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d as the Tyrant’s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32)
폭군의며느리로점찍혔습니다 (33)화(32/173)
33
화
나는 아이를 향해 손짓을 해 보였다.
“여기, 이리 와 볼래?”
그리고 쭈뼛쭈뼛 혼자 다가온 아이에게 깔때기 모양으로 만든 종이에 담은 샐러드를 내밀었다.
받을까 말까 엄마의 눈치를 보며 고민하는 아이에게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먹어 봐. 먹어 보라고 공짜로 주는 거야.”
“진짜요?”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것을 받은 아이가 과일 샐러드와 비슷한 느낌의 홍사탕무 샐러드를 입 안에 넣었다.
달콤한 사탕무 과즙이 입 안에서 터지자 아이의 표정이 꿈을 꾸는 듯 바뀌었다.
“우와아……. 엄청 맛있어……!”
아이의 엄마도 천천히 다가왔다.
“하나 드셔 보세요. 간식으로 좋아요!”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시식회 천막의 앞이 북적북적해졌다.
“말도 안 돼, 이게 그 맛없는 홍사탕무라고?”
“애 머리에 좋다는 말에 알아보고는 있었는데 맛이 고약해 엄두가 안 났는데!”
“엄청 맛있잖아요. 아삭아삭해요.”
“믿을 수가 없다고! 이게 그 말 먹이라니!”
“잠깐. 저기 저 남자랑 아이, 저번에 홍사탕무 사 갔던 이들 아니오?”
개중에는 저번에 시장에서 보았던 사람도 있었다.
“나도 하나 주시오.”
“저도요, 언니!”
애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시장 사람들을 발견하고 어깨를 으쓱하더니, 그들에게도 시식 제품을 빠짐없이 나누어 주었다.
“이건……!”
“오오. 이런 맛이라면……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겠군.”
애덤의 눈에 차 있던 억울함이 드디어 씻긴다.
우리는 사업의 정식 오픈일과 판매 품목이 담긴 전단도 나누어 주었다.
지금 지하 창고에서는 맛있게 숙성되어 가는 사탕무들이 팔릴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사업을 알릴 생각을 하시다니.”
내가 시식회를 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그 효과에 대해 장담하지 못했던 애덤은,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저만 믿으라고 했잖아요, 애덤.”
후후, 시식회는 성공인가!
그리고 그때, 누군가 군중을 가로질러 가까이 오는 것이 보였다.
여긴 들어오면 안 된다고 애덤이 말리려는 순간.
“잠시만요!”
“…….”
내 만류에 멈칫한 애덤을 지나쳐 내 앞에 한 소년이 섰다.
흰 가면 속 검은 눈이 나를 보고 있었다.
“……도와주러 온 거야, 마스?”
오늘 시식회를 할 거라고 이야기하기는 했었는데…… 이렇게 올 줄은 몰랐다.
마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묵묵히 손을 걷었다.
그리고 그때, 사람들이 뒤를 보며 문득 웅성이기 시작했다.
‘응? 무슨 일이지?’
……저거 뭐야? 웬 철갑 기병들이?!
그들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쿵, 하고 바닥이 울렸다.
사람들이 겁에 질린 눈으로 굳은 채 다가오는 군대를 바라보았다.
백 명 정도는 되는 병사들은 모두 철갑옷을 입고 있었고, 각 손에는 무시무시한 창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선봉에 선 남자는…… 내게 눈을 찡긋해보이고는 우렁차게 외치기 시작했다.
“으하하하! 제군들은 들을지어다!”
모히칸 헤어 스타일을 뽐내는 구릿빛 피부의 군사부 재상, 파멜 거먼트!
아저씨가 왜 여기서 나와요……?
“오늘 제군들은 장차 군사부를 이끌 위대한 대장군의 지원군으로 참전하여 기량을 뽐낼지어다!”
“우워어어어!”
어어어?
“아리넬 마일라를 위협하는 어떤 적들도 감히 위대한 알브레온의 군대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도다! 우리의 창은 창공을 꿰뚫고 적들을 섬멸한다!”
“우워워워워!!!”
고작 시식 행사에서 섬멸이란 말이 나올 일이냐고요!
그런데 파멜은 그렇다 치고, 병사들은 왜 열광하는데?!
“전쟁! 전쟁! 전쟁! 전쟁!”
파멜의 신호에 맞추어 군사들이 기합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들이 창 바닥으로 땅을 두드리자 땅이 진동해 왔다.
둥- 둥- 둥-
시식하고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군대의 출연에 종이 깔때기를 든 손을 덜덜 떨고 있었고.
“저, 전쟁이라고?!”
“무, 무서워요……. 으앙!”
“이 아이가 군사부의 수장이 될 거라고?!”
이래서는 내 시식 전쟁……. 아니, 시식 행사가 망하잖아!
“아……. 아니에요, 여러분. 이건!”
내가 당황해서 상황을 수습하려고 할 때였다.
“경제부에서 나왔습니다!”
제복을 입은 청년들이 어디에선가 우수수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파멜의 눈썹이 꿈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아가씨.”
내 바로 앞까지 걸어온 남자는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아머스 아저씨라고 말씀드리면 알 거라고 하시더군요. 저희는 그분의 부탁으로 아가씨를 도와드리기 위해 나왔습니다.”
나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머스 아저씨가 나를 도와주라고 했다고?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아머스 아저씨의 후배들인 모양이었다.
파멜이 콧김을 흥, 내뿜으며 엄중한 쇳소리로 물었다.
“경제부가 군사부의 일에는 무슨 용무인가! 아리넬의 지원군 자리는 이미 우리 군사부가 접수하였도다!”
지원군……. 요청한 적 없는데…….
“거먼트 공작 전하께서 아가씨의 시식 행사를 돕고자 하는 것은 이해하나, 이는 오히려 아군의 군세를 약해지게 하는 것이라고 그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뭐라고?!!”
“공작 전하께서는 시식 행사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많은 자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고, 그러한 체험을 통해 향후 아가씨의 사업이 시작되었을 때 제품에 대해 갖게 된 긍정적인 인상을 토대로 제품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이벤트가 아닙니까.”
파멜은 노한 음성으로 부정하려 했지만, 경제부에서 나온 남자의 말은 거침없었다.
그리고 그가 계속 맞는 말만 했기에, 파멜의 기세는 점점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공작 전하께서 아가씨를 돕고자 하신다면 군사들의 무장을 해제시키고 시식 행사에 참여하도록 하시라고, 그분께서 전하셨습니다.”
“무장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곳은 전쟁터가 아니며 무장은 아가씨의 군세를 약해지게 만들 뿐입니다. 그렇게 그분이 말씀하셨습니다.”
말을 마친 남자는 참았던 숨을 내쉬듯 헉헉거렸다.
그 누구라 하더라도 파멜 거먼트의 엄청난 기운 앞에서 자기 의견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아머스 아저씨, 정말 용감한 사람들을 곁에 두었구나…….
그리고 자신의 의사를 아주 확실하게 전달해 둔 모양이다.
“……!”
잠시 분한 듯 표정이 굳어 있던 파멜은 한참이 지나서야 결정을 내린 듯 거센 콧김을 내뿜었다.
“본좌로서는 단박에 이 철편으로 적들의 머리를 내리치고 싶은 생각뿐이지만, 아군의 군세에 피해를 줄 수는 없도다.”
누, 누구의 머리를 내려친다는 거예요!
그는 주먹을 부들부들 떨더니 그것을 하늘을 향해 척, 하고 올렸다.
그리고 군사들에게 포효했다.
“무장을 해제하라!”
“존명!”
귀가 얼얼해지는 듯한 외침 소리가 들리고 그들은 갑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진짜 전쟁이라도 일어나는 줄 알고 얼어 있던 사람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이 보였다.
아머스 아저씨의 부탁을 받아서 온 남자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었다.
“적군은 우선 처리한 것 같습니다.”
“에휴. 고마워요.”
나는 파멜이 듣지 못하게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이제 저희들이, 시식 행사의 체계화 방안을 통해 아가씨를 돕도록 하겠습니다.”
“……체계화 방안이요?”
“네. 그분이 작성한 문서가 여기 있습니다.”
남자가 갑자기 두꺼운 보고서를 꺼내 들었다. 하얀 건 종이이고 이 빼곡한 건 다 글씨였다.
……응?
“뭐, 여기서 다 읽기는 힘드니, 여기 요약된 것이 있습니다.”
나는 얼떨떨하게 도표까지 넣어 작성한 마지막 장을 보았다.
대기 장소, 시식 부스, 그리고 판촉물을 나누어 주는 곳까지. 이 행사에 대한 프로세스가 매우 구체적으로 쓰여 있었다.
분명 실용적이긴 하지만, 고작 내 시식 행사를 위해 이렇게 두꺼운 리포트를 보냈단 말이야……?
각주와 참고 문헌도 엄청났다.
아니, 이게 이렇게까지 정성 들여서 작성할 일이냐고요!
“저희들은 모두 문서의 내용을 숙지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행사를 돕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이 오늘 저희가 이곳에 보내진 이유이니까요.”
남자의 말에 나는 멍하니 있다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이 정리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