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d as the Tyrant’s Daughter-in-law RAW novel - Chapter (98)
폭군의며느리로점찍혔습니다 (98)화(98/173)
98
화
우리의
눈이
찰나의
순간
마주쳤다
.
“……!”
마차와
나는
지금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
급박한
상황에
,
정령력을
사용할
틈조차
없었다
.
마치
머리가
멈추어
버린
듯
그저
검은
도화지에
‘
죽음
’
이라는
글자만
쓰여
있고
,
나는
그
앞에
무력하게
서
있는
느낌이었다
.
만화나
영화
같은
데서는
떨어지는
짧은
순간에도
주인공이
기지를
발휘해서
빠져나가지만
.
마주한
현실은
뭔가
행동할
새도
없이
빠르게
흘러
버렸다
.
첨벙
–
물에
빠지는
소리와
함께
온몸에
난생처음
느끼는
충격이
가해져
왔다
.
암전이었다
.
* * *
강이
흐르는
숲길
.
펄럭
–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입과
목을
가리는
가죽
재질의
방한용품을
벗었다
.
그
아래로
유려한
콧날과
턱선이
드러났다
.
그의
곁에
걷는
여자는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채
경량
갑옷을
입고
검을
등에
메고
있었다
.
거먼트
공작의
철편에
버금갈
정도로
커다랗고
,
무거워
보이는
검이었다
.
둘
다
노랑과
갈색이
섞인
듯한
밝은
톤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는데
,
날카롭고
뚜렷한
눈매와
마치
먹이를
노리는
야수
같은
청록색
눈동자가
그
아래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
강하고
혹독한
환경에서
훈련받은
전사들의
분위기가
그들에게서
풍겼다
.
“……
수도의
여름은
꿉꿉하기
짝이
없군
.”
남자의
입술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여자는
대꾸하지
않고
걷다가
문득
눈을
빛내며
가슴께에
뭔가를
뽑아
들고
훅
던졌다
.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
빠른
속도였다
.
께에엑
–
정확하게
급소를
맞은
멧돼지가
절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이
모든
순간에도
단
한
걸음도
멈추지
않았던
여자가
한
템포
늦게
불평하듯
말을
받았다
.
“
자라나는
것들도
전부
시시하고
.”
남자는
늘
그랬던
일인
것처럼
멧돼지에게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
피식
,
입꼬리를
올렸다
.
“
이
볼
것
없는
동네를
,
그
녀석은
지상
천국인
것처럼
편지에
써
댔던
건가
.”
“……
하이젠은
,
가문의
별종이었으니
.”
연신
서늘한
맹수
같은
눈빛을
하고
있던
여자의
눈동자
표면이
문득
일렁였다
.
중천에
떠오른
태양
빛을
받아
강물의
표면이
반짝이고
있었다
.
북부는
이
계절까지
얼음이
녹지
않은
고지들이
절반인데
말이다
.
여름이란
본디
이렇게
뜨거운
것이었던가
.
햇살
아래에서
그
녀석은
어떤
웃음을
짓고
있었을까
.
여러
상념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
“
그
애를
만나면
……
어떻게
할
거지
,
헬리오
?”
문득
그녀의
쌍둥이
오빠
헬리오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
그는
아버지인
마일라
대공을
가장
닮은
아들이자
,
가장
단단한
방벽을
가진
북부의
성을
물려받을
적장자였다
.
바람
같지도
않은
여름
바람이
머리카락을
살랑거리며
훑는다
.
수도는
막내를
닮았다
.
강한
것들만이
살아남는
자신들의
집에서
유일하게
유들유들하고
연약했던
존재
.
단숨에
짐승들의
숨통을
끊어
그것을
짓이겨
놓는
남매와는
달리
,
그것들의
새끼를
몰래
데려와
밥을
주던
.
하이젠
마체른
마일라
.
시원찮은
바람과
공기조차
그
녀석의
자취
같아서
,
헬리오는
콧잔등을
찌푸렸다
.
“
의견을
들어
봐야겠지
.”
헬리오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
같이
발을
멈추었던
여동생
퀘사가
한
박자
늦게
그를
뒤따랐다
.
“
계속
이곳에
머물
것인지
.”
하이젠을
닮았다면
이
지루한
동네에
계속
머물고
싶어
할
것이다
.
온실에
여러
가지
색의
꽃을
심고
먼지
같은
정령들의
힘에
둘러싸여
화사하고
따스하게
놀고
있겠지
.
퀘사는
입술을
달싹였다
.
“
하지만
만약
저들이
우리의
동생을
지키지
못했듯
,
여전히
유약하기
짝이
없다면
.”
“
그때는
…….”
헬리오의
차가운
입술이
달싹였다
.
“
납치해서라도
데려간다
.”
몇
초
뒤
,
퀘사의
눈가가
실룩
움직였다
.
헬리오의
말
때문은
아니었다
.
첨벙
–
소리와
함께
아득한
위쪽에서
뭔가가
낙하했다
.
* * *
“
하먼
아이데르가
경제학자였다는
사실을
아나
?”
“
겨
,
경제학자라면
……
이
병의
이름이
,
경제학자의
이름에서
따
왔다는
말씀입니까
?”
“
그래
.
그는
통화이론과
외교경제학
등
제국의
역사에
남을
위대한
이론들을
창시했지
.
하지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식량경제학이야
.”
“
아
…….”
애덤의
병실
,
지크프리트는
안경을
올리며
말했다
.
적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고자가
될
확률이
72
퍼센트에
달하는
병
.
그
병의
이름은
한때
경제학술원의
거목
중
하나였던
하먼
아이데르의
이름에서
따온
병이었다
.
“
의사들에게도
알려져
있는
병이었지만
,
누구도
그
원인을
알
수
없었지
.
하지만
땅의
지력과
본인이
걸린
병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한
아이데르에
의해
그
원인이
기근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네
.”
“
그렇군요
…….”
애덤의
병실
풍경은
안락했으나
다소
삭막해
보이기도
했다
.
아마
창문
밖
,
나뭇잎이
얼마
남지
않은
앙상한
가지들
때문일
것이다
.
본래
여름에
풍성한
잎을
자랑하는
이
나무들은
올해는
이변처럼
잎이
거의
나지
않았다
.
다가올
대기근을
예고하기라도
하듯
.
“
경제학은
답이
정해진
학문이며
,
경제학자들은
수식을
그저
외우고
적용하는
딱딱한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그건
경제학의
겉도
핥지
못한
뜨내기들이나
하는
생각일세
.”
“…….”
“
경제학은
다른
학문들만큼
창의성이
중요한
분야야
.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이론을
만들고
,
이론으로
말미암은
정책이
제국을
바꾸지
.
창의력은
모두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
수
있네
.”
애덤의
병상
탁자에는
,
지크프리트
공작이
가져온
바구니가
올려져
있었다
.
바구니에
담긴
여름
복숭아는
극상품의
과일인지
모양은
둥글고
흠집
하나
없이
윤이
나고
있었다
.
지크프리트도
,
애덤도
알고
있었다
.
이것은
향후
수년간
알브레온에서
수확할
것들
중
마지막
질
좋은
복숭아가
될
것이라는
것을
.
“
그래서
제게
하시려는
말씀이
…….”
애덤은
무거운
분위기를
슬쩍
들어
올리며
지크프리트에게
진짜
의중을
물었다
.
고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있는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
이
망할
병의
발견자가
경제학자였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는
아니겠지
.
“…….”
지크프리트가
무심한
표정으로
애덤을
바라보았다
.
“
나에게
주군은
언제나
황제
폐하뿐일세
.
하지만
…….”
“……?”
“
그분의
미움을
조금
받게
되더라도
,
제국의
경제학
역사를
뒤집어
보고
싶은
소망이
있네
.”
지크프리트는
마지막으로
달려
있는
미약한
나뭇잎을
보며
말했다
.
이는
어쩌면
무모한
도전일지도
모르나
,
이미
갈넴에서
그는
이
전쟁에
참여하기로
다짐했다
.
“
아이데르가
자네와
같은
환자들의
탄식
속에서
아주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듯
,
알브레온의
경제를
완벽히
개혁한
이든
지크프리트와
,
아리넬
지크프리트
.
어떤가
.”
멍하니
말을
듣고
있던
애덤이
흠칫했다
.
그러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
결국
어떻게든
아가씨를
자신의
분야로
포섭하기
위해
이
철혈의
지크프리트
공작마저
애가
타시는구나
.
“
그래서
만일
,
자네가
내
계획에
동조하여
아리넬에게
경제학의
즐거움에
대해
설파해
준다면
내
충분한
보상을
…….”
“
실례지만
지크프리트
공작
전하
.”
애덤의
몸에
떠올랐던
반점들은
훈증
치료로
이제
가까이
보지
않으면
안
보일
만큼
옅어져
있었다
.
아마
일주일
뒤
,
퇴원하면
그것들은
완전히
사라져
있을
것이다
.
“
저는
오로지
돌아가신
저의
주군
마일라
후작님의
따님
,
아리넬
아가씨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으며
어떤
보상을
주셔도
제가
공작
전하의
뜻을
위해
동조할
수는
없
…….”
애덤은
충성스러운
기사였다
.
그리고
사실
애덤에게
보상을
제시하며
자신의
뜻에
협력하라고
옆구리를
찌른
사람이
지크프리트
공작이
처음은
아니었고
.
따지자면
이
청렴한
공작께서는
맨
마지막이지
.
벌컥
–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급하게
문이
열렸다
.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지크프리트
공작의
기사였다
.
지크프리트
공작은
불쾌한
표정으로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
“
중요한
대화
중이니
방해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
하지만
얼굴이
하얗게
질린
기사는
곧장
자신이
전해
들은
것을
말해야만
했다
.
아무리
중요한
대화
중이어도
,
지크프리트
공작과
눈앞의
저
기사에게
이보다
급한
이야기는
없을
테니까
.
“
아리넬
마일라
정령성주께서
절벽
아래로
떨어져
실종되셨습니다
.”
언제나
평정을
잃지
않던
지크프리트
공작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
눈가의
경련에
지진이
나듯
안경이
흔들거릴
정도였다
.
쨍그랑
–
그리고
애덤의
손에
들려
있던
물잔이
힘없이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
잔을
놓친
애덤은
그것이
제
엄지발가락에
떨어졌는데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
.
“
방금
……
뭐라고
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