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ed To A Savage Duke RAW novel - chapter (4)
피폐물 속 괴물 남주와 결혼했다 4화(4/150)
보석처럼 푸른 세라엘의 눈이 크게 당혹하여 이리저리 흔들렸다.
“실례했습니다!”
부리나케 냅킨을 집어 든 세라엘이 잔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닦았다.
‘아니지. 내가 입을 댄 잔을 돌려줄 수는 없잖아.’
돌연 스친 생각에 동작을 멈추자, 밀로즈 후작은 마땅찮은 눈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
“이 고오얀! 감히 누구 앞에서 결례를…!”
“결례는 없었으니 소란 피우지 마십시오.”
카에드는 호통치려던 후작을 조용히 일갈하여 단칼에 입을 다물게 했다.
그러고는 하인이 가져다준 새 잔에 포도주가 따라지는 모습을 감흥 없이 지켜보았다.
모두가 카에드의 반응만 기다리는데도 그는 신경도 안 쓰고 느릿하게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곧 표정 없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어디까지 얘기했습니까?”
“…그, 흠흠. 예에. 대공님의 후사와 미래에 관해서였지요.”
애초에 저 주제가 도화선이었다.
아비가 제 의사는 조금도 묻지 않고 혼사에 대한 운을 띄우자 1차로 놀랐고, 그에 결혼 생각은 있다는 대공의 대답이 2차 충격이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가 웬 결혼이지?’
귀족 간의 혼담이란 귀한 대를 이을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후사 걱정이 최우선은 아닌 듯한 그의 발언도 의아할 따름이었다.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라도 있단 거야, 뭐야.’
뭐든 세라엘을 두고 한 말이 아닐 텐데도 후작의 얼굴엔 화색이 돌고 있었다.
“역시 고매하신 대공님께서 미래를 계획하지 않으실 리가 없지요. 그렇다면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제 여식과….”
“술잔이 비었군요.”
“…아, 예, 예! 하인은 뭘 하고 있느냐? 대공님의 잔이 비지 않도록 어서 채워 드려야지!”
뒤편에 서 있던 하인이 서둘러 다가왔다.
후작은 혀를 차면서 하인이 들고 있던 포도주병을 냅다 빼앗았다.
“그냥 이리 내거라! 내가 직접 따라 드릴 테니.”
손수 카에드의 잔을 채운 후작이 다시금 방정맞은 말을 이으려고 비굴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카에드의 텅 빈 접시로 시선을 내려뜨렸다.
“…저어, 대공 전하. 혹여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십니까?”
그가 음식에 손도 대지 않았단 걸 이제야 알아챈 후작이 조심스레 물었다.
“마음에 차지 않는 음식이라도 있으신지요?”
교양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모양새로 고기를 뜯던 도적 단원들은 벌써 몇 그릇이나 비운 상태였다.
“입맛에 안 맞기는.”
카에드는 글라스에 남은 포도주를 완전히 비워 내며 모호한 말을 읊조렸다.
“기대했던 것보다 마음에 듭니다.”
만찬에 눈길도 주지 않은 남자가 할 말은 아니었다.
다만 야성적인 기운이 묻어나는 그의 날카로운 눈매가 세라엘을 향하고 있었다.
꼭 자신을 가리키고 한 말 같아, 세라엘은 심장이 덜컥 가라앉았다.
***
harbaragi_syk
원작 <몰락한 영웅의 후예>는 로맨스 한 가닥 없는 피폐 소설이었다. 별점은 수천 개에 달했어도 평이 극명하게 나빴던 이유는….
kim*** 와 씨… 주인공 X불쌍 사이다가 있을 수 없는 전개네요. 답답해서 하차합니다.
└ re: 19금에 속지 마세요. 그냥 서로 죽고 죽이는 소설입니다.
└ re: 주인공 극한 직업이에요. 조상대부터 뒤틀린 역사 노답이네요;;
└ re: 로맨스 1도 없으니 참고하세요. 역대급 불쌍한 주인공 전쟁만 하다 본격 소시오패스 되는 소설^^
└ re: 카에드 불쌍한 과거는 이해하겠는데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툭하면 살인해서 거부감 들어요.
└ re: 카에드가 호수에서 혼자 목욕하는 신만 5장인데 그건 좀 볼 만해요. 묘사 맛집임. 4권 69페이지입니다.
독자들이 주인공의 피폐한 인생사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사람 미치게 하는 훤칠한 외모에 몸도 잘빠졌고, 남성의 근간인 그곳마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고 공들여 묘사해 놓은 건 좋은데.’
전생의 세라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사랑도 못 해 보고 개고생만 하다 죽는다고? 이럴 거면 그 대단한 건 어째서 그리 생동감 있게 서술한 거야.’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작가가 작정하고 고구마를 만들었네.’
5점 만점에 1점의 별점을 주면서도 눈을 뗄 수 없던 소설이었다.
‘전설적인 공작가에 입양된 카에드가 사실은 그 가문의 적법한 후계자였다니. 이 출생의 비밀을 아무도 모른다는 거구나.’
개국 공신의 영웅이었던 초대 블카노프는 짐승적인 기량을 가진 자로, 전쟁에 나가기만 하면 승전고를 울렸다.
덕분에 블카노프 공작가는 수백 년 동안 영웅의 혈통이라 예찬받으며 황실도 두려워할 위세를 떨쳤다.
그러나 후대 황가의 모략으로 모든 후손이 은밀히 숙청당해 버렸다. 심지어 황실 사생아가 블카노프의 가주 자리에 앉는 치욕까지 당하고 마는데.
반면 모조리 죽은 줄 알았던 블카노프의 진짜 후예는 단 한 명 남아 있었다. 바로 국경 너머 황폐한 숲에서 야인들과 자라고 있던 비운의 주인공, 카에드였다.
황가 핏줄인 블카노프 공작이 북벌 중에 우연히 만난 카에드를 입양하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가짜 혈통이 진짜 혈통을 양자로 들인 셈이었으니까.’
카에드는 입양아라는 이유로 가문 내에서 끔찍한 박해를 받았다.
그가 역사 속 영웅의 후예라는 것도, 본인들이 속한 가문의 타당한 주인이라는 것도 알 턱이 없는 치들은 매일같이 그를 물어뜯었다.
참다못한 카에드가 괴롭힘에 앞장서던 공자를 살해하게 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걷게 되었다.
숱한 살육의 시초였다.
‘나쁜 공자 새끼, 죽을 만했어. 그놈이 궁술 연습을 하겠다며 카에드의 어깨에 화살을 쐈다고. 심지어 눈을 겨냥했는데 빗나간 거였어.’
이후 야인들이 있는 국경으로 돌아간 카에드와 양아버지인 공작 사이에서 참혹한 전쟁이 벌어졌다.
카에드의 군대는 각종 야만인 무리를 흡수했고, 공작 군대는 황실의 지원까지 받으며 끊임없는 교전을 이어 갔다.
죽고 죽이는 사투를 반복하다 감정을 완전히 잃어버린 카에드는 사람 목숨을 파리보다도 하찮게 여기기 시작했다.
살인을 하도 많이 해서 수틀리면 죽이는 자라는 별칭까지 얻고 말았다.
끝내 전쟁에서 승리한 카에드가 승전고를 울린 다음 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결말로 마무리된 소설이었다.
‘환불하고 싶다.’
4권 69페이지는 닳도록 봤지만 피폐한 글을 읽느라 진이 다 빠졌더랬다.
세라엘이 환생한 밀로즈 가문은 ‘황실에 빌빌대던 귀족’으로 대강 서술된 게 전부였다.
그러니 카에드와 대립 관계에 있을 숱한 귀족 중 하나였지만, 그 외엔 언급이 단 한 줄도 없던 단역이었다.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어.’
원작대로라면 전장에 있어야 할 카에드가 오늘 북부 대공 타이틀까지 달고서 세라엘 앞에 나타났다.
게다가 그와 전쟁을 벌이던 가짜 블카노프들은 모조리 죽(이)고 없단다.
본래 카에드가 소유해야 했을 가문의 주인이 되었으니 역사가 바로잡힌 거다.
‘아버지의 말을 되짚어 보면 큰 이변이 있었던 모양이야.’
그에겐 끝없는 전쟁을 지속하는 것보다 나은 전개였지만, 이 세계에선 세라엘만이 아는 출생의 비밀을 카에드가 알고서 그런 짓을 저질렀을 수는 없다.
원작의 설정이 어디서부터 비틀린 걸까?
‘침착하자, 침착해….’
그가 벌였던 핏빛 향연을 떨쳐 내며 세라엘이 깊이 심호흡했다.
***
harbaragi_syk
몹시 불편한 식사 시간이었다.
카에드와 아슬아슬한 눈빛이 오갈 때마다 와인 한 잔, 스테이크가 목에 막혀 한 잔, 아버지가 미친 소리를 하면 한 잔.
속이 탈 때마다 술로 달래느라 몇 잔이나 마셨는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버지는 카에드와 사업 관련하여 담론을 나누겠다며 여자들을 2층으로 올려보냈다.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몰라 불안했다.
세라엘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루시가 가져다준 홍차로 목을 축였다. 우유와 설탕을 타서 마시자 날뛰었던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루시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아가씨. 눈에 불을 켜고 바닥을 훑었는데 반지를 찾지 못했어요.”
“미안해하지 마. 대공님을 보고 놀라 떨어뜨린 내 잘못이야. 날이 밝으면 다시 찾아봐야겠어.”
말은 그렇게 해도 친모가 남긴 유품이라 자괴감도 들면서 기분이 울적했다.
굽이치는 세라엘의 머리칼을 빗겨 주면서 루시가 입꼬리를 내려뜨렸다.
하지만 덩달아 슬퍼하면 안 되었다. 세라엘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하녀는 일부러 호들갑을 떨었다.
“그나저나 올리버가 말한 남자들이 블카노프 대공님과 관련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나도 마찬가지야.”
“호위로 그런 도적단 같은 사내들을 데리고 다니시다니 조금 특이하긴 했지만, 어쩐지 잘 어울리기도 했고요. 이런 말은 좀 실례인가요?”
‘도적 맞아!’
세라엘은 차마 소리 낼 수 없는 외침을 삼켜 냈다.
“사용인들도 한바탕 난리가 났어요.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조각상 같다면서 다들 수군대더라고요.”
루시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할 때처럼 목소리를 낮췄다.
“근데 그거 아세요? 세간에 대공님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어요.”
의미심장한 속삭임에 세라엘은 꿀꺽 침을 삼켰다.
뭘까.
수틀리면 죽이는 자라는 원작의 별명처럼 수틀려서 누굴 살해했다는 소문일까? 아니면 역시, 작위를 차지하기 위해 제 손으로 가문원을 멸족시킨 걸까?
“대공님의 근사한 외모에 반한 여성들이 줄지어 구애하시나 봐요.”
“…그래서?”
“알려진 사람만 해도 몰딘 후작가의 영애, 벨르드 가문의 차녀, 심지어 황녀님까지.”
“본론을 말해 주겠니?”
“귀찮을 만큼 구혼자의 머릿수가 많다고 들었는데, 아직 아무도 살해하지 않으셨대요.”
세라엘이 멀뚱히 루시를 바라보다 발끈했다.
“아니, 그게 왜 이상한 소문이니? 사람은 당연히 죽이면 안 되지!”
“흉흉한 뒷소문과 대조되니까요. 또 정원 산책이나 동물을 좋아하신다는 별난 얘기도 있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세라엘은 목덜미를 짚었다.
아래층에서 밀로즈 후작의 껄껄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생 미소 한번 보여 주지 않고 사탕 하나 준 적 없는 부친이 제 여식을 갖다 팔기 위해 같잖은 재롱을 다 부리고 있었다.
“대공님께서 오래도록 골칫덩이였던 북부 야만인을 소탕하신 것도 엄연한 사실이에요.”
루시가 거울 너머 세라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황제께서 그 공을 치하하시어 대공 작위를 봉하셨거든요. 블카노프 대공령인 칼스비크의 독립된 자치권을 인정받으신 거나 다름없어요.”
북방에는 카에드가 이끄는 발켄족 말고도 야만인 무리가 무척 많았다. 개중에는 재미로 살인을 일삼는 위험한 종족도 존재했다.
‘대단한 업적인걸. 카에드가 그들을 제대로 휩쓸었나 봐.’
원작의 그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분란의 여지가 있는 종족까지 모조리 제 군대에 흡수한 남자였다.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길래 마음을 바꾼 걸까.
‘죽이는 것밖에 모르는 남자였잖아. 북부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야만인을 몰아냈을 것 같지는 않아….’
그때 난데없이 방문이 덜컥 열렸다.
세라엘의 공간에 오늘만 벌써 두 번이나 침입하는 중인 나타샤였다.
세라엘은 또 너냐는 표정으로 계모를 쳐다봤다.
“노크는 어디에다 두고 오셨나요, 어머니.”
“대공님과 일행께서 당분간 우리 저택에 머물기로 하셨다. 후작님의 명령이니 네가 대공 전하를 게스트 룸으로 안내해 드려라.”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