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18
11. 준비 완료
[소림오권 비급 획득.]‘권…… 또 맨몸으로 하는 무공이야?’
새로 얻은 무공은 소림의 권법이었다.
분명 권, 장, 각 같은 무공보다는 검이나 도 같은 병기를 다루는 무공이 더 다양할 것 같은데, 어째 이런 종류의 비급만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래 뭐 권법인 건 괜찮은데, 하필 소림의 무공이라. 이걸 좋아해야 할 상황인지 아닌지 모르겠단 말이지.’
그렇지 않아도 반야신공을 익힌 것 때문에 원래 소림 쪽과 인연이 있었느냔 오해도 받았는데, 소림의 권법까지 사용한다면 빼도 박도 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이게 참 애매하네. 뽑기로 유명한 문파의 무공 비급을 얻어서 사용하면, 나중에 그쪽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때 어떻게 둘러대야 하나?’
지금까진 그런 경우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어찌 될지 모른다.
상승의 무공들은 대부분이 거대문파에서 엄중히 관리하는 문외불출의 비전.
외부인이 익혔다는 사실이 귀에 들어간다면 우르르 몰려와 취조를 당하게 될 것이 뻔하다.
게다가 그런 무공이 하나가 아닌 여러 개에 해당된다면?
무림에서 공적으로 몰려도 할 말이 없다.
‘아직까진 괜찮지만 조심하긴 해야겠는데. 그나마 소림의 무공이면 차라리 사정이 낫나? 이제 무림에서 활동하지 않는다 했고, 절기들 대부분이 외부에 유출되었으니 어찌어찌 익혔다고 해도 의심하지는 않을 것 같네.’
그렇게 여기자니 이번 결과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소림오권 2성 습득.]라고 생각하며 비급을 사용하자마자 기분이 살짝 상했다.
‘에이, 겨우 2성이냐.’
무작위로 습득되는 무공의 성취도.
최대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가장 높은 경우는 4성이었다.
반야신공 같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무공은 전반부라 할 수 있는 5성 정도까지는 빠르게 성취도가 오르는 편이다.
그렇다 해도 2성과 4성의 격차란, 아무리 빨라도 몇 달에서 보통은 족히 년 단위의 수련을 해야 하는 성취도의 차이.
성취도 한 단계를 올리기 위해 들여야 하는 그런 노력과 시간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운으로 결정되는 부분은 관여할 수 없으니 받아들여야지 뭐. 그나마 추영권에서 벗어날 새로운 패가 생겼으니 연습이나 하러 가야겠다.’
그렇게 소종천이 숙소를 떠나 수련장으로 이동하려던 때였다.
“종천.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어?”
방 친구인 장자군이 말을 걸어왔다.
“어? 준비라니?”
“이틀 뒤의 비무말이야. 미시(未時)에 판을 벌인다고 소문이 돌던데?”
말한 적도 없는데 알고 있는 것을 보니, 모용설호가 꽤나 떠들고 다닌 모양이다.
업신여기던 상대에게 어이없이 패배했으니, 여러 사람 앞에서 설욕하고자 하는 수작일 터.
하지만 누가 이길지는 붙어봐야 아는 결과다.
‘원래는 내가 이길 가능성이 매우 적었겠지. 하지만 곽진 교관님 덕분에 녀석의 검법에 대해 꽤나 상세히 알게 되었으니, 지금은 제법 승산이 있을 거야.’
소종천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럭저럭.”
“모용설호는 상당한 실력자인데. 음…… 얼굴을 보니 걱정할 필요 없겠네. 정말 자신 있는 모양이구나?”
“쉽게 당하지는 않을 거야.”
“하하! 그래. 응원할게. 왠지 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네.”
소종천의 대답에 장자군은 보기 좋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툭 건드렸다.
‘역시 괜찮은 놈이라니까.’
지난번에 실력을 겨룰 기회가 있었기에, 장자군은 소종천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반야신공과 뽑기, 그리고 곽진의 지도 덕분에 그때의 소종천과 지금의 소종천은 다른 사람이라 봐도 좋을 정도로 일취월장했지만, 장자군은 아직 그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모르는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종천의 말을 허세라 여기지 않고 진심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보이니, 벗으로 사귀어 볼 만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침 오늘은 오전에 시간이 비어서, 혹시 연습 상대가 필요하진 않을까 해서 말을 걸었던 거야.”
“아? 그래? 나야 좋지!”
장자군의 말에 소종천은 반색했다.
‘혼자 하는 수련보다야 대련이 더 도움이 되겠지. 자군이가 모용설호랑은 다른 방식의 검법을 사용하지만, 검사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연습이 되니까.’
대결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으니, 마침 그전에 새로운 무공이 몸에 익숙해지도록 받아줄 상대가 필요하기도 했다.
자리를 옮긴 두 사람은 잠시 몸을 풀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일단은 각자 몸을 풀자고.”
“그러자.”
소종천은 머릿속에 스며든 소림오권의 지식을 떠올리며 초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소림오권.
이름에 오(五)가 들어가는 이유는, 다섯 종류의 동물 형태를 본 따 만들어진 무공이기 때문이다.
용, 호랑이, 표범, 뱀, 학의 형(形)을 가진 소림오권은 형마다 다른 성질의 무리(武理)가 담겨 있고, 수련법도 제각기 달라 대성하기가 쉽지 않은 권법이었다.
‘추영권보다 확실히 뛰어난 무공이야. 이 정도가 은색이라…… 철면피도 도움이 되는 무공이지만 같은 등급이라는 게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네. 하긴, 색이 같아도 그 안에서 또 고하가 나뉘긴 하겠지.’
일 다경쯤의 시간이 지난 후.
“어라? 지난번과는 많이 다른 권식인데?”
분광검법의 기본 검식을 한 차례 펼치고 납검한 장자군은, 소림오권을 풀어가는 소종천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열었다.
“응. 외우기만 하고 제대로 익히진 못했던 무공인데, 슬슬 수련해 보려고. 추영권 하나만으론 아무래도 부족하니까.”
소종천은 의심을 사지 않도록 핑계를 둘러댔다.
“그렇구나. 확실히 보통 공부가 필요한 무공이 아닌 것 같네. 내가 권에는 조예가 깊지 않지만, 그렇게 다채로운 형을 가진 권법은 처음 봐.”
소림오권이 비록 상승의 절학까지는 아니지만, 과거 소림이 강성하던 시기에도 문파를 대표하는 권법 중 하나였다.
육합권이나 나한권처럼 시중에 풀려 유명해진 소림의 다른 권법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무공.
2성의 성취로 펼쳤을 뿐임에도 장자군이 감탄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어째 이전보다 내공도 두터워진 것처럼 보이고, 그 수갑은 또 언제 새로 구했데? 자신 있는 이유가 다 있었구나?”
외출은 제한되어 있지만 면회가 금지되어 있진 않다.
구하려 한다면 외부에서 물품을 가져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장자군은 소종천이 품질 좋아 보이는 보호대를 착용한 것을 기이하게 여기진 않았다.
“뭐 그렇지. 슬슬 손을 섞어볼까?”
“좋지. 꽤 달라진 것 같은데, 기대되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자세를 잡았다.
시작을 끊은 것은 장자군.
예리한 검극이 소종천의 내밀어진 왼팔의 요혈을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수련용 보급품이 아닌 장자군 개인이 소지한 검이기에, 날카로운 기세가 사뭇 두려움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나도 요사이 제법 노력했다고! 검 앞에서 벌벌 떨 시기는 지났단 말씀!’
캉!
공포에 굳지 않고 침착하게 검을 쳐낸 소종천은, 소림오권 중 표권의 형으로 장자군에게 다가가 손바닥을 내질렀다.
오형 중 가장 민첩한 형을 지닌 표권의 초식은 매섭고 신속하다.
“음!”
전과는 다른 흉흉한 분위기의 초식에 눈을 부릅뜬 장자군이, 검을 크게 휘둘러 소종천의 접근을 차단했다.
무릎을 접고 몸을 뒤틀어 검격의 범위에서 팔을 빼낸 소종천은, 구부린 다리를 펴며 튕기듯이 움직여 장자군에게 달라붙었다.
장자군이 재빨리 검을 찔러 움직임을 봉쇄하려 했지만, 검을 휘감듯이 요동치며 다가온 손이 검로를 비틀었다.
뱀을 흉내 낸 가장 독특하고 떨쳐내기 어려운 움직임을 선보이는, 오형 중 사권의 형.
‘기회!’
적절하게 펼쳐진 사권의 초식과 맞부딪히며 장자군의 몸에 빈틈이 드러났다.
틈이 보이면 그곳을 향해 이빨을 박아 넣는 것이 당연지사.
소종천의 손이 입을 벌린 독사처럼 쏘아져 나갔다.
“흐읍!”
초식 하나를 선보이려던 장자군은 검로가 틀어짐을 인식함과 동시에 식의 전개를 멈추고 몸을 돌렸다.
지잉.
무언가와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검신이 미약하게 진동하며 소리를 냈다.
검명(劍鳴).
일정 수준 이상의 내기가 검에 밀집되며 생기는 현상.
본래 제대로 된 검명은 최소 어기충검의 경지 이후에나 울리는 것이 정상이나, 내력 소모가 큰 위력적인 초식을 사용할 때면 이렇게 작게나마 검명이 울리는 경우도 있다.
검을 회수하며 반 바퀴 회전한 장자군의 옆구리 너머에서 빛살 같은 찌르기가 터져 나왔다.
위기 시에 구명절초로 쓰이는, 분광검법의 후반부 초식 중 하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 말하듯이, 장자군의 검이 소종천을 향해 쾌속하게 다가간다.
드러난 빈틈에 가장 익숙하게 펼칠 수 있는 추영권의 초식으로 빠르게 공격을 가하려던 소종천은, 다급히 몸을 틀며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만 했다.
거리가 떨어지며 잠깐의 대치 상황이 벌어진다.
살짝 들뜬 호흡을 가다듬으며 장자군이 입을 열었다.
“굉장한데? 지난번에는 계속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 상당히 거침없어졌구나?”
“그때 네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고, 이후로도 노력 좀 했지.”
“열흘이나 좀 넘었던가? 그사이에 사람이 이리 달라지다니. 사실은 날 놀라게 하려고 실력을 숨기고 있던 거 아니야? 하하.”
믿기 어렵다는 듯이 웃으며 말하는 장자군의 모습에, 소종천은 피식 실소를 흘렸다.
‘숨길 만한 실력이라도 있으면 좋겠네. 뭐 확실히 그렇게 보일 정도로 달라지긴 했지.’
격이 달라진 내공의 질과 우수한 장비.
거기에 수준 높은 권법까지 추가로 익혔으니 이전과 같을 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수의 가르침을 받은 것이 유효했다.
고작 사흘이 지났을 뿐이지만, 소종천의 현재 수준에 맞게 정확한 조언과 교정을 해준 곽진의 존재.
명문 무가들이 대를 이어 명성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양질의 교육, 즉 시행착오를 잡아줄 스승의 유무에 있다.
고수라고 해서 모두가 남을 가르치는 것까지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종천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곽진은 상당히 유능한 스승이었다.
그런 하나하나의 조건이 합쳐져 상승 작용을 일으켰으니, 짧은 기간임에도 사람이 달라져 보일 만큼 성장한 것이다.
“이제는 정말 제대로 된 권사가 되었구나. 나도 더 진지하게 대련에 임하도록 할게.”
“전에도 말했지만 살살 하자니까. 살살.”
이제 대결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 연습을 한다고 무리하다가 다치면 그야말로 우스운 꼴이다.
그렇지만 장자군은 소종천의 성장에 꽤 자극을 받았는지, 손을 흔들며 살살 하자고 말했음에도 제법 진중한 기세를 풍기기 시작했다.
‘이 친구 불붙었네. 에이 그래! 빡세게 굴러야 실력이 더 늘지. 어디 진지하게 계속해 보자고!’
몸을 사릴까 생각했던 소종천은 마음을 고쳐먹고 내공을 끌어올렸다.
탐색하듯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인다.
검과 수갑이 부딪히는 소리가 끊임없이 수련장에 울려 퍼졌다.
장자군이 연습 상대가 되어준 덕분에, 소종천은 새로 익힌 소림오권에 빠르게 익숙해져 갔다.
* * *
이틀 뒤, 중식 시간이 지나고 다가온 미시(未時).
수련장 한복판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모여들었다.
“아따…… 많이도 왔네. 자기들 공부나 할 것이지.”
백 명은 되어 보이는 인파를 둘러보며 소종천은 혀를 내둘렀다.
황룡단 전체 생도의 절반가량이 고작 싸움 구경을 하자고 모인 꼴 아닌가?
물론 고대로부터 싸움 구경만큼 흥미로운 즐길 거리는 또 드물긴 하다.
다들 혈기왕성한 나이고 무인이라면 비무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으니, 이리 모여든 것도 이해가 가기는 했다.
“이봐! 재미없게 너무 빨리 지지는 말라고!”
“바로 포기하고 항복하거나 하면 실망할 거야!”
이름도 모르는 생도들이 소종천을 알아보고 낄낄거리며 말을 건다.
이미 소종천의 패배는 확정이 났다는 듯한 태도.
권으로 모용설호와 겨뤘던 일이 생도들에게 꽤나 퍼진 탓이다.
모용설호의 주공이 아닌 권으로 대결했음에도, 속수무책으로 밀리다가 어찌어찌 한 번의 반격을 성공시켜 거둔 승리.
그렇기에 대부분은 두 사람이 다른 제한 없이 실력을 겨룬다면, 소종천에게 절대로 승기가 없을 거라 여기고 있었다.
“흠.”
소종천은 그들을 향해 씩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실망시키게 될 것 같은데?”
“우우!”
“에이! 귀한 수련 시간을 포기하면서 온 거라고!”
“근성을 보여라!”
야유하는 이들을 향해 어깨를 으쓱여 보이고는 소종천은 걸음을 옮겼다.
‘포기하지 말고 오래 버티란 말이지. 근데 어쩌냐?’
소종천은 관중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며 생각했다.
‘난 오늘 버티는 게 아니라 이길 생각으로 왔는데.’
준비를 갖췄어도 어려운 상황임은 맞다.
그렇지만 저들이 예상했던 그림이 나오지는 않게 할 것이다.
“이번에도 내가 이겨주지.”
다짐과 함께 소종천은 무대로 들어섰다.
뽑기로 무림최강 1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