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55
31. 무림출두
학관으로 복귀한 소종천이 다급하게 수련장을 향해 뛰어갔다.
시험해 봐야 할 것이 있기 때문.
소종천은 수련장에 도착한 뒤, 곧바로 소림오권의 기수식을 취하고 초식들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항상 연마하던 익숙한 동작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후우…….”
처음부터 끝까지 초식을 펼쳐본 소종천은 숨을 몰아쉬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라면…….’
소림오권의 위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무공 합성의 결과물 덕분이다.
[소림오권 4성 습득.]쓸모없는 무공들을 제물로 삼아 얻은 결과는, 소종천이 가장 많이 수련하고 주력으로 사용해 온 소림오권.
[동일한 무공을 습득한 상태입니다.]무공 습득의 중복에 관한 결과는 익히 알다시피 각성의 시간으로 전환되어, 해당 무공의 성취도 상승을 불러일으켰다.
[소림오권 5성 습득.] [소림오권 6성 습득.]3성에서 6성으로.
위력에 변화가 없다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5성까지의 성취도가 그 무공에 대한 이해를 쌓아가는 과정이라면, 6성 이상부터는 그 이해를 바탕으로 완성을 위해 달려가는 경지이다.
모든 무공에 같은 논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이제 황보우빈 그 불곰 같은 녀석에게도 충분히 타격을 입힐 수 있겠는데?’
소림오권이 6성의 성취도가 된 지금이라면 황보우빈과 충분히 겨뤄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리를 완전히 확신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적어도 질 확률보단 이길 확률이 높을 거란 자신은 있다.
다만 징계동에서 나오자마자 또 사고를 칠 수는 없었기에, 대놓고 백룡단의 구역으로 넘어가 비무를 신청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흠. 그깟 녀석 따위 쓰러뜨리는 게 중요한 목표도 아니고. 기회가 되면 다시 붙어볼 순 있겠지만, 굳이 지금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소종천은 잡생각들을 떨쳐내고 소림오권의 동작들에 다시 한번 몸을 맡겼다.
지금은 다른 것들보다 강력해진 주력무공에 익숙해지도록 감각을 조율하는 것이 급선무다.
새로워진 소림오권의 위력을 음미하며 소종천은 수련에 푹 빠져들었다.
* * *
외출을 마치고 학관의 일상으로 돌아온 다음 날.
“바깥의 분위기는 차츰 나아지고 있는 듯하네. 악산에서의 일 이후로는, 추가적으로 정사 연맹의 세력권 내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발견되지는 않은 모양이더라.”
“꼭 그렇지만도 않소. 산서에 위치한 언가의 관할 쪽에서 마교의 세력으로 보이는 일당과 충돌이 있었다고 들었소.”
“아, 그래? 우리 점창은 산서성까지는 아무래도 영향력이 없다시피 해서. 남궁세가에서도 꽤 떨어진 지역일 텐데, 그쪽은 그래도 소식이 제법 전해지는가 보네?”
식사 시간에 마주쳤다가 시작된 남궁건과 장자군의 대화.
“산동, 하북, 산서까지는 몇몇 세가들이 단합하여 이권을 틀어쥐고 있으니, 우리 쪽의 정보가 더 빠를 수밖에 없을 것이오.”
“하긴 그 위쪽으로는 개방 외엔 다른 대형문파들이 들어서 있질 않으니까.”
소종천은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들 외부에 소식통이 있어. 나만 그런 거 없어…….’
무당, 화산, 개방, 점창.
위의 네 문파는 구파일방의 몰락 이후, 다른 곳들보다 큰 피해 없이 힘을 보존한 세력들이다.
덕분에 지금은 다들 정파를 대표하는 대들보라 할 수 있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평범한 취급을 받지만 나름 점창파의 유망한 인재 중 하나인 장자군은, 바깥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연락망을 가지고 있다.
가문 내에선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진 못하지만, 남궁세가의 직계라는 신분을 이용할 수 있는 남궁건 역시 마찬가지.
그나마 두 사람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소종천은, 그들을 통해 바깥세상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마교의 움직임에 대해선 자잘한 분쟁이 있긴 해도, 점점 조용해지는 분위기인가 보네. 이걸 내가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면 너무 비약이려나?’
이대로 계속 잠잠한 것보단 차라리 뭔가 일이 터져주었으면 좋겠다.
혹시나 슬슬 활동을 재개해도 되겠지 하는 학관 측의 판단에 따라 바깥으로 나섰다가, 조용했던 만큼 누적되어 터져 나오는 사고에 휘말릴지도 모르지 않나.
“그런데 바깥 이야기도 좋긴 하지만, 종천 학우는 계속 그렇게 듣기만 할 생각이오?”
“맞아. 징계 건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쪽이 더 궁금하다고! 백룡단 선배들과 싸웠다는 소문이 사실인 거야?”
가만히 있다 보니 갑자기 대화의 방향이 이쪽으로 향했다.
소종천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그냥 어쩌다 보니 시비가 붙긴 했지. 징계를 받은 건 황보우빈인가 하는 인간하고 싸우다가, 그쪽의 교관까지 끼어들어서 그렇게 된 거고.”
“황보우빈!? 백룡단의 이번대주잖아? 실력으로는 일번대주보다 오히려 낫다는 말까지 있던데?”
“승부는 어떻게 되었소? 종천 학우가 이긴 것이오?”
“교관 때문에 중간에 끊겼어. 어차피 그게 아니었어도 내가 졌을 것 같긴 하지만.”
소종천의 대답에 두 사람이 살짝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그래도 백룡단의 대주는 무리겠지.”
“어느 정도 버터기만 한 것도 대단하오. 황보우빈이라면 다음 대의 권룡으로 뽑힐 가능성이 유력한 권사이지 않소.”
“권룡?”
보통 이십 대의 후기지수 중 뛰어난 무위를 보이는 이들에게, 용이나 봉의 별호가 따라간다.
무슨 무슨 도룡이니 어디의 검봉이니 하는 별호들은, 대부분 약관을 넘어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무인들에게 붙게 마련.
소종천이 관심을 보이는 듯하자, 남궁건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권법으로는 무림에서 일절로 통하는 황보세가에서, 여러 차례 권룡을 배출했다는 건 다들 알 것이오. 황보우빈 선배 역시 그 계보를 이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들었소.”
“권룡이라. 그러고 보니 너도 별호가 소검룡이잖아? 그럼 다음 대의 검룡은 확정이나 마찬가지인 거지?”
“크흠!”
소종천의 발언에, 남궁건이 헛기침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과분한 호칭에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오. 검룡의 별호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으니, 당연하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한 자만심이지 않소.”
화산파, 무당파, 점창파.
정파에서만 뽑아도 검을 주력으로 쓰는 대문파가 셋이나 있으니, 남궁건의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남궁세가가 검의 고수들을 많이 배출하는 가문이긴 하지만, 위에 나열된 문파 중 만만하게 여길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당장 백룡단의 일번대주인 위수광 선배만 해도 검룡 후보로 손꼽히는 인물이니, 과연 본인이 그런 명예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소.”
“백룡단의 일번대주? 에이 그 정도야.”
다만 소종천은 남들과 다른 관점을 가졌기에, 남궁건에 대해선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었다.
‘시스템이 대영웅이라고 인정하는 인물인데, 다른 녀석들에게 밀릴 리가 없겠지.’
소종천은 남궁건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내가 일번대주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너라면 충분히 꺾을 수 있을 거야. 나도 지난번은 이번대주라는 그 녀석에게 질 뻔했지만, 이제 다시 붙으면 이길 자신이 있거든?”
“으음. 과분한 기대에 몸 둘 바를 모르겠구려.”
말을 그리 하면서도, 남궁건의 눈빛에 열기가 서렸다.
“하면…… 나 역시 올해 안으로 위수광 선배에게 도전해 그를 꺾어 보이겠소. 그리고 다음번…… 은 무리이고 그 다음번의 용봉 대전에서 참가해, 검룡의 별호도 가져오도록 하겠소.”
“그래! 그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고작 검룡이 뭐야? 내가 보기에 넌 미래에는 검성이라 불리게 될 인재라니까?”
“그건 너무 나갔잖소! 예전에도 그런 괴상한 소리를 하더니…… 낯 뜨거워지니 제발 그만두시오!”
남궁건의 반응에 소종천은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다물었다.
‘그나저나 용봉대전은 또 뭐야? 어디서 들어보긴 했는데. 아, 그 대선배라던 인간!’
일전에 만난 무당파의 무인을 떠올린 소종천이, 눈살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전우해에게서 강탈한 전낭의 내용물.
소종천은 그 안에서, 바깥의 숙소를 잡고 두어 달쯤 놀고먹어도 될 법한 상당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그런데 그 전낭 안에는 돈 외에 다른 것도 들어 있었다.
주먹보다 작은 크기의 아담한 죽통.
무슨 상비약 같은 건가 생각하며 내용물을 확인했는데, 곱게 접혀서 돌돌 말린 고급스러운 재질의 종이가 담겨 있었다.
‘중요한 물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했단 말이지.’
내용은 어딘가의 초청장 같았는데, 분명히 거기에 용봉대전이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소종천은 넌지시 두 사람에게 용봉대전에 관해 물어보았고, 그것이 후기지수들을 대상으로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규모의 대회라는 것을 알 게 되었다.
전우해가 가지고 있던 문서는 예선을 건너뛰고 본선으로 바로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연맹에서 각 문파들에게 소량씩 발급하는 초대장 중 하나였다.
‘그럼 이거 제법 중요한 거 아닌가? 그런데 왜 찾으러 오지 않지? 말마따나 한참 후배인 나한테 그리 털렸으니, 쪽팔려서라도 어디 가서 얘기하기 어렵긴 하겠지만.’
그냥 돈이나 꿀꺽하고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괜히 이상한 게 또 엮인 것 같아 기분이 심란해진다.
폐기해 버리고 모른 척 있어야 하는 걸까?
혹시나 당장 내일에라도 무당파의 무인이라는 자들이 몰려오기라도 한다면?
일단은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가지고 있긴 해야 할 것 같다.
‘음…… 누구한테 자세히 물어보려 해도 사정을 설명하기가 조금 그렇고.’
소종천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고민했다.
사실상 본인이 가진 인간관계에서, 이런 일을 잘 알 만하면서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다.
‘이거 또 사고를 친 건가 싶어서 교관님한테 여쭙기는 참 그렇긴 한데…….’
그래도 마냥 가만히 두는 것도 아니다 싶어, 소종천은 곽진을 찾아가 조심스레 질문을 건넸다.
“저, 교관님. 혹시 이게 뭔지 아십니까?”
“으음? 어디 보자, 용봉대전의 본선진출 초대장이로구나. 그러고 보니 이맘때가 예선전을…… 시작…… 허어! 이게 어째서 네 손에 있는 것이더냐?”
말하는 도중 이상함을 깨달은 곽진의 의문 어린 시선에, 소종천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저잣거리에서 무당파의 무인과 시비가 붙어 어찌어찌 이겼는데, 품 안에서 약통 같은 것이 흘러나와 금창약 같은 건 줄 알고 챙겼더니 이런 것이 들어 있더라.
진실과 거짓을 적당히 버무린 말에, 이야기를 들은 곽진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헛! 무당의 말코 놈들이 난리를 피우겠군.”
“어…… 역시 돌려줘야 하는 거겠죠?”
“그럴 필요는 없느니라.”
“엥? 괜찮은 겁니까?”
의외의 말에 눈을 크게 뜨는 소종천을 보며, 곽진은 보기 드물게 즐거운 티를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그 무당파의 녀석이 초대장을 분실했다고 보고하면 했지, 학관의 생도인 네게 져서 빼앗겼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허허! 이것 참 재미있는 일로구나.”
정파의 가장 큰 세력들로 꼽히는 무당파와 화산파는, 서로 그다지 화기애애한 사이가 아니다.
특히 곽진은 무당파에 대해 썩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구파일방이 와해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힘을 보존한 세력이 바로 무당파였는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마교와의 전쟁에서 그들이 알게 모르게 자신들의 주력을 뒤로 빼돌렸기 때문이었다.
‘다른 전우들이 피를 흘려가며 싸우는 도중에, 무당파는 전황이 불리한 듯싶어지자 졸렬하게 자신들의 세를 보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 그런 주제에 지금은 약삭빠르게 연맹의 터줏대감처럼 행동하고 있으니.’
불쾌함만 남았던 과거의 일을 떠올린 곽진은, 소종천에게 받은 초대장을 품에 넣으며 말했다.
“혹시나 이 일로 무당파에서 너를 찾아오는 이가 있다면, 내가 나서서 처리하도록 할 터이니 더는 신경 쓰지 말도록 하거라.”
“앗! 감사합니다, 교관님.”
문제가 될지 모르는 일을 맡아주겠다고 하니, 소종천은 후련한 얼굴로 냉큼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골칫거리를 해결한 소종천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나간 후.
‘용봉대전이라. 아직은 너무 어려 패배를 겪을 수밖에 없겠지만, 다른 시합들을 관전하는 것만으로도 분명 좋은 경험이 될 터. 총관과 이야기를 한번 해봐야겠구나.’
곽진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무언가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뽑기로 무림최강 5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