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d as the Tyrant’s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173)
폭군의며느리로점찍혔습니다 (173)화(173/173)
외전
8
화
외전 3. 아리넬의 여자들
“분명 잘 해낼 거야, 아리넬. 파이팅.”
나는 거울을 보며 주먹을 꾹 쥔 채 중얼거렸다.
거울 속 나는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무슨 일을 하든 처음은 언제나 긴장이 되기 마련이다.
“황태자비 전하, 손님들께서 오셨습니다.”
시녀의 말에 화들짝 어깨를 들썩인 나는 목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그…… 그래, 가자.”
오늘은 내가 황태자비가 된 뒤에 처음으로 주최하는 황궁 티 파티 날이었다.
귀족 부인들과 영애들에게 손수 초대장을 돌렸고, 초대장을 받은 대부분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내가 온실 정원에 들어서자, 손님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로 향했다.
“황태자비 전하!”
“오늘도 아름다우세요!”
“어머나! 사랑스러우셔라!”
꺄아- 하며 양손에 볼을 올리고 볼을 붉히는 셋은 볼 것도 없이 라 피올레 멤버들이었다.
“흐음…….”
그리고 나의 위아래를 날카롭게 훑어보고 있는 그녀는 알브레온 제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배우 라리엘 마체르트였다.
오늘의 내 착장이, 내 미모를 받쳐 주기에 적합하다고 느꼈는지 그녀는 내 뒤의 시녀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살짝 만족의 표시를 했다.
시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쉬는 소리가 들렸다.
“흐응, 황태자비 전하, 귀여우셔, 예쁘셔요. 아아…….”
그리고 자신의 이성을 끌어모아 입술을 닫으려 하지만 자꾸 속마음이 새어 나와 고통스러워하는 법무성주 아네스가 보였다.
언제나 한 쌍처럼 다니던 연금성주 바론은 떼어 놓고 온 모양이다.
뭐, 오늘은 여자들만의 티 파티이니까.
“다들 제 파티에 와 주셔서 고마워요.”
나는 손님들을 향해 화사하게 웃으며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했다.
내 지인들을 포함한 귀족 부인들은 모두 황송해하며 나의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리고 나는 끝 편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알렌스 부인에게로 종종 걸어갔다.
학처럼 우아한 걸음으로.
“부인.”
생글거리며 앞에 선 나를, 부인은 마치 자신의 딸처럼 다정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둥근 입술이 열렸다.
“오늘은 정말…….”
두근, 두근.
“완벽하군요.”
알렌스 부인의 평가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장식과 소품 하나하나에, 황족의 품격이 담길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디저트와 차도 그렇고 말이다.
“이건 엘비스산인데, 엘비스에서도 희귀한 차이군요.”
라리엘의 엄마인 마체르트 공작 부인이 시녀가 따라 주는 차 향을 맡고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비스킷에서 홍사탕무 향이 나요.”
“이건 바닐라 향, 이건 민트 향이네요. 초콜릿도 있어요.”
다른 부인들과 영애들도 내가 준비한 티 파티에 만족하는 것이 보였다.
“사교계의 후계자로 만드는 것에는 실패했어도, 이렇게 사교계를 통솔하고 새 흐름을 만드는 황태자비 전하의 모습에, 매우 기쁩니다.”
알렌스 부인은 자신의 감회를 전했다.
나는 나를 포섭하려고 하는 네 재상 누구도 온전히 따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알렌스 부인의 바람대로 황태자비로서의 위엄과 품격을 사교계에 떨치기 위해 티 파티를 개최했고, 어제는 지크프리트 공작과 경제 학술원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지크프리트 공작은 내가 하는 말들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얻은 듯 기록해 두었고.
나는 그냥 현대에서 있었던, 몇 가지 경제 위기의 원인에 대해 언급했을 뿐인데 말이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는 거먼트 공작이 있는 군사부에 들를 생각이다.
뭐, 군사적 이야기를 나눌 생각은 없고 내가 오는 것만으로도 사기 진작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나, 뭐라나.
아무튼 가끔 재상들을 만나며 나는 황태자비로서의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을 맛보고 있었다.
“저, 검은 아무래도……. 히이익!”
그때, 바깥에서 시녀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깜짝 놀라 시선을 돌렸고 나 역시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잠시 후 나타난 사람은 나와 닮은 노란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퀘사 고모였다.
고모는 얼떨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냥 본 것뿐인데 왜 비명을…….”
심약한 시녀는 퀘사 고모와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던 모양이다.
고모는 자기 키만큼 큰 검을 기둥에 세워 두고, 갑옷을 입은 채 내게 다가왔다.
거먼트 공작이 파티장에 나타났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부인들의 얼굴이 두려움에 물드는 것이 보였다.
‘무서워할 필요 없는데.’
“고모님.”
나는 헤헤 웃으며 퀘사 고모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앞에 멈추었다.
나보다 한참 키가 큰 퀘사 고모. 둘만 있을 때는 고모라고 부르지만, 이제 황태자비에게 어울리는 언어를 써야 하니 조금 딱딱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황태자비 전하.”
고모 역시 존칭을 쓰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와 주셔서 고마워요. 못 오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천천히 시선을 내려 고모의 배를 보았다.
“당연히 와야죠. 출산 임박이라도 우리 귀여운 요정……. 아니, 황태자비 전하를 뵙기 위해서는 눈밭을 뚫고라도 올 겁니다.”
고모의 경갑 옷 배 부분이 볼록 튀어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아기의 아빠이자 고모의 남편은, 거먼트 공작이었다.
한때 거먼트 공작의 외모가 무서워서 퀘사 고모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을 때도 있었는데,
의외로 둘 중 퀘사 고모가 먼저 대시했다고 한다.
그렇게 결혼 전 아이부터 가진 퀘사 고모였고, 지크프리트 공작이 지어 주었던 배 속 아기의 태명이…… 지상 최강 병기였던가.
아무튼 너무한 태명이지. 거먼트 공작과 퀘사 고모는 매우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럼, 재미있게 즐겨 주세요. 고모님.”
나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고 퀘사 고모는 알았다는 듯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아아, 숙제 하나 끝냈어요.”
모두가 만족하며 돌아간 티 파티를 마치고 나는 기지개를 켰다.
내 곁에는 언제나 아름답고 화려한 외양의 브리튼이 그림처럼 서 있었다.
“손님들이 매우 만족하는 것 같더군.”
“헤헤,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있었네요.”
나름 발품을 팔며 일주일 동안이나 고민했었다.
이왕 황태자비로서의 첫 티 파티를 멋지게 해내고 싶어서 말이다.
폐하의 짝이 없는 지금, 황태자비인 나는 알브레온에서 제일 지체 높은 여자라고 할 수 있고, 내 행보는 알브레온 사교계의 품격에 직결된다고……. 알렌스 부인이 그랬다.
“그래도 우선순위는 놓치지 마.”
“네?”
“파티를 준비하는 나날 동안 우리 못 했잖아.”
“…….”
나른하게 손을 올리며 내 볼을 감싸는 브리튼의 말에 나는 심장이 쿵쿵 뛰었다.
“뭐……. 뭘요.”
“뭐긴.”
브리튼의 붉은 입술이 달싹였다.
그러니까 우리, 할 거는 다 한 걸로 기억나는데.
“데이트.”
이내 브리튼의 입술에서 나온 그 단어에 나는 앗, 하고 눈썹 끝을 움찔했다.
생각해 보니 딱히 브리튼과 같이 밖에 나간 적은 없는 것 같다.
지난 일주일 동안.
“……!”
곧장 내 손을 잡은 브리튼은 나를 데리고 걷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 콧노래 같은 즐거운 음색이 흘러나왔다.
“실컷 할 거야.”
“네?”
“봄 별장에 연락해 뒀어. 앞으로 닷새간 거기에서 머물 거라고.”
“하지만 정무는…….”
“휴가 썼어.”
황태자가 이렇게 자주 휴가를 써도 되는 거야?
브리튼은 단정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마차로 에스코트했다.
이런 건 언제 준비한 거야.
그는 내 옆에 앉으며 내 머리를 제 어깨에 기대게 했다.
마치 일주일 동안이나 주인이 놀아 주지 않아서 서운했던 강아지처럼 내 손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좋아해, 아리넬.”
“……황태자 전하.”
“사랑해. 아리넬.”
나는 작은 한숨을 섞어 웃으며 눈을 감았다.
그냥 많은 돈을 가지고 조용히 쉬며 살고 싶었던 때도 있었는데, 역시 그런 삶은 그른 것 같다.
다들 나를 좋아하고 만나고 싶어 하고, 특히 내 남편이 된 브리튼은 내게서 이렇게 떨어지려 하지 않으니…….
하지만 그래도, 이런 과분한 사랑을 받는 삶도 꼭 나쁘지는 않은 것 같기도?
마차 바퀴가 봄 별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창밖에선 노을을 배경으로 분홍빛의 꽃이 날리고 있었다.
외전 3.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