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50
28. 너는 몇 점이냐?(4)
[일일 접속 보상을 지급합니다.] [보상 500은 당첨!]매번 정확한 시간에 떠오르는 알림에, 소종천은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끄응. 잘 잤다. 500은이라, 오늘은 꽤 많이 주네.’
보상을 확인하고 일어나려는데, 알림은 그것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누적 접속 보상을 지급합니다.] [보상 돈오의 서 1개 당첨!] [보상 3청강석 당첨!]‘엥?’
무슨 일인가 싶어 어벙하게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누적 접속 보상.
생각해 보니 이전에도 30일 차에 그런 보상을 받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달마다 주는 건가 싶었다가, 다음 달에는 뭐가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잊고 있었다.
‘오늘이…… 그러고 보니 100일 차네.’
날짜를 계산해 보고 나니 이해가 갔다.
나름대로 기념할 만한 숫자이긴 하지 않은가.
기왕이면 달마다 들어오는 편이 더 좋겠지만, 뭐가 되었든 하나라도 더 챙겨주면 고마울 따름.
그런데 청강석이야 익히 알고 있던 재화지만, 돈오의 서라는 것은 또 처음 보는 물품이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생각하며 정보를 확인한 소종천이, 문구를 읽으며 눈을 크게 떴다.
[돈오의 서] [지정하는 무공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 성취도가 한 단계 상승한다.] [사용 제한 : 성취도 5성 미만.]‘뭐야 이거? 진짠가?’
별생각 없이 살펴봤는데 굉장한 물품이 등장했다.
5성 미만이라는 제한이 붙긴 했지만, 현재의 소종천에게는 더없이 유용한 물품이 아닌가?
망설임 없이 바로 돈오의 서를 사용했다.
대상이야 어차피 고민할 것도 없다.
지금의 소종천을 있게 만들어 준 근본이 되는 무공.
4성의 반야신공.
이전에 중복 뽑기로 성취도가 상승했었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 전신에 맴돌았다.
[반야신공 5성 습득.]한 번의 상승으로 끝이었기에, 깨달음의 순간은 금방 사라졌다.
그래도 그 결과는 절대로 가볍지 않았다.
더욱더 크고 꽉 농축된 느낌의 기단이 단전에서 존재감을 내뿜는다.
자리에 정좌한 소종천이 짧게 운기를 해보았다.
‘든든하다.’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표현을 실제로 겪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일반인이었다면 절대로 도달할 수 없었을 경지에 오른 반야신공의 성취로 인해, 소종천의 얼굴이 해탈한 고승의 그것처럼 변해갔다.
하나 그것도 잠시.
‘좋구만. 이제 다른 뽑기도 해야지.’
잡념이 일자 금세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오게 된다.
일일 보상을 받으며 1,000은이 넘어섰기에, 소종천은 자연스럽게 뽑기창을 조작했다.
[인급 보물 상자 1개를 개봉하시겠습니까?]‘오냐.’
재화가 모였으니 하기는 한다만, 인급 보물 상자에서는 대단한 결과가 나온 적이 드물다.
그냥 내공 수치 0.01을 올리기 위해 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소종천은 뽑기를 돌려놓고 신경을 끈 채, 관절을 이리저리 뒤틀면서 몸을 풀었다.
[동색 무공 당첨!]‘어? 무공이네.’
또 무색 영약이나 나오겠지 싶었는데, 동색 무공이 나왔다.
곧바로 감정경을 통해 정보를 확인했다.
[감정 성공.] [백량조 비급 획득.]‘조법?’
무공이라기에 이번에도 소림과 관련된 게 나올까 싶었는데, 어째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무공이 나왔다.
‘조법…… 조법이라. 끄응, 이건 전혀 쓸모없지 않나?’
권법을 주력으로 익히고 있는 자신이 써먹기엔 아무리 생각해도 불필요한 무공인 것 같았다.
등급이 높은 무공이라면 또 모를까, 잘 써먹고 있는 소림오권을 두고 동색 등급의 조법을 쓸 이유가 없다.
‘이걸 버릴 수도 없고…… 아! 잠깐만. 그러고 보니 재활용이 가능했던 것 같은데?’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소종천은 상점창을 띄웠다.
초반에는 감정서를 구매할 때 이용했으나, 감정경을 얻은 이후로는 들어갈 일이 없었던 상점창.
생각해 보면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건이 감정서 하나뿐인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전에는 전혀 사용할 일이 없던 물건들만 있기에, 관심을 끄고 지냈을 뿐.
‘분명히 그게 있었는데…… 아! 여기 있네.’
[무공 합성서] [200은] [세 종의 무공을 재료로 사용하여 무작위로 하나의 무공을 습득합니다. 재료로 삼은 무공들의 등급 평균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며, 낮은 확률로 상위 등급의 무공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스쳐 지나가면서 언젠가는 쓰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기는 했지만, 의외로 정말로 사용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묘하게 무공 비급이 잘 안 뽑히기도 했고, 나온 것 중에도 버릴 만한 무공은 없었으니 합성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
‘뭐든지 경험은 중요하지. 마침 오늘은 운수가 좋은 날인 것 같은데, 이참에 한번 써보자고.’
재료로 쓸 무공도 갖춰져 있다.
반야신공을 익힌 이후로 전혀 쓸 일이 없어진 청명토납공.
소림오권을 주력으로 삼으며 찬밥신세가 된 추영권.
가전 무공들로 어린 시절을 함께한 추억이 담긴 무공들이지만.
‘추억이 밥 먹여주냐.’
어차피 자신의 것도 아닌 기억.
어째 어린아이 모습의 소종천이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듯한 묘한 환상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소종천은 무시하고 냉큼 합성서를 구매했다.
‘일단 재료로 쓸 무공을 익히고.’
[백량조 3성 습득.]곧바로 합성서를 사용하자, 또다시 알림이 하나 떠오른다.
[한번 재료로 소모했던 무공은 뽑기가 아닌 수련을 통한 재습득 시, 합성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그런 경고는 구매하기 전에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 뭐 이번이 처음이니 상관없긴 하다만.’
곧이어 알림이 사라지자, 보유한 무공의 목록이 떠오르며 재료를 고르라는 듯한 표시가 나타난다.
[청명토납공, 추영권, 백량조.]혹시나 뽑기로 뽑은 무공이 아닌 것들이라고 재료로 쓰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다행히 그런 쪽으로 차별은 없는 모양이다.
지정한 세 개의 무공이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연출과 함께 목록에서 사라졌다.
‘삭제된 무공은 어떻게 되는 거지? 구결이나 투로 같은 것들이 아예 기억 속에서 없어지는 건가?’
결과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며 재료로 사라진 무공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자니, 이내 알림이 떠올랐다.
“뭐……?”
넋 놓고 알림을 바라보다가 창을 닫았다.
말없이 가만히 서 있던 소종천은, 천천히 추영권의 기수식을 취해보았다.
‘되는데?’
추영권에 대한 기억 자체가 사라지진 않았다.
다만, 초식을 이어가려고 하니 문제가 생겨났다.
‘엄청 부자연스럽네.’
무공을 처음 배우며 따라 해보는 것처럼 어색한 기분.
뭔가 덧칠이 되어 지워진 것처럼, 기억이 선명하지가 않다.
게다가 추영권을 사용한다고 의식할 때마다, 내공의 수발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뚝뚝 끊기는 느낌을 받았다.
억지로 펼치려고 하면 할 수는 있겠으나, 이대로는 실전에서 써먹는 것은 무리다.
‘어차피 두 번은 합성할 수도 없다니 굳이 다시 익히려고 할 필요는 없긴 한데…….’
삭제된 무공들을 확인해 본 소종천은, 이어서 다시 알림을 쳐다봤다.
잠시 눈을 돌렸던 현실과 다시 대면한다.
“하아…….”
이런 종류의 게임 시스템을 많이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흔히 봤을 광경이긴 하다.
버리려고 넣은 재료와 똑같은 결과가 ‘짜잔’ 하고 나타나는 것 말이다.
물론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납득한다고 해서, 기분이 딱히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침상 위에 엎드린 소종천이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이 똥겜…….’
재료와 재화만 날린 결과.
그것도 괜히 더 기분 나쁘게, 처음 얻었을 때보다 성취도가 한 단계 내려가 있다.
한껏 욕설을 중얼거리던 소종천은 잠시 뒤 심호흡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업적 점수나 채우러 가자.’
이 울분을 빨리 해소해야 한다.
소종천은 싸우고 싶은 의욕으로 가득 채워졌다.
* * *
퍼억!
“끄륵…….”
급소에 주먹이 꽂힌 백룡단원이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진다.
다섯 번째의 대전 상대를 처리한 소종천은, 주먹을 털며 주변을 쓱 둘러보았다.
더는 덤벼들 사람도 없다.
‘쉽네.’
상대들이 동시에 덤비거나 했다면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도 없었을 터.
하지만 다들 일대일을 고집하고 운공을 통해 내력을 회복하는 것까지 기다려주니, 너무 긴장감이 없어서 하품이 나올 것 같은 지경이다.
전투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자 알림이 떠오른다.
‘5명에 110점이라. 또 점수가 떨어졌네.’
90점, 100점, 110점.
얻은 점수의 양은 늘었지만, 쓰러뜨린 대상의 수를 생각하면 일 인당 점수는 줄어든 셈이다.
악산에서의 임무 보상으로 얻은 500점을 더하면, 이제 모인 점수는 총 800점.
점수가 점점 내려가는 것이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추세라면 1,000점까지는 그럭저럭 모을 수 있겠거니 싶긴 하다.
소종천은 또 다른 희생양을 찾아 움직였다.
그리고 그런 소종천의 행보는 금방 벽에 가로막히게 되었다.
황룡단원 하나가 분탕을 치고 다닌다는 소문은 이미 전날에 퍼졌기에, 어찌 보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거기까지다, 건방진 놈!”
“으음.”
주변을 둘러본 소종천은 주변이 완전히 포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략 스무 명쯤 되는 인원들이 앞뒤로 길을 막아서고 있다.
그렇지만 딱히 위기감을 느끼진 않았다.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져서 좋네.’
이제까지의 반응과 달리 떼거지로 덤벼든다면 또 모를까, 곧 죽어도 자존심만 산 녀석들이 그럴 것 같진 않았다.
“알량한 실력을 믿고 잘도 까불어대다니!”
“잡문 출신답게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구나.”
“오늘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와…….”
백룡단원들이 내뱉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소종천은 불 위에 던져진 오징어처럼 손발이 오그라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유치하게 보여도 딴에는 진지하게 하는 말일 것이라는 게 더 소름 돋는다.
정신을 공격하는 고도의 술책인가 하며 혼란스러워하던 소종천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환영해 주시는 선배들이 이리 많다니. 거, 더럽게 기쁘네요. 그래서 어느 분이 저를 훈계하시렵니까?”
“나다. 이 새끼야.”
인파 사이로 육중한 덩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옷을 찢고 튀어나올 것 같은 역삼각형의 근육질 상체.
허벅지는 또 무슨 종마의 다리처럼 굵직하다.
울퉁불퉁한 몸의 근육들이, 창으로 찔러도 튕겨 나올 것처럼 보였다.
자신의 머리통만 한 주먹을 쳐다보며, 소종천은 살짝 움찔했다.
‘……아니, 체급이 너무 반칙인데? 17살 맞아?’
약간 인간의 도리를 벗어난 듯한 근육질의 체형을 가진 생도가, 덩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움직임으로 뛰어올라 소종천의 앞에 섰다.
“황보우빈이다. 내 이름이야 들어봤겠지?”
처음 들어본다.
백룡단원은커녕 교관들의 이름도 신경을 안 써서 다 모르는 마당인데, 소종천이 그를 알 리가 없었다.
그래도 어쨌거나 보통 놈이 아닌 것은 확실해 보였다.
“음. 백룡단의 일번대주쯤 되시나?”
소종천의 대답에,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무위만을 놓고 따졌을 때, 이번대주인 황보우빈과 일번대주인 위수광의 실력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오히려 황보우빈이 약간이나마 우세한 정도.
그럼에도 황보우빈이 일번대주가 아닌 것은, 위수광이 백룡단 내에 미치는 영향력에서 앞서 있기 때문이다.
위수광은 연맹 내에서 상당한 입지를 이룩하고 있는 무당파 출신의 무인.
씨족 공동체인 세가 출신의 황보우빈보다 타 문파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큰 편이다.
그렇기에 파벌의 형성에서 이득을 보는 부분이 적지 않게 있었고, 황보우빈은 충분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이인자의 자리에 머물러야만 했다.
“흐흐…… 이놈 봐라?”
황보우빈은 소종천이 정말 몰라서 저런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 주제에 이름을 내세우고 있냐는, 일종의 조롱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황보우빈은, 초면의 후배가 던지는 조롱을 참고 넘기는 성격의 사내가 아니다.
‘분위기가 갑자기 왜 이래?’
순식간에 싸해진 공간 속에서. 소종천은 머쓱한 기분을 느끼며 자세를 잡았다.
조금 더 일반 백룡단원들을 쓰러뜨리며 쉽게 점수를 올려보고 싶었지만, 눈앞의 상대를 피해갈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뭐…… 아무튼 붙어봅시다.”
소종천은 상대를 바라보며 손바닥을 까닥거렸다.
황보우빈의 얼굴에 핏발이 꿈틀거리며 솟아났다.
뽑기로 무림최강 5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