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51
28. 너는 몇 점이냐?(5)
‘자신 있게 말을 했지만, 이거 어렵겠는데.’
소종천은 거암처럼 크고 단단한 느낌을 주는 황보우빈을 보며, 어디를 어떻게 공격하면 좋을지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았다.
무기를 들지 않고 수갑을 착용한 것을 보니 황보우빈 역시 자신과 같은 권사로 보인다.
단순히 같다고 말하고 넘기기에는, 체급에서 심하게 차이가 나지만 말이다.
아무리 내공이라는 기의 힘을 중시하며 다루는 무인들이라 해도, 신체적인 조건의 장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황보우빈의 저 어마어마한 몸뚱이는, 어떤 종류의 무공을 익히던지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백룡단 이번대주 황보우빈이다. 죽거나 병신이 되어도 원망하지 마라.”
무서운 말과 함께 황보우빈이 달려들었다.
곰도 때려잡을 수 있을 법한 힘이 담긴 권격이 밀려온다.
이에 맞서는 소종천도, 소림오권 중 강권에 속하는 호권의 형으로 주먹을 맞부딪혔다.
빠악!
수갑을 착용한 주먹끼리 충돌하며 발생한 충격파로 주변의 공기가 흔들린다.
소종천의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으윽. 역시 정면으로는 안 되는 건가.’
주먹이 저릿저릿하다.
나름 적지 않은 내력을 들이부었는데, 저쪽도 내공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기본적인 체급의 차이를 뒤집기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소종천이 혀를 차며 다시 자세를 잡는 동안.
황보우빈도 조금 놀랐다는 기색으로 소종천을 바라본다.
주먹을 타고 손목을 지나 팔꿈치 부근까지,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충돌의 순간 상대의 내기와 자신의 내기가 뒤섞이며 생겨난 반발력이, 그 정도까지 파고들어 왔다는 의미.
‘내공의 수준이 나보다 아래가 아니라니. 확실히 보통 놈은 아니군.’
황보우빈의 태도가 진중해졌다.
고작, 일 권을 나눴을 뿐이지만 상대의 실력을 알아보기엔 충분하다.
저 소종천이라는 후배 놈은 가볍게 승리를 장담하며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내 호적수는 위수광뿐이라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이런 놈이 나타날 줄이야. 그것도 고작 황룡단에서.’
근육을 한껏 긴장시킨 황보우빈이 다시 한번 걸음을 옮겼다.
가문의 권법 중 하나인 오행패권의 투로에 따라, 황보우빈의 주먹이 움직였다.
힘의 승부로는 이득을 보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소종천이, 용권의 형을 취하며 황보우빈의 권격을 맞상대했다.
부드러움과 강맹한 움직임을 자유롭게 오가는 용권의 초식을 펼치며, 소종천은 상대의 권을 흘리며 안으로 파고들기를 시도했다.
부웅!
‘윽.’
하지만 틈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평범함을 벗어난 육체에서 뻗어지는 권격들은, 범위가 다른 이들보다 체감상 두 배는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이와 어른의 싸움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체격에서 차이가 나니, 뭔가를 시도하기도 어렵다.
원래 그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발달된 것이 무공이라지만, 상대 역시 비슷한 수준의 무인이니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끼기기긱!
수갑의 금속부에서 격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찔러오는 권을 비스듬하게 흘리며 진입하려 했는데, 워낙 상대의 힘이 강하니 약간의 접점으로도 자세가 흔들리게 된다.
‘끄응! 상대할 만할 줄 알았는데, 대주급은 또 다르네. 내공에서는 분명 내가 조금 더 우세한데.’
육체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그걸 활용하는 권법 역시 수준이 높다.
소림오권은 대성하면 충분히 일절로 불릴 만한 뛰어난 권법이지만, 아직 성취도가 높지 않은 소종천으로서는 상황을 유리하게 가져오기가 어려웠다.
일반 백룡단원들을 상대로는 내공의 우위를 앞세워 억지로 타격을 밀어 넣곤 했지만, 다른 단원들보다 수준이 높은 황보우빈에게는 그것도 통하지 않았다.
소종천의 신형이 분열했다.
네 개의 환영과 다섯 개의 실체.
최대치로 펼친 연대구품으로 인해 내력이 쭉쭉 뽑혀 나간다.
‘위력이 되려나…….’
연대구품을 쓸 때마다 그간 계속 승리를 거둬왔지만, 이번에는 조금 자신이 없다.
공격을 시도해 볼 만한 경로들을 가늠하며, 아홉 신형이 황보우빈을 향해 쏘아졌다.
황보우빈은 자신을 포위한 신형들을 보며 흠칫 놀랐지만, 빠르게 침착성을 되찾고 내력을 끌어올렸다.
구르르릉.
주변의 공기가 떨리며 우레가 우는 듯한 소리가 퍼진다.
극성으로 운용되는 내공과 함께, 황보세가의 권법 중 최고의 절기인 벽력신권이 펼쳐졌다.
모든 것을 파쇄하는 강권에 뇌전 같은 속도가 더해져, 적수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위력적인 권법.
지상으로 내려온 벼락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주변을 둘러싼 신형들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쿵!
“끅!”
솥뚜껑 같은 큼지막한 주먹에 맞은 소종천이 신음을 흘리며 나가떨어졌다.
‘망할, 스쳐도 버티기 어렵겠구만!’
일격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쪽의 공격도 분명 제대로 들어갔다.
정강이 안쪽, 등허리, 겨드랑이 아래.
각 부위에 위치한 세 곳의 요혈을 가격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렇지만 위력이 모자라. 이거 이러다가 지겠는데?’
하나 덩치답게 맷집도 뛰어난 황보우빈은 그저 인상을 찌푸리기만 할 뿐, 쓰러질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제법 따끔한걸.”
내기를 돌려 몸 안을 스며드는 충격을 해소한 황보우빈이 입을 열었다.
별거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얼굴은 꽤 심각한 표정.
상대의 내공이 약간이라도 더 깊게 파고들었거나 권격에 조금만 더 무게가 실려 있었다면, 그대로 기혈 일부가 마비되어 무력화될 뻔했다.
‘지금 꺾어놓지 않으면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젊은 무인이라면 누구나 천하제일이라는 칭호를 꿈꾼다.
황보우빈은 적어도 권으로는 자신의 위에 설 자가 없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무공을 단련하고 있다.
한데 지금 눈앞에 자신보다 어리고 재능이 넘쳐 보이는, 미래를 위협할 만한 적수가 나타났다.
마음속에서 음습한 감정이 꿈틀거렸다.
‘망가뜨리고 싶다.’
무인들의 회복력은 일반인을 월등히 뛰어넘는다.
그렇기에 날붙이를 쓰지 않는 권사끼리의 비무에서는, 육체에 영구적인 손상이 남을 정도의 부상을 입는 경우가 드물다.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나, 주위에 보는 눈이 많으니 대놓고 목표로 삼기는 어려운 것.
황보우빈은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괜찮지 않나?’
어차피 관중들은 전부 자신의 편이다.
또래보다 앞서 나간다고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건방진 녀석에게, 조금 과하게 힘을 쓴다고 해서 다른 말이 나오진 않을 것 같다.
황보우빈의 눈에 살기가 서렸다.
생도들 간의 비무 중 생긴 부상으로 무인의 길이 막히는 불행은, 조심하려 한다고 해도 가끔씩 발생하는 사고였다.
아예 목숨을 앗아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팔 하나쯤 완전히 못쓰게 만드는 정도라면?
아마도 적당히 징계를 받게 되고 마무리될 일이었다.
특히나 저런 뒷배도 없는 가문의 나부랭이라면, 징계조차 형식적인 수준으로 넘어가게 될 터.
마음을 정한 황보우빈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새끼. 눈빛 봐라?’
불길한 기세를 감지한 소종천이 눈살을 찌푸리며 자세를 잡았다.
뭔가 꿍꿍이가 느껴지는 눈치이긴 한데, 어떻게 대응하려 해도 상황이 참 난감하다.
‘역시 너무 쉽게 봤나? 대주쯤 되는 녀석은 아직 버겁네.’
연대구품까지 펼치고도 쓰러뜨리지 못했으니 상대를 이길 방법이 요원했다.
더 험한 꼴을 보느니 이쯤에서 패배했다고 고개를 숙여야 할까 싶기도 한데, 자존심이 상하는 건 둘째치고라도 과연 곱게 보내줄까 싶다.
‘사방에 적이니 빠져나가기도 어렵겠고.’
소종천이 다가오는 황보우빈을 보며 항복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순간.
“이게 무슨 소란들이냐!”
구세주가 될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백룡단의 교관으로 보이는 인물이 인파를 헤치며 끼어드는 모습이 보인다.
“황룡단원? 황보우빈! 어떻게 된 일인가?”
“그저 비무일 뿐입니다. 관여치 마십쇼.”
“백룡단의 대주라는 자가 어찌 하급 생도를 상대로 비…….”
교관의 말이 끝나기 전에, 황보우빈은 소종천을 향해 뛰어들어 벼락같은 주먹을 휘둘렀다.
하필 교관이 등장했으니 소종천을 불구로 만들어버리겠다는 계획은 실행하기 어렵게 되었다.
과하게 손을 쓰려고 하면 교관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리 없다.
그러니 개입이 들어오기 전에 최소한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둘 수 있도록, 승패라도 확정 지을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흐읍!”
황소처럼 돌진해 오는 황보우빈을 피해 소종천은 재빨리 옆으로 몸을 던졌다.
‘거기 아저씨! 빨리 이놈 좀 막아주쇼!’
사정을 모르는 교관이 보기엔 백룡단원들이 후배 하나를 붙잡아 두고 괴롭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비무에 끼어들어 중재를 하려들 가능성이 높으니, 소종천은 저기 나타난 교관이 어서 이 곰 같은 놈을 막아주길 기대했다.
치졸한 생각이긴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몸 성히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소종천의 기대대로.
“이놈들이!? 일단 싸움을 멈추지 못할까!”
백룡단의 교관이 두 사람을 멈추기 위해 몸을 날렸다.
다만, 그보다 먼저.
무시무시한 기세의 권격이 소종천의 몸을 짓뭉갤 듯 쏘아졌다.
우르르르릉!
고막을 울리는 뇌성과 함께 황보우빈이 전력을 다해 펼친 벽력신권의 절초가 다가온다.
‘썅!’
감각의 끈이 팽창한다.
피하기에는 살짝 늦은 것 같았다.
소종천은 내력을 잔뜩 끌어모으며 주먹을 당겼다.
상대의 권격을 몸으로 받아내기 전에, 권을 비스듬히 쳐내 직격을 흘려보낼 속셈.
가장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표권의 형으로 전환한 소종천이, 백보신권의 운용을 가미하며 권을 내질렀다.
‘권력을 방출해 일차로 위력을 감소시키고, 이차로 권을 맞대서 최대한 피해를 줄여본다.’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가며 몸이 생각을 따르기 위해 움직인다.
그런데 자세를 잡은 소종천이 권을 내지르려던 그 순간.
두 사람의 사이로 하나의 신형이 끼어들었다.
사내는 백룡단의 교관직을 맡고 있으며, 일류의 중간쯤에 위치한 경지의 무인이었다.
다른 교관들이 적어도 일류의 완성에 가까운 무위를 가진 것을 생각하면, 격이 조금 떨어진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가 백룡단의 교관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전문 분야가 전투가 아닌 다른 곳에 있기 때문.
천리추종객 고한암.
뛰어난 추적술과 쾌속한 신법을 자랑으로 삼는 고한암은, 본인의 장기인 신법으로 두 사람의 사이를 파고들었다.
‘이놈들이 교관을 무시하다니!’
초식들이 맞부딪혀지는 한가운데로 몸을 밀어 넣은 고한암은, 일단 두 손을 흔들며 자신의 장법으로 황보우빈의 권력을 밀쳐내려고 시도했다.
반대편의 황룡단원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백룡단의 대주 중 하나인 황보우빈은, 거의 일류에 근접해 가는 무인.
그가 전력을 다해 선보인 벽력신권의 절초는, 교관이라 해도 급하게 뛰어든 상태에서 가볍게 받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다른 곳보단 이쪽에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소종천을 평범한 황룡단원으로 생각한 고한암으로서는 당연한 판단이었다.
하나 그것이 또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어엇?’
소종천이 휘두른 주먹이 고한암의 무릎에 막혔다.
백보신권을 먼저 사용하며 표권의 초식을 뒤따라 펼치려고 했었기에, 준비 과정에 들어가던 주먹은 별다른 위력을 내지 못하고 멈춰 섰다.
하지만 백보신권의 권력은 이미 주먹을 떠나 통제에서 벗어난 상황.
“컥!?”
고작 황룡단원에 불과한 생도가 격공권이라는 고절한 무리가 담긴 권법을 사용할 것이라고는, 고한암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공간을 뛰어넘어 물리력을 행사하는 백보신권의 권력이, 영 좋지 못한 곳을 스쳤다.
끔찍한 고통에 움찔 몸을 떨며, 고한암이 펼치던 장법의 경로가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틀어졌다.
황보우빈의 권격이 고한암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주먹을 튕겨내며 어깨를 눌러 멈춰 세우려 생각했던 고한암의 손이, 황보우빈의 턱을 후려갈겼다.
“으윽!”
머리가 울리는 충격에 황보우빈이 비틀거리다가 풀썩 쓰러졌다.
이어서 엉거주춤하게 몸을 굽힌 자세로 굳어 있던 고한암이, 한 손으로 가슴을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중요부위를 누르며 무릎을 꿇었다.
“끄…… 으읏…….”
정적 속에서 억눌린 앓는 소리만이 애타게 감돈다.
주위의 분위기가 싸하게 식어갔다.
‘오우야…… 이건…… 일타쌍피라고 해야 되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머뭇거리며 서 있던 소종천에게로, 하나의 알림이 떠올랐다.
[업적 점수 450점 상승.]‘워메.’
백룡단의 이번대주에 더하여 교관까지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한 소종천은, 단번에 올라가는 점수를 보고 입을 벌렸다.
뽑기로 무림최강 5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