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110
52. 오색단(3)
[임무 발생!]막 싸우려는 순간 떠오르는 알림에, 소종천은 슬쩍 내용을 확인했다.
[수호자] [아군을 돌보며 전투에 임하여 가급적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보상 : 생존자의 수와 상태에 따른 차등 지급]설명을 읽은 소종천이 흡족한 마음에 미소를 지었다.
‘쉽구만.’
상대가 그리 강하지 않아서 그런지 임무도 딱히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다.
덤벼드는 마인들을 향해 마주 달려 나가며, 소종천은 단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방진을 짜서 최대한 수비에 전념해! 나설 생각하지 말고!”
괜히 다치는 사람이 없나 주변을 신경 쓰며 싸우는 것보단, 그냥 아예 전투에서 배제시키는 편이 성가시지 않다.
“어어? 무슨, 단주님!”
공간에 퍼진 마기를 제거했으니 양한순을 비롯한 단원들은 전부 속박에서 벗어난 상태.
일이 어떻게 이리 돌아가는지 이해하긴 어렵지만, 어쨌거나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니 다들 소종천을 도우려던 차였다.
한데 소종천이 나서지 말고 빠져 있으란 식으로 지시를 내리니, 단원들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명령은 명령이기에 반사적으로 한 곳에 뭉쳐 진형을 형성한다.
‘대체 어쩌시려고?’
마기를 몰아낸 그 기이한 수단은 분명 대단하긴 했지만, 마기의 악영향을 제외해도 홀로 저만한 수와 싸우는 것은 너무 무리한 행동이다.
양한순은 어린 단주가 자신감에 취해, 무모한 싸움에 몸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
그리고 소종천은 그런 걱정이 기우임을 눈에 보이는 결과로 증명해 주었다.
“끄아악!”
“커헉!”
주먹을 내지르자 마인의 머리가 짓무른 과일마냥 터져 나가고, 발길질에 채이면 수수깡처럼 몸뚱이가 부러진다.
한 수 위의 적과 싸울 때마다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었던 연대구품은, 다수의 적을 상대로도 어김없이 그 위력을 발휘했다.
일류급에 불과한 마인들은 실체를 가진 분신들이 권법의 초식을 펼칠 때마다, 그 수만큼 목숨을 잃었다.
사방에서 둘러싸고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자신하며 합격을 가하면, 불영선하보와 금강부동신법의 조합으로 빠져나간다.
가까이 붙으면 신묘한 움직임 뒤에 이어지는 권법으로 상대를 분쇄하고, 거리가 조금 벌어졌다 싶으면 탄지신통을 날려 적들의 급소를 관통했다.
그리고 자잘한 공격 따윈 애초에 보의를 뚫지도 못한다.
“뭣들 하는 거야!”
“똑바로 찔러!”
“미친! 칼이 들어가질 않는다고!”
온갖 상승 절기와 용린천잠보의로 무장하고, 막대한 내력을 흩뿌리며 전차처럼 적들을 들이받아 돌파하는 소종천.
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마인은, 적어도 이 자리에는 없었다.
“저놈은 대체!? 어디서 저런 게 튀어나온 거야!”
지켜보던 우두머리가 얼굴을 한껏 일그러뜨리며 전투에 끼어들었다.
어린아이들을 상대하듯 긴장감 없이 싸우던 소종천이, 순간 무언가를 감지하고 처음으로 몸을 뒤로 뺐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격이 소종천의 목이 있던 자리를 쓸고 지나간다.
‘읏!? 뭐지?’
예민한 감각이 아니었다면 영문도 모르고 부상을 입을 뻔했다.
운도 조금 따라준 회피였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 절정급 마인이 무언가를 한 것 같긴 한데, 어떤 수단으로 공격한 것인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
소종천은 잠시 공세를 느슨하게 조절하며 우두머리 마인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저게 무슨 무공이지?’
상대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자니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주변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무슨 발작을 일으키듯 제자리에서 팔과 다리를 튕겨대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때마다 정체불명의 공격이 이어졌다.
‘망할. 뭔지 모르니 섣불리 앞으로 달려들기도 그렇고.’
팔과 다리에 가느다란 혈선이 하나둘 새겨진다.
“단주님! 돕겠습니다!”
명령대로 한데 뭉쳐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양한순이, 소종천이 고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다급하게 외치며 발을 놀렸다.
‘처음에 내 허리를 베었던 그거다!’
보이지 않는 공격.
돕는다고 말했지만, 정체를 모르기에 어차피 대처가 불가능하다.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몸으로 공격을 대신 맞아주는 것뿐.
‘어차피 단주님이 쓰러지게 되면 다 죽는다. 목숨을 던져서라도 시간을 벌어주고, 단주님이 저 상황을 해결할 단서라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게 옳아.’
합리적이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의 목숨은 소중하기에 쉽게 내릴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양한순 역시 냉정한 판단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충동적으로 움직이려고 한 감이 컸다.
“오지 마! 방해돼요!”
하지만 소종천의 제지에 양한순은 몇 걸음 뗀 발길을 다시 멈춰야 했다.
‘아직 그렇게 위험한 상황은 아니야. 괜히 부하들을 다치게 할 필요는 없지.’
상처가 생기고 있긴 해도 아직은 생채기 수준.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큰 부상은 피하고 있으니, 적응만 된다면 결국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옳다는 듯이, 소종천의 감각은 점점 더 예리하게 선 날처럼 세워지기 시작했다.
집중력이 최고조로 발휘되며 시간이 느려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인지능력이 가속된다.
‘……실?’
최대한 복잡한 움직임으로 보법을 밟으며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던 소종천은, 자신을 향한 공격을 어렴풋이 파악했다.
우두머리 마인이 묘한 행동을 취할 때마다 바닥 여기저기에서 얇고 가는 물체가 일어나, 마치 채찍처럼 휘둘러지며 목표를 베고 지나간다.
‘저 실 같은 것에 내력을 불어넣어 조종하는 건가? 염병할 거, 별걸 다 무기로 쓰는구만.’
절정고수인 소종천의 시력으로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가늘고, 내력을 실었다지만 사람을 베고도 멀쩡할 정도의 강도.
매우 희귀한 재료에 특수한 가공을 거쳐 제작된 귀물임이 틀림없었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상대가 다루는 무기의 정체를 파악하고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게 된 소종천은, 더 이상 거칠 것이 없기에 성난 들소처럼 날뛸 수 있었다.
“단주님!”
“종천!”
“이런! 단주를 돕지 않고 뭐하는 겁니까!?”
“아니, 그게 단주님의 명령이…….”
거기에 그 뒤를 쫓아온 오색단의 나머지 동료들이 합류하며, 승산은 완전하게 소종천을 향해 기울어졌다.
“혼자서 충분하니까 끼어들지 말고, 주변의 길목들을 차단해!”
괜히 돕는답시고 하다가 부상당하는 이가 생겨 임무 보상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여, 소종천은 이제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마인들을 두들겨 패며 단원들에게 포위진을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
“사, 살려줘!”
“괴물이야!”
공포에 질린 마인들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지만, 우두머리의 후퇴 명령이 없었기에 헛된 저항을 이어갔다.
마공을 익힌 자들은 마기에 심령이 오염되며 일종의 세뇌 현상도 일어나기에, 자신보다 경지가 높은 마인의 명을 거부하기가 어렵다.
“뭐냐! 어떻게 저런 애새끼가 이리 말도 안 되는 무위를 가지고 있는 거야!”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에 우두머리 마인은 절규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비장의 무기마저 통하지 않고 패색이 짙어지자, 우두머리는 부하들이 시간을 버는 동안 혼자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소종천을 피해 몸을 날렸다.
이해할 수 없는 괴물은 그렇다 쳐도 나머지 무인들은 그다지 경지가 높아 보이진 않으니, 충분히 포위를 뚫고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저놈은 부단주랬나? 괜히 발목을 잡힐 수도 있으니 다른 쪽으로…… 그래, 저기가 좋겠군.’
마인은 상대적으로 포위의 밀도가 낮은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려 보이는 무인 몇이 어째 느긋한 태도로 앞을 막아서기에 조금 움찔했지만, 굳이 방향을 바꾸려고 하진 않았다.
‘설마 저런 미친 괴물이 더 있을 리가 없겠지?’
그리고 거기까지가 마인이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꺽! 크흐…….”
굳이 무기를 맞댈 필요도 없다는 듯이 속력을 높이며 자신들을 지나치려던 마인.
그런 적을 향해 곧바로 가장 위력적인 절초를 펼친 장자군이, 상대의 심장에 박힌 검을 뽑아내며 혀를 찼다.
“분명 쉽지 않은 상대로 보였는데, 너무 허무하게 끝이 났잖아? 이쪽을 아예 무시했던 모양이네.”
“멍청이야.”
“그러게 말이지.”
우두머리 마인은 한사혜와 장자군의 합공에 단발마의 비명만 남기고 목숨을 잃었다.
두 사람의 조합이라면 소종천과 비슷한 절정 상급에 해당하는 무인이라도, 부상을 당하지 않으려면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그걸 모르고 이들을 한참 하수의 무인일 것이라 짐작하며 신법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만 신경 쓰고 있었으니, 우두머리가 허망하게 당해 버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 내가 잡아야 했는데…….”
소종천이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이제는 일류 수준의 마인을 잡아봤자 업적 점수가 조금밖에 오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절정급의 우두머리는 가능하면 직접 처단하는 게 좋았다.
‘실 놀이에 몇 번 어울려 주기만 하고 직접적인 타격은 한 번도 가하지 못했으니.’
아마도 절정급 마인에 대한 지분은 없다시피 하기에, 점수가 거의 오르지 않을 것이다.
아깝지만 이미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다.
소종천은 남아 있는 마인들을 때려죽이는 것에 다시 전념했다.
마지막 마인의 골통을 부수고 나자, 전투 상황이 종료되어 업적 점수가 정산이 되었다.
[업적 점수 650점 상승.]‘오십 명은 확실히 넘게 잡은 것 같은데…… 한 놈에 십 점 수준이냐?’
얻는 점수가 점점 떨어지더니 결국 이 지경까지 왔다.
구시렁거리고 있자니 이어서 임무의 종료를 알리는 알림이 떠올랐다.
[임무 : 수호자를 완료했습니다.] [결과 등급 : 극상]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그렇지!’
이쪽은 내용이 만족스럽다.
임무의 발생 뒤로 아예 혼자 싸우다시피 하여, 아군 중에 부상을 입은 이가 한 명도 없었다.
그렇기에 등급도 최고의 결과라 할 수 있는 극상을 받았다.
‘등급만큼 보상도 대단하면 좋겠는데.’
딱히 강적이 있던 것도 아니니 임무 자체의 난이도가 어렵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니 아마도 보상 역시 고만고만한 수준일 터.
소종천은 그냥 적당한 기대감을 가지며 이어지는 알림을 확인했다.
[200금 획득.] [돈오의 서 3개 획득.] [업적 점수 500점 상승.] [확정 영웅 뽑기 1개 획득.] [3청강석 획득.] [대오의 서 6개 획득.]‘뭐가 많이 나오긴 했네.’
금과 돈오의 서는 아마도 기본보상 정도일 테고, 그 뒤에 얻은 것들이 추가보상일 것이다.
“단주님.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보상을 쭉 살펴보고 있자니, 곁으로 후다닥 달려온 양한순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보시다시피 멀쩡해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소종천의 무위를 이해할 수가 없지만, 양한순은 의문을 해결하는 대신 존경심을 드러내는 쪽을 선택했다.
사십대의 중년이 입이라도 맞출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모습에, 소종천은 부담스러움을 느끼고 눈을 돌리며 말을 꺼냈다.
“단원들 데리고 마교 놈들의 시체를 수습하세요.”
“……장례라도 치러주자는 뜻입니까?”
“미쳤어요? 저딴 것들은 사람 취급 안 합니다.”
“아, 속하가 바보 같은 소리를 했군요. 무슨 말씀인지 알아들었습니다.”
마인 따위에게 예의를 차리자는 말이 아니라, 뭔가 전리품이 될 만한 것이 있는지 뒤져 보라는 의미였다.
“여기 있는 마교 놈들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겠네요. 일반 주민들 사이에 다른 잔당이 남아 있을 수도 있으니, 수습이 끝나면 마을의 조사도 진행해야겠군요. 고생스럽겠지만 쉬는 것은 나중으로 합시다.”
“존명!”
과하게 예를 표하며 물러나는 양한순.
적당하게 지시를 내린 소종천은 임무의 보상 목록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처음 보는 게 있는데. 이름이 꽤나 관심이 가는구만?’
다른 것들보다 확정 영웅 뽑기라는 것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종천은 소지품 창을 열어 정확한 효과를 확인해 보았다.
뽑기로 무림최강 11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