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37
23. 새 무공, 새 임무(2)
‘뭐야. 전원이 참가해야 하는 임무도 아니네?’
임무 안내에 관한 벽보를 읽어보던 소종천의 안색이 활짝 펴졌다.
임무를 수행할 지역은 사천성의 악산(樂山) 부근.
마교와의 분쟁이 잦아지며 연맹지부들의 경계도가 최고로 높아진 지금.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흑도의 무리가 있어 제압 및 수색 작전이 수립되었다는 모양이다.
정사 연맹은 정파와 사파 양측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림의 모든 세력이 몸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비율로 따지자면 정파 쪽에서 8할, 사파 쪽에서 6할 정도가 관계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안에 들어가지 않는 나머지 세력들은 열이면 열 중립을 표방하고 있지만, 내부의 사정은 완전히 파헤쳐보지 않고선 아무도 모르는 일.
마교와 결탁하여 끄나풀 노릇을 하거나, 하부 조직으로 흡수되었음에도 드러나지 않게 활동하고 있는 세력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것이었다.
‘황룡단에선 지원자만 받는 거구나. 그럼 굳이 낄 필요가 없지.’
안내에는 연맹 소속의 전투 집단이 주력이 되어 움직이고, 학관의 생도들은 작전이 종료되어가는 시점에만 잠시 개입하게 될 것이라 설명되어 있었다.
학관에서도 사실상 다음 해에 졸업하는 백룡단원들에게, 현장의 분위기와 절차 파악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주된 목표.
청룡단과 황룡단에서는 지원자를 받아 교관의 기준을 통과한 일부만 데리고 가,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분위기를 알게 하는 정도인 듯했다.
“억?”
안내를 전부 읽고 수련이나 하러 가려던 소종천의 얼굴이 썩어들어 갔다.
맨 마지막 줄에 쓰여 있는 이상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
[지원자 외 필수 참여 인원.당진, 진유린, 남궁건, 모용…… 한사혜, 소종천. 이상 8인.]
“뭐야? 내 이름이 왜 들어가 있어?”
대주들의 이름들과 한사혜가 포함된 것을 보니, 성적 우수자들은 강제로 데려가겠다는 뜻.
한데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은 왜 끼어 있단 말인가?
‘안 돼! 내가 가면 분명 또 요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될 거라고!’
분위기만 구경하고 오는 정도가 아니라, 죽어라 발버둥 치며 피똥을 싸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강렬하게 피어난다.
한가롭게 수련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소종천은 허겁지겁 단주인 추오명을 찾아 나섰다.
“교관님!”
“소종천? 무슨 일이지?”
“임무 말입니다! 필수 참여는 대체 뭡니까?”
“글자의 뜻을 묻는 것은 아닐 텐데. 질문의 요지가 뭔가?”
“제 이름이 거기 왜 들어가 있는 거죠?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떻게든 명단에서 빠져야겠다는 생각에 다급하게 말을 내뱉는 소종천.
그런 소종천을 보며 추오명은 덤덤한 말투로 대답해 주었다.
“특례로 투입되었다.”
“왜!”
“……왜라?”
추오명의 굵직한 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무시무시한 압박감에, 소종천은 치솟던 짜증을 억누르며 목소리를 낮췄다.
“왜…… 일까요?”
건방진 태도를 훈계해야 할까 고민하던 추오명은, 한 번은 넘어가 주기로 했다.
“곽 노사님의 추천이 있었다더군.”
“컥!?”
“더 궁금한 점은 노사께 직접 여쭙도록 해라.”
떠나가는 추오명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종천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 양반이 왜!? 어째서 그런 쓸데없는 짓을!’
여태껏 아낌없이 주는 사부의 역할을 맡아주며 도움을 잘 받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이렇게 뒤통수를 맞을 줄이야.
소종천은 어떻게든 곽진의 생각을 돌려놔야겠다 마음먹으며 그를 찾아갔다.
“그래. 노부가 네 이름을 넣어 달라 요청하였느니라. 그런데 뭐가 문제인 게냐?”
“아무래도 시기가 좋지 않잖습니까?”
소종천은 곽진의 추천을 취소시킬 의도로 열심히 혓바닥을 놀렸다.
“연맹의 무사들인 천룡단과 형도회가 나서는 일이다. 생도들이 위험할 만한 일은 벌어질 수가 없으니 염려치 말거라. 게다가 황룡단의 아이들에겐 추가로 인솔 교관이 붙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느니.”
“하지만…… 저는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아직 수련에만 집중해도 충분한데요.”
“허허!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는구나. 네 무위는 지도를 봐주는 내가 잘 알고 있거늘. 앞으로 네가 걸어야 할 길이니, 연맹의 무사들이 어떤 식으로 활동하는지 일찍이 봐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니라.”
“그…… 지난번 마인과 마주친 일로 저도 심적인 충격이 적지 않았고…… 기회가 꼭 이번만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심적인 충격? 심마라도 깃들었다는 말인 게냐? 그렇다면 더욱 나가야 할 필요가 있겠구나. 마음속의 의혹은 한곳에 머물며 수련만 한다고 쉬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소종천은 절망했다.
‘망했다!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 않는구나. 아니, 진짜 미친 세상이네? 사지에서 돌아온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이렇게 일을 시켜?’
‘안 돼. 안 바꿔 줘. 바꿀 생각 없어’라는 기색이 역력한 곽진을 보며, 소종천은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부상을 입고 입원하자. 그것밖에는 답이 없겠어.’
너무 과한 반응이다 싶을 수도 있지만, 마인 주창과의 전투를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생도 셋의 머리가 동시에 잘려 나가는 장면을 꿈으로 몇 번씩 다시 보기도 했다.
연대구품을 익히고 난 뒤로는, 그 셋의 머리가 전부 자신의 것으로 대체되는 악몽도 꿨었다.
‘천룡단이니 형도회니 말해봐야 얼마나 잘나가는 무인들인지는 난 모르겠고, 표행 임무 때처럼 어디서 갑자기 위기를 마주하게 될지 누가 알겠어?’
역설적이지만 이건 몸을 상하게 해서라도 학관에 박혀 있는 것이, 몸을 사리는 일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팔을 부러뜨릴까? 아냐, 그 정도로는 어차피 구경만 할 테니 상관이 없다고 끌려갈지도 몰라. 다리를 부러뜨리면 이동에 지장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임무에서 빠지겠지?’
그런 한심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임무 발생!]빠질 생각은 하지 말라는 듯이, 임무가 생성되었다.
생존 임무 이후로 상당히 오랜만에 나타난 새 임무.
[곰 세 마리] [사천의 흑도방파, 삼웅방의 제압 및 색출 작전에 합류하십시오.] [보상 : 청강석 5개, 지급 보물 상자 3개]임무의 내용을 확인한 소종천의 사고가 잠시 멈췄다.
언뜻 귀엽게까지 여겨지는 임무의 이름.
‘삼웅방? 사천이라고 쓰여 있는 걸 보니 동일한 목표는 맞는 것 같은데?’
애초에 학관생도들이 주력은 아니기 때문인지 벽보에서는 목표에 대한 정확한 언급이 없었지만, 정황상 같은 임무를 말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쭉 읽어보니 임무 내용이야 별건 없긴 한데, 보상이 상당하다.
‘……음. 무사들이 많이 투입되는 작전이고 황룡단은 끝물에만 들어가는 정도면, 그렇게까지 위험하진 않지 않을까?’
소종천의 귀가 팔랑거리기 시작했다.
못 본 척 넘어가기엔 보상이 너무 달콤해 보인다.
‘아니, 뭐, 인솔 교관도 붙는다고 하고. 지난번처럼 갑작스러운 위험이 닥친다 해도, 조금 도망치면 다른 무사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 거 아냐?’
스스로에게 이유를 부여하기 위해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다니, 점점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아무리 보상이 좋다 해봐야 일단은 자신의 생명이 가장 중요하기에,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나서 결정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저, 교관님. 그러면 어떤 분이 인솔을 맡게 되는지 아세요?”
“단주인 추오명 교관이 뒤따르지 않겠느냐.”
“그 인솔 교관이라는 거, 혹시 교관님께서 와주시면 안 되는 겁니까?”
“으음?”
추오명도 일류 중에선 명성을 날리는 무인이라지만, 절정의 경지인 곽진이 붙는 것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곽진이 뒤를 봐준다면 걱정하고 있던 그런 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충분히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설마 아무리 그래도 절정의 경지인 마인이 나타나기야 하겠어? 작전에 참가하는 무사도 여럿인 모양이니, 나온다 해도 한 명이라면 어떻게든 되겠지.’
소종천의 발언에 곽진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솔이라. 못할 건 없으나 그러면 너무 오래 강의를 쉬게 될 터인데. 으음…….”
곽진 정도의 위치라면 그 정도 인선에 개입할 입김은 충분하다.
“언뜻 듣기로는 교관님은 작년에도 두문불출하시고 계속 학관에서만 생활하셨다고 하던데요? 이참에 바람 한번 쐬러 다녀오시죠?”
“허허, 늙은 몸을 움직여봐야 고생만 하느니라.”
“에이, 그러지 마시고…….”
보상은 꼭 챙기고 싶은데, 그러자면 곽진을 움직여 안전을 확보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
‘거, 외로운 노인네 마음 좀 살살 녹여봐야겠구만.’
소종천은 되지도 않는 애교까지 섞어가며, 곽진에게 인솔을 맡아달라고 꼬드겨 보았다.
“왜 그런 얼굴로 몸을 배배 꼬는 게냐? 징그러우니 그만두거라. 아침에 먹은 것이 넘어올 것 같구나.”
“……네. 죄송합니다.”
역효과가 나는 것 같아 금방 그만두어야 했다.
‘멀쩡한 얼굴인데 왜들 자꾸 뭐라 하냐. 참나…….’
슬쩍 투덜거리고 있는데, 결국 마음이 동하긴 했는지 곽진의 승낙이 떨어졌다.
“녀석 참. 알았다. 하면 그 부분은 내 추 교관과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마.”
‘그렇지!’
곽진이 함께해 준다니 한시름 놓인다.
외부로 나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곽진의 곁에서 떨어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소종천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거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 *
“이번 임무에 지원할 생각이야.”
숙소로 돌아온 소종천은, 방 근처에서 장자군에게 붙들려 잠시 상담 비슷한 것을 하게 되었다.
“어, 그래?”
“아직도 그때…… 를 생각하면 숨이 막히는 기분이지만, 검을 놓지 않는 이상 극복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마침 사천이면 고향과도 가깝고, 기분 전환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최근 수련에 집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듯하더니, 어느 정도 마음을 잡아가는 모양이다.
“보니까 종천 너는 필수 참여 명단에 있던데? 축하해. 아마 윗분들에게 주목받는 듯한데, 확실히 처음과 달리 엄청나게 실력이 늘었잖아. 너.”
“뭐…… 운이 좋았지.”
“하하! 세상에 운이 좋아서 강해지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하여간 겸손한 친구라니까.”
여기 있는데요.
소종천은 차마 반박은 하지 못하고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영호 녀석도 다시 일어서면 좋겠는데.”
“음.”
초영호의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오른손잡이가 왼팔을 잃은 것이니 아예 재기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나, 장애를 끌어안고 상승의 경지를 노리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도 사실.
같은 일을 겪었으나 역경의 크기는 제각각이니, 누군가는 주저앉고 누군가는 다시 일어선다.
초영호는 이미 마음이 꺾인 것으로 보이니, 학관에서 그를 마주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
‘임무에 다녀오고 나면 퇴관 조치가 되어 있을지도. 미운 놈이었지만 안타깝네.’
좋은 기억은 하나도 없던 관계였지만, 소종천은 초영호에게 닥친 시련이 그를 완전히 망가뜨리지 않기를 짧게 기원했다.
* * *
나흘 뒤.
인원 편성이 끝난 황룡단의 생도들이 임무를 나섰다.
인솔 교관 곽진 외 생도 열일곱 명.
총 열여덟의 인원이, 성도인 남창을 지나 강서성 최대의 담수호인 포양호로 향했다.
목적지인 사천까지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경로가 그곳에 있기 때문.
포양호의 북안에 위치하며, 강소에서 안휘를 거쳐 호북과 사천을 관통하는 중원 최대의 물길.
장강(長江)의 수로를 이용하기 위해, 황룡단의 인원들은 부지런히 발을 움직였다.
뽑기로 무림최강 3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