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d as the Tyrant’s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4)
폭군의며느리로점찍혔습니다 (14)화(14/173)
14
화
아빠와 엄마의 사망 보상금?
“두 분께는 제국의 영웅으로서, 개정되는 아카데미 학생들의 교과서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폐하를 도와 새 제국을 건국하는 데 막대한 도움을 주었으니, 보상금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준비가 조금 늦어졌을 뿐이었죠.”
아빠의 기사였던 애덤은, 아빠에 대한 존경심과 자부심이 큰 남자였다.
갈넴에서 사탕무나 뽑았던 나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우리 엄마와 아빠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애덤 말고도 많다고 한다.
아빠는 불세출의 대정령사였고, 엄마는 알브레온 사람도 아닌데 실력만으로 황궁 기사가 된 대단한 분이셨다고 하니 말이다.
“지크프리트 공작이 연금 지급안을 상정하였고, 마체르트 공작을 제외한 모든 재상들이 연금 지급에 대한 찬성에 의결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폐하께서 곧바로 승인하셨다고 하고요. 축하드립니다.”
지크프리트 공작이 안건을 올렸다고?
그 무서운 사람이 우리 부모님과 아는 사이인 건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는 물었다.
“어, 얼마를 받게 되는데요?”
“월 오만 브링입니다.”
“헉, 정말요?!”
돌아가신 아빠와 엄마를 생각하면 슬퍼지긴 하지만…….
‘이 돈이면 후작가의 기본 지출에 대한 사항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가슴에 손을 얹고 후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애덤은 내가 귀엽다는 듯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후작가의 재정은 당분간 튼튼할 것 같으니 걱정 마세요, 아가씨.”
‘음, 조만간 파르메스를 찾아가 고맙다고 해야겠어.’
기회가 되면 지크프리트 공작에게도 감사를 전해야겠고 말이다.
“하지만 연금으로만 안주할 생각은 없어요. 후작가를 진정으로 재건하려면, 결국 수익 창출 흐름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이어진 나의 말에 애덤은 내가 그런 말까지 할 줄 몰랐다는 듯 놀란 기색을 보였다.
뭐, 지금까지 내가 어른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 주기는 했지만 내 겉모습은 열한 살 어린아이니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거예요.”
나는 처음에 알렌스 부인과 안면을 트려 했던 목적을 떠올리며 싱긋 미소 지었다.
* * *
“아리넬? 이 년 후의 대기근……. 백성들의 목숨을 구한다고?”
학술 연구원의 휴게실, 촉망받는 학자인 아먼 프리드히는 삐딱하게 다리를 꼰 채 꾹꾹 눌러쓴 편지를 읽었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해머스 로힘도 얼굴 모를 아이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대기근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알브레온보다 풍요로운 제국이 어디 있다고.”
“그러게 말이야. 상상력 풍부한 꼬맹이구만?”
“꼬맹이 친구인 아머스는 어떤 자식이야? 신입들 중에 이런 이름은 없는데…….”
“아무튼 기강이 해이해져서는, 쯧.”
아먼은 편지지를 우그러뜨려 공 모양을 만든 뒤 쓰레기통을 향해 던져 넣었다.
그러잖아도 업무가 과중한데 이런 장난 같은 편지라니,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래서 애들 교육이 중요하다니까. 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랐으면 학술 연구원에게 이딴 장난 편지나 쓰고…….”
해머스는 중얼거리며 아이의 편지로 비행기를 접어 날렸다.
하지만 그 비행기는 이 초도 날지 못하고 누군가의 손에 붙잡혔다.
시선을 올린 해머스는 놀라 숨을 들이켜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딱하게 기대어 있던 아먼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 공작 전하.”
둘은 재빨리 시선을 낮추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제국 최고의 권력자 중 하나인 지크프리트 공작이었다.
그는 경제부를 관리하는 재상으로 학술원의 주인이기도 했다.
실수 하나도 꼼꼼하게 잡아내며 엄하다 못해 공포스러운…… 지옥의 공작.
천천히 종이비행기를 편 공작은 그 속에 적힌 편지를 눈으로 읽어 내렸다.
“…….”
그리고 끝이 조금 올라간 입술을 옅게 달싹였다.
“더없이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 앞으로도 그럴 테고…….”
두 학자는 어깨를 움찔하며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지크프리트 공작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렇게 소중한 편지를 함부로 대하는 네놈들의 미래보다야 훨씬 밝지.”
이내 지크프리트 공작이, 안경 속의 서늘한 눈빛으로 자신들을 보자 두 남자는 숨을 들이켰다.
무슨 실수를 한 건지는 몰라도 오늘 운수는 꽤나 안 좋은 모양이었다.
* * *
“고개는 더 빳빳이 세우고, 등을, 옳지. 매우 좋단다.”
피올렛 아주머니, 아니, 알렌스 부인은 나의 교육에 열중이었다.
그리고 내가 잘 해낼 때마다 볼에 홍조를 띠며 큰 소리로 칭찬했다.
“어쩜 이렇게 몸이 유연할까. 오, 역시 내 안목이 틀림없었다니까!”
계속 칭찬을 들으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그렇게까지 소질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우아하구나, 아리넬. 그래. 목을 좀 더 빼 보려무나.”
어릴 적부터 밭일을 해 대서 인형처럼 얌전히 앉아 있었던 영애들보다야 신체 감각이 좋기는 하겠지만…….
“사교계의 꽃이 될 것을 생각하며, 자, 이번엔 오른발. 툭툭.”
짝짝짝-
짧은 발끝으로 바닥을 두드리자 알렌스 부인의 요란스러운 박수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며 칭찬했다.
“앞으로 사교계의 모든 행사에서 이런 식으로 걸으면 돼.”
“네? 학춤을 추는 스텝으로 걸으라고요?”
“드레스 안에서는 학춤을 추고 있겠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우아한 백조처럼 보일 거란다. 모두가 아름답고 귀여운 아리넬을 선망할 수밖에 없지.”
‘으음, 이런 게 진짜 사교계에서 유행이라고?’
나는 양 볼에 손을 올리고 즐거워하는 부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예법을 통달한 궁내부 재상이니만큼 그녀가 맞는다면 맞는 거겠지.
* * *
“대기근이라. 아직도 그것을 걱정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아리넬.”
잠깐의 쉬는 시간, 알렌스 부인은 내 작은 어깨를 풀어 주며 말했다.
“넌 언제나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했었지.”
갈넴 마을에서 나는 마을 주민들에게 사탕무 레시피 강습을 하고는 했는데, 주로 저장이 용이하면서도 당분이 높아 열량이 충분한 음식에 대해 알려 주었다.
단 음식을 좋아하는 알렌스 부인은 열혈 수강생이었고 말이다.
“그때도 진심이었고, 지금도 진심이에요. 힘든 시기가 올 거라고 믿고 있거든요.”
‘원작 속 대기근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설명해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내 말에 알렌스 부인은 잠시 어깨 주무르는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넬, 넌 정말 특별한 아이이고 나는 네 말을 믿는단다. 하지만 정말 사 년이나 극심한 기근이 닥친다면 그걸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하든 부족할 거야.”
“그래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나도 알고 있다. 대기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제국 이 년치의 예산이 몽땅 식량 비축만을 위해 쓰여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다른 부분에서 구멍이 날 수밖에 없고, 사람들은 불만을 가지게 되겠지.
“그래. 네 말이 맞아, 아리넬. 하지만 우리는 너의 주장을 지지하기 위해서 확실한 근거를 가지는 것이 필요해. 내 분야는 식량이나 경제와는 관계가 멀기도 하니까.”
갈넴에서 올라온 아리넬이라는 꼬맹이가 그렇게 주장했어요-라는 핑계로는 막대한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
사실 근거라는 것이 내가 원작에서 보았다는 것뿐이기에 난해한 것도 문제였고 말이다.
“저도 동의해요. 그래서 제가 당장 부인의 도움을 받고 싶은 분야는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라…….”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민의 해결책을 꺼내려는 순간.
알렌스 부인의 눈이 기회를 잡은 듯 선연하게 빛나는 게 보였다.
“있잖아. 아리넬이 내게 정치적 생명을 버려도 될 만한 확신을 심어 준다면 무리해 볼 수도 있겠지.”
“네? 확신이라니요?”
알렌스 부인은 내 앞으로 와서 마주선 뒤 손을 내 어깨 위에 얹었다.
부인의 손은 두꺼운 편이라 내 작은 어깨에 꽉 찼다.
뭐지? 눈이 유난히 번뜩이는 것 같은 이 느낌은? 왠지 홍조도 더욱 짙어진 느낌이다.
“이를테면 진로 선택을 말하는 거야. 나는 언제나 내 뒤를 이을 만한 자질의 후계자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 왔거든.”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귀여운 아리넬은 이미 이 알렌스 부인의 제자야. 너의 길을 이 방향으로 잡겠다는 확신만 있다면,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예법에 관련된 지식들과 사교계의 인맥을 너에게 넘겨주고 싶단다.”
대학교 때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때였던 것 같다.
평소 어려운 문제에 대해 잘 대답해 주시던 교수님이 조용히 나를 부르셨지.
“사교계에서 필요한 방대한 지식과 인맥은 황태자비로서의 네 인생을 꾸리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될 거야. 아리넬은 나중에 여자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올라 최고의 선망을 받게 되는 것이지. 무엇을 원하든 갖기 쉬워질 테고.”
그리고 내 귀에 들어오던 감언이설들. 하마터면…… 나는 교수님이 이끄는 방향으로 핸들을 틀 뻔했었다.
“네게 엄청난 재능이 보여서 하는 말이란다, 아리넬.”
대학원생이 되는 길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