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62
33. 대전 종료(2)
과거, 마교의 무리가 중원을 침공하며 총력전을 벌이던 시기.
마교의 교주 천마 강사익이 직접 몸을 드러내어 소림의 총본산을 무너뜨리고, 이어지는 숱한 전투에서 소림의 무승은 거의 괴멸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중원의 넓은 땅덩어리에, 소림의 무를 이은 자가 한 명도 남지 않았을 리는 없다.
한때 정도를 지탱하는 기둥이었던 구파일방의 다른 문파들이 도움을 주었더라면, 소림은 미약한 세력으로나마 재건되어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었다.
“광마의 행적이 묘연해지고 한숨 돌리게 되자, 다들 자신의 잇속을 챙기고자 다른 생각을 품게 된 게지.”
가장 온전하게 무력을 보존한 무당파가 앞장서서 소림의 부활을 견제했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시기에 무당파와 충돌을 빚고 싶지 않았던 다른 문파들은, ‘내실을 회복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소림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소생의 불씨를 직접 짓밟지는 않았으나 하나같이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무림의 안위를 지켜오며 마교의 가장 큰 방해물이 되었던 소림은, 무림을 대표하던 거대문파들의 외면 속에 결국 그렇게 사라졌다.
“지금에 와서 무림의 기둥이라 떠받들어지는 연맹의 세력 중, 소림의 절학들을 받아가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을 터이니.”
칠십이종절예를 비롯한 소림의 비급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필사되어 대형문파들에게 나눠졌다.
하지만 불가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쌓은 내공이 동반되지 않은 소림의 무공은 기존의 위력을 완전히 상실했고, 이후 수십 년이 지났으나 칠십이종절예의 하나라도 제대로 완성시킨 무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못 알아볼 만도 한 건가.’
칠십이종절예는 옛 소림에서도 익힌 이가 드물었던 난해한 무공들이다.
몇십 년 동안 익힌 사람도 등장하지 않았거니와 이것이 원래 소림의 무공이라 당당하게 알렸을 리도 없으니, 비급을 보유한 대형문파들의 제자들조차 그런 무공에 대해 모르는 이가 태반이었다.
대형문파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나머지 중소문파들은, 굳이 심기를 거스르며 망해 버린 소림을 추억하려 하지도 않았을 터.
중요한 정보라면 누군가는 기록이라도 들춰보았겠으나, 이미 무림에서 사라진 소림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가 흔할 리도 없다.
오히려 무당파를 필두로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했던 대형문파들은, 알게 모르게 외부와 내부를 가리지 않고 소림의 과거 흔적들을 지우는 데 힘을 썼다.
구전이 되지 않는 전설들은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졌다.
‘소림의 무공이 마공을 상대하는 데 뛰어난 효과를 가졌다는 건, 당시의 무인들도 다들 알고 있었을 텐데. 아니, 오히려 그래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려나.’
속은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나마 협의를 외치며 모인 연맹의 문파들이 소림의 몰락을 외면한 것은, 그 무공이 자신들의 것이 될 수도 있다 여겼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어…… 그러면 혹시 저 위험한 거 아닙니까?”
대전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무인들은 대부분 젊은 무인들이고, 상헌진인처럼 조금 나이가 있다 해도 소림이 활약하던 시기를 거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곽진 정도의 연배까진 아니라 해도, 소림의 무공을 알아볼 만한 연륜이 있는 이가 아예 한 명도 없진 않았을 터.
‘딱히 그 자리에서 알아본 사람이 없다고 해도, 대놓고 소림권사라는 이름을 달고 출전했으니 소문이 전해지기도 할 테고.’
소종천의 말에 곽진은 살짝 이맛살을 모으며 대답했다.
“원래는 첫 시합에서부터 패배할 것을 염두에 둔 행동이었거늘. 네가 보여준 무위가 내 생각을 한참 뛰어넘어 일이 곤란하게 되었구나.”
소림의 이름이 나오긴 했지만, 별것도 아니었다, 라는 식의 소문을 유도하고자 했었다.
한데 너무 주목을 받아버렸으니, 이름과 얼굴을 숨기기는 했지만 오래 피하진 못할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네가 잠시 보였던 그 이해할 수 없는 무위도, 소림의 숨겨둔 안배인 것이더냐?”
대전기간 도중 느껴지는 내공의 양이 늘었다 줄었다 하질 않나, 현재의 경지에선 행할 수 없는 수준의 무위를 보이기까지 했다.
살 만큼 살아오면서 온갖 기이한 경험을 다 겪었다고 생각하는 곽진으로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언제쯤 물어보시려나 하긴 했지만…… 으음, 이건 이제 적당한 말로 넘길 순 없겠지.’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난감한 문제였다.
게임이니 시스템이니 하는 것을 조리 있게 설명할 자신도 없거니와, 다른 세상의 존재에 대해 밝히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도 의문이다.
결국, 이전까지처럼 정확한 진실은 숨긴 채, 적당히 각색하여 이야기를 풀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초혼술의 일종이란 말인 것이냐?”
“아마 비슷…… 할 겁니다.”
자신에게 다른 사람의 영혼을 불러올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 영혼이 생전에 가졌던 힘을 빌려 쓸 수 있다는 이야기.
비주류이긴 하지만 기문진이나 강시술처럼 무림은 술법이라는 공부가 존재하는 세상이고, 소종천의 이야기는 황당하긴 하지만 곽진으로서도 전혀 납득하지 못할 정도까진 아니었다.
“으음…… 소림에 그런 비술이 있었단 말인가.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눈으로 본 것들이 있으니 마냥 헛소리라 여길 수도 없구나.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일초반식의 무공을 배우기 위해 평생을 바치고, 한 푼의 내력이라도 올리고자 목숨을 거는 이들이 부지기수인 무림이다.
소종천이 밝힌 능력은 그런 무인들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었으니, 제법 친밀한 관계가 구축되어진 곽진조차도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교관님에게 처음 꺼내는 이야기입니다.”
“그래…… 허헛, 초혼이라.”
소림의 진수를 계승했다 믿고 있는 소종천이 아니었다면, 곽진조차 사술이라 여기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을지도 몰랐다.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며 곽진은 입을 다물었다.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강서성으로 돌아가는 걸음이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하루 뒤.
[임무 : 무명 신인을 완료했습니다.] [결과 등급 : 상]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모습을 감춘 소종천은 용봉대전에서 기권처리가 되었고, 임무의 보상 알림이 떠올랐다.
‘의외로 등급이 높게 뜨네. 하긴, 겨우 네 번을 이겼을 뿐이지만 그 정도만 해도 꽤 높이 올라간 거니까.’
아마 본선 참가자의 수가 대충 삼백은 넘지 않았던 거로 알고 있다.
용봉대전은 승자 진출전의 방식으로 진행이 되니, 고작 네 번의 승리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략 상위 2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업적 점수 800점 상승.] [2,000은 획득.] [180금 획득.] [2청강석 획득.] [돈오의 서 1개 획득.]보상 목록이 길게 펼쳐진다.
소종천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오우, 꽤 주는데?’
업적 점수가 단번에 2천 점을 넘었고, 다른 보상들도 상당했다.
재화가 모였으니 뽑기를 돌리지 않을 수 없다.
가장 기대감이 떨어지는 인급 뽑기에서는 역시나 무색 영약이 두 개 나왔다.
[내공 0.01 상승.] [내공 0.01 상승.]후다닥 사용해 버리고 지급 뽑기로 눈길을 돌린다.
그간 일일 보상으로 가끔 나왔던 금이 70개가 남아 있어, 지급 뽑기 역시 두 번을 돌릴 수 있었다.
[은색 무공 당첨!] [동색 영약 당첨!]‘무난하네.’
감정을 통해 결과를 확인했다.
[십사수매화검법 비급 획득.] [100년 백수오 획득.]‘어라.’
영약이야 흔히 보던 것이지만, 무공이 조금 묘한 게 나왔다.
‘화산파 검법이네.’
소종천은 슬쩍 곁눈질로 곽진을 살폈다.
‘하필 나와도…… 어차피 검법을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으니 상관없긴 하지만.’
합성 재료로나 쓰지 않을까 싶지만, 괜히 눈치가 보여서 비급은 일단 그냥 두고 영약만을 사용했다.
그리고 마지막.
가장 중요한 뽑기가 남았다.
[천급 보물상자 1개를 개봉하시겠습니까?]드디어 10개가 넘어선 청강석을 소모해 천급 뽑기를 시도했다.
화려하게 장식된 원판이 나타나며 빙그르르 돌아간다.
‘햐…… 다시 봐도 사람을 홀리는 색이야.’
은색과 금색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휘황찬란한 오색의 칸만이, 소종천의 시선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 연속으로 천급 뽑기에서 오색 등급이 당첨되는 행운은, 아쉽게도 허락되지 않은 모양이다.
[금색 무공 당첨!]‘아…….’
금색 등급도 충분히 좋은 결과이지만, 안타까움에 탄성부터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라지는 원판을 보며 소종천은 입맛을 다셨다.
‘저걸 언제 또다시 보냐. 이놈의 청강석…… 얻기도 쉽지 않은 것을.’
괜히 기분이 착잡해져 한참을 툴툴거리던 소종천은,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결과물을 감정했다.
[탄지신통 비급 획득.]‘으음. 탄지신통이라?’
이 역시도 소림 칠십이종절예 중 하나로, 꽤나 이름이 알려졌었던 무공이었다.
기로 이루어진 기환을 만들어 손가락을 튕겨 쏘아 보내는,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무공.
‘이름이야 무협 소설에서 몇 번 보기야 했는데, 실용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네.’
소종천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비급을 사용했다.
[탄지신통 2성 습득.]“으음…….”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지식을 탐독하던 소종천은, 뭔가 애매해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뺨을 긁적거렸다.
‘뛰어나긴 뛰어난 무공인데. 써먹을 수가 있으려나 싶네.’
기를 응축시켜 방출하는 무공답게, 연대구품이나 백보신권처럼 내력의 소모가 상당한 무공이다.
탄환으로 기를 사용하기에 무형무음의 공격이라는 굉장한 장점을 가지긴 하지만, 2성의 성취도로는 위력이 떨어져 근거리가 아니고서는 살상력이 없어지게 된다.
‘급박한 상황에 멀리서 적을 방해하거나 하는 용도로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지만, 이거 하나만으로 상대를 제압하기는 어려워 보이네.’
물론 자신보다 경지가 낮은 상대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런 상대에게 굳이 기를 낭비해가며 원거리 공격을 해야 할 상황이 그리 많진 않을 것 같다.
내력이 남아돌아 아낌없이 쓸 수 있게 되면 또 모르겠다.
‘성취도가 높으면 모르겠는데 겨우 2성. 이걸로는 전력을 다해도 제대로 된 위력을 낼 순 없겠지.’
금색 등급치고는 어째 계륵이라는 느낌이다.
적이 인지하지 못하는 기습 상황에서나 처음 한번 정도 쓸모가 있을까?
‘가만, 근데 이게 꼭 내력을 재료로 써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닌가 본데?’
탄지신통에 대해 파헤치고 있던 소종천은, 기탄을 쏘아 보내는 원리가 반드시 내력을 탄환으로 삼아야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님을 깨달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린 소종천이 적당한 크기의 돌멩이를 주워들었다.
“갑자기 왜 그러는 게냐?”
멈춰 서서 기묘한 행동을 하는 소종천에게 곽진이 의문을 표했다.
“아, 조금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소종천은 곽진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 말하고, 손가락 위에 돌멩이를 얹었다.
‘내력의 응축 대신 돌멩이에 기를 싣고…….’
파앙!
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는 나무를 표적으로 삼고 손가락을 튕기자, 파공성과 함께 쏘아진 돌멩이가 나무를 뚫고 틀어박혔다.
“호오? 제법 위력적인 암기술이로구나.”
기탄이 아닌 실체가 있는 물건을 탄환으로 삼았기에, 무형에 무음이라는 장점은 사라졌다.
그래도 그 위력만큼은 곽진의 칭찬을 받을 정도로 자못 괜찮았다.
‘좋아. 이 정도면 그럭저럭 쓸모가 있겠는데?’
이런 들쭉날쭉한 돌멩이가 아니라 납이나 철 같은 금속을 구체로 만들어 사용한다면 더 위력이 살아날 것이다.
‘돈이 좀 들어가겠네. 뭐…… 지금은 주머니 사정도 괜찮으니까.’
이런 식으로 뭔가를 쏘아 보내는 것에는 묘하게 재능이 있었던지라, 조금 연습을 한다면 꽤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겠거니 싶었다.
학관이 위치한 장수에 도착하면 대장간에 들려 의뢰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소종천은 다시 부지런히 발을 움직였다.
‘돈오의 서는 어쩐다?’
걸음을 옮기며 마지막 보상인 돈오의 서에 대해 떠올렸다.
5성 미만의 무공에만 적용되는, 성취도를 한 단계 올려주는 물품.
‘철면피나 나한철종은…… 나쁘지 않지만 아무래도 아깝지?’
흔히 구할 수 있는 물품도 아니기에, 등급이 낮은 무공에 사용하기엔 아깝다.
기왕이면 칠십이종절예나 그에 준하는 무공에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반야신공과 연대구품은 둘 다 5성이라 쓸 수 없고, 남은 것은 백보신권과 새로 얻은 탄지신통정도.
‘흠…… 반야신공 때처럼 확실하게 이거다 싶은 게 없으니 선택하기 참 애매한데. 급할 건 없으니 일단 아껴둘까?’
효율을 생각하면 4성의 성취도인 무공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백보신권은 3성이고 탄지신통은 2성이다.
고민하던 소종천은 일단 바로 사용하지 말고 잠시 보관해 두기로 결정을 내렸다.
마음만 먹으면 적용하는 거야 언제든 바로 할 수 있으니, 확실하게 필요하겠다 싶을 때를 위해 남겨둔다.
그렇게 임무를 통해 얻은 보상들을 정리하고, 소종천은 곽진과 함께 학관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춘 소림권사에 대한 소문은.
“소림? 설마 그럴 리가. 소림의 무공을 흡수하는 데 성공한 곳이 나타난 건가?”
“화산파가 관계되어 있다고? 알아볼 필요가 있겠군.”
곽진이 우려했던 대로, 묻어두고 싶은 과거를 기억하는 몇몇 이들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뽑기로 무림최강 6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