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47
28. 너는 몇 점이냐?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곽진을 남겨두고, 황룡단은 새로운 인솔 교관을 따라 학관으로 복귀했다.
마인들과 최종적으로 대치한 황룡단에선 사망자가 나오지 않아,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알지 못했었다.
나중에 듣자니 형도회의 인물들과 가까운 곳에서 행동했던 청룡단과 백룡단은,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해졌다.
워낙 큰 사건에 휘말린 탓에, 학관의 분위기는 한층 더 가라앉아 있었다.
한동안은 외부 임무가 제한될 거란 이야기가 돌았다.
한 번은 몰라도 두 번 연속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당연한 결정이긴 했다.
‘음…….’
소식을 들은 소종천은 그런 상황을 반겨야 할지 어떨지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했다.
‘계속 이렇게 위태로운 상황을 겪어야 한다면 나가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하지만…….’
위기가 있어야만 큰 폭으로 성장을 할 수 있으니, 마냥 안전만 추구하는 것도 옳다고 하긴 어렵다.
학관의 생활로는 더 이상 임무가 발생하지도 않을 것 같고, 특히 새로 개방된 영웅 뽑기를 확인하려면 업적 점수라는 것도 필요하지 않던가.
‘내가 피하고 싶다고 그런 사건들이 다 피해지지도 않을 것 같고.’
안전을 챙긴다고 일일 보상만 찔끔찔끔 챙기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대규모로 마인들이 학관을 습격해 오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
절대적으로 안전한 장소란 곳은 어차피 없다.
소종천은 마지막에 발생했던 임무의 설명 문구를 다시 떠올렸다.
계속 행동함으로써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라.
어쩌면 사건을 몰고 다니는 그런 상황들이, 오히려 빠른 성장으로 인해 자신의 목숨을 지켜주는 구원 줄일지도 모른다.
‘하아…… 그럼 뭐 이대로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으면, 학관을 뛰쳐나가기라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긴 해도 사실상 쉬운 선택은 아니기에, 소종천은 일단 평상시처럼 터덜터덜 수련장으로 향했다.
여러 일을 겪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수련은 딱히 달라진 게 없다.
‘계속 큰일을 겪고 나니까 이 짓도 조금 지루하네.’
몸에 익은 소림오권을 펼치며 수련을 반복하고 있자니 살짝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급박한 위기 속을 오가다 일상으로 돌아오니 괜히 어색한 느낌이랄까.
‘곽진 교관님이 안 계시니 저녁에도 할 일이 없고…… 음?’
가볍게 몸을 풀고 있던 소종천은, 이쪽을 향해 접근하는 인기척을 느끼고 동작을 멈추었다.
흰색의 무복을 입은 몇 명의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백룡단? 상급 생도들이 왜 여기에?’
뭔가 싶어서 보고 있자니, 백룡단의 생도들이 소종천의 앞에 서며 입을 열었다.
“네가 소종천이냐?”
“그런데?”
“이놈! 선배님들 앞에서 어디 반말을!”
“…….”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백룡단원의 모습에, 소종천의 입매가 뒤틀렸다.
교육 장소가 다르기에 평상시에는 활동반경이 겹치지 않아 만날 일이 없던 타 단의 생도들.
학관 중심에 위치한 의룡전에서는 몇 번 상급생들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따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처음이다.
‘존대…… 를 쓰는 게 맞긴 하네. 에이 씨.’
학관을 졸업하고 나서는 능력대로 자리를 찾아간다지만, 생도로 있는 중에는 연차에 따라 위아래가 갈릴 수밖에 없다.
그간 눈이 높아진 탓인지 백룡단의 생도들이 딱히 윗사람이란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음. 제가 소종천이 맞습니다만, 무슨 일이신지?”
소종천의 질문에 백룡단의 생도가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요즘 이름이 조금 떠돈다 싶으니 아주 시건방지군. 이래서 어린놈들은…….”
“……허.”
끽해야 두 살 더 먹은 놈이 한다는 소리에, 소종천은 기가 차서 입을 쩍 벌렸다.
“널 보고자 하시는 분이 계신다. 따라와라.”
“누군데요?”
“이놈이 그래도! 오라면 올 것이지 말이 많아!”
“끄응.”
소종천은 인상을 썼다.
‘좋게 설명해 주면 어디가 덧나기라도 하냐?’
하급 생도가 상황을 따지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여기는 걸까?
하지만 아무리 선후배 사이라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지 않겠는가.
“거, 무슨 일인지 알려주지도 않을 거면 그냥 가시죠?”
“뭐, 뭐라고!?”
복귀 이후로 여기저기서 질문공세에 시달렸던 것을 생각하면, 어차피 용건은 들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또 마인들에 대해 궁금하다고 불러대는 거겠지.’
딱히 아쉬울 것도 없는 몸이다.
소종천은 백룡단원들에게 저리 가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몸을 돌렸다.
“수련해야 돼서 바쁩니다. 용건이 있으면 찾는 사람보고 오라고 하세요.”
“이놈! 어린놈의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이래서 요즘 것들이란!”
앞뒤로 막아서며 빽빽거리는 백룡단원들.
소종천의 가느다란 인내심의 끈이 ‘툭’ 하고 끊어졌다.
“아니, 같잖게 자꾸 나이 타령이야? 누가 들으면 몇십 년씩 차이 나는 줄 알겠네! 밥 몇 그릇 더 먹었다고 꼰대질하지 말고 좀 꺼져!”
“뭐, 뭐라고!”
계속 짜증 나게 구는 태도에 욱해서 존댓말도 치워 버린다.
소종천의 반응에, 백룡단원 세 사람은 몸을 푸들거리며 무기에 손을 가져갔다.
“시기가 어수선해지니 학관의 기강마저 바닥에 떨어졌군!”
“선배에 대한 존경심은 어디로 간 거지? 건방진 놈!”
“끌려가는 게 소원이라면 바라는 대로 해주마.”
“후우…….”
소종천은 슬쩍 한숨을 내쉬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악산에서의 전투로 생도들 앞에서 남다른 무위를 보인 덕분에, 더 이상 황룡단에서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황룡단에서 가장 강한 것은 소종천이 아니냐 하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
그럭저럭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남궁건을 제외한 세 명의 대주들은, 소종천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진 않을까 싶어 오히려 눈치를 보며 피해 다닌다.
‘그런데 조용해지나 싶었더니 이제는 상급생이 와서 건드리네.’
역시 가만히 있으려 해도 뭔가 자꾸 일이 발생한다.
그래도 이 정도는 마인들과 마주쳤던 경험과 비교하면 귀여운 수준이긴 하다.
“백룡단원이라고 해서 황룡단원을 마음대로 오라 가라 할 권한은 없는 것으로 아는데.”
힘으로 억누르겠다면 오히려 대응하기 편했다.
소종천은 소림오권의 기수식을 취하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존경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거지. 뭐 댁들이 나한테 맡겨둔 건 아니잖아?”
“이놈이 끝까지 주둥이를!”
백룡단원 하나가 도를 뽑으며 달려들었다.
십 대의 나이는 무엇을 배우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할 수 있는 나이.
나름대로 기재라고 불리는 재능 있는 아이들만 모이는 잠룡학관에서, 2년의 격차는 쉽게 좁힐 수 있는 것이 아니기는 하다.
그렇기에 백룡단이라는 위치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조연일은, 자신이 건방진 후배 놈을 어렵지 않게 무릎 꿇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쩌다 이름이 알려졌다지만 그래 봐야 황룡단원이지!’
조연일이 생각하기에 소종천의 유명세는 거품이 껴도 너무 심하게 낀 것이었다.
별것도 아닌 임무에서 우연히 마인을 마주했고, 그냥 그 현장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뿐 아니겠는가.
별거 아닌 작은 힘이나마 보탰을지는 몰라도, 주축이 되어 활약을 했다고 하는 소문은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제대로 된 문파 출신도 아닌 놈이 그만한 실력을 가졌을 리 없어.’
조연일은 소종천의 정수리를 칼자루로 내리찍었다.
청룡단원도 아닌 황룡단원을 상대로는, 자신의 도법을 쓰는 것조차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
뭉툭한 손잡이 끝이, 소종천의 머리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흐억?”
깜짝 놀란 조연일이 멍청해 보이는 소리를 내뱉었다.
딱히 내력을 과하게 실은 것도 아닌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건방진 후배를 훈육하려다 머리를 박살 내버린 것으로 착각한 조연일이, 큰 충격을 받고 멈춰 있는 동안.
연대구품을 펼쳐 신형을 나눈 소종천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머지 백룡단원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헉!”
“무슨!”
당황하는 두 사람을 향해 여덟 개의 신형이 쏘아지며 주먹을 휘둘렀다.
‘단번에 제압해야 해.’
이미 황룡단 생도들의 규격을 벗어난 소종천이다.
백룡단원이라 해도 하위권에 속하는 인원들인지, 소종천이 보기에 세 사람은 딱히 상대하기 어렵겠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세 명을 혼자 상대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기에,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한순간에 처리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이런 종류의 무공을 상대해 본 경험이 없던 백룡단원 두 사람이,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도 못하고 분신들의 공격에 두들겨 맞았다.
빠바바박!
“꺽!”
“으윽!”
절반은 환영뿐인 가짜이지만, 절반은 내력이 담겨 실체가 있는 주먹이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조연일이 뒤를 돌아봤을 때는, 이미 동료들이 바닥에 쓰러지고 난 후였다.
“어엇! 뭐, 무슨 짓을 한 거냐!?”
“후우…….”
연대구품을 5성 최대치까지 사용하느라 내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간 소종천은, 잠시 비틀거리던 신형을 바로 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몇 차례 호흡을 하며 과한 운용으로 들끓어 오르는 기혈을 진정시킨다.
“이놈! 사술! 사술이구나!”
“사술? 거 참…….”
펄쩍펄쩍 뛰면서 외치는 조연일을 보며, 내부를 안정시킨 소종천이 씩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말이 심하시네. 이래 봬도 불가 정종의 무공인데.”
“헛소리 집어치워라! 네놈의 정체를 알았다!”
조연일이 이를 드러내며 외쳤다.
“그런 괴상한 사술을 쓰다니! 마교의 앞잡이가 틀림없구나! 그러니 마인들을 만나고도 멀쩡히 돌아왔겠지!”
“……뭐?”
소종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난번의 사건에서 마지막으로 마인을 쓰러뜨리는 결정타를 가한 것이 누구인데, 저딴 소리를 한단 말인가.
소문을 듣고 찾아왔으면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를 할 만큼, 조연일은 황룡단원 따위가 자신보다 위에 있다는 현실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새끼가 선 넘네?”
본인보다 아래라 여긴 후배에게 혼쭐이 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한심하긴 해도 심정을 이해해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인과 목숨을 걸고 싸워 살아남은 자신에게 마교를 가져다 붙이다니?
특히 이쪽 동네에서 마교의 끄나풀이니 앞잡이니 하는 말은, 부모님의 생사 여부를 들먹이는 것에 못지않은 욕설이나 마찬가지다.
소종천은 적당히 상대해 주고 말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버렸다.
“내 모두에게 네놈의 민낯을 확실히, 헙!”
소종천의 주먹이 조연일의 몸을 파고들었다.
정면에서 마주 보고 있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이었기에, 늦지 않게 반응한 조연일은 도를 들어 공격을 막아냈다.
깡!
“끅!?”
하지만 권격에 실린 기운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하고, 신음을 흘리며 뒤로 밀려난다.
뒷걸음질 치는 조연일을 쫓으며, 소종천은 주먹을 연달아 내질렀다.
깡! 카앙! 쾅!
수갑과 칼날이 부딪히며 점점 커다란 소음을 만들어 냈다.
“윽! 컥!? 자, 잠깐!”
“똑바로 서라, 선배야.”
소종천이 지닌 내공은 황룡단원뿐만 아니라, 백룡단원들과 비교해도 충분히 웃도는 수준이다.
쉬지 않고 들이받는 싸움소처럼 달라붙는 소종천의 연격에, 조연일은 온몸이 진탕되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공의 우위를 앞세운 우악스러운 주먹질의 반복에, 결국 조연일은 손아귀가 찢어져 도를 놓치고 말았다.
뻐억!
“꿹!”
소종천의 주먹이 복부를 파고들자, 조연일은 비명과 함께 쓰러지며 배 속에 있는 것들을 게워냈다.
“별것도 아닌 게 성질을 건드려.”
토사물에 얼굴을 파묻는 조연일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소종천은 손을 탈탈 털어내고 돌아섰다.
그런 그의 머릿속으로, 하나의 알림이 떠올랐다.
[업적 점수 90점 상승.]‘……어럽쇼?’
소종천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뽑기로 무림최강 4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