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5
4. 황룡단의 관심 종자
소림 최고의 절기 중 하나인 반야신공.
과거에는 소림의 장문제자 정도에게나 전수되는 신공이었지만, 소림의 무맥(武脈)이 끊기고 모든 절기가 유출된 지금에 와서는 만룡각으로 흘러들어와 먼지나 마시는 신세다.
고수를 배출하는 문파는 대체로 이미 고수가 많은 거대문파고, 고수의 제자가 아니고선 고수가 되기 어렵다.
뛰어난 재능과 피나는 노력은 기본이고, 거기에 온갖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스승의 가르침이 겹쳐져야 새로운 고수가 탄생한다.
반야신공은 소림이 강호 최고의 문파로 군림할 때에도 성취를 본 이가 드물었던 심오하고 난해한 무공.
깨달음을 공유하기는커녕, 불가 쪽의 가르침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사람도 없는 잠룡학관에서 익히기엔 부적절한 무공인 것이다.
소종천은 추오명이 왜 심각한 태도를 보이는지 대충 이해했다.
그리고 동시에.
[임무 : 군계일학(?)을 완료했습니다.] [감정서 7개 획득.]임무가 완료되었다.
“지랄.”
사람들의 주목을 어떻게 받아야 하나 했는데, 이런 식으로 임무를 해결할 줄이야.
어이가 없어서 무심코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그리고 주변의 공기가 싸늘해졌다.
“지금…… 나한테 한 소리인가?”
추오명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예? 엇! 아닙니다!”
오해받을 상황임을 인식한 소종천이 화들짝 놀라며 부정했지만, 이미 수습하기에는 늦었다.
추오명과 눈을 마주친 소종천은 오금이 저리는 것을 느꼈다.
‘와 씨, 눈빛으로 사람 죽이겠네. 이게 살기라는 건가……?’
“소림의 비사를 거론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군 그래. 소림 무공을 선택한 것도 그렇고, 그쪽과 무언가 연이라도 있던 모양이지?”
추오명은 너를 씹어 먹겠다는 듯이 이를 드러내며, 딱딱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소종천 생도. 다 계획이 있어 한 선택이라고 믿겠다. 앞으로의 성취를 지켜보마.”
소종천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찍혔네. 나 지금 주옥된 거 맞지?’
조용히 다른 생도들 틈에 묻혀서 뽑기 시스템을 통한 성장에 대해 알아보며 지내려 했는데, 첫날부터 뭔가 제대로 꼬인 것 같았다.
살짝 울고 싶어지는 기분이었다.
* * *
“어째 처음부터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보이긴 했다.”
“…….”
“부족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무공을 선택하는 과정인데, 대뜸 내공심법을 새로 익히겠다니 무슨 미친 짓이야?”
벽을 보고 앉아 있던 소종천은, 들으라는 듯이 비난의 말을 늘어놓는 초영호의 목소리에 한숨을 삼켰다.
‘망할. 난 그 부족한 단점이 내공심법이다 이 자식아!’
빽 소리를 지를까 싶었지만, 괜히 말다툼을 벌여봐야 좋은 답이 돌아올 리 없기에 속으로만 투덜거린다.
“자자, 그만해. 교관님 말대로 뭔가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 소림의 무맥이 끊겼다지만 무공 자체가 전부 폐기된 것은 아니니 배울 수도 있는 거고, 종천 너는 원래부터 불가 쪽의 무공을 익히고 있던 모양이지? 그렇다면 납득이 되잖아?”
같은 계열의 무공이라면 새로 시작한다 해도 기존의 무공과 완전히 상충되는 것이 아니니, 아주 처음부터 익히는 것과는 다르다.
장자군의 질문에 소종천은 차마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말없이 벽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쳇! 아무리 그래도 지금부터 새로운 심법을 익혀서 졸업할 때까지 성취를 볼 수나 있겠어? 아니, 졸업은커녕 내년 청룡단 진급조차 무리일걸?”
잠룡학관의 교육 과정은 총 3년으로, 황룡단과 청룡단 그리고 백룡단의 과정을 거친다.
입관을 했다고 안심할 수 없는 것이 매년 심사를 통해 진급 여부를 결정하기에, 이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유급 같은 것도 없이 그대로 퇴관을 해야 했다.
무사히 졸업까지 마치는 인원은 채 반도 되지 않기에, 고만고만한 무인들 사이에선 청룡단 혹은 백룡단 과정 경험자라는 간판을 내걸기도 한다.
“심법을 새로 익히는 건 근본을 갈아엎겠다는 말과 다를 게 없잖아? 평가 항목에 임무에서의 조별 성적이 포함되는 건 다들 알 거 아냐? 하필 이런 짐 덩어리와 같은 조가 되다니!”
“그만해 영호.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아직 다들 실력도 보지 못했는데, 나중에 임무에서 종천이 활약하게 될지 어찌 알고 그래? 진정 좀 하라고.”
“……에잇.”
초영호는 툴툴거리며 몸을 돌렸다.
그렇게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여전히 한사혜는 아무와도 말을 섞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 정좌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이제 좀 조용하네.’
초영호가 입을 다물자 방 안이 평온해졌다.
분위기가 가라앉고 나자 소종천의 머릿속에 임무를 통해 획득했던 감정서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무색 영약이라는 걸 감정해 봐야지? 정신없어서 잊고 있었네.’
소지품창을 띄워 감정서를 누르자 알림이 나온다.
[감정 대상을 선택하십시오.]뽑기로 얻었던 무색 영약을 감정하려는 순간.
“……나도 근본을 바꿀 수 있다면.”
굳게 닫혀 있던 한사혜의 입이 열렸다.
“아?”
“엇?”
방 안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한사혜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남자들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그녀에게 향했다.
[감정 성공.]“엑!?”
다른 이들도 움찔했지만 소종천이 가장 놀랐다.
감정서가 엉뚱한 곳에 사용되었기 때문.
[이름 : 한사혜] [별호 : 없음] [재능] [오성 7.03] [근골 9.12] [감각 5.97] [내공 2.02] [무공] [혈사심법 ?성] [혈사조 ?성] [사영보 3성]‘감정이 사람한테도 써지네.’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한사혜에게 눈길을 주긴 했지만, 설마 인물의 감정이 가능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나저나 능력치가 나보다 훨씬 높잖아? 동갑내기인데 이렇게 차이가 나냐.’
유일하게 8점 후반인 감각수치만 소종천이 앞설 뿐, 나머지 능력치는 한사혜가 더 우월했다.
특히 9점이 넘어가는 근골 수치는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
‘분명 무공 실력이 대주로 뽑힌 다른 아이들과 비슷하다고 하긴 했었지? 저 정도 수준의 재능이 내 또래에서는 높은 편이라고 보면 되려나.’
무협 소설을 보면 뛰어난 고수가 근골이 뛰어난 아이를 제자로 받아들인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한사혜도 가장 높은 수치가 근골인 것을 보면, 아마 무공을 익히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치는 재능이 근골인 것은 아닌가 싶다.
아무튼, 엄한 곳에 감정서를 쓰긴 했지만, 인물 감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비교 대상이 생긴 덕분에 얻게 되는 정보도 있으니 이득이라면 이득이었다.
‘무공은 사영보라는 것만 성취도가 표시되네? 감정으로 모든 걸 파악할 수는 없다는 건가.’
대부분의 무공은 숙련도에 따라 1성에서 10성까지로 성취를 나누며, 10성으로 익힌 무공은 대성(大成)을 이뤘다고 흔히들 말한다.
3성의 사영보 외엔 성취도가 물음표로 표시되는 걸 보니, 감정에도 뭔가 제한이 있는 모양이었다.
‘감정서를 소모하긴 하지만 인물 정보를 이리 쉽게 파악할 수 있다니. 현실은 현실인데 이런 부분은 또 비현실스럽네.’
소종천이 감정을 통해 떠오른 정보창을 살피고 있는 동안, 초영호는 태도를 바꾸며 한사혜를 향해 말을 붙였다.
“흠흠! 한 소저. 방금 뭐라고 말씀하셨소?”
“…….”
뭔가 말을 했었던 한사혜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다시 입을 꽉 다물었다.
“큼! 아, 목이 마르군. 물이나 좀 마시고 올까.”
무시당한 초영호는 민망함에 얼굴이 달아오른 채,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방을 나섰다.
소종천은 정보창을 닫고 다시 소지품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는 정말 영약 감정을 해봐야지.’
감정서를 다시 사용해 무색 영약을 대상으로 지정했다.
[감정 성공.] [30년 하수오 획득.]영약이라기에 은근히 기대했는데 생각과는 다른 이름이 등장했다.
‘하수오? 영약이라기에는 너무 급이 딸리잖아.’
하수오.
약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법한 흔한 약초였다.
‘하다못해 산삼도 아니고 하수오라니. 역시 무색은 제일 쓸모없는 등급이었던 건가.’
30년 된 하수오라니 약효는 좋을 것 같지만 그래도 영약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소종천은 소지품창에 나타난 하수오의 정보를 확인했다.
[30년 하수오] [흔하지 않지만 흔한 하수오다.]‘하! 설명 꼬라지 좀 보소. 근데 이걸 어떻게 먹지?’
영약답진 않지만 어쨌든 섭취를 해야 하는 종류일 텐데, 소지품창에서 꺼낼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상상으로 만들어낸 손가락으로 찔러가며 확인해 보니, 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이 소지품창에서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0년 하수오를 사용하시겠습니까?]‘당연히 사용해야지.’
글자들을 보며 긍정을 표하자, 새로운 알림이 생겨났다.
[내공 0.01 상승.]“오!”
뱃속에서 무언가 뜨끈뜨끈한 기운 같은 것이 느껴지다 사라졌다.
정보창을 보니 1.36이던 내공의 수치가 1.37로 증가되어 있었다.
‘영약이라더니 쥐똥만큼이나마 내공을 올려주기는 하는구나. 하수오 같은 흔한 약초로 정말 내공이 오르다니. 실제가 아닌 게임 시스템에 속한 물건이라 그런 거겠지?’
0.01은 솔직히 매우 적은 수치라 생각되지만, 무색 등급의 물품인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만약 뽑기를 통해 더 높은 등급의 보물들을 획득할 수 있다면, 분명 훨씬 큰 성장폭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가 되었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무력의 성장은 필수인데, 강해지려면 역시 뽑기가 답인 건가. 일단 매일 보상을 받고 오늘처럼 임무가 계속 생겨난다면…….’
남들처럼 피땀 흘리며 수련을 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게임 속 세상으로 던져졌다면, 게임 캐릭터를 키우는 것처럼 편리하게 성장했으면 싶은 마음이다.
‘그래도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 일단 교관에게 찍히기도 했으니 뭔가 하는 모습은 보여야 할 것 같고.’
할 일을 마친 소종천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반야심공을 떠올렸다.
‘대박이라고 생각했는데 꽝이라니. 끄응…… 이게 그렇게 익히기 어렵다고? 확실히 구결이라는 것들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보이긴 했지만…….’
어차피 한번 등록한 무공을 다른 것으로 교체할 수도 없다.
이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선택한 것을 파고들어야 한다.
‘얼마나 어려운지 시도나 해보자.’
전체적인 구결은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초반부에 적혀 있던 진기의 운용법은 복잡하긴 해도 외우긴 외웠었다.
‘그러니까…… 임맥(任脈)의 회음혈(會陰穴)부터 독맥(督脈)의 태단혈(兌端穴)로…….’
호흡을 통해 받아들인 기운이 의지에 따라 몸속을 돌며 움직인다.
‘은교혈(龈交穴), 승장혈(承漿穴) 그리고 충맥(衝脈)을 지나 음유맥(陰維脈)에서 양유맥(陽維脈)으로…….’
아무것도 없이 이 세계에 발을 디뎠다면 이름조차 알지 못했을 혈도와 경락들.
몸에 남겨진 기억이 아니었다면, 심법에 익히려고 시도하기 전에 한참을 공부부터 해야 했을 터다.
이미 10년간 내공을 쌓은 경험이 있기에 기를 다루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단지 호흡과 기의 운용을 한다고 해서 심법을 익혔다고 말하진 않는다.
무공을 배웠다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성취인 1성을 이루려면, 반복적인 진기 운용을 통해 단전에 기단을 형성해야 한다.
소종천은 기를 들이마시고 내쉬길 반복하며 반야신공의 수련에 집중했다.
시간이 흘러, 날이 바뀌고 새벽이 찾아왔다.
[일일 접속 보상을 지급합니다.]“흡!?”
수련을 하느라 늦은 시각에 잠이 들었던 소종천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알림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뽑기로 무림최강 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