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129
55. 보상(3)
동료들에게 비약에 대한 것을 설명하고 나서, 소종천은 일행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누가 먼저 받아볼래?”
소종천의 말에 장자군이 질문을 꺼냈다.
“정확히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거지?”
“뭐, 그렇지.”
“그럼 무언가 잘못될 가능성도 있는 걸까?”
“으음…….”
장자군의 질문에 소종천은 뺨을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정보가 너무 적어서 뭐라 장담할 수가 없네. 설명만 봐서는 분명 영약처럼 도움이 되는 물건이긴 할 텐데. 일단 써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으니.”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혹시나 종천 네가 이미 부여해 준 힘과 충돌한다거나 하면 어쩌지?”
“아……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네.”
이 비약이라는 물건은 일단은 영약과 비슷한 개념이 아닌가 싶다.
내공의 증진 혹은 체질의 개선이라는 효능을 지닌 영약이란, 무림인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닐 만한 보물.
하지만 그런 영약도 사람 또는 상황에 따라 독이 될 수가 있는 법이다.
잠재력의 개화라는 설명은 좋은 쪽으로 해석해도 될 것 같지만,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는 또 모르는 일이다.
장자군의 걱정처럼 심득과 엮이면 괜히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이 게임 시스템 같은 현상을 통해 얻은 것들은, 효능의 차이만 있었지 전부 도움이 되는 물건들이었긴 한데.’
지금까지 능력을 활용하면서 부작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만 했던 능력이었고, 미지의 현상임에도 막연히 자신에겐 안전할 거라는 근거 없는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이것들이 정말로 아무 문제 없이 안전한 것일까?
‘쯧! 이제 와서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것도 웃기는 거지. 어차피 기호지세야. 다만, 내가 아닌 타인에게 적용되는 물건인 만큼 의견은 존중해야 하겠네.’
소종천의 입장에서는 뭐든 얻으면 써보는 게 맞는다고 생각되지만, 다른 사람에게 부여하는 상황이기에 상대의 의사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세 사람 모두 자신이 요구한다면 뜻에 따라주긴 하지만, 동료라는 것이 소유물의 개념은 아니니 싫다는 것을 억지로 시키고 싶진 않았다.
‘이 녀석들이 더 강해지면 분명 도움이 되지만, 마냥 내 사정에 맞춰서 끌고 다니는 게 과연 괜찮은 건가 싶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한사혜가 앞으로 나서며 끼어들었다.
“내가 해볼게.”
“어? 음, 내키지 않으면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야.”
“그렇지만 하지 않으면 아까운 거잖아?”
소종천이 가진 능력에 대해선 동료들도 대강은 파악하고 있다.
결과가 어찌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이대로 새로 얻은 소모품을 구석에 처박아 두는 것은, 그 말대로 확실히 아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에게 실험해 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생길 터.
“나한테 써보고 결과를 지켜보면 돼.”
“혹시나 심득의 힘이 사라진다거나 해도 괜찮겠어?”
“어차피 지금도 간신히 뒤를 쫓는다는 느낌인걸. 난 조금 더 네게 도움이 되고 싶어.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면 위험을 감수할 거야.”
한사혜에 말에 처음 의견을 꺼냈던 장자군의 표정이 결연해진다.
“그 말이 맞네. 내가 몸을 사릴 상황이 아닌데 바보 같은 소리를 했어. 우린 아직도 너무 약하지. 지난번에도 종천 혼자 싸우는 동안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아니, 그거야 오악을 상대로는 당연한 거였는데.”
자책하는 모습에 소종천은 머쓱해하며 손을 내저었다.
아무 것도 한 게 없다고 말은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행들이 잠깐이라도 시간을 벌어줬기에, 권마를 큰 피해 없이 잡을 수 있던 것이다.
자신이 승부를 거는 순간에 일행들이 궁마를 붙잡아 두지 못해 합공을 당했다면, 단순히 내상이 아니라 더 심한 부상을 입었을 터.
그렇게 된 상태라면 궁마 역시 후퇴하지 않고 계속 싸웠을 테고, 죽음이라는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랑 비교해서 부족할 뿐이지 얘들이 어디 가서 무시당할 실력도 아니고. 상대해야 할 적의 수준이 급격히 올라가서 그런 거지, 이 녀석들을 짐짝으로 취급하는 마음은 전혀 없는데.’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것 같아 다독여줘야 하나 싶어 말을 고르고 있자니, 한사혜가 묘한 분위기를 잡으며 슬쩍 몸을 가까이 붙여왔다.
“혹시 문제가 생겨서 내가 쓸모없어지게 된다면…… 내다 버릴 거야?”
“표현을 뭘 또 그렇게 하냐. 만약 지금의 무위를 잃는다고 해도, 이렇게 내 일에 끼어들게 해놓고 나 몰라라 하진 않아.”
“그렇지? 책임져 줄 거지?”
“…….”
어째 순순히 ‘물론이지’ 하고 대답하기가 꺼려지는 느낌의 말이다.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해결해 줄게.”
“칫.”
뭔가 아쉬운 대답이었는지 혀를 차며 샐쭉한 표정을 짓는 한사혜.
소종천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도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아무튼 나서줘서 고맙다. 그럼 사혜부터 시도해서 결과를 확인해 보자고.”
한사혜를 대상으로 각성의 비약을 사용했다.
그러자 곧장 알림이 떠올랐다.
[개화하지 못한 재능 수치 확인.] [오성 0.21 근골 0.08 감각 0.14]“아아!”
무언가 자극을 받았는지 깜짝 놀랐다는 듯 몸을 바르르 떠는 한사혜.
이어서 그녀는 자리에 앉아 운공을 행하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뭔가 했더니 재능 수치를 올려주는 거였네.’
단순히 설명만 읽는 게 아니라 직접 사용을 해보고 나니, 각성의 비약이라는 물건에 대해서 직감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다.
재능이라는 것은 보통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능력을 말한다.
하지만 후천적인 훈련에 의하여 획득되는 재주나 능력도 분명히 있다.
완벽한 재능의 개화라는 것은 선천적인 능력에 후천적인 노력이 더해져야 발생하는 것.
그리고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란 있을 수 없기에, 동일한 수련을 해도 성과는 다 다를 수 있다.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게 적절하고 올바른 방법의 훈련이 필요한 거니.’
한사혜는 배경이 나쁘지 않은 만큼 나름대로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무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완벽하게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지나가 잠들어 있는 부분의 재능이 있다는 것.
각성의 비약은 그런 잠재력을 강제로 끌어올려 주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비약의 효과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온전히 체화되지 못한 심득의 존재를 확인.] [체득 속도가 가속됩니다.]‘어라?’
알림을 확인한 소종천은 한사혜를 향해 기감을 집중하며, 새로운 변화가 생기는 것을 지켜보았다.
‘……내력의 흐름이 굉장히 활발해졌어. 이건 꼭 심득을 부여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인데.’
마치 눈덩이를 굴려 커지게 만드는 것처럼, 한사혜의 몸에서 기가 맹렬하게 움직이며 내공이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심득으로 부여되었으나 완벽히 소화하진 못하고 있던 창룡후의 힘이, 비약의 효과로 끌려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창룡후의 내공은 100년에 가까웠었지. 설마 거기까지 도달하는 건가? 그렇게 되면 대박인데?’
내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한사혜를 멍하니 지켜보고 있자니,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손짓이 느껴졌다.
“종천! 나도, 나도 해줘!”
안달 난 목소리로 다급히 말을 내뱉는 장자군.
소종천 정도의 기감을 가진 것이 아니기에 정확히 파악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한사혜가 엄청난 발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알아본 모양이다.
“보니까 딱히 별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지켜보고 나서 하지그래?”
“괜찮아! 딱 봐도 잘못되기는커녕 굉장한 효과를 보고 있잖아!”
“흠. 뭐, 그러자.”
원하는 대로 장자군에게도 비약을 사용해주었다.
비슷한 알림이 또다시 떠오른다.
[개화하지 못한 재능 수치 확인.] [오성 0.26 근골 0.62 감각 0.44]‘오? 사혜보다 훨씬 많이 오르네.’
무재가 뛰어난 한사혜나 희대의 천재인 남궁건에 비하면 재능 수치가 조금 부족하던 장자군이었는데, 이 녀석도 알고 보니 개발되지 못한 숨은 재능이 제법 있는 모양이었다.
‘일흔검의 심득과 동화율이 극상이었던 것도 그 때문인가? 이 자식 의외로 재능충이었구만?’
이어서 한사혜와 마찬가지로 내공의 증가가 이루어졌다.
일흔검의 내공은 80년 정도로 창룡후보단 뒤처지지만, 거기까지만 올라줘도 충분히 굉장한 도움이다.
‘뭐랄까…… 심득의 힘이 게임으로 치면 등급 높은 영웅을 뽑은 것과 마찬가지라면, 비약의 효과는 그렇게 뽑은 초기레벨 영웅을 쭉쭉 레벨 업 시켜주는 경험치 부스터 같은 느낌이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던 소종천은, 마지막으로 남은 동료 남궁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넌 어쩔래?”
대영웅이자 미래의 본인인 창천검성의 심득을 받아들인 남궁건.
비약의 효과가 심득의 힘을 어디까지 끌어올려 줄지는 모르지만, 이미 절정에 가까운 내공을 지니고 있는 남궁건이니 어쩌면 단번에 초절정에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아까도 심득의 힘으로 급성장을 이룬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으니, 비약의 효과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후우…….”
한숨을 내쉰 남궁건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만 혼자 빼는 것도 우습지 않소.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따르도록 하겠소.”
“좋아. 사실 네가 제일 기대되던 참이야.”
남궁건의 승낙에 소종천은 씩 웃으며 마지막 비약을 사용했다.
[개화하지 못한 재능 수치 확인.] [오성 0.18 근골 0.24 감각 0.25]‘와…… 이 자식은 원래도 수치가 높아서 별로 안 오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도 재능 수치가 지금껏 본 누구보다 뛰어났던 남궁건이었는데, 비약을 사용하고 나니 더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근골이 10을 넘어갔네. 이 정도면 무협지에 자주 나오는 천무지체니 뭐니 하는 그런 수준 아니냐?’
운공에 빠진 세 사람의 곁을 지키며, 소종천은 실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로부터 대략 반 시진 가량이 지난 후.
한사혜부터 순서대로 운기를 멈추고 눈을 뜨기 시작했다.
감정을 통해 일행들의 변화를 정확하게 확인한 소종천은 감탄을 터뜨렸다.
“개쩌네…….”
다들 심득의 원주인들이 이룬 경지에 한참 못 미치는 탓에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심득을 완전히 체화했다고 본판이 되는 일행들의 성장이 딱 거기서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창룡후의 심득을 완전히 체화한 한사혜는 그녀를 넘어서서 110년의 내공에 도달했고, 장자군 역시 80년 정도였던 일흔검의 내공보다 높은 100년의 내공을 이루었다.
“종천의 능력은 정말…… 너무 대단해.”
“후우, 이 정도의 힘이라면 짐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더 높은 경지로의 성장을 예상했던 남궁건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축하한다. 이거 잘못하면 따라잡히겠네.”
“이것이 무의 끝이라는 초절정…… 완전히 다른 세상이구려.”
130년의 내공에 도달하며 초절정의 경지를 뚫어낸 남궁건이, 내력을 양껏 끌어올리며 탄성을 내뱉었다.
그런 남궁건을 보며 소종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130년이라. 사혜나 자군이랑 다르게 비약이 심득의 힘을 전부 다 끌어내지는 못했나 보네.’
3갑자에 근접한 내공을 가졌던 창천검성.
그에 비하면 130년의 내공은 격이 꽤 떨어진다.
창천검성의 힘이 워낙 큰 탓도 있을 테고, 다른 둘과 다르게 심득을 부여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이 있겠지 싶다.
그래도 크게 아쉬워 할 일은 아니다.
‘비약이 이렇게 사기템일 줄은 몰랐네. 뿌듯하구만! 이 녀석들 다 내가 키운 거잖아? ……뭐 정확히는 나한테 붙어 있는 게임 능력이 만들어낸 거지만.’
뭐가 어쨌든 간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엄청난 전력 강화를 이루었다.
신뢰할 수 있는 세 사람의 무위가 이만큼 높아졌으니, 앞으로의 행보가 굉장히 수월해질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는 동료들의 안위를 신경 쓴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
절정지경 상위의 무인 둘에 초절정의 무인 하나.
자신 못지않게 괴물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일행들을 둘러보며, 소종천은 만족감이 가득 담긴 미소를 지었다.
뽑기로 무림최강 13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