?”
“모른다! 하지만 위대한 뱀여신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그대의 길은 언젠가 그녀에게 닿을 것이다. 그때 우리의 전사가 함께하기를 원한다.”
그 말과 함께 누군가 앞으로 나섰다. 공용어가 능통하면서 자신의 몸을 지킬 수가 있는 전사, 그리고 아이반과 델피노가 어색하게 여기지 않을 존재. 사나운 이빨이 동료가 되기를 청했다.
“붉은 계곡의 소용돌이 부족의 전사, 사나운 이빨! 그대의 길을 함께하고자 한다!”
쿵! 쿵! 쿵! 대답을 재촉하듯 둘러싼 전사들이 발을 굴렀다. 그 웅장하고 위엄 넘치는 퍼포먼스를 담담히 받아넘기면서 아이반은 흘깃 델피노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동료의 의견을 들어야만 했다. 웅크린 불꽃이 말을 할 때는 리자드맨의 언어였지만 사나운 이빨은 공용어로 외쳤다. 그래서 무슨 상황인지 대충 깨달은 델피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이십시오.”
“괜찮겠소?”
“그는 훌륭하고 강인한 전사죠. 우리의 등을 맡길 만한 자입니다.”
델피노가 그렇게 말한다면 아이반으로서는 거부할 수가 없었다. 아직 누군가를 동료로 들인다는 것이 껄끄럽고 불안했지만, 그걸 이겨내야만 했다.
“위험한 일이오, 목숨을 장담할 수 없소.”
“문제없다!”
“적으로 오크 정도는 우습지. 사악한 흑마법사나 대악마, 신화 속의 괴물, 세계에 이름이 알려진 강자들이 우리의 앞길을 막을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