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d as the Tyrant’s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26)
폭군의며느리로점찍혔습니다 (126)화(126/173)
126
화
* * *
황량한
사막
,
해는
빛을
잃었고
검붉은
대기는
뿌연
모래바람으로
덮여
있었다
.
그
풍경
속
,
바위에
앉아
있는
남자가
있었다
.
아름다운
은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쉴
새
없이
흔들렸지만
,
그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
그저
아주
오랫동안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서늘한
눈매
속
붉은
눈을
빛낼
뿐이었다
.
“
언제까지
날
내버려
둘
거지
,
하이젠
?”
건조한
입술이
달싹이며
소리를
냈다
.
눈빛은
또렷했지만
얼굴의
표정만은
지독히도
지루해
보였다
.
“
백
번은
넘게
물은
것
같은데
,
여전히
그럴싸한
대답이
없군
.”
그러자
모래바람
속에서
한
남자의
형상이
나타났다
.
따스한
볏짚
색
머리카락에
다정한
녹색
눈동자를
가진
유순한
인상의
미남자는
그의
친구
,
하이젠이었다
.
하지만
그
몸은
손을
뻗어도
관통해
버리는
,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파르메스는
비스듬히
고개를
들어
,
제
앞에
서
있는
하이젠을
바라보았다
.
할
말이
많은
눈동자
,
하지만
그는
쉬이
제
할
말을
꺼내
놓지
않는다
.
“
기다려
주세요
,
폐하
…….
이제
조금만
더
.”
그저
일렁이는
눈으로
이런
말만
갑갑하게
꺼낼
뿐
.
파르메스는
손을
뻗어
하이젠의
턱
가까이
가져다
댔다
.
닿을
듯
말
듯
,
그러나
더
가까이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그에게
말이다
.
“
참으로
불충한
신하야
.
그대는
.”
“……
폐하
.”
파르메스는
나른한
눈빛을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
“
떠날
때도
내
허락을
받지
않고
떠나더니
,
이제
그대가
쉬고
있는
세상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잖아
.”
“…….”
“
이런
번거로운
것까지
내
발목에
매달아
놓고
.”
파르메스의
발목에는
무거워
보이는
족쇄가
매여져
있었다
.
하이젠은
슬픈
듯한
눈빛으로
입술을
달싹였다
.
“
폐하께서는
아직
때가
아니에요
.”
“
그래도
가야겠다면
어쩔
거지
?”
“
아니요
.
오실
수
없어요
.”
늘
파르메스에게
순종적인
태도였던
하이젠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
녹안
속에
확신이
들어차
있었다
.
“
폐하께서는
안
돼요
.”
파르메스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하이젠과
똑바로
눈을
맞추었다
.
자신보다
반
뼘
정도
작은
하이젠은
고집스레
주먹을
쥐고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
“…….”
그렇게
수
초
,
수
분이
흐른
뒤
.
파르메스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맺혔다
.
그는
다시
털썩
,
제자리에
앉았다
.
“
생각해
보니
…….”
어지럽게
먼지
바람이
불어
젖히는
대기를
바라보며
파르메스가
말했다
.
“……
나는
한
번도
이긴
적이
없군
.”
하이젠이
슬픈
눈을
일렁이며
시선을
떨구었다
.
파르메스가
마른
입술을
이어
달싹였다
.
“
마일라에게만은
.”
파르메스도
,
하이젠도
알고
있었다
.
이
사막의
끝자락에
사는
거대한
흑반은
인간이
막을
수
없는
재해라는
것을
.
그리고
이
이야기의
끝을
가져다
주리라는
것을
.
그러나
파르메스는
흑반에게
걸어가지
않았다
.
하이젠이
막고
있었기에
,
세상의
끝으로
갈
수
없었다
.
그렇게
아득한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가서
오늘에
이르렀다
.
아무리
더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
하이젠은
결코
파르메스를
풀어
주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
파르메스는
그에게
잔소리를
자주
했으나
하이젠은
들어
주지
않는다
.
“
하이젠
,
그대의
박식한
딸이
그러더군
.”
“…….”
“
아득히
먼
어느
나라에서는
사람이
죽고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고
믿는다고
.”
어둠
속에서
종횡무진하는
모래바람은
쉬지도
않고
까슬까슬한
감촉으로
몸을
때려
왔다
.
파르메스는
하이젠을
볼
수
없었다
.
밤이
짙어질수록
,
하이젠의
존재는
흐릿해졌다
.
“
우습지
않나
.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다니
.
그렇다면
폭력을
향해
들끓는
이
아슬렛
황가의
피도
잠잠해지는
것일까
.”
다른
사람의
몸일
테니
.
“
그대도
죽었고
,
나도
죽음을
향해
가고
있으니
하나
약속하도록
하지
.”
–
이제
때가
되었어요
.
“
아니
,
약속이
아닌
명령이야
.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그대는
…….”
–
그
아이가
왔어요
.
우우웅
–
칠흙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문득
둥글고
환한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
행복하세요
,
폐하
.
파르메스는
하이젠의
존재가
흐릿해지고
자신
혼자
남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그의
입술에
쓸쓸한
미소가
맺혔다
.
“……
정말이지
,
불충해
.
하이젠
.”
몸집을
더욱
키운
둥근
빛
안에는
기하학적인
문자로
구성된
수식이
빼곡하게
흐르고
있었다
.
수식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빛은
더욱
커지며
사막을
낮처럼
환하게
밝혔고
,
파르메스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
우우웅
–
이내
엄청나게
커진
빛의
무리가
파르메스를
집어삼켰다
.
* * *
나는
모든
사람들을
나가게
한
뒤
치료를
시작했다
.
태어나서
이렇게
집중한
적은
처음이었다
.
정령사의
돌이
중요한
이유는
,
그것이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
세계와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
그리고
시간의
계곡을
건널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매개체
.
지난
회차에서
아빠는
,
이
돌을
매개로
자신의
영혼을
바쳐
시간을
되돌렸다
.
그리고
이번
회차에서는
돌을
쓰지
않고
금고에
보관해
두었다
.
이
돌이
흑반을
치료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였겠지
.
이제
나는
이
돌을
통해
파르메스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
그리고
흑반의
저주를
풀어내고
그를
그곳으로부터
구해
내어야
한다
.
‘
만약
이
일이
성공한다면
…….’
나는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
‘
아슬렛
황가에
유전되는
흑반의
저주를
끝낼
수
있어
.’
내
몸에서
나온
빛의
정령력이
돌을
한
바퀴
감고는
파르메스에게로
향했다
.
그
돌은
마치
하나의
열쇠처럼
내게
어둠이
넘실거리는
흑반의
문을
열어
주었다
.
이윽고
눈을
떴을
때
,
나는
내가
아득히
먼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나의
몸은
언젠가
‘
여신의
숨결
’
을
통해
과거를
보았던
날처럼
반투명한
형태였다
.
그리고
내
눈앞에는
,
두려움에
질린
남자가
비명을
지르는
것이
보였다
.
남자의
머리에는
왕관이
씌워져
있었고
,
화려한
방에는
황금이
가득
쌓여
있었는데
,
주화의
모양을
보고서야
나는
지금이
알브레온
황실이
들어서기
전의
라무스
왕조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아슬렛의
역사는
불과
400
년
정도
.
그전에
알브레온의
영토를
지배하고
있었던
왕실이
바로
라무스이다
.
아마도
이
남자는
라무스의
왕일
테지
.
콰당
–
머지않아
문이
열리고
반역군들이
왕의
방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
그들의
갑옷
어깨에는
현
아슬렛
황가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
“
흐이익
!”
두려움에
질린
라무스
왕은
덜덜
떨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
그때
병사들을
거느린
채
들어온
여자가
있었는데
,
라무스
왕은
문득
그녀를
보고
놀라
삿대질을
했다
.
–
너
……
너
……
네가
왜
여기에
……!
–
너라니
.
섭섭하구나
,
에라트
.
우리는
한배에서
난
남매가
아니었더냐
.
여자는
라무스의
왕과
묘하게
닮아
있었는데
,
그녀의
말을
통해
둘이
친남매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
–
하지만
,
분명
죽었을
텐데
.
–
아아
.
그랬었지
.
네
부하들이
나를
절벽으로
밀어
떨어뜨렸으니
나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어
.
뚜벅
,
뚜벅
,
여자는
제
동생
가까이
다가와서
살짝
허리를
숙였다
.
드레스가
불편하게
접히는
것을
보고야
나는
그녀의
배가
불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
아슬렛이
나를
구해
주기
전까지는
말이야
.
그
말에
왕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
그는
일순간
두려움도
잊고
목에
핏대가
선
채
소리쳤다
.
–
서
……
설마
광룡과
손을
잡고
,
정을
나눈
건가
!
–
그는
미치지
않았어
.
미친
것은
너와
라무스
왕실
전체이지
.
용은
포악하다고
하나
라무스처럼
악마에게
국민들을
제물로
바치지는
않아
.
자신들의
번영과
쾌락을
위해서
.
–
더러운
배신자
!
변절자
!
돌아
버린
용에게
홀려
나라를
망하게
만들었구나
!
하하하
!
–
너는
라무스의
마지막
왕이
될
거야
,
동생아
.
왜냐면
다음
왕은
아슬렛이
될
거니까
.
여자는
보란
듯
제
배를
쓰다듬으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고
.
눈을
부릅뜬
채
덜덜
떨던
왕은
제
누이의
목을
조르려
일어섰지만
,
그녀의
옆에
있던
병사들이
긴
창으로
왕의
몸을
찔렀다
.
창이
몸에
박히고
,
왕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
그는
붉게
물든
눈으로
,
안색의
변화
하나
없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누이를
보았다
.
그리고
그
볼록한
배를
보며
저주했다
.
–
그
심장에
흐르는
라무스의
피가
아슬렛을
저주할
것이다
.
그의
입가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
–
우리는
그
수명의
반을
가져갈
것이며
.
눈썹을
굳히고
있던
여자는
라무스
왕의
손가락을
보고
눈가를
움찔했다
.
–
필히
아슬렛을
파멸시키리라
…….
그
손은
깨알
같은
수식
덩어리로
덮여
있었다
.
그것은
라무스
왕의
피를
흡수하고
,
이내
뒷걸음질
치던
여자의
배를
덮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