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1
뽑기로 무림최강 1화
1. 뽑기 게임이라고?
마교의 무리가 준동했다.
흔한 일은 아니었으나, 이제껏 없던 새로운 일도 아니었다.
무림이라는 명칭이 생겨난 이후로, 마교의 침공은 거의 세기마다 한 번쯤은 있었으니까.
여느 때처럼 정파와 사파가 밥그릇 싸움을 잠시 멈추고, 마교도들을 몰아내기 위해 적당히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 될 일이었다.
한차례 피바람이 몰아치겠지만, 아직 명성이 얕은 신진고수들이나 제대로 된 별호를 얻지 못한 후기지수들은 오히려 기꺼워했다.
무림에서 칼부림이야 어차피 숨 쉬듯 벌어지는 일일 뿐.
사악한 마의 무리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로 무명을 날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어찌 반기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달랐다.
마교 세력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었고, 아무도 그들의 진군을 막아 세울 수 없었다.
수많은 무인의 목이 잘려 나갔다.
위기감을 느낀 정파와 사파가 제대로 연합을 형성해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믿을 수 없게도 그것은 고작 단 한 사람의 무위를 넘어서지 못해서였다.
누군가에겐 천마라는 이름으로.
또 누군가에겐 마신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무림인들 대다수에게는 원한과 분노를 담아 광마라는 이름으로.
호칭은 제각각이었지만 지칭하는 인물은 하나였다.
천마신교 교주 강사익.
교도들을 이끌고 중원에 첫발을 디딘 그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당대의 천하제일고수였다.
-하찮군.
한 사람의 절대자가 휘두르는 무위 앞에서, 정파와 사파의 수많은 명사가 삭은 낙엽처럼 짓밟혀 바스러졌다.
정파를 지탱하던 구파일방과 명문세가들 대부분이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고 봉문을 선언했다.
사파의 거대조직들과 악명 높은 거두들은 대적할 수 없는 마의 주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정사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립 세력들은 두려움에 떨며 몸을 사렸다.
무림일통.
기나긴 강호 무림의 역사상에도 전례가 없던 일이 발생하기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 갑작스럽게 마교의 지배자가 모습을 감췄다.
가지각색의 소문이 퍼졌다.
인간의 육신으로는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해 우화등선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제대로 된 맞수조차 없는 무림의 형편없는 모습에 실망해 은거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사실이야 어쨌든 정파와 사파 그리고 나머지 세력들은 간신히 막혀 있던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천마신교 부교주 무혈마 조곡.
교주인 천마에 비교할 바는 못 되나 천하에서 한 손으로 꼽을 만한 무공을 가졌다는 무혈마의 지휘 아래, 남아 있는 교도들은 중원의 각 성마다 마교의 분파를 세웠다.
-필시 광마는 죽었을 거요. 생명을 태워 일시적으로 그런 무위를 손에 넣었던 게지.
-광마만 없다면 마교의 주구들에게 질 리가 없소.
-힘을 합쳐 우리의 과거를 되돌립시다!
천마가 사라지자 굴욕감에 눈물을 삼키던 정파와 바닥에 엎드려 있던 사파가 다시 고개를 치켜들었다.
정파 세력의 기득권들이 모여 있던 무림맹에 사파가 참가하며 만들어진 정사 연맹의 출범.
그리고 지역마다 뿌리를 내린 마교의 분파들.
그렇게 기나긴 대립이 이어졌다.
* * *
“근데 그건 게임 스토리였잖아.”
정사 연맹 산하의 교육기관인 잠룡학관.
올해의 입학생도 중 하나였던 소종천은 황당한 심정으로 눈앞에 떠오른 글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마신교의 세력을 중원에서 몰아내고 무림을 평정하십시오.]“X펄. 그래서 이게 뭔데?”
잠은 안 오고 할 짓은 없던 주말의 저녁.
시간이나 때울 겸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찾아 뒤적거리다가, 신작란에 떠오른 무혼이라는 게임을 깔았던 것까진 기억이 선명하다.
이상할 정도로 인트로 영상이 길었는데, 스킵이 되지 않아 투덜거리기도 했다.
무협 기반의 모바일 게임으로 대충 유저의 캐릭터와 동료 영웅들을 키워 무림을 평정하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런 곳에 떨어져 있었다.
‘소종천, 15세.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냥저냥 먹고살 만했던 무가의 후손. 으음…… 과거 마교와의 전쟁에서 가문은 풍비박산됐고, 부친이 무림 연맹 소속 무사였으나 임무 도중 사망. 그리고 올해 잠룡학관에 입관이라.’
분명 타인의 것이지만 자신이 겪은 일처럼 느껴지는 기억이 머릿속을 맴돈다.
정신만 그대로 다른 사람의 육신에 깃들어 기억을 공유받다니, 소설에서나 보던 상황이다.
당황스럽지만 여기가 자신이 살던 지구가 아니란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보고 앞으로는 이 소종천이라는 놈으로 살아가라는 건가? 마교를 몰아내는 게 목표고?”
물론 상황을 이해했다고 해서 황당한 기분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썅! 내가 왜?”
“거, 아까부터 뭐가 그리 시끄러워?”
어이가 없어 혼잣말을 중얼거리는데 누군가 옆으로 다가왔다.
넓죽하고 각진 얼굴에 좁쌀 같은 작은 눈.
같은 방을 배정받아 앞으로 1년을 함께 보내기로 되어 있는, 자신과 같은 입관생도 중 하나였다.
잠룡학관의 신입생들은 황룡단에 소속이 되며 황룡각이라는 숙소에서 머물게 된다.
그리고 황룡각은 기본적으로 4인 1실로 구성되어 있다.
“새삼 입관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운가 보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
근처에 있던 또 다른 남자아이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방을 배정받을 때 이름을 들었을 것 같지만, 앞으로 계속 얼굴 볼 사이니 제대로 자기소개나 하자고? 난 장자군이야. 점창 출신이지.”
“초영호. 섬서성에서 왔고 섬전도법을 익혔다. 점창파 무인은 처음 만나는군. 나중에 대련 한번 부탁하지.”
“하하! 호기 넘치는 친구네. 기회가 되면 그러자.”
자기들끼리 인사를 나눈 두 아이는 이내 종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기가 막힌 상황에 놓이긴 했지만 당장 원래의 몸으로 되돌아갈 방법도 모르기에, 일단은 이 녀석들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그나마 이 몸의 주인에 대한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어서 자기소개 정도는 어렵지 않다.
“후, 소종천이야. 광주성에서 왔고 나이는 15살…….”
“잠룡학관에 입관하는데 당연히 15살이겠지.”
“그런 쓸데없는 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는데.”
그러고 보니 입관 요건에 그런 제한이 붙어 있었다.
특수한 심사를 통해 자격을 갖추고 따로 입관하게 된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신입생도들은 전부 15세에 들어오는 것이 기본이다.
‘쩝. 조막만 한 얼라들한테…….’
이 몸의 주인이야 같은 15세라지만 본래의 나이는 거의 두 배쯤 차이가 난다.
한참 어린 동생들에게 핀잔을 듣고 있자니 무안해져, 대충 소개말을 주워섬기다가 입을 닫았다.
“소가와 장가로군. 크흠! 자, 그러면…….”
소개를 들은 초영호가 괜히 헛기침을 하더니 방 한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머지 두 사람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쪽을 따라간다.
“거…… 그쪽의 소저는 성함이 어찌 되시는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구석에 기대앉아 눈을 감고 있던 소녀가 힐긋 눈길을 주는가 싶더니, 다시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커험! 말수가 적은 소저군.”
“그냥 무시당한 것 같은데.”
“윽…….”
동갑내기 남자아이들끼리는 말을 편하게 하더니 이성에게는 그러기 어려운지, 다들 머쓱한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를 살핀다.
‘그나저나 웃기는 곳이네. 여자애랑 같은 방을 쓴다고?’
시대 배경이 이렇다면 남녀 관계 역시 꽤나 보수적일 텐데, 아무리 무림이라도 성별의 구분 없이 합방이라니 조금 의외였다.
‘어지간한 배우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엄청 예쁘장하게 생겼네. 15살이면 한창 피 끓는 나이들인데 사고 치는 놈이 나오지 않을까? 무인은 무인일 뿐 성별을 구분하지 않겠다. 뭐 그런 건가.’
이름 모를 소녀는 보기 드문 미모를 가지고 있어, 그저 눈을 감고 벽에 기대고 있을 뿐인데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아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자신도 모르게 감상에 빠져 있던 소종천은 아이들을 피해 반대편 구석으로 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믿기 어렵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일단 지금은 소종천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만 한다.
‘마교를 몰아내니 뭐니 하는 건 그렇다 쳐도, 당장 여길 벗어날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니 생도 생활을 하긴 해야겠는데.’
잠룡학관은 마교에 대적하기 위한 무인들을 양성하는 정사 연합의 교육기관이다.
깐깐한 선발 과정 때문에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도 아니지만, 한번 소속되고 나면 원한다고 해서 퇴관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땐 아니란 거지.’
입관 심사에서 소종천은 최소 기준점을 아슬아슬하게 턱걸이했다.
기억을 뒤져보니 합격자가 208명이라던데, 정확한 순위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200위는 넘어서지 않을까 싶다.
‘그나마도 부친의 공에 가산점이 붙은 거로 돼 있네.’
연맹 소속의 하급 무사였던 부친이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했다는 기록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 자리에 들어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당장 밖에 나간다 해도 딱히 먹고살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니, 지금은 학관 생도의 신분으로 팔자에 없는 무인 흉내를 내야 할 것 같다.
“휴우…….”
갑작스럽게 군대에 강제로 징병된 듯한 기분이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
‘군대보다 더 엿 같지. 무림인이라…… 언제 갑자기 칼 맞아 죽을지 모르는 세상이잖아?’
단지 시간을 죽일 생각으로 게임을 하나 실행했을 뿐인데 무림 세계로 떨어지다니, 돌아갈 방법도 모르고 그저 환장할 노릇이었다.
‘분명 게임 속 세계관인 건 맞는데 말이지. 천마신교를 몰아내라는 목표만 달랑 던져주고 그냥 평범하게 수련을 통해 힘을 쌓으라는 건가? 게임 시스템의 보조라거나 그런 건 없는 거야? 이런 살벌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능력은 줘야 할 거 아냐!’
그렇게 투덜거리고 있자니,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생각에 반응했다.
[사용자 접속 확인.]‘어엇?’
머릿속으로 문장이 새겨지는 듯한 기묘한 감각과 함께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일일 접속 보상을 지급합니다.]그와 함께 눈앞에서 작은 원판 같은 형상이 나타나더니,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휘리릭 하고 스스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니 이내 회전을 멈춘 원판의 위로 화살표가 표시되며, 간단한 그림 하나가 떠올랐다.
“……은괴?”
[보상 400은 당첨!]원판이 사라졌다.
넋 놓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소종천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뭐야? 400은?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시야 한구석에 게임 화면의 메뉴를 보는 것처럼 반투명한 창이 떠올라 있다.
‘이건…… 진짜로 게임 시스템이 적용이 되는 건가?’
글자가 적혀 있는 조그만 창이 세 개.
[정보] [뽑기] [소지품]“허, 진짜네.”
소종천은 헛웃음을 흘렸다.
확인을 위해 소지품이라고 적혀 있는 부분을 누르고 싶다고 생각하자, 방금 봤던 은괴 그림과 함께 400이라는 숫자가 떠오른다.
‘은괴라. 이 게임 시스템에 사용되는 재화인 모양인데.’
이번에는 옆에 있는 뽑기라는 단어를 활성화시켰다.
[영웅 뽑기] [보물 뽑기]창이 살짝 커지며 선택지를 고르라는 듯이 다시 두 개의 칸이 나타났다.
뽑기로 무림최강 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