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49
28. 너는 몇 점이냐?(3)
내공의 양과 질, 어느 면에서나 일반적인 백룡단원들을 앞서고 있는 소종천이다.
내력을 앞세워 힘으로 찍어 누르는 공격은, 단순하지만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이득을 봤을 때 멈추지 않고 파고든다.
자세가 흐트러진 백세연에게, 소종천은 계속해서 후속타를 가했다.
“으윽!”
백세연이 수비 초식을 펼치며 소종천을 떨쳐내려 했지만, 소종천은 우직하게 달라붙으며 거리를 내주지 않았다.
쿵! 꽝!
반복되는 충돌에 백세연의 안색이 하얗게 변해갔다.
‘아악! 무슨 놈의 내력이 이리!?’
분명히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고는 있지만, 충돌할 때마다 파고드는 내력이 몸 안을 뒤흔든다.
설마 황룡단원에게 내공으로 밀릴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이대로는 결국 버틸 수 없겠다 여긴 백세연은, 무리하게 내력을 끌어올리며 세차게 검을 휘둘렀다.
기혈이 약간 손상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어떻게든 상대와의 거리를 떨어뜨려 보겠다는 생각.
콰앙!
‘됐다!’
거센 검격에 주먹을 부딪친 소종천이 주춤하는 사이, 백세연은 뒤로 몸을 날렸다.
이제 간격을 벌렸으니 잠시 숨을 고른 후, 본인이 자랑하는 검초들을 펼쳐 역공을 가하겠다는 생각을 하던 순간.
덥썩.
“악!?”
소종천의 손이 백세연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수련할 때는 항상 방해되지 않도록 묶어두었으나, 반복된 충격으로 인해 정리해 둔 머리가 풀려 흩날리게 된 것이다.
만약 목숨이 걸린 실전이었다면, 검을 휘둘러 붙잡힌 머리카락을 쳐내고 벗어나기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방법을 떠올리긴 했으나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던 백세연은, 결국 생각을 행동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그 대가로 머리카락을 잡아채는 소종천에 의해, 속절없이 앞으로 끌려 나오고 말았다.
“아악! 이거 놓지 못…….”
꽈득!
소종천의 무릎이 소리를 지르는 백세연의 얼굴을 파고들어 코뼈를 박살 냈다.
“끕!”
이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그녀를 강하게 잡아당기며, 훤히 드러난 뒤통수를 손날로 가격했다.
뻑!
“이, 이런!”
“비겁한 놈!”
대련을 지켜보던 나머지 백룡단원들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하니, 실전에서야 어떤 수에 당하던 불평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비무에서 이성을 상대로 저렇게 우악스럽게 행동하는 것은, 그들의 상식과는 크게 어긋나는 모습이었다.
‘비겁은 무슨 얼어 죽을, 죽자고 칼부림을 해대는 마당에 이것저것 따지는 게 어디 있어?’
물론 소종천에게 그딴 상식은 고려할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짓눌린 개구리처럼 퍼져 있는 백세연에게로 백룡단원들이 허겁지겁 다가갔다
“어서 의방으로!”
“내가 데려가겠다!”
“아니, 내가!”
저 옆에 똑같이 자빠져 있는 왕효와는 취급이 많이 다르다.
기절한 백세연을 두고 잠시 투덕거리던 백룡단원들.
결국, 어떻게 합의를 보았는지, 그들 중 한 생도가 백세연을 품에 안고 자리를 벗어났다.
“큰일이야. 대주가 알게 되면 지랄, 크흠! 크게 난리를 칠 텐데.”
“우리까지 불똥이 튀게 생겼군.”
자기들끼리 뭔가 대화를 주고받던 남은 두 사람이, 이윽고 분노에 찬 눈으로 소종천을 쏘아보았다.
“무도하기 짝이 없는 놈!”
“곱게 돌아갈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한 두 사람을 향해, 소종천은 손바닥을 내밀어 보였다.
“두 분이 동시에 절 상대할 생각은 아니겠죠?”
“뭐? 당연히 네놈을 혼내주는 것은 나 하나로 충분하다!”
“아니, 이번엔 내가 나서도록 하지.”
두 생도가 서로 자신의 차례라고 떠들어대는 모습을 보며, 소종천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순서는 두 분이 알아서 정하시고. 저는 잠시 운기 좀 하겠습니다.”
“뭐야?”
“설마 치사하게 연달아 비무를 치르느라 지친 후배를 바로 공격하실 겁니까?”
태연하게 말하는 소종천의 밉살스러운 모습에, 두 사람의 안면 근육이 파들거린다.
“큭!”
“이놈…….”
하나 상급 생도의 입장에서 청룡단도 아닌 황룡단원을 상대로, 그 말처럼 체면이 상하는 짓을 할 수는 없었다.
결국, 백룡단원들은 소종천이 내력을 회복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봐야만 했다.
‘푸하! 이게 누워서 떡 먹기 뭐 그런 건가?’
일대일로는 누구와 싸워도 질 것 같지 않은데, 선배랍시고 계속 사정을 봐주니 웃음이 터져 나올 지경이다.
소모한 내력을 전부 회복하고 만전의 상태가 될 때까지, 소종천은 아무런 방해 없이 운공을 할 수 있었다.
“빌어먹을 놈!”
“오래도 걸리는구나!”
“아이고, 감사합니다. 자자, 줄을 서세요.”
그리고 그런 친절의 대가로.
자리에서 일어난 소종천은 두 사람에게 순서대로, 뼛속까지 울리는 강맹한 주먹질을 선물해 주었다.
“후우…….”
주위가 조용해지자 알림이 떠올랐다.
[업적 점수 100점 상승.]‘전투 상황이 완전히 마무리되어야 정산이 되는 건가 보네.’
중간에 내력을 회복하기 위해 휴식을 취할 때는 잠잠하더니, 백룡단원들이 다 쓰러지고 난 이제야 점수가 오른다.
소종천은 알림을 확인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네 명을 쓰러뜨리고 100점의 업적 점수가 올랐다.
앞에서 세 명을 상대하고 90점이 올랐던 것을 생각하면, 조금 낮은 듯한 수치.
‘업적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걸지도?’
계속 동일하게 점수가 오른다면 1,000점을 모으기가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점수가 점점 낮아진다면 나중에는 어찌 될지 모르겠다.
머리를 긁적거리던 소종천은 일단 황룡단의 거처로 돌아가기로 했다.
한 명씩이야 상대하기 어렵지 않았지만, 네 번 연달아 전투를 거치니 피로감이 느껴지긴 한다.
‘적지…… 라고 표현하긴 좀 이상하지만, 아무튼 여기서 마음 편히 쉬기는 조금 곤란하니까.’
잠깐 정도는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할 필요를 느꼈기에, 소종천은 그쯤에서 백룡단의 구역을 빠져나왔다.
* * *
“그러니까, 셋이 가서 사이좋게 두들겨 맞고 왔다?”
백룡단의 일번대주를 맡고 있는 위수광은, 다 죽어가는 얼굴로 돌아온 단원들을 보며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면목 없습니다.”
“조금 방심하고 있다가 괴상한 무공에 당해 버렸습니다.”
소종천을 데려오려 했던 세 사람이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였다.
황룡단이나 청룡단과 달리 백룡단까지 오르고 나면, 내부의 규율이 더욱 엄격해진다.
그렇기에 대주와 대원들 간의 상하관계가 명확하게 나뉘는 편.
같은 생도의 신분이라 해도, 상급자로 대우해 높임말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윗사람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세 사람은, 불편한 심정으로 위수광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흠. 꽤나 대단한 후배인 모양이군.”
악산의 사건 이후로 시간이 조금 흐르긴 했지만, 백룡단의 분위기는 아직 상당히 침체되어 있었다.
임무에 참가했던 백룡단원 몇 명이 악산의 일에 휘말려 희생되었기 때문.
그 와중에 황룡단에서는 사망자가 한 사람도 나오지 않고, 오히려 사건의 해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와 관심을 가지던 차였다.
소문의 주인공을 만나볼까 싶어 사람을 보냈는데, 이런 식으로 충돌이 빚어질 줄이야.
선배의 부름이면 당연히 따를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불찰이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들의 수준이 백룡단 내에서는 떨어진다지만, 황룡단원 한 명에게 당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데.’
떠도는 소문의 진위 여부는 어떨지 몰라도, 일단 실력만큼은 확실한 모양이었다.
위수광은 검집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고민에 빠졌다.
시작은 단순히 호기심에 의한 호출이었으나, 일이 묘하게 틀어졌다.
백룡단원들이 황룡단원 한 명에게 당해서 쓰러졌다는 것은 심각한 불명예다.
목격자가 아예 없다면 모를까.
황룡단의 수련장에서 대놓고 얻어터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왔다니, 그냥 넘어갈 수도 없다.
‘골치 아프군.’
자신의 지시로 벌어진 일이니 직접 나서서 수습해야 맞긴 하다.
하지만 백룡단의 일번대주라는 위치는 학관의 생도 중 최고를 논할 수 있는 자리.
황룡단원 한 명과 엮인 일로 일일이 움직이는 것도 체면이 상하는 행동이다.
타닷!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생각하고 있는 위수광의 귓가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대주님. 보고 드릴 사안이…….”
“음?”
고민하던 위수광에게로 파벌에 속한 생도 한 명이 다가와 귓속말을 건넸다.
“칠 조가? 허! 그놈 참, 확실히 보통 물건이 아니군.”
전해진 소식에 위수광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지금까지 계속 거론되고 있었던 그 황룡단의 망나니가, 백룡단의 구역에 들어와 비무를 치르고 돌아갔다는 이야기.
조연일 삼인방이 당하고 돌아온 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사이에 직접 백룡단에 침입해 일을 벌이고 돌아갔다?
무슨 생각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하나는 확실했다.
“우리 후배에게 백룡단이 꽤나 얕보인 모양이야.”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내뱉는 말에, 앞에 있던 세 사람은 더욱 안절부절못하게 되었다.
“그…… 저희가 다시 처리하겠습니다!”
“방심해서 당했을 뿐이니, 이번에는 어떻게든 놈을 끌고 오겠습니다!”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듯한 세 사람을 보며, 위수광은 손을 들어 보이며 그들을 막아 세웠다.
“됐다. 굳이 우리 쪽에서 힘쓸 필요도 없으니. 칠 조면 황보 놈의 파벌이었지?”
위수광의 물음에, 소식을 전하러 왔던 생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백세연이 있는 조입니다.”
“아? 설마 백세연도 놈에게 당했나?”
“그렇습니다.”
“그럼 더 볼 것도 없군. 어차피 황보 놈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잠깐 상황을 좀 지켜보도록 할까.”
백룡단 이번대주 황보우빈.
남들 앞에선 신경 쓰지 않는 척 하면서, 뒤로는 몰래 백세연과 분홍빛 기류를 풍기던 녀석이다.
원래도 성정이 불같은 놈이니, 소식을 듣고 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위수광은 일단 이번 일을 방관하기로 했다.
일번대주라는 자신의 위치라면 엉덩이가 무거워야 정상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황보우빈마저 황룡단의 그놈에게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면, 그때에나 직접 앞에 나서는 것을 고려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위수광이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있던 시점에.
“뭐? 무슨 개소리야?”
이번대주인 황보우빈에게도 같은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다.
“황룡단 생도가 우리 애들을 두들겨 팼다고? 내가 지금 귀가 이상한 건가?”
“그…… 난데없이 나타나서 비무를 신청했다고…….”
“비무? 따로 무슨 은원 관계라도 있는 거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 그나저나 기습을 당한 것도 아니고 정상적인 대결에서 넷이나 당해? 대체 뭐하는 병신들이야? 이름이나 읊어봐.”
황보우빈의 말에, 소식을 전한 단원은 소종천에게 당한 이들의 이름을 늘어놓았다.
“왕효, 백세연, 기…….”
“잠깐! 세연이? 백세연이라고?”
“예.”
“어떤 개잡놈의 새끼가! 백세연은 많이 다쳤나? 응?”
“정확히는 보지 못했지만, 얼굴이 조금…….”
“헉! 얼굴이 상했다고? 끄윽…….”
시시각각으로 얼굴이 변하던 황보우빈이, 이내 표정을 관리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 이름이 뭐랬지?”
“소종천입니다.”
“소종천? 어째 들어본 거 같은데?”
“최근에 제법 자주 거론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임무에서…….”
“아아! 맞아. 황룡단에 주먹 좀 쓴다는 녀석이 있다고 했지? 제법 남자다운 놈이 들어왔나 싶었는데, 감히 내 식구들을 건드려?”
이야기를 전해 들은 황보우빈은 씩씩거리며 외쳤다.
“그놈, 그냥 둬선 안 되겠군. 찾아서 아주 묵사발을 만들어놔야겠다!”
백룡단의 두 대주의 머릿속에, 소종천이란 이름이 특별하게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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