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64
34. 습격(2)
‘지급?’
인급이 아닌 지급.
어느 정도의 능력이 더해질지 기대하는 소종천에게로 추가적인 알림이 떠올랐다.
[일흔검 맹두산의 힘이 깃듭니다.]‘아…….’
내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대충 잡아도 두 배 이상.
일흔검 맹두산은 절정의 경지에서도 중간 단계에 달하는 무인이었다.
단숨에 일 갑자를 가뿐히 넘는 내력을 갖게 된 소종천은, 세상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았음에도 어둠 속에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또렷하게 감지된다.
‘이게 절정의 무인이 갖는 시야인가.’
몸을 가득 채우는 충만감에 내부를 관조해 보니, 대략 80년 정도의 내력이 단전에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감이 차오른 소종천은 얼굴에 웃음기를 띄우며 마인들을 향해 당당히 걸음을 옮겼다.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용서를 빌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소종천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마인들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교환했다.
“미친놈이로군.”
“애새끼가 공포에 질려 정신이 나간 모양이야.”
‘역시, 그렇게 보이겠지?’
농담처럼 말했는데 진짜로 항복했다면 오히려 입장이 난처해졌을 것이다.
황당해하는 마인들의 앞에 선 소종천이 다리를 벌리며 소림오권의 기수식을 취했다.
일흔검은 별호를 봐도 알다시피 검을 다루는 무인이다.
하지만 수중에 검이 들려 있지 않아 그의 무공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문제없어.’
넘치는 내력을 느끼며 소종천은 그 정도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판단했다.
절정 고수의 기감과 내력이 더해진 것만으로도 눈앞의 적들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하다.
소종천이 금정신법을 발휘하며 가장 왼쪽에 있는 마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래도 느껴지는 기운이 그럭저럭 일류 수준은 되는 듯하군.”
“무림인이란 것들은 앞뒤 분간을 못 하는 놈들이 참 많단 말이지.”
영웅 뽑기로 증가한 내력은 다른 이들에게 감지되지 않기에, 마인들은 소종천을 단순히 정신 나간 애송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생각은, 소종천과 격돌한 마인의 몸이 굉음과 함께 나가떨어지며 저 멀리로 사라졌다.
“억?”
남은 두 마인들이 동시에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얼빠진 소리를 내뱉는다.
소종천의 신형이 비호처럼 날아들었다.
다음 목표가 된 마인이 엉겁결에 팔을 들어 공격을 막으려 시도했다.
소종천의 발길질이 가로막는 팔을 수수깡처럼 부러뜨리며 그대로 머리를 후려 찼다.
쁘드득.
목뼈가 꺾이며 머리가 함몰된 마인의 눈에서 금세 생기가 사라진다.
“하하핫!”
넘쳐흐르는 힘에 취한 소종천이 웃음을 터뜨리며 마지막 남은 마인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이, 이게 무슨. 이놈!”
캬아아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마인이 뒷걸음질 치며 귀령규환공을 사용해 귀곡성을 터뜨렸다.
물론 이 정도 수준의 마인이 퍼뜨리는 마기에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소종천은, 입가에 비웃음을 띄우며 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대체 어떻게!? 으이잇!”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무위에 두려움을 느낀 마인이 몸을 돌려 달아나려고 하던 차.
마인의 몸으로 무형의 탄환들이 틀어박혔다.
“크악!”
“하핫! 재미있네.”
걸음을 옮기며 손가락을 튕기는 소종천.
내력에 여유가 있으니 탄지신통을 연달아 펼쳐도 무리가 없다.
급소와 요혈들을 노리고 쏘아진 기탄들이 빗나감 없이 전부 적중해, 마인에게 강렬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반야신공의 내공이 마인들의 마기와는 상극이다 보니, 고통도 더욱 크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끄으윽…….”
거품을 물고 몸을 뒤틀어대는 마인에게 다가간 소종천은, 주저 없이 발을 들어 올렸다가 내리찍어 마인의 목을 짓밟았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혀를 빼어 문 마인이 그 자리에서 절명한다.
일흔검 맹두산은 정파의 무인이지만 잔혹한 성정으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그런 일흔검의 힘이 깃든 탓인지, 소종천은 마인들을 벌레처럼 때려잡고 밟아 뭉개면서도 전혀 거리낌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상쾌한 기분에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역시 힘이 있다는 건 좋은 거지.’
싱거운 싸움이었다.
싸움이라기보단 처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릴 정도.
[업적 점수 300점 상승.]마인들을 정리하자 알림이 떠오른다.
‘셋이서 겨우 300? 점수가 점점 떨어지는 걸 생각하면, 마지막 놈은 100점도 되지 않는단 소리잖아?’
이제는 일류급의 무인을 쓰러뜨려도 50점이나 오를까 싶다.
‘하긴, 이런 벌레 같은 놈들이 점수를 많이 줄 리가 없겠지.’
시체에서 눈길을 돌린 소종천은 생도들이 싸우고 있는 전장을 바라보았다.
수가 늘어난 강시들로 인해 힘겹게 저항하고 있는 생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름대로 진형을 형성한 채 강시를 상대하고 있는 생도들은, 아직 큰 피해 없이 제법 잘 버텨내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자잘한 부상을 입은 이가 늘어나고 있어, 이대로는 오래 가지 않아 사상자가 발생할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어느 곳이든 축 하나가 뚫리게 되면, 금방 다른 이들 역시 무너지고 말 것이다.
“흠.”
도와주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던 소종천이 멈칫거렸다.
굳이 저런 약한 이들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귀찮게… 아니, 끄응… 내가 무슨 생각을…?’
소종천의 얼굴이 혼란으로 물들었다.
본신과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지급 영웅 뽑기의 힘은, 주체가 되는 소종천의 성격과 생각에까지 영향을 끼칠 만큼 거대했다.
동료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과 귀찮게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동시에 떠오르며 머릿속에서 충돌한다.
교관들이 아직 나타나지 않는 걸 봐서는 다른 곳에서도 싸움이 벌어진 게 아닌가 싶다.
차라리 그쪽을 찾아가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짝!
“으윽!”
소종천은 두 손바닥을 들어 머리가 울릴 정도로 강하게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무슨 미친 생각을 하는 거야!? 당연히 애들부터 도와줘야지!’
얼얼한 고통에 정신이 조금 돌아오는 것 같다.
머리를 세차게 흔든 소종천이 강시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망할, 뭔가 힘에 휘둘리는 듯한 느낌인데. 등급이 높다고 좋아할 게 아닌가.’
난폭하긴 해도 어차피 자신의 것이라 생각했던 힘이, 어째 물어뜯을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는 야수처럼 느껴져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소종천은 강시들을 향해 내력을 마구 발산했다.
아무리 강시들이 단단한 몸을 가졌다고 하나, 절정의 무위를 발휘하는 소종천의 권각을 버틸 정도는 아니다.
나무껍질처럼 변질된 살점과 함께 검은 피가 사방으로 튀며, 소종천의 권력에 휘말린 강시들이 추풍낙엽처럼 박살 나 흩어진다.
“……맙소사.”
“저 녀석이 우리와 같은 생도라고?”
나이에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무위에, 괜히 싸우던 생도들이 자괴감을 느끼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마흔 구 남짓했던 강시들의 수가 반 이상 쓰러지며, 분투하고 있던 생도들이 슬슬 한숨 돌리고 있던 그때.
소종천이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마기?’
지독한 살기와 함께 짙은 마기가 느껴진다.
“어디서 놀고들 있는 건가 했더니, 이런 곳에서 다 죽어 나자빠졌나.”
소종천이 때려잡은 세 마인들과는 무게감이 다른 마기.
악산에서 마주했던 절정의 마인 요도엽과 비슷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쉽지 않은 상대임을 알아본 소종천이 재빨리 감정경을 사용했다.
[이름 : 우한성] [별호 : 불사마괴] [재능] [오성 7.72] [근골 8.88] [감각 6.92] [내공 7.36] [무공] [혈륜심법 10성] [귀령규환공 10성] [수라철조 10성] [시혼귀령공 8성] [고루마공 6성] [감정 관계] [살의]‘으음…….’
70년을 넘는 수치의 내공.
다행히 현재 상태의 소종천보다 낮긴 하지만, 대단한 상대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별호까지 있는 걸 보니 연맹의 무인들과 여러 번 충돌한 경험이 있다는 걸 테고.’
별호를 가진 마인이라는 것은, 그만큼 연맹에 피해를 입힌 경험과 실력이 있는 위험한 존재라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남은 강시들을 처리해.”
생도들에게 나머지 강시들을 맡긴 소종천은, 신법을 펼쳐 몸을 움직여 다가오는 우한성의 앞을 막아섰다.
이길 수 있을 거라 확신하기 어려운 상대이지만, 생도들을 죄다 버려두고 전투를 피해 도망칠 수도 없다.
‘불사마괴라. 도대체 어떤 무공이기에 저런 별호를 얻었지? 감정의 정보대로라면 조법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모양인데.’
수라철조는 이름만 봐도 조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아래에 있는 시혼귀령공과 고루마공은 어떤 무공인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
소종천은 진중한 표정으로 우한성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내력은 이쪽이 더 앞서고 있고, 반야신공의 공능을 생각하면 더욱더 밀리지 않을 터.
다만, 익히고 있는 무공의 숙련도에서는 저쪽이 앞설 수밖에 없다.
‘검이 없는 게 아쉬운데. 애들한테서 뺏어오든지 했어야 했나.’
일흔검의 주력 무공은 검법이기에, 그의 능력과 경험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검을 들어야 한다.
생도들 앞에서 다른 문파의 무공을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긴 하지만, 목숨이 오가는 위급한 상황이 된다면 이것저것 가릴 수도 없다.
‘그래도 내공은 내가 앞서는 게 맞으니, 일단은 소림의 무공으로 상대해 보자.’
힘을 아낄 처지가 아니기에 곧바로 전력을 다해 움직였다.
“크큭, 꼬마야. 너 혼자 나를 막아보겠다는…….”
입을 열어 뭐라고 말을 꺼내는 우한성을 향해, 소종천은 탄지신통의 기탄을 쏘아 날리며 달려들었다.
“흠?”
눈에 보이지 않는 기습이었지만 역시나 절정고수의 기감을 속일 수는 없는지, 공격을 감지한 우한성은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틀어 기탄을 피해냈다.
“이건 뭐지? 지풍도 아니고…… 재미있는 재롱이군.”
신기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우한성에게 가까이 다가간 소종천은 이어서 연대구품을 사용했다.
아홉으로 나뉜 소종천이 달려들자, 그제야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깨달은 우한성이 눈을 부릅뜨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이건 또 무슨!?”
놀라는 우한성을 향해 실체화시킨 신형 셋이 손가락을 튕겼다.
동시에 쏘아진 세 개의 기탄을 감지한 우한성이, 손을 갈퀴 모양으로 만들며 수라철조의 초식을 펼친다.
기탄의 하나는 몸을 틀어 피해내고 나머지 둘은 양손을 휘둘러 소멸시키는 우한성.
깔끔한 움직임이었지만 기탄에 대응하는 동안 다른 쪽에 빈틈이 생겨난다.
소종천의 본체와 남은 신형 하나가 좌우로 갈라져 우한성의 양옆에서 찔러 들어갔다.
표권의 형.
금표조천(金豹朝天).
호권의 형.
흑호탐조(黑虎探爪).
거기에 더해, 백보신권의 권형이 덧씌워졌다.
연이은 절기들의 사용에 내공이 뭉텅이로 빠져나갔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크윽!?”
우한성이 방어를 위해 손을 휘둘렀지만, 살짝 반응이 늦었다.
게다가 백보신권으로 인해 주먹과 실제 타점간의 괴리까지 더해져, 제대로 수비를 하지 못하고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과도한 내력의 운용으로 기혈이 들끓는 것을 간신히 억누르며, 소종천은 선수로 취한 이득을 유지하기 위해 공격을 이어갔다.
뒤로 빠져 있던 나머지 신형 셋도 합류해 휘청거리는 우한성을 포위했다.
“크악! 이노옴!”
우한성은 매우 자존심이 상했지만, 지금 이대로는 저 어린놈을 당해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캬아아아악!
수세에 몰린 우한성은 분노를 표출하며 귀곡성을 방출했다.
절정의 경지에 달한 마인이 정면에서 터뜨린 귀령규환공은, 일흔검의 힘이 깃든 소종천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조금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일 뿐이지, 무공을 펼치는데 큰 지장을 받는 것은 아니다.
‘기회다!’
상대는 자신이 지닌 마기에 대한 저항력을 알지 못한다.
지금의 내력이라면 절정의 마인이 퍼뜨리는 귀곡성도 충분히 몰아낼 수 있겠지만, 소종천은 일부러 마기를 버텨내며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으윽!”
소종천은 분신 넷의 움직임을 느릿하게 바꾼 채, 본인은 일부러 신음을 흘리며 동작을 멈추었다.
연기의 역할까지 분신에게 맡기면 안전하겠지만, 실체화시킨 신형으로도 육성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본인이 직접 미끼 역할을 맡아야 했다.
적을 속이기 위한 기만.
“크흣, 이 건방진 놈!”
그리고 우한성은 보기 좋게 낚여 들었다.
본체를 찾아냈다 생각한 우한성이 흉흉한 기세와 함께 양손 가득 기를 쏟아부으며 위력적인 초식을 전개했다.
“갈기갈기 찢어주마!”
“거절한다!”
조용히 끌어모으던 내력과 함께 터져 나온 외침에, 주변을 짓누르던 마기가 귀곡성과 함께 흩어진다.
“어억!?”
멈춰 있던 소종천은 얄미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달려드는 우한성을 피해 뒤로 몸을 날렸다.
이어서 나머지 신형들이 우한성의 빈틈을 파고들어 권격을 가했다.
“크으윽!”
급하게 방향을 튼 우한성이 분신들과 공격을 교환했다.
네 명의 신형이 찢기며 스르륵 사라진다.
그리고 그 대가로 몇몇 급소에 타격을 허용한 우한성은, 내상을 크게 입었는지 입으로 피를 쏟으며 몸을 숙였다.
“쿨럭! 끄윽!”
“멍청이.”
뻐억!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우한성의 머리 위로, 조롱과 함께 소종천의 발꿈치가 내리꽂혔다.
뽑기로 무림최강 6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