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63
34. 습격
“이름은 소종천. 입관 전의 행적은 특별히 주목할 것이 없었고 입관 당시의 성적도 최하위권이었으나, 어느 순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여 평이 굉장히 갈리고 있습니다.”
“알아본바 소종천이 사용한다는 무공은 대전에서 보였던 소림권사의 무공들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화산파 장로 곽진과의 관계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나, 접점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소림권사의 신원을 보증한 것이 곽진이었기에, 사라진 소림권사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던 이들은 필연적으로 곽진의 행적을 조사해야 했다.
그리고 조사의 끝에는 당연하게도 소종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여러 가지 정황들이 소종천과 소림권사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니까…… 올해 입관한 열다섯 살짜리 생도가, 개방 후개와 무당의 기린을 깨부쉈다 그 말인가?”
하지만 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두 인물 간의 격차가 커도 너무 컸다.
“화산파에서 뭔가를 꾸미고 있나 보군. 그 곽진이라는 인물에 대해 중점적으로 더 조사를 해보게.”
“그럼 이 소종천이란 생도는 어찌…….”
“그냥 우연일 리는 없으니, 조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 드러낸 미끼겠지. 괜히 인력 낭비하지 말고 그쪽은 무시하게.”
들려오는 소림의 이름에 관심을 보인 각 세력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소종천과 소림권사가 동일 인물일 것이란 가능성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거야 원.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정말로 그 나이에 그런 무위를 보일 수 있다면 머지않아 천하제일인 소리를 듣겠군.”
그렇기에 유일하게 노출된 접점인 곽진에게로 초점이 계속 집중되었고, 각 대형문파들은 화산파의 고위층 인사들에게 끊임없이 서신을 보냈다.
화산파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노릇이었다.
곽진이 장로의 위를 가지고는 있다지만 따로 어떤 직책을 맡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일종의 명예직과 마찬가지다.
위치에 맞는 활동을 하고 있진 않지만, 워낙 배분이 높은 인물이기에, 예우 차원에서 직위를 해제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외부에서 조용히 지내던 곽진의 이름이 거론되며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의 서신이 자꾸 날아오니, 화산파의 입장이 꽤나 난처해졌다.
화산파의 인물들이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몇 번 학관을 방문했지만, 곽진은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배분에서 밀리니 억지로 입을 열게 할 수도 없고, 급기야는 장문령이 동원되어 곽진에 대한 소환 명령이 내려왔다.
아무리 전대의 웃어른이라 해도 문파를 대표하는 장문인의 명을 무시할 수는 없기에, 곽진은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본산을 향하게 되었다.
“교관님…… 괜찮으신 겁니까?”
“녀석. 금방 돌아올 터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곽진을 떠나보내고 소종천은 깊은 고뇌에 빠졌다.
이야기대로라면 몇몇 대문파들에게 있어 소림이란 이름의 출현은 그들의 치부를 건드리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전체적인 상황이 정확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야 모르지만, 소종천은 자신의 일로 곽진이 뭔가 수난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느낌이 영 별론데. 이거 이러다가 마교가 아니라 연맹 놈들한테 뒤통수 맞고 골로 가는 거 아냐?’
학관을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그런 고민은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
소종천 뿐만 아니라 연맹 전체의 문파들에게, 다른 생각을 떠올릴 여유를 없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연맹의 본부가 위치해 있는 호남을 제외한 각 성에서, 마교의 세력에 의한 대규모 습격이 발생했다.
사천, 귀주, 호북, 섬서, 하남, 안휘, 절강 등.
그리고 잠룡학관이 들어서 있는 강서성까지도.
* * *
잠에 빠져 있던 소종천은 눈을 떴다.
‘으음…… 응?’
반사적으로 알림창을 확인했는데 일일 보상에 관한 알림이 떠올라 있지 않았다.
‘뭐야. 아침이 아니네? 왜 지금 깼냐.’
항상 보상 알림과 함께 일어나다 보니 습관이 되어 당연히 일어날 시간이 된 줄 알았다.
목을 긁적거린 소종천이 다시 잠을 청하려던 순간.
흐으으…….
“이런 미친!?”
어딘가 멀리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와, 소종천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작고 불분명한 소리였지만 몸이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이전에도 몇 번 경험한 적이 있던, 마인들의 마공으로 발생하는 바로 그 귀곡성이었다.
“……종천? 무슨 일이야?”
소종천의 욕설에 깨어난 장자군이 멍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이어서 한사혜 역시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거리가 멀어서인지 소종천과 달리 두 사람은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도시 한복판에서 어떻게? 게다가 여긴 학관 안쪽인데?’
들려서는 안 될 소리를 들은 소종천은 다른 이들에게 설명할 정신도 없이 후다닥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저 멀리 새벽의 어둠 속에서 불길한 기운들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조용한 새벽인데도 소리가 그리 작게 들릴 정도면…… 거리가 꽤 떨어져 있긴 한 모양인데.’
아마도 학관 외부에서 들려온 소리일 것이다.
어쩌면 목표가 이쪽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쩌지?’
물론 그렇다고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없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은 해야 할 터.
적의 전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혼자서 뭘 해보겠다는 생각 따윈 하지 않는다.
일단은 사람들을 깨워서 모아야 했다.
고개를 휙휙 돌리던 소종천이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종탑을 향해 달려갔다.
이런 새벽에는 당연히 종탑을 운영하지 않기에, 지금 소리가 울리면 충분히 사람들을 깨워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교관들은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오겠지.’
신법을 펼쳐 빠르게 종탑을 오른 소종천은 타종 봉을 붙잡아 종을 마구 후려쳤다.
누가 들어도 뭔가 일이 생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한 긴박한 타종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시끄러운 소리에 가까운 숙소에 있던 단원들이 가장 먼저 달려 나온다.
“뭐야? 무슨 일이야?”
“왜 저러는 건데?”
짜증과 의문이 섞인 목소리와 시선들이 소종천을 향한다.
이쯤 하면 되었겠다 싶은 소종천이 타종을 멈추고 아래로 내려왔다.
“이봐! 뭐하는 짓이야? 미치기라도 한 거냐?”
황룡단의 일번대주 당진이 쏘아붙이듯 말을 걸어왔다.
말투는 역정을 내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이쪽의 눈치를 살피느라 꽤나 복잡한 표정이다.
직접 맞붙은 적은 없어도 소종천에게 무위에서 밀린다는 것쯤은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묘한 태도를 보인다.
“마인이 나타났다.”
“……뭐? 무슨, 그럴 리가!”
다른 생도였다면 꿈이라도 꿨냐고 타박했겠지만, 황룡단에서 소종천의 위치는 이상하긴 해도 뭔가 비범한 놈이라는 평가가 대부분.
특히 이전에도 마인을 상대로 가장 활약한 공적이 있기에, 마냥 헛소리로 치부하고 넘길 수가 없었다.
“설명할 시간 없어. 애들 모아서 교관님들이 계신 숙소 쪽으로 이동해!”
“으윽…… 제길! 알았다!”
주변의 생도들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 싶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소종천과 함께 악산에 다녀온 적이 있는 몇몇 생도들만이, 마인이란 단어에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다.
생도들이 소종천의 말에 따라 이동하려던 순간.
야음 속에서 몇몇 인형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타종 소리를 듣고 찾아온 교관들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캬악!”
“뭐, 뭐야!?”
흑의로 몸을 가린 괴인들이 짐승 같은 소리를 지르며 생도들을 공격했다.
“적이다!”
“이놈들은 대체!?”
마인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무공을 익힌 인물들도 아닌 것으로 보였다.
거칠고 볼품없는 효율적이지 못한 움직임.
하나 그 속도만큼은 신법을 펼치는 생도들 못지않게 빨랐다.
까앙!
“칼이!”
“이런! 베이질 않아!”
“외공!?”
엉겁결에 괴인들과 맞붙게 된 생도들이 기겁하며 물러난다.
공격이 제대로 통하질 않았다.
무공을 사용하지 않음에도 기이할 정도로 빠른 속도와 병기를 튕겨내는 단단한 육체.
“캬아아!”
이지가 없이 공격성만 남아, 술자의 명령에 따라 사람을 덮치는 괴물들.
“이것들, 강시다!”
“강시! 저게 말로만 듣던 그 강시야?”
“다들 뭉쳐!”
자신의 몸을 전혀 돌보지 않고 움직이지 못하게 될 때까지 오로지 공격만을 감행하는 강시들.
무공을 사용하지 않아도 힘과 속도가 평범한 사람을 초월하기에, 강시들은 하나하나가 동귀어진을 각오하고 달려드는 무인과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외공의 달인처럼 몸이 질기고 단단하기까지 하니, 생도들의 수준에선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적이었다.
혼자서 상대하려다간 저돌적인 돌격에 낭패를 볼 수 있기에, 한곳으로 모인 생도들은 여럿이서 조를 이뤄 강시들을 상대하고자 했다.
그런 생도들의 곁으로, 강시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존재 하나가 달라붙었다.
끼야아아아!
“컥!”
“끄윽!”
자아가 없는 강시는 결코 홀로 돌아다닐 수 없다.
강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당연히 근처에 강시를 조종하는 술자가 함께 있다는 의미.
근거리에서 터져 나온 귀곡성에 실린 마기에, 내부가 뒤흔들린 생도들이 핼쑥한 얼굴이 되어 비틀거렸다.
“시끄러운 소리에 와봤더니, 어째 죄다 어린놈들만 모여 있구나!”
모습을 드러낸 마인이 시시하다는 듯이 말하며, 손에 쥔 굵직한 철곤을 쓰다듬는다.
가까이 있는 생도에게 다가가 머리를 깨부수기 위해 철곤을 들어 올리던 마인은, 뒤에서 들려온 작은 파공음에 몸을 돌리며 철곤 뒤로 몸을 숨겼다.
팅!
“……암기? 호오,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놈이 있긴 하군.”
실력이 있는 놈이 나타난 건가 싶어 기대하던 마인이, 소종천을 발견하고 인상을 한껏 찌푸렸다.
“뭐야, 똑같은 어린놈이잖아? 애송아, 어떻게 내 마기를 견딘 거냐?”
소종천은 대답 대신 내력을 끌어모아 고함을 질렀다.
항마의 기운이 터져 나오자 마기가 흩어지며 귀곡성이 스러져간다.
“이놈!? 뭘 한 거냐!”
“너네 교주란 개잡놈한테나 물어봐라. 아, 곧 죽을 거라 안 되겠구나.”
상대는 일류 수준의 마인.
그만한 상대라면 이제 소종천 혼자서도 그럭저럭 상대가 가능하다.
“놈! 죽여 버리겠다!”
핏발 선 눈으로 살기를 뿜어내며 달려드는 마인을 향해, 손에 쥔 구슬들을 쏘아 보냈다.
대장간에서 주문제작한 콩알 같은 크기의 철탄들.
위력은 제법이지만 따로 암기술을 익힌 것도 아니기에, 구슬들은 특별한 변화가 가미되지 않아 직선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날아간다.
“이따위 장난감 같은 것을 믿고 까부느냐!”
당연히 그 정도로는 마인을 제압하기엔 부족했다.
구슬들을 쳐내며 달려든 마인이 3장의 거리 안으로 들어섰다.
“이런!”
손에 쥔 구슬을 다 소모한 소종천이 당황한 표정과 함께 비어 있는 맨손을 마인에게 향했다.
“크하하! 죽어라!”
밑천이 다 떨어진 애송이가 겁에 질려 허둥대는 것이라 생각한 마인이, 대소를 터뜨리며 철곤을 어깨 뒤로 당겼다.
거리가 1장으로 좁혀졌다.
소종천이 아무것도 없는 빈 손가락을 허공에 튕겼다.
내력을 압축해 만들어진 기탄이 쏘아지며 마인의 목울대를 때렸다.
“컥!”
빈손을 보며 방심하고 있던 마인은 전혀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무형의 탄환에 쉽게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착한 사람만 보이는 구슬이다, 짜샤!”
아찔한 고통에 보법이 꼬여 자세가 흐트러진 마인을 향해, 소종천의 권이 파고든다.
“끅! 캭!”
이미 급소를 한번 내준 마인은 전신을 두들기는 소종천의 권각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뿌득.
소종천의 팔꿈치가 뒷목의 경추를 정확히 내리찍으며, 뼈를 부수고 신경을 끊어냈다.
마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업적 점수 160점 상승.]‘이게 이렇게 되긴 하네.’
눈에 보이지 않고 소리조차 없는 기탄은 생각 이상으로 쓸모가 있었다.
일류 무인이라도 기감이 뛰어난 자라면 피하거나 막을 수 있었겠지만, 상대의 방심과 근거리에서의 사격이라는 두 요소가 더해지자 상당한 효용성을 보여주었다.
소종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기에서 벗어나 몸이 정상으로 돌아온 생도들이, 힘을 합쳐 강시들을 하나씩 쓰러뜨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이 녀석이 술자인 것 같은데, 해치웠다고 강시들이 무력화되는 건 아닌 건가? 쩝…… 번거롭지만 일일이 전부 제압해야겠네.’
마교에서 만들어낸 강시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마물이다.
그렇지만 생도들의 실력이 크게 뒤처지는 것도 아니고 수적으로 많이 우세했기에, 다행히 그리 피해를 입지는 않은 것으로 보였다.
“읏…….”
생도들을 돕기 위해 움직이려던 소종천은 또다시 느껴지는 마기에 멈칫하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에 왔더니…….”
“뭐야 이 병신은? 저런 어린놈들한테 당한 건가?”
수십 마리의 강시와 함께 마인이 셋이나 더 나타났다.
느껴지는 기세로 봐서는 그나마 절정은 아니고 일류의 수준들.
그렇지만 그 정도만 해도 여기 있는 생도들을 전멸시키기엔 충분한 전력이다.
‘우리 교관들은 어디서 뭐 하는 거야!’
소종천은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뽑기 창을 띄웠다.
마기의 영향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 해도, 자신의 힘으로 세 명과 싸우는 것은 답도 없다.
[업적 점수 1,000점 소모.]더 주저할 것도 없이 소종천은 곧바로 영웅 뽑기를 사용했다.
‘끄응…… 영웅 뽑기가 도움이 되겠지만, 승산이 높지 않을 텐데.’
마인들만 상대한다 해도 삼 대 일의 상황이다.
소종천은 뽑기를 돌리며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덜어주기라도 하려는 듯이.
[지급 영웅 당첨!]눈이 번쩍 뜨이는 만족스러운 알림이 이어졌다.
뽑기로 무림최강 6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