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ed To A Savage Duke RAW novel - chapter (142)
피폐물 속 괴물 남주와 결혼했다 142화(142/150)
세라엘은 눈 주변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제 걱정은 이제 그만해요. 저는 너무 건강해요.”
“속은요. 답답하다고 했잖아요.”
“그건 카에드가 2인분이나 되는 식사를 먹여서 그런 거예요. 지금은 괜찮아요.”
이야기가 어찌나 길어졌는지 밝았던 하늘에는 불그스름한 황혼이 깃들었고, 공기도 차츰 쌀쌀해져 가고 있었다.
“그럼 이제 들어가요.”
카에드는 대화를 끝맺듯 그녀의 볼에 입술을 길게 누른 뒤 일으켜 세웠다. 번쩍 들어 안기까지 하고서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
온몸을 꽁꽁 싸맸던 담요와 두툼한 옷이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조급한 손짓에 실밥이 터지면서 단추가 바닥을 구르는데 카에드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벌어지고 찢어지는 옷감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듯했다.
무엇도 걸치지 않은 살갗에 서늘한 공기가 닿자 세라엘은 몸을 움츠렸다. 복장뼈 아래에 입술을 문대고 도톰한 살갗을 빨아올리던 카에드가 고개를 들었다.
“추워요?”
세라엘은 도리질을 치며 더 해 달라는 듯 그의 머리통을 끌어안았다. 겹쳐진 몸에서 전해지는 열기 덕에 춥지 않았다. 빈틈없이 맞물리는 교감도 어서 느끼고 싶었다. 지금처럼 그를 강렬하게 원한 적이 없었다.
여기저기를 문지르던 손짓이 멈추고 카에드가 상체를 바로 세웠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눈에 오묘한 장난기가 어려 있었다.
“오늘은 약을 안 먹었는데 어쩌죠.”
“무슨 약이요?”
“몰랐어요? 나 발정 났잖아요.”
“네… 네?”
가감 없는 언사에 놀랄 겨를도 없었다.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시도 때도 없이 부푸는 게 곤란해서 매번 약으로 억누르고 있거든요.”
세라엘의 손목을 틀어잡은 그가 제 몸 위로 가져다 댔다.
“이거 봐요.”
“……!”
세라엘은 크게 당혹하여 그의 손에 잡힌 손목을 빼냈다. 반응이 재미있는지 카에드가 눈매를 접으며 웃었다. 소년처럼 얄궂은 표정이었다.
세라엘은 복부 위로 울퉁불퉁하게 갈라진 그의 근육을 응시하다 시선을 돌렸다.
도대체가, 언제쯤 익숙해질지 가늠할 수 없었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빠르게 깜박이던 그녀가 겨우 입을 열었다.
“새삼스럽게 왜 그래요….”
“세라엘 생각을 할 때마다 이래서 보통 성가신 게 아닙니다. 개처럼 발정하는 걸 보면 내 몸에 짐승 피가 섞이긴 했나 봐요.”
그가 난잡하기 그지없는 말을 뱉으며 피식 자조했다. 그러고는 제 말이 무얼 뜻하는지 알려 주듯 짧게 손을 놀렸다. 큼지막한 손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벌써 혼이 나갈 것 같았다.
문득 스친 생각에 세라엘은 떨떠름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계속 복용해도 안전한 약이에요? 그러다 잘못되는 거 아니죠….”
“문제없습니다. 과해서 조절하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웃음기 어린 음성으로 답한 그가 세라엘의 머리 옆에 손을 짚고 몸을 기울였다.
“당신이 이렇게 좋아하는데 망가뜨릴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요.”
“누,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런 말을 해요.”
“기를 쓰고 내 옆으로 데려왔는데 이게 망가지면 당신이 또 도망갈지도 모르잖아요. 나를 한번 맛봤으니 만족시켜 줄 남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세라엘은 다급히 손을 뻗어 그의 입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간단하게 손이 틀어잡혔다.
“들을 사람도 없는데 뭘 걱정해요.”
그가 즐거워 마지않는 얼굴로 손을 내렸다. 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선 몸에 뭉툭한 감각이 비비적거렸다. 뇌리를 새빨갛게 물들이는 소리를 듣고도 감질이 나서 숨만 헐떡였다.
“그러니까 세라엘도 마음 놓고 소리 내요.”
카에드는 늘 그랬듯 그녀가 느끼는 모든 감각을 손에 움켜쥐고 마음대로 주물럭거렸다. 어떻게 막을 새도 없이 그가 문지르는 대로 형태를 달리하며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아….”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던 쾌감이 도도록이 존재를 드러냈다. 세라엘은 굵은 핏줄이 선 그의 팔뚝을 움켜잡고 재촉했다.
“알았으니까 빨리….”
말을 끝맺기도 전에 그가 곧장 몸을 겹쳤다. 의지와 관계없이 미간이 구겨지면서 호흡이 짧아졌다.
“흐읏….”
“아파서 그래요?”
“안 아파요…. 조금만 더….”
이 버거움을 감내하면 머릿속이 희뿌옇게 물드는 쾌락으로 변모함을 알고 있었다.
그가 가슴을 들썩이는 세라엘을 진정시키듯 동그란 곡선 위로 한 손을 올렸다. 움켜잡는 손놀림을 감지하고 나서야 마냥 진정시키려는 게 아니란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는 침대에서 그리 정중한 편은 아니었다.
혼절 직전까지 밀어붙이다 세라엘이 까무룩 의식을 잃은 적도 있었고, 그녀가 눈을 뜨기만을 기다렸다가 움직임을 재개했던 적도 부지기수였다.
사정 봐주지 않고 치받곤 했던 그는 세라엘의 표정을 살펴 가며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꼭대기에 자리한 극점을 느릿하고 반복적으로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어딘가 미묘하게 불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수를 세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반복했던 행위인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세라엘은 그의 팔이 지탱하고 있던 양 무릎을 꿈틀거리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변화를 기민하게 알아차린 카에드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못 하겠어요?”
“그게 아니라 자세가 조금… 버거운 거 같아요.”
카에드는 몸을 물리고 그녀를 옆으로 눕혔다. 그러고는 세라엘의 등 뒤에 누워 그녀가 웅크린 모양대로 자리를 잡았다. 몸이 빈틈없이 맞닿자마자 달뜬 그녀가 젖은 신음을 내뱉었다.
“아, 흣….”
등줄기를 찌르르 관통하는 느낌에 눈앞이 깜박깜박 점멸했다. 드러난 목덜미에 그가 계속해서 입을 맞추었다. 찰박거리는 소리가 지나치게 노골적이었다.
세라엘은 팔을 뒤로 둘러 그의 머리통을 감쌌다. 카에드가 귓불을 깨물며 그녀의 허리를 껴안은 손을 아래로 내렸다. 머릿속이 차츰 혼몽해지고 잇새로 간드러진 교성이 새어 나왔다.
“세라엘. 세라엘….”
나지막한 신음이 섞인 음성이 그녀의 이름을 연거푸 불렀다. 그로 가득 찬 마음이 벅차올라서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그토록 끔찍한 사투를 겪고도 카에드는 새로이 시작된 삶에서까지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오직 그녀를 위해 단단한 울타리를 만들고, 무너지지 않는 기반을 쌓아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이제 이 남자를 마음껏 사랑할 수 있다. 과거의 아픔을 지닌 그의 상처를 핥아 주며 하나뿐인 가족이 되어 주고 싶었다.
***
“오라버니가 궁으로 돌아오셨다고요?”
요양 중인 하녀 마리를 문병 온 로잘린이 고개를 홱 돌렸다. 막 소식을 가지고 돌아온 황녀의 기사가 엄중한 낯으로 끄덕였다.
“정찬실에서 식사를 하신 뒤에 폐하를 알현하러 가셨습니다.”
“이런 뻔뻔한…!”
로잘린이 분기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꼭 쥐었다.
필립이 무슨 수를 써 놓았는지, 황녀궁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은 금전을 노리고 침입한 강도가 벌인 사고로 갈무리되어 있었다.
사실 그 사건에 황태자가 관여했다는 증거나 증인이 없으니 당장 로잘린으로서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카에드의 부하가 황녀궁을 떠나기 전, 마리에게 전달했던 말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블카노프 대공 측에서 전부 해결할 테니 섣부른 행동은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거동 시에는 반드시 호위병을 여럿 동반하고 일신을 보전하라는 충고도 함께였다.
“잠깐. 오라버니가 폐하를 뵈러 갔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속내가 컴컴한 필립이 침실에서 두문불출하던 황제를 아무런 이유 없이 찾아갈 리 없다. 무얼 요청하러 갔는지는 몰라도 가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그의 꿍꿍이를 알아내야 이번과 같은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로잘린은 어깨와 팔에 붕대를 칭칭 감은 마리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러고는 결연한 표정으로 기사를 향해 말했다.
“호위병을 불러 주세요. 나도 황제 폐하의 침소로 가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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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은 황제의 침소에 들어서자마자 눈살을 찌푸리고 코를 막았다. 병자가 지닌 특유의 꿉꿉한 냄새가 침실을 그득 채우고 있던 탓이었다.
침대로 뚜벅뚜벅 걸어간 필립은 황제 헤스턴을 가만 내려다보았다. 황제는 병색이 완연한 낯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든을 바라보는 연세에 화류병이라니요…. 환후는 어떠하십니까?”
“보기엔 이래도….”
뭐라 답을 하려던 황제는 사레가 들렸는지 한참을 콜록거렸다. 필립은 그 한심한 작태를 말없이 지켜보았다.
“보기엔 이래도 나름대로 거동은 가능하지. 네가 북부까지 가서 가져온 환각초가 효과가 있었다. 치료 술사의 솜씨도 나쁘지 않더군.”
“병환에도 차도가 보였으면 좋았을 텐데요.”
“겉치레뿐인 말은 되었다. 애초 연명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약초가 아니더냐.”
황제는 두어 번 기침을 터트렸다. 필립은 근처 의자를 끌어와 침대 옆에 앉았다.
“날 독대하려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 같구나.”
“예, 청을 하나 드리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청이라. 어지간한 건 네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진대, 내 승낙이 필요할 정도면 예사롭지 않은 청이겠구나.”
저리 병자가 되어 누워 있어도 눈치 하나는 귀신 같았다. 필립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게 황실 군대를 통솔할 수 있는 권한을 주십시오.”
황제는 누렇게 변색한 흰자가 보일 만큼 눈을 크게 떴다.
“군대? 침략자로부터 제국을 지키려는 것이냐?”
“칼스비크를 칠 군사입니다.”
“칼스비크?”
황제가 눈을 치뜨는데도 필립은 이를 으드득 갈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내달 당장 북침하여 칼스비크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블카노프 대공의 멱을 따고 싶습니다.”
깜짝 놀랐는지 숨을 들이켠 황제가 재차 사레가 들려 기침했다. 필립은 인내심이 짧아지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지금 칼스비크를 치겠다고 했느냐?”
“정확히는 블카노프 대공입니다. 아시잖습니까. 그 더러운 야만인을 놈과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 당장 끌어내려야 합니다. 블카노프 멸족 사건도 놈이 한 짓이 틀림없습니다. 아니, 폐하께선 어째서 그자의 작위를 격상시키신 겁니까?”
말을 잇다 노기를 참지 못한 필립의 언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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