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ed To A Savage Duke RAW novel - chapter (69)
피폐물 속 괴물 남주와 결혼했다 69화(69/150)
익숙지 않은 감각에 세라엘의 가슴이 물 밖으로 뛰쳐나온 물고기처럼 펄떡였다.
한곳에 머물던 손길은 부드러운 살결을 타고 더욱 밑으로 떨어졌다. 세라엘의 숨이 밭아질 때까지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아흣.”
시야가 희뿌옇게 흐려지면서 어느 순간 그녀의 잇새로 젖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동시에 뚝 멈춘 손길이 이상하리만큼 감질났다.
“아파서 그래요?”
“아픈 건 아니에요….”
“그럼 계속하겠습니다. 불편하면 말하십시오.”
배려심이 묻은 말투였지만 카에드는 점점 여유를 잃고 있었다. 아랫배에서 간질간질한 느낌이 착실하게 부피를 키우며 소름이 일 듯 살갗이 확 오그라들었다.
“그, 그만해요…!”
견디다 못한 그녀가 헛숨이 얽힌 목소리로 외쳤다.
들어줄 의향이 있었던 모양인지 카에드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세라엘은 숨을 헐떡이며 그의 복부에 보기 좋게 자리 잡은 근육을 응시했다. 그리고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아차렸다.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자세를 고쳐 잡은 남자는 굶주린 짐승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세라엘은 커다랗게 뜬 눈을 몇 번 깜빡거렸다.
“제가 언제 그랬….”
말을 잇기도 전에 조급히 몸을 겹친 카에드가 그녀의 목덜미 깊이 얼굴을 파묻었다. 말랑한 입술은 그의 지문이 닿았던 모든 곳을 따라 축축한 흔적을 남겼다.
“대공님….”
달뜬 호흡과 물기 어린 비음이 잇새로 새어 나왔다. 눈꼬리 끝엔 투명한 눈물이 당장이라도 흐를 듯 방울방울 맺혔다. 시트를 꼭 잡은 채로 버둥거리자 무릎 끝에 그의 귓바퀴와 머리칼이 스쳤다.
한 번도 발을 들여 본 적 없는 영역의 한계까지 내몰리고 나서야 귓불과 뺨 위로 열기가 확 오르면서 발가락이 간지러웠다.
“이제 정말 그만해요.”
반쯤 울먹인 세라엘이 그의 새까만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카에드는 그제야 손날로 제 입술을 쓸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안개처럼 흐려진 그녀의 시야로 균형 잡힌 다부진 몸이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대공님, 잠깐만요.”
퍼뜩 정신이 든 세라엘은 팔꿈치를 짚어 침대 머리맡을 향해 꾸물꾸물 움직였다.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확신할 수 없어 본능적으로 나온 행위였다.
“이름으로 불러 봐요.”
먹잇감을 지켜보는 눈빛으로 그 모습을 감상하던 카에드가 느긋하게 말했다. 세라엘은 뒤로 슬금슬금 내빼면서도 요구대로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카에드.”
“가까이서 불러 주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는 점점 멀어지는 세라엘의 발목을 붙잡아 큰 힘도 들이지 않고 간단히 아래로 끌어내렸다. 반항할 의지조차 없애는 완력에 속절없이 끌려가면서 세라엘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도망치지 않기로 했잖아요.”
카에드는 불쑥 허리 밑으로 손을 넣어 아직 그녀의 두 팔에 꿰어 있던 가운을 단번에 벗겨 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주십시오.”
그러고는 미약하게 떠는 몸을 일으켜서 달래듯 끌어안았다. 세라엘은 단단한 밀도를 지닌 가슴팍에서도 빠른 속도의 심장 박동이 전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안 되겠습니까?”
허락을 묻고는 있지만 결국 그가 원하는 대로 되리란 걸 알고 있었다. 그녀도 싫지 않았으니까….
세라엘은 불규칙한 숨을 고르며 잠시간 그의 체온을 음미하다가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사실 준비가 됐는지 잘 모르겠어요.”
“몸은 충분히 된 것 같은데. 하기 싫은 겁니까?”
은근한 손길이 등허리를 쓸어내렸다.
“읏… 하기 싫은 건 아니에요. 저도… 하고 싶어요.”
“그럼 아직도 내가 못 미더운 건가.”
옅은 웃음기가 어린 음성이 울려왔다. 따뜻하고 너른 품에 안겨 있으니 어디 고장 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두방망이질 치던 가슴이 조금이나마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가만 보면 생각이 많은 편인 것 같네요.”
카에드는 세라엘의 머리통에 뺨을 묻고 반짝이는 금발을 그러쥐었다.
“이 조그만 머리에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도 하는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턱을 내린 그가 복숭앗빛 홍조가 스민 세라엘의 얼굴에 입술을 붙였다. 동시에 높은 열감을 지닌 손이 움직임을 재개했다. 이전과 다르게 조심스러움이 묻어 나는 손짓은 아니었다.
간신히 가라앉혔던 세라엘의 가슴속이 금세 새빨간 감정으로 뒤덮였다. 그녀는 불안정한 호흡을 반복하며 두꺼운 근육이 잡힌 그의 팔을 붙잡았다.
“손, 손을 왜 자꾸…!”
“세라엘 양은 어떤가요? 당신은 내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각도를 달리한 팔뚝에 핏줄이 불거지는 것이 그녀의 손끝으로도 느껴졌다.
“잠깐… 무슨 말인지 잘….”
“내가 저택을 찾아간 이유가 무엇인지, 면식도 없는 여자를 신부로 맞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아요?”
상기된 뺨에 잇달아 부드러운 입맞춤을 내린 그가 말을 이었다.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봐요. 전부 말해 줄게요.”
세라엘은 단단한 어깨를 부여잡고 끙끙거렸다. 전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눈앞이 희끄무레 무너지고 정신이 혼미하여 그의 말에 집중할 여력이 없었다.
“당신에게 지금 뭘 하고 싶은지도, 숨김없이 알려 줄게요.”
카에드는 눈물이 맺힌 그녀의 눈가에 짧게 키스했다. 마음대로 헤집는 손의 주인이라 볼 수 없는 곰살맞은 접촉이었다.
“그럼 또 도망가려나.”
자조하듯 작은 키득거림이 따라붙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잇달아 내뱉은 카에드는 돌연 세라엘의 어깨를 밀어 눕혔다. 힘이 빠져 무겁게 내려앉은 몸 아래로 침구의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카에드….”
“난 얼마든지 나를 보여 줄 수 있는데, 당신은 지금도 그 정도까진 아닌가 봐요.”
위압적인 인영을 가진 남자를 올려다보자 막연한 두려움과 묘한 기대감이 뒤섞여 머리가 어지러웠다.
곧 카에드는 무언가를 억누르는 것처럼 숨을 길게 내리 쉬었다.
“내가 이날 밤을 위해서 개처럼 살아왔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어요?”
귓가에 간지러운 바람을 머금은 달콤한 저음이 흩어졌다.
“무슨… 아…!”
제대로 되물을 새도 없이 숨이 턱 막히면서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패었다.
묵직한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세라엘이 연거푸 침대 반대편으로 내빼려 했으나 어깻죽지를 틀어잡은 손이 움직임을 저지했다.
“이 모든 게 우연이라 생각하십니까?”
“흐으… 멈춰 봐요….”
머릿속이 온통 곤죽이 되어서 그의 물음에 답하거나 되물을 겨를도 없었다. 카에드는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더 고집스럽게 파고들었다. 중간에 이름을 불러 주면서 뭐라 말한 것 같기도 한데, 파도처럼 휩쓰는 감각 안에 푹 빠져 허우적대느라 귀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젠 눈앞의 남자에게 매달리는 수밖엔 없었다. 간신히 두 팔을 든 그녀는 카에드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그의 욕망이 더욱 크게 몸집을 부풀렸다.
의지와 관계없이 눈꼬리에 맺힌 눈물이 흘러내렸다. 카에드는 세라엘을 내려다보면서 눈물 자국을 따라 입을 맞추다가도 조금 너무하다 싶을 만큼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 그만… 천천히…!”
말은 그렇게 했어도 연속해서 밀려드는 감각이 멈추지 않기를 바랐다. 입을 열 때마다 제 것이 아닌 듯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그녀도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도저히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고개라도 돌리면 곧바로 턱을 쥔 그가 시선을 맞댔다.
이러다 까무룩 혼절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시야가 흔들리고 뱃속에 웅크린 쾌감이 점점 부피를 키웠다. 세라엘은 작살에 박힌 물고기처럼 몸부림치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어느 순간 울음에 가까운 신음이 너른 침실을 가득 메웠다. 그럼에도 카에드는 간신히 제 품 안에 들어온 여자를 놓아주지 않았다.
“내 마음이 이렇게나 커진 걸 아직도 모르겠어요?”
“아… 아아…!”
카에드는 맹렬하게 몰아치며 전율이 멈출 틈을 주지 않았다.
그는 품 안에 빈틈없이 들어온 몸을 소중하게 감싸 안으며 입을 맞추었다. 맞물린 잇새로 세라엘은 엉망으로 흐트러진 숨결을 흘려 넣었다.
기나긴 밤의 시작을 알리는 입맞춤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두꺼운 커튼 아래로 희미한 여명이 비쳐 오고 밝은 햇살도 스민 것 같았는데 정확한 시간은 가늠할 수 없었다.
어둠이 몇 번이나 찾아들 동안에도 그들은 침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경험해 본 적 없는 영역이란 걸 차치하더라도 한 번으로 끝나리라 생각한 건 굉장히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세라엘은 아직 카에드를 한참이나 몰랐다. 그는 고삐가 풀린 것처럼 쉼 없이 몰아치며 제 흔적을 마음대로 그려 넣었다.
촛불이 꺼진 방 안에서도 갈망에 들어찬 그의 집요한 눈빛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에게 저돌적인 면이 있다는 건 일찌감치 눈치챘지만, 설마 그녀가 눈물을 줄줄 흘리는데도 멈추기는커녕 박차를 가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고통스러워서 나온 눈물이 아니란 걸 알았으니 그랬다 해도, 카에드는 정말 기함할 정도로 막무가내였다. 빈틈없이 냉철해 보였던 남자가 이성을 완전히 잃고 날뛰었다는 게 지금도 믿어지지 않았다.
“…카에드.”
기진맥진하여 눈만 깜박이던 세라엘이 그를 불렀다. 젖은 수건으로 그녀의 얼굴에 들러붙은 눈물 자국을 닦아 주던 카에드가 손짓을 멈췄다.
“필요한 거라도 있습니까?”
“물 마시고 싶어요. 차갑지 않은 거로….”
뻑뻑하게 쉰 목소리로 속삭이자 그는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세라엘은 그가 건넨 유리컵을 받아 들고 몇 모금 들이켰다. 손에 힘이 빠졌는지 조금 새어 버린 물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닦을 기운도 없어 내버려 두었는데 따뜻한 손이 턱을 쥐고 흐른 물을 닦아 주었다.
“힘들어요?”
자상한 음성으로 물은 그가 머리칼을 귓바퀴 뒤로 넘겨 주며 이마에 입술을 붙였다.
익숙해진 마찰음이 더는 귀엽게 느껴지지 않았다. 상냥한 껍데기를 뒤집어쓴 그는 대답이 무엇이든 세라엘이 기력을 조금이라도 회복하면 다시 안을 것이다. 그를 밀어내고 소리쳐도 몇 번이고 아득한 한계 너머로 떠밀면서 괴롭히겠지.
그런데도 얄팍한 희망을 잃지 못한 세라엘은 머뭇거리며 진심을 내놓았다.
“너무너무 힘들….”
그가 갑작스레 침구를 들치는 바람에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휑하니 드러난 다리는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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