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101
50. 표청문(3)
[업적 점수 300점 상승.]머리가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알림이 떠오른다.
송호식을 쓰러뜨린 소종천은 주먹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윤과 양세정은 각기 표청문의 절정 무인을 상대로 비등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다른 아군 무인들은 수적으로 열세이긴 해도 소종천의 동료들이 중심을 지키며 버팀목이 되어주었기에, 역시나 크게 밀리지 않고 엇비슷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소종천은 사자후의 요결 일부를 운용하여 내력을 실어 목청을 높였다.
“표청문주는 죽었다! 쓸데없는 저항은 멈추고 항복해라!”
맹수의 울부짖음 같은 사나운 기세를 담은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진다.
파사의 효능은 마인이 아닌 일반 무인에게는 별다른 작용을 일으키진 않지만, 사자후를 응용함으로써 변형된 거친 음색은 위압감을 느끼게 만들기 충분했다.
“문주님이 저리 쉽게 당하다니…….”
“더 싸워봐야 개죽음이야.”
“항복! 항복합니다!”
현재 청해성의 방파들은 전부 마교의 발호 이후 만들어진 역사가 짧은 세력들이다.
명문정파이자 구파일방의 일원이던 곤륜파의 몰락을 시작으로 기존 청해성의 무력집단은 깡그리 절멸되었고, 혼란을 틈타 밑바닥의 흑도방파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며 온갖 잡스러운 세력이 난립했다.
표청문 역시 그렇게 만들어진 사파의 하나.
우두머리의 죽음으로 사기가 꺾인 표청문도들은 바로 무기를 내리며 투항의 뜻을 밝혔다.
문파에 대한 자긍심이나 소속감이 생길 만큼 대단한 역사를 가진 곳도 아니니, 결사 항전을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음. 대가리만 치면 나머지는 쉬울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하긴 흑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사파의 일반 문도들에게, 충성심을 기대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긴 하다.
하급 무사들은 서녕의 주축이었던 표청문의 이름에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아먹기 위해 몰려들었을 뿐, 그게 고가방이나 대광문으로 바뀐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나, 나도 그만하겠소!”
“송 문주와는 고용관계의 사이일 뿐이었지, 딱히 표청문에 미련 따윈 없소!”
절정급의 두 무인도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다급하게 항복 의사를 밝혀왔다.
“좋아. 둘 다 무기 버리고 엎드려.”
“……기습하거나 하지 않을 테니, 그냥 조용히 보내주시오.”
“이대로 떠나서 서녕에 다시는 발을 들이지 않겠소.”
그들의 말에 소종천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조사만 마치고 보내줄게. 얌전히 포박을 받으라고.”
송호식이 마교의 끄나풀임을 시인했으니, 간부진에 해당하는 둘에 대한 조사도 필수적이다.
하급 무사들은 몰라도 문파의 고위급이라면, 마찬가지로 마교와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
“……빌어먹을!”
“죽엇!”
아니나 다를까 소종천이 조사를 운운하자, 눈동자를 굴리던 두 무인은 안색을 바꾸며 달려들었다.
“쯧.”
혀를 찬 소종천이 강렬한 기세를 흩뿌리며 두 사람과 부딪혔다.
쾅!
“꺼억!”
뿌드득.
“크아악!”
파괴적인 권력에 타격 부위가 함몰되고, 잡아채며 비트는 손길에 관절이 뽑히며 근육이 찢겨진다.
도마와의 전투 덕분에 상당한 발전을 이룬 소종천은, 초입 수준이긴 하나 절정의 무인 둘을 상대로 완전히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초에 여린 성격도 아닌 데다가 마교와 관련된 이들이었기에, 소종천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고 혹독한 살수를 펼쳤다.
[업적 점수 420점 상승.]적들을 침묵시키고 나자 다시 한번 업적 알림이 떠오른다.
‘점수의 폭이 쭉쭉 떨어지는구만? 절정 두 명인데 420점이라.’
도마가 워낙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고, 이곳에서 얻은 것까지 더해 현재 모여 있는 점수는 3,130점.
아직은 여유가 많은 편이긴 하지만 이렇게 계속 점수가 떨어진다면, 머지않아 영웅 뽑기를 돌릴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를 것 같다.
나중에 절정의 고수를 상대로도 몇십 점밖에 오르지 않게 된다면, 무슨 수로 천 점씩 모을 수 있겠는가?
‘이런 여세라면 초절정에 오르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진 않으니, 이후에는 굳이 영웅 뽑기가 없어도 상관없을지 모르겠다만.’
어차피 시스템에 관련해서는 고민한다고 어떻게 간섭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소종천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두려움 섞인 시선들이 이쪽을 향하고 있다가, 눈이 마주칠 것 같으니 화들짝 놀라며 다른 곳으로 돌아선다.
“서윤, 양세정.”
“예!”
“말씀하십시오, 선배님.”
“알아서 뒷정리들 해라.”
“알겠습니다!”
싸움이 끝났으니 할 일은 다 했다.
소종천은 동료들을 불러 모으고 실내로 들어섰다.
“다들 집무실이랑 침실 같은 곳을 뒤져서 수상한 게 있는지 한번 찾아봐.”
“수상한 거?”
“마교와 관련된 물건 말이야. 뭐 주고받은 서신이라거나, 정보가 기록된 문서 같은 거.”
서녕에 표청문 외의 다른 끄나풀들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성도가 아닌 다른 곳에도 당연히 관련된 세력들이 있을 터.
다만 이 넓은 청해성을 소종천 일행들이 전부 돌아다니며 마교의 뿌리를 캐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위험한 것은 둘째 치고라도, 시간이 엄청나게 소요될 것이다.
‘이건 연맹이 나서서 조사해야 할 일이지.’
정사연맹에 소속된 대형문파들은 솔직히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고 신뢰가 가질 않는다.
그래도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처럼, 마교를 상대하기 위해선 일단은 아군이라 할 수 있는 연맹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은 소림을 내세우는 것을 불편하게 여길 것이기도 하고, 무당파처럼 정말 아군이 맞는지 의문스러운 곳도 있긴 하지만…… 슬슬 나에 대해서 드러낼 때도 되었지.’
아무리 강해져도 어차피 혼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절정에서도 상위에 속할 정도의 무위를 보유한 지금이라면, 이제는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를 밝히고 연맹의 지원을 요청해도 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산서나 하북에 마인들이 자주 출몰한다고 하지만, 꼴을 보아하니 청해성도 분명 만만치 않을 거야. 일부러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놓고 잠잠한 척 이쪽에서 행동하고 있는 게 아닐까? 대대적인 조사가 필요해 보이는데.’
소종천이 마교에 대한 증거물을 찾는 이유이기도 했다.
연맹을 움직이려면 단지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뭔가 그럴듯한 자료를 함께 넘겨주는 것이 좋을 테니 말이다.
“그다지 눈에 띄는 것은 없는데?”
“문서들을 몇 개 찾았지만, 수상한 자료는 아닌 것 같소.”
그렇지만 바라는 대로 딱 이거다 싶은 증거가 발견되진 않았다.
“흐음…… 하긴 당연한 일인가?”
청해성에는 정사연맹의 지부가 없다.
그렇기에 어지간해서는 연맹의 조사관들이 들이닥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생각이 있다면 눈에 띄는 증거를 남겨 두진 않았을 것이다.
‘관계자들을 살려서 잡았어야 했나? 쩝…… 그게 또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
포로를 잡아 연맹의 지부에 넘겼다면 심문을 통해 뭐라도 더 알아냈을 텐데.
하지만 상대를 죽이는 것보다 사로잡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고, 기를 유형화 시킬 수 있는 경지인 절정의 무인을 생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목숨을 끊고자 하면 언제든지 스스로의 혈맥을 손상시켜 자결할 수 있기 때문.
절기로 분류될 정도의 매우 고절한 점혈법을 익혔거나 초절정의 무인이 압도적인 내력으로 억눌러야 하는데, 소종천으로선 해당 사항이 없는 방법들이다.
결국, 소종천은 확실한 증거라 할 수 없는 애매한 서류 뭉치 몇 개만을 챙긴 채로 표청문에서 철수해야 했다.
* * *
“이제부터는 연맹과 함께할 생각이야?”
“어. 너희도 알겠지만 나는 마교를 중원에서 뿌리 뽑아야 할 사명이 있어. 그동안은 연맹과 직접적으로 엮이는 걸 피하긴 했지만, 슬슬 그들의 인력과 정보를 이용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네.”
“좋은 생각이오. 연맹의 수뇌부가 제정신이 박혀 있다면 종천 그대를 대우하지 않을 리 없소.”
“마인을 상대로 네가 보여주는 능력은 대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니까.”
“그럼 이제 어디로 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묻는 한사혜의 질문에, 소종천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일단은 심 사형에게 물건을 전달해야 하니, 이미회에 운송을 맡긴다 해도 운남까지는 돌아가야겠지.”
연맹과 접촉하기 위해서는 남쪽의 사천성이나 동쪽의 감숙성 지부를 찾아가야 한다.
어차피 운남으로 되돌아간다면 사천을 지나야 하니, 소종천은 돌아가는 길에 연맹의 사천지부를 들리기로 마음먹었다.
녹옥불장을 얻기 위한 기존의 계획은, 표청문의 함락과 함께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더 이상 고수라 할 만한 인물이 없는 독심방의 잔당들은 서윤과 양세정의 능력만으로 충분히 처리가 되었고, 고가방과 대광문은 서녕의 신흥강자로 기존 표청문과 독심방의 위치를 대체하게 되었다.
“뒷말이 나오지 않게 잘해라. 내가 다시 너희를 찾을 일이 생긴다면, 아마도 많이 화가 나 있을 것 같네.”
“물론입니다, 선배님.”
“욕심부리지 않고 상인들과 상생하는 건실한 세력으로 남겠습니다.”
처음에 요청한 대로 고가방과 대광문이 상단의 뒤를 봐주기로 했기에, 신안군 역시 약속을 지켜 소종천에게 녹옥불장을 넘겨주었다.
‘이게 소림의 신물이야? 그냥 낡은 지팡이구만.’
흑단으로 만든 목함 안에 비단으로 감싸진 녹옥불장을 확인한 소종천은, 살짝 맥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불상이 세공된 녹옥이 접합되어 있는 고풍스러운 지팡이.
귀한 예술품이라는 느낌은 들지만 무슨 신병이기처럼 대단한 힘이 깃들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감정을 해보니 녹옥불장이라는 이름과 소림방장의 신물이라는 짧은 설명이 떠올랐다.
‘혹시나 용린처럼 대단한 보물일까 싶었더니, 그냥 상징적인 물건인가? 하긴 특별한 능력이 담겨 있었다면 이렇게 상인의 손에 팔려 다니지도 않았겠지. 감정 능력이 있으니 이런 건 알아보기 편하네.’
소종천은 목함을 닫았다.
‘그럼 이제 서둘러서 돌아가야겠네.’
청해성 어딘가에 마교의 세력이 더 숨어 있을 것은 확실하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가능한 한 빨리 이 지역을 빠져나가야 옳다.
도마와의 격돌은 성도 한복판에서 이루어졌고, 마교의 세력도 눈과 귀가 있으니 금방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외부에 공개된 곳에서 마인과 싸운 것은 처음이니.’
그것은 소종천이 연맹에 합류하는 것을 고려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발생했던 전투들과 달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마교의 노림을 받게 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연맹에 소속된다고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야 나은 점이 있겠지.’
어차피 위험에 노출될 거면 아군이라도 더 있는 상황이 나을 것이라 여겼다.
“자, 어서 돌아가자.”
녹옥불장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 소종천은 목함을 등에 잘 동여매고, 일행들과 함께 사천으로 향하는 길을 떠났다.
뽑기로 무림최강 10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