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ed To A Savage Duke RAW novel - chapter (35)
피폐물 속 괴물 남주와 결혼했다 35화(35/150)
“꺅!”
왈칵 쏟아지는 차가운 느낌에 놀란 세라엘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피부에 닿는 축축한 촉감보다 잠옷 아래로 비치는 몸이 더욱 당황스러웠다.
다급해진 세라엘은 달라붙는 옷자락을 집어 쭉 잡아당겼다.
그녀 못지않게 카에드의 동공도 갈 곳을 잃고 흔들렸다.
아침부터 그녀의 나체를 보고 한계치로 예민해진 몸을 겨우 가라앉혀 놨더니, 난데없이 접촉을 시도하는 손길에 당혹하여 반사적으로 피해 버린 그였다.
그게 참사 아닌 참사를 불러올 줄이야.
심지어 살결이 비치는 것을 막는답시고 세라엘이 잠옷을 잡아당기자, 고무줄처럼 늘어난 옷감 너머로 그녀의 상체가 훤히 보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던 카에드의 몸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강력한 약효를 뚫고 미친 속도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카에드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마른 수건을 하나 가져왔다.
“미안합니다.”
사과와 함께 수건을 건넨 그의 귓불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무척이나 혼란스러워하면서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 만지기도 했다.
평소답지 않게 황망히 행동하는 카에드를 보며 세라엘이 살며시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니잖아요.”
세라엘은 푹 젖은 침의에 수건을 문질렀다.
그에게서 한참 동안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설마 일부러 그러신 거예요?”
“아닙니다. 다만 세라엘 양.”
“네?”
“부탁이니 생각 없이 남자 몸을 만지지 말아 주십시오.”
“…생각 없이?”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은 자제해 달란 뜻입니다.”
몰라서 되물은 게 아닌데 못마땅한 언사가 재차 이어졌다.
세라엘은 채찍이라도 맞은 것처럼 어깨를 움찔했다.
종전까지 몹시 조급하게 굴던 카에드가 한쪽 눈썹을 치켜든 채 난색에 물든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세라엘의 미간에 천천히 주름이 생겼다.
“생각이 없다니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오해하지 마십시오. 부디 조금이라도 경각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여 주의를 드린 겁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진 세라엘이 날을 세웠다.
“대공님을 어떻게 해 보려는 의도가 아니었어요. 셔츠에 제 머리카락이 붙어 있어서 떼어 주려고 그런 거예요.”
돌이킬수록 힐난조의 목소리가 기가 막혔다.
“그러는 대공님이야말로 저를 마음대로 만지잖아요. 근데 저는 허락을 받고 만져야 한다는 거예요?”
자연스러운 호의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을 뿐인데 생각 없이 만지지 말라니.
‘사소한 접촉에도 까칠하게 반응할 거면 어째서 제 침실에서 자라고 제안한 거지?’
세라엘은 카에드가 잠든 그녀의 몸을 보고 난 직후라 극도로 민감해져 있는 걸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녀를 덮치지 않기 위해 그의 머릿속에서 이성과 본능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서운함이 그득 묻어나는 눈으로 카에드를 노려봤지만 그는 딱히 져 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만 세라엘 양과 내 상황이 같지는 않으니까요.”
“대공님이랑 저랑 다를 게 뭐가 있어요?”
“진심입니까?”
카에드는 다소 우악스러운 손짓으로 세라엘이 안고 있던 수건을 빼앗았다.
물먹은 천 아래로 뽀얀 살결이 비치자 그녀가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가슴께를 가렸다.
“이거 봐요. 옷에 가려진 몸을 보여 주는 것도 부끄러워하면서 뭐가 같다는 건지.”
“……!”
“세라엘 양. 내가 당신을 만질 때마다 나랑 자고 싶다는 욕구를 느낍니까?”
낯뜨거운 질문에 세라엘은 냉큼 도리질 쳤다.
“당연히 아니죠!”
“그래서 상황이 다르다고 한 겁니다. 난 세라엘 양이 나를 만지면 당장에 몸을 섞고 싶은 충동이 들거든요.”
솔직히 몸을 섞는다, 정도도 굉장히 완화해서 내놓은 말이었다.
그녀의 손목을 틀어잡고 눈물이 줄줄 흐르는 얼굴에 입을 맞추고 싶다는 말조차 그가 품은 음험한 욕구의 반절도 채우지 못했다.
할 말을 잃은 세라엘이 눈을 내리깔며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남자였다.
남들 다 보는 데서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맞추고, 단둘이 있을 때도 스스럼없이 굴더니 지금은 또 왜 날카롭게 응하는 걸까.
‘언제는 합가까지 하자고 했으면서.’
세라엘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카에드는 설렁줄을 잡아당겨 사용인을 호출했다.
돌연 세라엘의 눈이 더는 커질 수 없을 정도로 휘둥그레졌다.
“…어?”
“이만 세라엘 양의 침실로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의 옷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주려다 된통 혼이 나고 이젠 쫓겨나기까지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뭐라 반박할 겨를이 없었다.
조금 전 카에드가 일어났을 때, 세라엘은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뭔가를 똑똑히 목격하고 말았던 거다.
그의 검은 바지 속, 오른쪽 허벅지 위에 자리한 도무지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부피감을.
‘저, 저게 뭐지? 몽둥이?’
소스라치게 놀라 헉, 숨을 들이마신 세라엘이 손으로 제 입을 가렸다.
그녀가 뭣도 모르는 바보 천치라서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바지춤에 일부러 몽둥이를 넣고 다니는 게 아닌 이상 당연히 그곳에 존재하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머리가 일순 새하얗게 표백될 만큼 너무나도 당황스러워서, 혹시 몽둥이가 아닌가 하는 즉각적인 감상이 나온 것이다.
심지어 카에드는 노골적으로 눈에 띄는 부분을 딱히 숨기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세라엘은 서둘러 고개를 떨궜다.
‘눈이 자꾸 거기로 가서 도저히 얼굴을 못 보겠어!’
다행히 얼마 되지 않아서 단장을 돕는 하녀가 침실 문을 노크했다.
세라엘은 카에드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침상 아래 벗어 두었던 슬리퍼에 주섬주섬 발을 끼웠다.
이내 나직한 음성이 그녀의 귓전에 번졌다.
“채비가 끝나면 1층으로 내려가 보십시오. 어제 도착한 하녀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할 것 같아 요리사에게 따로 조찬을 마련해 놓으라고 일러뒀습니다.”
오랜만에 재회한 루시와 세라엘을 위해 이른 시간부터 식사를 준비해 준 모양이었다.
세라엘은 감사를 표하려 얼굴을 들었다가, 또다시 마주한 존재에 당황하여 얼른 눈길을 돌렸다.
“신, 신경 써 주어서 고마워요.”
“이제 나가십시오.”
카에드는 걸음을 옮기는 세라엘의 등을 재촉하듯 살짝 밀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어서 나가 버리라는 의도가 다분한 손길이었다.
본인 입으로 제 침실에서 자고 가라 해 놓고 아침 해가 뜨자마자 쫓아내다니.
성을 낼 수도 있었으나 그녀는 등 뒤로 문이 쿵 닫히는 소리에 어떠한 불평도 할 수 없었다.
난생처음 겪어 보는 충격이 세라엘의 뇌리를 마구 흔들어 대고 있었다.
‘내가 방금 뭘 본 거야…!’
아침부터 조우한 그것은 옷감에 가려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시력을 의심케 할 정도의 거대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
해바라기.공금
“아가씨, 혹시 겨울 축제에 가 보셨어요?”
조찬이 끝나고 후식으로 나온 과일을 말없이 씹고 있는 세라엘에게 루시가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멍하게 초점이 흐려진 눈을 보니 세라엘은 전혀 듣지 못한 눈치였다.
“아가씨?”
“…방금 뭐라 그랬어?”
“블카노프 영지 안에서 종종 겨울 축제가 열린다던데, 혹시 가 보셨는지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겨울 축제라면 아직 가 본 적은 없어. 누가 말해 준 거니?”
“아까 렉터가 말해 줬어요. 칼스비크에 아주 멋진 축제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루시는 대공성에 온 지 고작 하룻밤 지났을 뿐인데 벌써 이곳이 썩 마음에 든 듯했다.
사용인의 숙소에서 만난 또래 하녀들과 밤을 새워 수다를 떨었고, 오늘 이른 새벽엔 베일리 부인을 만나 본성 1층에 있는 연회장 등의 주요 장소를 안내받았다고 했다.
귀족 출신 시녀를 만나는 경험이 처음이라 긴장했다던 루시는 베일리 부인의 인자함에 감동하여 쉼 없이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다음엔 렉터가 늑대를 기르는 축사를 구경시켜 주었다며 조찬 내내 조잘거렸다.
송아지만 한 늑대 수십 마리가 날고기를 뜯어 먹는 광경을 봤을 땐 무서웠다지만 루시의 밝은 표정을 보니 대체로 즐거웠던 것 같다.
루시가 알찬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세라엘은 카에드와 사소한 설전을 벌였다.
그 직후 충격적인 무언가를 목격하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정신을 빼놓는 중이었다.
“대공성 근처에 축제가 열리는 도시가 있다는 건 들으셨어요? 렉터가 그러는데 겨울 축제에는….”
이어지는 루시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우람한 실루엣이 왜 자꾸 떠오르는 거야. 잊어버려야 해.’
아니, 어떻게 잊어버릴 수가 있겠는가.
곧 있으면 카에드와 정식으로 부부의 연을 맺고, 머지않은 미래엔 더욱 내밀한 교감도 하리라 막연하게 예감하고 있었다.
입을 맞추는 행위와 살갗을 만져 주는 그의 손길이 불쾌하지 않았다.
카에드를 향한 호감이 커지면서 세라엘 또한 그 이상의 접촉을 조금씩 그려 보게 되었다.
그러나 어렴풋한 수준이었을 뿐,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상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걸 할 수 있을까?’
눈대중으로 봐도 아찔하고 묵직한 존재를 세라엘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심지어 아까 본 게 최대치가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덜컥 들었다.
‘어떡해. 결혼식 미루고 싶어.’
정확히 결혼식이라기보다 필수 불가결하게 따라오는 첫날밤을 미루고 싶었다.
그녀는 장신에 근육으로 다부진 체구의 카에드가 더는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최근 들어 제 몸뚱이의 크기를 망각한 대형견처럼 치대는 버릇이 생기긴 했지만, 그는 세라엘을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는 완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절대 강압적으로 대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아까 목도한 그것은… 카에드가 아무리 부드럽고 조심스레 다가온대도 세라엘의 여린 몸에 무리를 줄 게 분명했다.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남자와 달리 여자의 처음은 눈물을 쏙 빼놓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유쾌하지 않다는 것을.
더군다나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몽둥이로 착각했을 만큼 비대하다면 어떠할까. 겪어 보지도 못한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아냐. 긴장이 충분히 풀린다면 그렇게 버겁지는 않을 수도 있어.’
세라엘이 턱을 도리도리 저었다. 그러다 다시 입꼬리를 내려뜨렸다.
‘말도 안 돼. 그 크기라면 무슨 짓을 해도 버거울 게 분명해. 아플 거야. 엄청 아플 거라고.’
이어지는 걱정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왜 벌써 이런 걱정을 하는 거야. 첫날밤이라고 해서 고리타분하게 꼭 그 행위를 해야 해?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잖아.’
막 레몬차를 한 모금 들이켜려던 세라엘이 멈칫했다.
‘하기 싫은 건 아닌데….’
앞다투어 떠오른 잡념들이 엉킨 실타래처럼 머릿속에 엉망으로 널브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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