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144
59. 속가제자(4)
무림에는 수없이 많은 문파가 존재한다.
하나의 성을 대표할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형문파에서부터 동네 무술 도장 수준의 소형문파까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문파도 있고, 특이한 이유로 유수일인을 고집하며 비밀리에 전승되는 문파도 있다.
조희칠은 그중에서도 무림에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어떤 특별한 문파의 제자로, 매우 독특한 성질을 가진 무공을 익힌 무인이었다.
-오오! 드디어 후계로 삼을 수 있는 근골을 지닌 아이를 찾았구나!
특수한 체질을 타고난 사람만 익힐 수 있다는 신비한 문파의 무공.
열세 살이라는 약간 늦은 나이에 스승을 만나 무공에 입문한 조희칠은, 고작 십 년 만에 일류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희칠은 자신이 대단한 신공을 전수받은 행운아인 줄 알았다.
뛰어난 근골을 지닌 아이들을 골라 받아들이는 대형문파에서도, 이십 대 초반에 일류에 들어서는 무인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런 이들조차 대부분 여덟 살 이전에 무공에 입문해 사문의 고수들에게 지도를 받는 것을 생각하면, 조희칠의 성장 속도는 굉장히 뛰어난 축에 속하는 것이었다.
‘딱 거기까지가 좋았지. 제기랄.’
그리고 그 뒤로 30년째.
조희칠은 여전히 일류의 경지에 머물러 있었다.
‘이런 비정상적인 무공인 줄 알았더라면…… 큭, 어차피 다른 선택지가 없었긴 하다만.’
조희칠이 익힌 심법은 무림에 알려진 다른 무공들과 비교하자면 꽤나 기형적인 것이었다.
반 갑자의 내공을 모으는 데까진 굉장히 빠른 속도를 보이지만, 그 이상은 매 순간 절벽을 기어오르는 듯한 난관에 부딪혀야만 했다.
그렇게 평생을 바쳐 오른 경지가 일류 상급에 간신히 걸쳐진 수준.
아직 일류 경지의 끝에도 닿지 못하고 있었으니, 절정 지경의 기준이 되는 1갑자의 벽은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조희칠의 심법이 가진 문제는, 반 갑자 내공을 기준으로 축기가 느려진다는 점뿐만이 아니었다.
내공에 탁기가 많이 섞여들어 양에 비해 질이 매우 떨어졌고, 무공을 펼칠 때 내력이 소모되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그렇기에 동급의 무인을 상대로 실력을 겨룰 경우, 조금만 전투가 길어지면 승산이 바닥을 향해 곤두쳤다.
‘게다가 심법이 아닌 다른 무공들은 전부 변변찮은 것들만 배웠으니.’
심법 외에 스승에게 배운 무공이라곤 도법이 전부인데, 끽해봐야 중소문파의 일반 무공이나 될 법한 수준이다.
대형문파로 치면 기초공보다 약간 낫다 싶을 정도의 무공이니, 비슷한 경지에 오른 무인들 앞에서는 내세우기도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물론 그래도 일류 상급의 무인이라는 것이 어디 가서 대접받지 못할 실력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왕 무에 삶을 바쳤다면, 진정한 고수라 할 수 있는 절정의 경지까진 도달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나마 멍청한 부잣집 늙은이를 속여서 편하게 돈을 벌고 있으니, 조만간 영약을 구해서 절정의 벽을 뚫을 수 있겠지.’
조희칠은 답답하기만 한 내공의 증진 속도를 늘리기 위해, 양심을 버리고 사기를 쳤다.
영약을 구입할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무위를 속이고, 마치 절정고수인 양 행세를 한 것이다.
단점밖에 없어 보이던 사문의 심법이 가진, 유일한 특징 덕분에 가능한 일.
일류의 무인은 반 갑자의 내력으로 어기충검이 가능하고, 절정의 무인은 1갑자의 내력으로 검기상인을 다룬다는 것은 널리 잘 알려진 사실이다.
둘 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사용자의 무기를 강화하는 수법으로, 당연하게도 검기 쪽의 성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그런데 그 두 수법에 대해 위력을 제외하고 구분할 수 있는 차이점을 따진다면, 확연하게 눈에 띄는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어기충검은 말 그대로 검안에 기를 채우는 것이기에 가시적인 현상이 없지만, 검기상인은 유형의 기가 외부로 방출되어 검날에 덧씌워지기에 눈에 보이게 된다.
겉으로 드러난 검기는 보통은 흐릿한 무색의 빛깔을 하고 있지만, 익히고 있는 심법의 성질에 따라 선명한 색을 띠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조희칠이 남에게 경지를 속일 수 있게 된 수단이 생겨났다.
조희칠이 익힌 기이한 심법 탓인지 그가 어기충검을 사용하면, 무기 밖으로 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것이다.
물론 검기처럼 제대로 된 살상력을 가진 기운이 아닌, 그저 탁기가 섞인 내력이 쓸데없이 낭비되기만 하는 기현상이었다.
하지만 얼핏 보면 마치 검기와 흡사한 형태이기도 하기에, 눈속임으로 써먹을 수 있기도 한 능력이었다.
무기를 맞대기 전까진 위력이 들통나지 않으니, 그로 인해 남을 속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조희칠은 이를 이용하여 절정의 무인으로 둔갑했고, 돈 많고 어린 자식을 둔 부자들을 만나 아주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소속을 둔 곳 없는 떠돌이 절정고수인 척하니까 알아서 돈을 가져다 바치니, 이런 쉬운 돈벌이가 또 어디 있겠나.’
절정의 무인이면 대형문파에서도 장로급 인사다.
본산제자로 들어가지 않고서야 그런 고수에게 개인교습을 받을 기회는 없는 것이니, 자식에게 무공을 가르칠 만한 무인을 찾던 어떤 부자에게 거금을 받아가며 초빙된 것이다.
막내아들이란 놈을 대충 가르치며 머무른 지가 이제 2년 차.
그동안 이곳 집구석에서 벌어들인 돈이 상당했다.
단순히 교육비뿐 아니라, 고수와의 인연을 단단히 잡아두고자 하는 마음에 찔러주는 금액이 적지 않았던 탓.
이제 고작 8살이 된 녀석이라 딱히 대단한 교육도 필요 없었다.
아직까지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단 핑계로 기초적인 수련만 시키고 있었고, 제대로 가르친 것이라곤 저잣거리 약장수에게서 몰래 구한 삼류심법 하나뿐이었다.
‘어차피 내 심법은 특수한 체질이 아니면 익힐 수도 없는 것이고.’
행여나 거짓이 들통날까 봐 그동안 집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가지 않고 살았다.
혹시라도 진짜 절정의 무인을 마주쳐 엮이기라도 했다간 큰일이지 않은가.
무가가 아니기에 이곳에는 경지가 높은 무인이 없었고, 그나마 부자의 개인호위가 일류 중간의 경지로 자신보다 수준이 떨어졌다.
밖으로 나가지만 않으면 사기행각이 들킬 염려가 없는 것이다.
직계가족들이 머무는 내당에 거처를 두고 대접을 받으며 지내고 있으니, 어차피 외출하지 않아서 불편한 점은 없었다.
단점이라면 하루하루가 조금 지루하다는 정도.
그러던 차에 마침 외당 쪽에 무언가 일이 벌어진 듯하여, 심심풀이를 위해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상황을 살피다가 끼어든 조희칠은 소종천에게 가장 먼저 출신에 대해 물었다.
혹시라도 상대가 유명한 문파의 소속이라면, 괜히 문제를 일으켜선 안 되기 때문.
“그쪽 소협은 사문이 어떻게 되시는가?”
“소림 무문 출신인데.”
“크흠! 젊은 친구가 말이 짧군. 아니, 그보다 소림이라고……?”
예상 밖의 대답에 조희칠의 눈에 의문의 빛이 서렸다.
‘불문의 그 소림을 말하는 건가? 분명 예전에는 무문으로도 크게 세를 이뤘었다고는 들어봤지만, 지금은 망해서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튼 함부로 건드려서 뒤탈이 날 배경은 아닌 것 같군.’
굉장히 건방진 말투에 혹시나 거대문파의 제자인가 싶었는데, 대답을 들어보니 딱히 손을 봐줘도 문제가 생길 여지는 없어 보인다.
“들어보니 내가 가르치는 아이에게 위협을 가했다는 모양인데, 스승 된 이로서 상관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조희칠의 말에 사람들이 표정이 제각각으로 변했다.
총관은 저 무도한 젊은 무인이 혼쭐이 나는 모습을 보겠구나 생각하며 쾌재를 불렀고, 백무종은 소종천이 크게 다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안색이 어두워진다.
“소협.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물러납시다. 저분은 주인 나리가 직접 모셔온 무인으로 무려 절정에 달한 고수요.”
“푸하핫!”
“……소협?
그래도 걱정하는 마음에 넌지시 귓속말을 전하는데, 소종천은 웃음을 터뜨리며 백무종의 어깨를 툭 쳤다.
“아, 재미있네. 절정급 정도로 지고한 경지라고 하는 건가. 게다가 그마저도 구라잖아? 어이, 그쪽 아저씨.”
소종천은 건들거리는 태도로 조희칠을 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아직 절정에는 도달하지도 못한 것 같은데,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 아닌가? 이 집 사람들을 죄다 속이고 있던 거잖아?”
“뭐라? 이, 이놈이 무슨 헛소리를!”
뜨끔한 조희칠이 얼굴을 붉히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설마 내 경지를 알아봤다고? 그럴 리가!’
그저 보는 것만으로 타인의 경지를 단번에 꿰뚫어 파악하는 것.
그런 게 가능하려면 상대보다 월등한 수준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
‘그럼 최소로 잡아도 저 어린놈이 절정급의 무인이라는 건데, 설마 저 나이에 그럴 리는 없겠지.’
고작해야 약관이나 되었을까 싶은 놈이 절정의 무인일 확률은 지극히 영에 가깝다.
조희칠은 도를 뽑아 내력을 흘려 넣었다.
괜히 상황이 불리해지자 아무렇게나 찔러본 것이 분명하니,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가짜 현상으로 속여 넘긴다면 알아서 설설 기는 모습을 보일 터.
원래 아무것도 모르는 놈보단 어설프게 아는 놈을 속이는 게 더 쉬운 법이다.
그으으응!
도신에 내력을 가득 주입하자 떨림과 함께 도기가 일렁거렸다.
물론 진짜가 아닌 도기처럼 보이는 가짜였지만.
“오오!”
“오늘 참 귀한 구경을 했군!”
“대단하십니다!”
무공을 잘 모르는 총관과 주변의 하인들이 감탄하며 조희칠을 추켜세웠다.
자신의 도를 바라보며 조용히 멈춰선 소종천을 향해, 조희칠은 의기양양한 태도로 선심을 쓴다는 듯 말했다.
“이것에 베이면 단숨에 목이 달아나게 되니, 지금이 잘못을 빌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자, 어쩔 테냐?”
잠시 뒤 소종천의 입이 열렸다.
“과연…… 확실히 다들 속을 만하네. 내가 봐도 겉보기엔 진짜와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이니, 무인이 아닌 사람들은 전혀 구별할 수도 없겠어. 거참, 별 신기한 무공이 다 있구만.”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의심하는 것이냐!”
여전히 태연한 소종천의 모습에 불안감이 든 조희칠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종천은 그에게서 몸을 돌리고, 뒤편에 있던 백씨 부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름이 서향이라고 했지?”
“네? 네.”
“잘 봐둬라. 네가 배워야 할 무공의 완성된 모습이 어떤 것인지, 지금부터 보여줄 테니까.”
“아…… 그런, 하지만…….”
자신은 쳐다보기도 어려운 높은 신분의 고수를 앞에 두고 보이는 소종천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백서향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소종천은 백서향을 향해 씩 웃어 보이고는, 다시 몸을 돌려 소림오권의 기수식을 취했다.
일류에 불과한 사기꾼을 때려잡는 데는, 굳이 눈에 드러나는 권기를 일으킬 필요도 없다.
‘마침 잘되었네. 번쩍거리기만 하고 너무 빨라 잘 알아보지도 못할 절정급의 싸움보단, 일류 수준의 무인을 조지는 광경이 구경거리로는 더 제격이지.’
백서향이 익힌 것과 같은 소림오권으로 겉모습만은 고수처럼 보이는 상대를 최대한 멋지게 쓰러뜨린다.
소종천은 지금의 상황이 백씨 부녀에게 점수를 따기에 딱 좋다고 여겼다.
“노옴! 괜한 객기로 허튼짓할 생각 말고 잘못을 빌어라! 지금이라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면 내 용서해 주겠다!”
불안감이 짙어진 조희칠이 거듭 사죄를 강요했지만, 그딴 말을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아, 예. 일단 몇 대 맞고 이야기합시다.”
소종천은 조희칠을 향해 접근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한 방에 끝내 버려서야 그림이 나오지 않기에, 백씨 부녀가 잘 볼 수 있도록 일부러 전력을 다하지 않고 속도를 늦춰 소림오권의 형을 풀어갔다.
마치 보여주기 위해 합을 맞춘 대련처럼 화려한 동작을 취해가며, 소종천은 문자 그대로 조희칠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뽑기로 무림최강 14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