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127
55. 보상
남궁건의 몸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지켜보던 소종천은, 곁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시선을 그쪽으로 움직였다.
“소 단주…… 님. 몸은 괜찮은…… 으십니까?”
당사준의 질문에 소종천은 쿡쿡 쑤시는 가슴팍을 문지르며 대답했다.
“견딜 만합니다. 저 친구들이나, 저나, 지부로 복귀하면 당분간 요양이 필요하긴 하겠지만요.”
“그야 물론이지요. 제가 따로 말해둘 터이니, 다른 것은 신경 쓰지 말고 푹 쉬게…… 시지요. 정례 회의에도 나오실 필요 없습니다.”
“아까부터 말투가 왜 그러세요? 되게 어색하시네. 평소처럼 편하게 하세요. 편하게.”
“그, 크흠! 그래도 제가 어찌…….”
소종천을 반로환동한 노고수라 확신하게 된 당사준은, 이전처럼 하대하질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이 사람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지?’
반로환동의 고수.
연맹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인 오악의 일원을 해치운 자.
‘권마뿐 아니라 도마와 귀마도 이미 이 자의 손에 제거되었다고 했다. 본부에도 알려지지 않은 일이니 진위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지만, 권마와의 대화가 거짓일 것 같지는 않고.’
소종천의 무위를 직접 눈으로 지켜봤으니 허풍이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앞으로 그를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아, 당사준은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해졌다.
‘게다가 마지막의 그건 분명 남궁세가의 제왕검형이었다. 그것도 내 수준으로는 어느 정도의 성취인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후우! 도무지 모르겠군.’
지금은 망해 버린 소림의 무문을 계승했다고 들었는데, 남궁세가는 또 뭐란 말인가?
혼란스러워하는 당사준을 보면서, 소종천은 귀찮다는 듯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입을 다물었다.
‘여러모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냥 이대로 두는 게 오히려 편하려나.’
설명하자고 기운을 빼기도 귀찮고 애초에 자세히 밝히기도 곤란한 상황이기에, 소종천은 그냥 오해를 두기로 하고 말을 돌렸다.
“지부장님. 이번 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밝히실 겁니까?”
“으음.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권마를 쓰러뜨린 사실은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소 단주님에 대한 이야기도 퍼지게 되겠지요.”
자신에 관해 퍼뜨리지 말라고 하려던 소종천은, 당사준의 대답에 잠시 고민에 빠졌다.
연맹의 입장에서 마교 최고전력의 사망 소식은 굉장히 중요한 정보일 것이다.
자리에 없었다면 모를까 지부장씩이나 되는 이가 뻔히 함께 있었는데, 마냥 입을 다물라고 요청하기도 어려운 일.
‘어차피 초절정에 오른 김에 이제 본격적으로 연맹의 일에 개입해 볼까 하기도 했고, 슬슬 나라는 존재에 대해 드러내도 될 것 같긴 한데.’
마음을 정한 소종천은 당사준을 향해 자신의 뜻을 밝혔다.
“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소림의 명맥을 이은 사람으로만 소개해 주세요.”
“그 말씀은……?”
“아까 보신 검법에 대해선 함구해 달라는 겁니다. 반드시요!”
“예에…… 그러겠습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복귀한 후에 하도록 하죠.”
소종천의 말에 당사준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분명 남궁세가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을 텐데, 어째서 정체를 숨기고 사천지부로 들어온 건지 모르겠군. 지부장이 되고 이렇게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게 된 것은 또 처음이구나.’
자세한 내막을 알기 전에는 일단 소종천의 말대로 따라야겠다고 생각하며, 당사준은 돌아가면 남궁세가와 그의 관계를 조사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돌아갑시다. 지부장님이 저 친구들 좀 마차에 넣어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소종천의 손짓에 따라, 당사준은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겹쳐져 있는 한사혜와 장자군을 향해 다가갔다.
‘이쪽도 이제 마무리된 것 같은데.’
소종천은 변화가 끝난 것으로 보이는 남궁건에게 손을 대고, 그의 몸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좋아졌네. 역시 바로 심득을 부여한 것이 정답이었나.’
내공이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망가졌던 기의 흐름도 제대로 안정되어 있다.
혹시나 변화가 끝나도 내상은 그대로일까 봐 걱정했었는데, 상승의 경지에 접어들며 몸도 그에 맞춰 최적화되어 정상으로 돌아온 듯하다.
“아이고!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습니다.”
“욕보셨네요. 어서 갑시다.”
“어휴, 그럽죠! 무서워 죽겠습니다요!”
마차 아래 숨어 있다가 기어 나온 마부가 호들갑을 떨며 앞자리에 올라탔다.
마차를 끌던 말들은 다행스럽게도 전투에 휩쓸리지 않았기에, 소종천은 기절해 있는 일행들을 마차 안에 싣고 다시 지부로 복귀하는 길에 올라섰다.
* * *
목숨 걸고 싸우다가 돌아오고 나니, 덜컹거리는 마차의 불편한 승차감에서 오히려 안도가 느껴졌다.
‘으으. 긴장이 풀리니까 확 지치네.’
이대로 눈을 감으면 바로 곯아떨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할 일이 남아 있기에 잠드는 것은 뒤로 미룬다.
소종천은 싸우느라 무시했었던 알림창을 위로 올려, 지나간 기록을 확인했다.
‘엥? 처음 부분이 없네.’
임무의 발생 시점부터 다시 보려고 했는데, 이미 완료가 되어서 그런지 보상의 내역 부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결과 등급 : 상]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여기가 가장 윗부분이네. 뭐 이미 끝난 임무니 굳이 내용을 확인할 필요는 없긴 하지. 중요한 건 보상이니까 그거나 보자고.’
등급이 적혀 있는 것을 보아하니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임무였던 모양이다.
‘권마와 궁마를 상대로 어떤 결과를 내느냐로 등급이 갈렸던 건가.’
둘 다 해치웠다면 아마도 극상 등급이었겠지만, 궁마가 상처 하나 없이 달아났으니 상 정도로 그쳤으리라.
나쁜 등급은 아니지만 조금 억울하다.
확정 영웅 뽑기를 쓰고 결과도 잘 나와서 그나마 하나라도 잡았지, 사실 운이 조금 없었다면 이 자리에서 사망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지 않았나.
‘난이도가 너무 거지 같잖아. 이러다 다음에는 사라졌다는 그 마교 교주가 튀어나와서 죄다 쓸어버리는 거 아니야?’
소림을 비롯한 전성기의 구파일방을 반 토막 내버린 중원무림의 악몽.
‘……아, 취소. 말이 씨가 될라. 그건 진짜 너무하지.’
괜한 생각을 했다고 자책한 소종천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천마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지금이야 알 수가 없지만, 마인에게 상극의 성질을 지닌 소림을 멸문까지 몰아넣은 것만 해도, 단신으로 대적할 수 있는 자가 아님은 확실하다.
잡생각은 떨쳐 버리고 소종천은 알림 목록을 내려받은 보상을 확인했다.
[250금 획득.] [4청강석 획득.] [각성의 비약 3개 획득.] [대오의 서 5개 획득.]‘오? 꽤나 줬네? 모르는 것도 있고.’
생각보다 보상이 제법이다.
상 등급이 이 정도라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궁마를 쫓았어야 했나 하는 욕심이 생긴다.
‘과한 욕심일 뿐이지. 빨리 돌아가서 치료받고 쉬는 게 맞는 거야.’
아쉬움을 접은 소종천은 소지품 창을 열고, 제일 먼저 처음 보는 이름을 가진 각성의 비약을 살펴보았다.
[각성의 비약] [잠재력을 개화시키는 비약이다.]매우 단순한 설명.
이것만 봐서는 정확히 뭐에 쓰는 물건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잠재력? 여러 만화나 소설에서 편하게 써먹는 단어긴 한데.’
모르면 일단 써봐야 답이 나온다.
소종천은 각성의 비약을 사용해 보았다.
그리고 이내 이 물건도 심득처럼, 타인을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용자를 대상으로 지정할 수 없습니다.]정확히 말하자면 타인에게 밖에 쓸 수 없는 물건이었다.
‘뭐야. 내가 못 써? 참나!’
이름을 봐서는 분명 좋은 효과가 있을 것만 같은데, 자신은 쓰지 못한다고 하니 기분이 상했다.
‘쩝. 다음에 이 녀석들한테나 써봐야겠네.’
어쨌거나 도움이 되는 물건이긴 할 테니, 나중에 일행들이 정신을 차리고 나면 시험해 보기로 한다.
다음으로 대오의 서를 사용했다.
‘5개라. 보자…….’
일단은 가장 마지막에 얻었지만, 전력의 상승에 꽤나 보탬이 되고 있는 아라한신권에 먼저 투자하기로 했다.
[아라한신권 6성 습득.] [아라한신권 7성 습득.] [아라한신권 8성 습득.]이어서 7성에 머물러 있는 백보신권이 눈에 걸려, 1개를 사용했다.
[백보신권 8성 습득.]마지막 1개는 탄지신통과 사자후 사이에서 꽤 오래 고민하게 되었다.
‘성취도는 똑같은 5성이고, 둘 다 쓸모 있는 무공이긴 한데.’
탄지신통은 여태껏 주력이 아닌 보조로 쓰이던 무공이지만, 경지가 올라 강환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무시 못 할 위력을 보이게 되었다.
반면 사자후는 마인을 상대로 필수적이긴 하지만, 성취도가 오른다고 효율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닌 무공.
‘절정 이하의 마인이 상대라면 마기를 억제해 무위를 약화시킬 수 있긴 하지만, 그다지 큰 효과가 있는 건 아니고. 오악 같은 초절정의 마인에겐 그마저도 통하지 않아, 귀령규환공을 막아내는 용도로만 쓰이지.’
개인의 무위를 향상시킬 생각이라면 탄지신통을 선택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긴 하다.
다만 다수의 싸움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지금까지야 지부에서 단주직 하나 맡고 적당히 활동했지만, 초절정의 무인임이 알려지고 나면 할 수 있는 일이 달라지겠지.’
무림에 존재하는 극소수의 초절정 무인들은 대부분 사문에 틀어박혀 무게나 잡고 있지, 마교도를 때려잡겠다고 연맹의 영역 바깥으로 뛰어들지는 않는다.
소종천은 그들처럼 엉덩이를 무겁게 할 생각이 없었다.
무위에 걸맞은 자리를 연맹에서 받아내고 나면, 앞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대규모의 전력을 움직여 마교의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해 돌아다닐 것이다.
‘규모가 큰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면 사자후가 중요할 것 같네.’
다수와의 싸움에선 단신의 무위가 아무리 강해도, 혼자 모든 아군을 챙겨줄 수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마인을 약화시킬 수 있는 사자후의 효과가, 아군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되었다.
[사자후 6성 습득.]그렇기에 마지막 대오의 서는 사자후에 투자해 주었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재화인데.’
기존의 재화와 보상으로 받은 것들을 합쳐서, 지급 3번과 천급 1번을 돌릴 수가 있었다.
맛있는 부분은 가장 나중에 먹는 평소의 습관대로, 지급 보물 상자를 먼저 구입해 개봉했다.
‘헐?’
삼 연속 금색이다.
‘좋긴 한데…… 무구만 두 개야?’
등급을 보면 즐거워져야 하는데, 무구 계열만 두 개라서 괜히 아쉬웠다.
그래도 병기가 아니라 보의처럼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종류의 장비가 나올 수도 있기에, 마냥 실망하진 않고 감정을 해보았다.
[창천신검 획득.] [노룡질주 획득.]‘염병?’
실망하지 않으려 했는데, 기대를 저버린 결과가 나왔다.
창천신검은 이름 그대로 창천이라는 검명이 새겨진 검.
노룡질주 역시 용을 도형화한 문양과 화려한 보석장식으로 치장된 검이었다.
한눈에 봐도 둘 다 범상치 않은 명검임을 알 수 있었지만, 지금 바로 소종천에게 도움이 되는 무구들은 아니다.
‘검만 두 자루라. 당장은 다시 검을 쓸 일이 없는데 말이지.’
언제 또 영웅 뽑기로 검을 쓸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를 위해 금색 등급의 무구를 묵혀두는 것도 아까운 일이다.
‘좋은 무기들이지만 보의처럼 특별한 효능을 가진 건 아닌 건가? 하긴 오색하고 비교하면 안 되지. 내가 아니라 애들 쓰라고 나온 것 같네. 에라이…….’
마침 남궁건과 장자군 두 사람 다 쓰던 검이 손상되었으니, 선물이나 해주고 써먹게 하는 편이 낫다고 여겨졌다.
이름도 창천인 검은 딱 남궁건이 쓰라고 만들어진 것 같다.
노룡질주는 너무 과하게 화려해 장자군의 성격과 어울리진 않지만, 그래도 취향과 다르다고 선물을 거절하진 않을 것이다.
‘결국, 남은 건 영약뿐인가.’
그래도 꽝인 것보단 동료들에게 줄 선물이라도 건지는 게 낫다고 위안 삼으며, 소종천은 영약을 감정해 보았다.
뽑기로 무림최강 12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