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d as the Tyrant’s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40)
폭군의며느리로점찍혔습니다 (41)화(40/173)
41
화
콜록, 콜록,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엉망이 된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내 작은 구두 앞코에는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에취!”
코를 킁킁대다 재채기를 한 나는 눈을 찌푸렸다.
빛이 보이지 않는다. 아까 무너져 내리면서 완전히 입구를 막아 버린 듯했다.
“엄청난 지진이 온 것이 틀림없어.”
기침이 멎은 직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기랄, 오늘은 이해할 수 없는 일만 터지는군.”
그런데 이거…… 정말, 지진 맞을까? 혹시 내가 돌을 만져서…….
아까 도망치며 동굴 입구를 보았을 때, 어쩐지 바깥의 풍경은 매우 평화로워 보였다.
문득 아빠가 돌과 공명할 때 강력한 정령력 때문에 지진과 같은 진동이 일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콜록- 콜록-”
흙먼지가 입에 잔뜩 들어갔는지 직원이 계속 기침을 했다.
여길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을 품고 바닥에 손을 댄 뒤 정령의 힘을 모아 보았다.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떠올린 방법이었다.
그러자 다시 바닥이 덜컹이기 시작했다.
푸슈슉-
내가 손댄 바닥의 앞쪽을 뚫고 힘차게 위로 쏘아 올려지는 물줄기.
그 순간적인 압력에 무수히 쌓여 있던 돌들이 우르르 옆으로 무너졌다.
높이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 시야를 가렸다.
“얘야! 조심해!”
옆에 있던 직원이 내 허리를 꽉 잡아 안아 들었고, 그는 물줄기로 인해 천장이 트인 바위 무더기 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꼭 붙잡거라.”
물이 튀어 돌이 더 미끄러워진 탓에 그는 몇 번 발을 헛디딜 뻔했지만, 그래도 겨우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나는 잔뜩 젖은 채 직원에게 매달려 겨우 바깥 공기를 마셨다.
후우. 무너진 동굴에 꼼짝없이 갇히는 줄 알았는데 어찌어찌 살았구나.
돌무더기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여신의 숨결’ 주변으로 물이 고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물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저건……. 응? 수증기?
“갑자기 온천이…… 터지다니…… 대체 이게 뭐란 말이지?”
직원은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말을 잃은 듯 멍한 표정으로 아래의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
“$%$!”
잠시 후, 바깥에서 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는 않지만, 우리를 보고 놀란 것 같았다.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던 그가 내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우선 여기는 위험하니 내려가자꾸나.”
“네, 아저씨.”
우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허어……!”
“세상에나!!”
아까는 보이지 않던 머리가 하얗게 센 원로 정령사들이 소식을 듣고 몰려와 있었다.
시험장을 찾았던 다른 응시자들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둥그렇게 주변에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동굴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네.”
정령사들이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여신의 숨결을 만진 사람이 누구지?! 이는 대정령사 때의 진동을 뛰어넘는 규모일세!”
원로 정령사는 목에 핏대가 설 만큼 흥분해 있었다.
원로들의 다그침에 직원은 눈을 끔뻑이다가 되물었다.
“지진이 난 게 아니었습니까?”
“아닐세. 분명 동굴 주변으로만 진동이 느껴졌어. 진동 측정기가 최고치를 넘어섰다는 말일세.”
“그건 분명 정령의 파동이었어! 안에 또 누가 있는 건가?”
고깔모자를 쓴 원로 하나가 안경 속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정령의 파동이라니요, 이런 게요? 그럴 리가…….”
“나무나 사람들을 보게! 동굴이 무너질 정도의 지진이면 멀쩡하겠는가?!”
직원은 동굴 쪽을 바라보았다.
천장이 무너진 그곳은 온천탕이 되어 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황스러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여신의 숨결’이라는 돌을 건드리자 온몸에 정령의 힘이 흘러들며 빛이 나더니, 아마도 다른 시간 선에 있었을 과거를 보았다.
파르메스, 그리고 아빠와 관련된 과거 말이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는데 지진이 난 듯 동굴이 크게 흔들려 일부가 무너지기까지 하고…….
게다가 그냥 물을 이용해서 탈출할 생각뿐이었는데 땅에서 온천수까지 터져 나오다니.
“……아니요.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저희 말고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정령의 파동이 그렇게…….”
직원의 얼떨떨한 대답에 원로들이 다시 캐물었다.
“그럼 여신의 숨결에 손을 댄 자가…… 자네랑 이 꼬마 둘 중 하나인가?”
“자네는 중급 정령사이고, 꼬마는…….”
갑작스레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쏠리자 어깨가 살짝 움츠러 들었다.
직원이 얼떨떨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아직 멍한 듯했으나 눈빛은 어떤 의문 하나를 품고 있었다.
‘설마…… 너니?’ 하는 듯한 눈빛.
그는 분명 내가 돌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내 몸에 정령의 빛이 흘러드는 것도 보았다.
‘쉬잇.’
나는 조금 애타는 마음으로 입술 위에 손을 살짝 올렸다.
여기서 내가 돌에 손을 대었다고 하면……. 저 사람들의 반응을 보아서는, 오늘 집에 못 돌아갈지도 모른다.
“…….”
“어서 말해 보게!”
다그치는 목소리에 오랫동안 가만히 있던 직원이 입을 열었다.
“……없습니다.”
휴우.
다행히 내가 바란 답이었다.
나는 모른 체해 주는 직원의 눈치에 감사해하며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내쉬었다.
그러나 몰려온 정령사 협회의 원로들은 직원을 계속 다그치기 시작했다.
“정말 없다고? 그렇다면 그 엄청난 진동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래. 불세출의 정령사가 여신의 숨결을 만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일세. 기록된 대정령사 마일라 후작의 파동보다도 컸다고!”
“그건…….”
잠시 생각하던 직원이 말을 이었다.
“오늘 계속 돌이 이상했습니다. 여신의 숨결 말입니다. 그러니까…… 계속 빛이 났어요. 그렇지 않습니까.”
직원은 아까 동굴에 들어가기 전,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던 다른 직원에게 말을 넘겼다.
“아……. 맞습니다. 오늘은 계속 빛이 났어요. 그래서 응시자들이 어떤 정령과 친화력이 있는지 색이 판별되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어찌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인가?”
“원인은 모르겠지만, 여신의 숨결 상태가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에게 그것에 손대지 말라고 했고…….”
직원의 갈색 눈이 나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원로들을 보며 말했다.
“아이는 제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동굴이 흔들리며 진동이 아주 강하게 느껴져서 지진이 났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한참의 정적이 흘렀다.
원로들은 영 미심쩍은 눈빛이었지만, 동굴 안에서 나온 직원이 이렇게 증언하는데 안 믿을 수도 없었다.
“여신의 숨결이…… 그랬단 말이지.”
“참으로 이상하구만. 지금까지 그런 적 없었던 돌인데.”
“그럼 솟구치고 있는 저 온천수도 돌의 이상으로 비롯된 것인가.”
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그들의 이야기가 길어지자, 기다리던 시험 응시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나는 딴청을 부리듯 다른 곳을 보고 있었지만, 나를 쳐다보는 직원의 시선이 종종 느껴졌다.
한참 뒤, 회의가 끝났는지 원로 중 대표로 보이는 사람이 말했다.
“오늘의 정령사 시험은, 사정상 종료하도록 하겠소. 재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면, 시험을 못 본 분들께 연락드리리다.”
시험을 끝낸 사람들은 별 상관없는 표정이었지만, 보지 못한 사람들은 아쉬움과 짜증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웅성거렸다.
“그래도 여기 안 들어간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시오. 무너지는 동굴에 다쳤을 수도 있으니. 다칠 뻔한 사람들이 있소.”
원로의 말에 웅성거림이 멈췄다.
확실히, 쫄딱 젖은 내 모습을 보자 위험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점차 해산하기 시작했다.
“펠릭스, 자네는 조금 더 조사할 것이 있으니 따라오게.”
‘직원 이름이 펠릭스였구나.’
원로는 눈썹을 굳힌 채, 나를 도운 직원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전에 잠시, 위험할 뻔했던 아이를 배웅하겠습니다.”
“그래. 여비라도 챙겨 주게. 다친 곳은 없어 보여도 많이 놀랐겠구먼.”
나는 그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우리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무렵 그가 입을 열었다.
“……네가 한 일이니?”
그렇게 묻는 그의 머리카락은 내것과 마찬가지로 쫄딱 젖어 있었고, 얼굴도 돌먼지로 거뭇거뭇해져 있었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르겠지만……. 어쩌면 맞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너는……. 너는 대체 누구이기에…….”
우리가 멈추어 서 있는 곳은 정령사 협회로 들어오는 길목이었다.
나는 이제 바깥으로 나갈 예정이었고 말이다.
당황한 그의 눈빛에, 나는 말없이 주머니에서 내 접수증을 꺼낸 뒤 그의 손에 쥐여 주었다.
그리고 꾸벅 인사를 했다.
“비밀로 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리고 휙 뒤를 돌아 빠르게 종종 달려가기 시작했다.
뒤통수에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펠릭스라는 직원의 시선이 느껴졌다.
곧이어 직원이 제 주먹을 펴고, 그 손에 들린 내 접수증을 보았는지 헉, 하고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마……. 마…….”
달릴수록 그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지만,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마일라?!!!”
아무튼 나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고맙다고 인사도 했으니, 비밀로 하는 의리는 계속 지켜 주시겠지.
“으아, 오늘도 다이나믹했네.”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