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148
60. 연맹본부(3)
남궁건과 남궁선호의 충돌은 우려했던 것처럼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저 연맹 측에서 소종천에게 약간의 불평 몇 마디를 전하는 정도.
물론 조만간 절정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무인과 이미 초절정인 무인의 가치는 따질 필요도 없긴 하다.
그래도 소종천은 아직 본부 소속이 아니고, 남궁선호가 본부의 가장 유망한 후기지수인 것을 생각하면 꽤나 후한 처사였다.
마교와의 싸움을 최전방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초절정 무인이라는 것은, 사실상 중원에서 소종천이 유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림에 몇 없는 초절정 무인들은 전부 자신의 권역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고 있으니. 나처럼 고생을 자처하며 이용해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패를 홀대할 리 없긴 하지.’
다른 문파 간의 싸움이었다면 좋게 해결하기 어려웠겠지만, 문제가 된 것이 같은 세가의 사람이라는 것도, 적당히 없던 일처럼 넘길 수 있던 데에 일조했다.
‘그나저나 내 인사임용에 대한 처리가 꽤 늦어지는데? 갑자기 높은 자리를 마련하기가 쉽지야 않겠지만, 너무 미적거리는 거 아닌가?’
무공이 뛰어나다고 다 고위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알려진 소종천의 무위와 오악 중 셋을 격살한 전공은 가벼운 것이 아니다.
아마도 맹주 다음가는 지위나 그에 준하는 권한을 가진 자리를 두고 말이 오가고 있을 터.
어차피 기득권들이 모여 끼리끼리 해 먹는 판에 멀쩡한 사람을 경질시키긴 어려울 테니, 아마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내느라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것이리라.
소종천은 툴툴거리며 자신을 경계하던 송호빈에 대해 떠올렸다.
현 중원 무림에 초절정의 경지로 알려진 무인은 고작 셋.
맹주인 탈혼검선과 점창의 섬전검제, 그리고 개방의 투광개라는 인물이다.
생사가 불분명한 전대의 은거 기인들까지 포함하면 더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확실하게 셀 수 있는 수만 따지면 그렇다.
‘거기에 나에 대한 소문이 퍼지며 이제는 넷이라고 알려지는 참이지. 아직 다른 이들에게 힘을 드러내지 않은 건이 까지 합치면 다섯이지만.’
이번 일로 무위가 어느 정도 공개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남궁건이 초절정의 무인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일류의 극에 달한 남궁선호를 쥐어팼다 하니, 절정에 발을 들인 모양이라 짐작하는 정도가 대부분.
아마 남궁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알려지게 되면, 꽤나 큰 소란이 일어날 것이다.
남궁건은 자신의 가문을 위해 헌신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사실상 소종천 개인에게 소속된 것과 마찬가지인 인물.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이 소종천을 위험하게 여겨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난 그딴 이권 놀이 따윈 관심 없고 마교 놈들이나 때려잡고 싶을 뿐이지만. 맹주 그자가 날 경계하는 건 단순히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려나? 단지 그것만은 아닐 것 같긴 한데.’
연맹의 입장에서 자신 같은 귀중한 자원을 내치려고 하진 않을 거라 보지만, 혹시나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선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송호빈의 무위는 직접 상대해 보지 않아 확신할 수 없지만, 정보창으로 비교했을 때는 섬전검제와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그 노인네와 비슷하다면, 내 쪽의 승산이 압도적이겠지.’
과거 소종천은 섬전검제와의 비무에서 그야말로 아무것도 못 하는 수준으로 처참하게 당하긴 했지만, 지금이라면 결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 확신한다.
소종천은 시스템을 조작해 자신의 정보창을 열람했다.
[이름 : 소종천] [별호 : 멸악권괴] [재능] [오성 6.71] [근골 8.17] [감각 9.03] [내공 13.82] [무공] [반야신공 9성] [철면피 4성] [소림오권 10성] [연대구품 8성] [백보신권 8성] [나한철종 6성] [금정신법 3성] [탄지신통 5성] [불영선하보 8성 [사자후 6성] [금강부동신법 8성] [아라한신권 8성]전체적으로 검제나 검선에 비해 떨어지긴 하지만, 타고난 감각은 앞서고 있으며 내공 수치는 근소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여러 종의 절예를 익힌 덕분에 무공에서도 부족함이 없으니, 이것만 두고 봐도 다른 초절정 무인과 싸울 경우 불리한 점은 없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용린과 용주, 두 개의 보물이 있으니. 비슷한 수준이라면 승산이 아무리 못해도 7할은 되겠지.’
거기에 영웅 뽑기로 내력을 한번 회복할 수단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승률은 더더욱 오를 것이다.
그에 더해 동일한 수준의 조력자인 남궁건이 있으며, 절정 상위권의 장자군과 한사혜도 상당한 전력이다.
이들의 힘이 하나로 뭉치면 아무리 기라성 같은 연맹 본부의 무인들이라 해도 상대할 만하다고 본다.
그래도 설마 그렇게까지 일이 틀어지진 않을 것이다.
‘아무튼 이곳에 오래 머물러 있어봐야 좋을 건 없는데. 다시 한 번 찾아가서 이야기를 해봐야겠네. 다른 이권 따윈 관심 없으니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병력을…… 응?’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어 소종천은 생각하던 것을 멈췄다.
아직 끄지 않았던 자신의 정보창에 위화감이 드는 부분이 있다.
[이름 : 소종천] [별호 : 멸악권괴]‘어, 별호 뭐야? 언제 이런 게 붙었어?’
별호라는 것은 자신이 만드는 게 아니라 타인의 입에 오르내리다가 정해지는 것이다 보니,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멸악권괴.
마음에 든다고 하기엔 미묘한 별호였다.
‘멸악이라는 건 오악 놈들을 해치웠다는 전공 때문에 붙은 모양이긴 한데, 권괴는 뭐야? 좋은 단어 많이 놔두고 하필 괴라니…….’
권법을 사용하니 권이 들어가는 건 당연하지만, 괴이할 괴자는 왜 붙은 건지 모르겠다.
별호에 괴가 들어가는 경우는 대부분 사파의 노고수거나 기행을 많이 저지르는 별종으로 취급되는 경우다.
왠지 이상한 놈 취급받는 것 같아서 억울했다.
‘……아닌가. 잘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들에겐 내가 괴짜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간의 행적들을 돌이켜보면, 누군가와 어떤 분란이 생길 경우 대형문파든 중소문파든 가리지 않고 들이받아 버리곤 했다.
남의 눈치를 따지지 않으면서 내키는 대로 날뛰었다는 말.
게다가 대다수의 무인들이 작은 명성부터 차곡차곡 쌓다가 유명해지는 것과는 다르게, 소종천은 어느 순간 갑자기 무림에 튀어나온 과거의 행적이 불분명한 인물이다.
그런 점들을 다 취합해서 따져보면 괴인 취급을 받아도 할 말이 없긴 하다.
‘그래도 조금 섭섭하구만. 내심 권왕 같은 그럴싸한 별호가 생기길 원했는데.’
앞으로 소종천을 알아보는 이들은 권괴라는 별호를 떠올릴 것이다.
살짝 불만스러운 명칭이긴 했지만 그래도 별호가 붙을 만큼 유명해졌다는 것이니, 기분은 나름 괜찮았다.
다만 유명세라는 것이 꼭 장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명예를 얻자고 무림을 활보하는 것도 아니기에 즐거움이 오래가진 않았다.
‘그런 것보다는 지금은 맹주가 나를 어떻게 대우할지에 관한 점이 더 신경 쓰이는데. 에라이!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답답하고 벌써 며칠이 지났으니, 찾아가서 한 번쯤 더 쪼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생각이 난 김에 바로 실천으로 옮기기로 한다.
연맹의 수장이라는 위치의 인물은 만나고 싶다고 아무 때나 찾아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지만, 소종천이라면 미리 약속을 잡지 않아도 면담을 청할 자격이 있다.
북부지역의 마교 세력 토벌을 위한 실권을 다시 한번 요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소종천은 송호빈을 만나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
* * *
“아무래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군요.”
“아직도? 준비가 되고 있긴 한 겁니까?”
“사람 한둘도 아니고 선배님이 원하시는 규모의 인사 권한을 조정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선배님을 무시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단체의 일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습니다.”
송호빈과 자리를 가진 소종천은 그에게서 그다지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본부의 무인들의 운영 방침은 향후 몇 년 동안의 계획을 미리 수립해 두고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발생하면 조정이 들어가긴 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하기가 애매하군요.”
“한창 말이 많은 북부지역의 마교 세력을 토벌하자는 게 가벼운 일은 아닐 텐데. 총력전을 벌이도록 전 병력을 움직이자는 것도 아니고, 정예 무사단 두엇 정도 지휘할 권한을 달라는 게 그리 어려운 일입니까?”
“본부의 무인들이 맡고 있는 임무가 없는 것이 아닐 진데, 어찌 공백을 고려하지 않고 마음대로 소집할 수 있겠습니까?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으니 조금 더 기다려주시지요.”
성과 없는 지지부진한 대화가 계속 오갔다.
송호빈은 소종천이 요구하는 병력을 내줄 생각이 없었다.
‘북부의 정세가 마냥 평화롭다고 할 순 없으나, 굳이 이런 자에게 실권을 쥐어주며 안정시켜야 할 정도로 어지러운 것도 아니지.’
맹주인 송호빈뿐 아니라 기존의 기득권에 속한 이들 중, 새로운 실세의 탄생을 반기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들은 소종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긴 했으나, 자신의 밥그릇을 나누면서까지 대의를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오히려 연맹이 현재의 덩치를 유지하며 적법하게 이권을 계속 독점하기 위해선, 마교의 세력을 중원에서 완전히 뿌리 뽑는 것은 좋지 않을 거라 여기는 자까지도 있었다.
천마의 잠적 이후 세월이 지나며 마교의 활동이 점점 뜸해지자, 다시 또 그런 혈겁이 벌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안일함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자가 북부지역의 마교 세력을 정리하는 전공을 세우고 나면, 필시 그로 인해 생긴 영향력을 앞세워 자신만의 세력을 갖추려 할 게 분명하다. 아니, 이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
송호빈은 소종천의 행적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는 과정에서, 최근 하남 숭산에 소림무문의 재건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다.
솔직히 송호빈은 오래전 무당파의 수뇌부들처럼 소림에 대한 적개심을 크게 가지고 있진 않았다.
아직 무인으로서 완성되기 전에 천마의 난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소림이 멸문되었으니, 경쟁 상대로 벽을 느낄 새도 없었던 세대인 것이다.
당시에도 굳이 다 망해가는 소림의 재건을 본파가 방해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소종천 저자는 다르겠지. 지금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있지만, 어느 정도 세력이 구축되고 나면 해묵은 원한을 갚으려 들지도 모르는 일.’
본파의 평안에 방해요소가 될지도 모를 꺼림칙한 존재는 미리 싹을 잘라놔야 옳다.
그렇기에 송호빈은 소종천을 허울뿐인 자리에 앉혀두고, 무림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자 했다.
“일단은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선배님께 임시로 특별조사관의 직책과 함께 각 지부의 병력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활동을 하고 계시면 이쪽의 인사관리가 끝나는 대로 지원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송호빈은 소종천에게 듣기에만 그럴 듯하고 영 실속이 없는 제안을 건넸다.
이야기를 들어본 소종천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이 인간이 누굴 바보로 아나…… 본부 병력은 내주기 싫으니 현지의 지부에서 조달을 하라고? 그쪽에서 협조요청을 한다고 제대로 된 병력을 지원해주기나 하겠어? 거기에 기약도 없는 지원을 기다리며 활동하라고 있으라니.’
당장 뭘 해주진 않을 테니 필요한 건 네가 다 알아서 해라, 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첫 대면부터 느낌이 영 싸하다 했더니, 역시나 상대는 소종천과 제대로 된 협력 관계를 맺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꽝이구만. 연맹본부는 조금 다를까 기대했는데, 자리만 높아졌을 뿐이지 여기도 본인들의 이득을 챙기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는 거야.’
잠시 속으로 구시렁거린 소종천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이곳에 머물며 기다려 봐야 좋은 결과가 나오긴 그른 것 같았다.
뽑기로 무림최강 14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