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66
34. 습격(4)
[임무 발생!]포기해야 하나 싶은 순간에 알림이 떠올랐다.
[협력]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도 믿을 수 있는 동료와 함께라면 해낼 수 있습니다. 힘을 모아 마인 우한성을 해치우십시오.
보상 : 350금, 7청강석, 대오의 서 1개.
‘……뭔 개소리야. 이제 다 뒈지게 생겼는데.’
굉장히 늦은 순간에 임무가 발생했다.
보상은 제법 좋아 보이지만, 솔직히 뭘 어쩌라는 건가 싶다.
임무가 생겼다고 없던 힘이 갑자기 솟아날 리도 없지 않은가.
바스락.
‘아?’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욕설을 중얼거리던 소종천은, 가까이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시선을 움직였다.
검을 들어 올린 채 부들거리고 있는 장자군의 모습이 보인다.
괜히 발만 들었다 내렸다 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
다른 생도들만큼 뛰어난 무위를 가진 것도 아니고, 지닌 내공 또한 평균에 비하면 조금 모자란 수준의 장자군이다.
대주급의 생도들과 함께 뛰쳐나온 것까진 칭찬할 만했으나, 마인의 앞에 선 장자군은 압박감을 견디기 어려워 싸움에 끼어들지 못하고 있었다.
“자군아.”
“어, 엇!?”
소종천의 부름에, 장자군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휙 돌렸다.
상기된 얼굴에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기껏 나섰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의 감정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점창파 출신이었지. 그렇다면…….’
소종천은 소지품 창을 열면서 말을 이었다.
“이런다고 뭐가 되겠느냐마는, 일단 해보자.”
“어…… 응?”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장자군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동안, 소종천은 방금 얻은 심득을 사용해 대상을 지정했다.
뭔가 기대를 품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어차피 망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냥 할 수 있는 것을 해본다는 심정.
자신이 아닌 타인을 대상으로도 심득은 사용할 수 있다.
심득을 통해 무공을 얻으면 설령 쓰지 않는 무공이라 해도 합성 재료로 사용할 수 있기에, 처음엔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일이 과연 오기는 하겠나 싶었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라고 해야 할까.’
장자군이 점창파 출신의 무인이 아니었다면, 아마 시도해 볼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심득을 사용하자 알림 한 줄이 떠오른다.
[동화율 적합 판정 : 극상]‘어라? 극상? 설마 최상보다 높은 건가?’
떠오른 알림에 살짝 놀란 소종천이, 나지막이 탄성을 터뜨리며 장자군의 상태를 지켜보았다.
섬전과도 같은 단 한 수의 검초만 펼쳐도, 당해내지 못하고 쓰러진 자가 부지기수였다는 명성 높은 쾌검수.
점창파 출신의 절정 고수 맹두산.
일검에 적을 쓰러뜨려 오직 하나의 흔적만이 남는다는 일흔검 맹두산의 무공 일부가, 장자군에게 더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기류가 장자군을 감쌌다.
무언가 거대한 충격을 받은 듯, 장자군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검을 놓친다.
“끄윽!”
이어서 바닥에 엎드리며 검게 죽은피를 토해낸다.
“어!? 자군아?”
당황한 소종천은 눈이 크게 떠진다.
‘뭐, 뭐야? 부작용이라도 있는 건가?’
처음 시도해 본 일이기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차피 다 죽게 될 위기 앞에 놓여 행한 일이긴 하지만, 괜한 짓을 한 건가 싶어 미안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나는 전혀 저러지 않았는데? 설마 타인에게 사용할 때는 효과가 달라지는 거야? 이런…….’
소종천이 복잡한 심경으로 지켜보는 사이.
경련을 멈춘 장자군이 입가를 닦아낸 뒤, 다시 검을 쥐고 일어섰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자군아……?”
괜찮은 거냐고 하려던 소종천이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어째 사람이 달라진 것 같은 눈빛이다.
“이게 대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은 장자군이, 소종천을 응시하며 굉장히 다채로운 표정 변화를 보였다.
잠시 그렇게 서 있던 장자군이, 몸을 돌려 우한성과 생도들이 싸우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괜찮은 건가?’
소종천은 조용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심득의 사용이 내공을 올려주진 않을 터인데, 어째 장자군에게서 강한 내력이 느껴진다.
그리고 예리하게 벼린 칼끝을 보는 것처럼, 풍기는 기세가 크게 달라지기도 했다.
전투에 난입한 장자군이 곧바로 검을 움직였다.
분광십팔수검.
무림에서 속도만으로는 상위권으로 꼽히는 쾌속한 검초가, 우한성의 몸을 가르고 지나갔다.
“으윽!? 이놈은 또 뭐야!”
슬슬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 제대로 움직여볼까 하던 우한성이, 허리를 베어내는 검초에 신음을 흘리며 손을 휘둘렀다.
수라철조의 난폭한 초식이 장자군을 잡아 뜯기 위해 펼쳐졌으나, 텅 빈 허공만을 허무하게 잡아챈다.
순간적인 가속으로는 따라올 신법이 드물다는 점창의 비운축영을 극성으로 펼치며 빠져나온 것.
“크아아!”
분노를 터뜨리는 우한성의 주변을 이리저리 맴돌며 장자군의 검이 춤을 추었다.
고작 생도 하나가 합류했을 뿐인데 전황이 극적으로 뒤바뀐다.
‘이거 설마……?’
변화를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황에 소종천의 입이 벌어졌다.
“크아악! 버러지 같은 것들이! 다 죽여주마!”
수세에 몰려 있던 우한성의 기운이 갑자기 강해졌다.
인간의 몸에는 선천진기, 혹은 진원진기라 불리는 기운이 있다.
생명력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근원적인 기.
어떤 내력보다도 순수하고 강력한 힘이 담긴 기운이지만, 이것을 소모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생명을 버리겠다는 말과도 같기에 무인들은 결코 진원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예외로 두는 것은 오로지 하나의 상황.
목숨을 포기하고 적을 죽이겠다는 각오를 다진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힘이다.
버티고 버티며 빠져나갈 기회를 노리던 우한성이, 장자군의 합류로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살아나갈 생각을 포기한 것이었다.
흉흉한 살기가 사방을 찌른다.
진원진기를 소모해 강시술로 얻은 회복력을 극대화한 우한성이 장자군을 향해 뛰쳐 나갔다.
어차피 진원진기까지 끌어쓴 이상 자신은 얼마 못 가 죽게 된다.
그전에 눈앞의 어린놈들을 전부 찢어 죽일 생각이었고, 그러기 위해서 당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장자군을 먼저 처리하기로 했다.
악귀의 형상을 한 우한성의 손이 공간을 찢어발기며 다가온다.
그에 맞서, 장자군의 검이 빛살처럼 쏘아졌다.
무림인들에게 최강의 검법이 어떤 것이냐 물어보면 의견이 매우 분분해지지만, 최속의 검법을 뽑으라 말하면 열에 일고여덟은 하나의 이름을 꺼내 든다.
점창파가 보유한 최고의 검학.
사일검법.
분광십팔수검이 쾌검으로 수위권에 속한 검법이라 한다면, 사일검법은 그런 수준을 넘어 무림일절로 통하는 극쾌의 검법이다.
사일검법의 첫 번째 초식.
일수초현(日輸初現).
쾌속하게 쏘아진 장자군의 검이, 우한성의 손이 움직이는 투로를 정확히 찔러 튕겨냈다.
원래의 장자군이라면 결코 보일 수 없는 숙련도의 검초다.
‘자군이의 사일검법이 아니야. 저건 맹두산의 사일검법이다.’
소종천은 침을 꼴깍 삼키며 완전히 달라진 장자군의 무위를 지켜보았다.
본인의 몸이 아니기에 심득을 사용한 것이 정확히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인지는 모르지만, 엄청난 발전이 이루어진 것만은 분명했다.
‘아, 아니지. 확인할 방법이 있잖아?’
소종천은 장자군을 대상으로 감정경을 사용했다.
[이름 : 장자군] [별호 : 없음] [재능] [오성 7.01] [근골 8.57] [감각 7.22] [내공 2.85]‘재능 수치가 바뀌었잖아!?’
내공이 거의 10년분가량 증가되어 있다.
거기에 더해 오성과 근골, 감각 수치까지 전부 조금씩 향상되었다.
게다가 무공 목록의 변화는 더 극적이었다.
[무공] [열양공 10성] [분광검법 10성] [비운축영 9성] [분광십팔수검 9성] [칠절수 3성] [사일검법 8성] [현천진기공 6성] [백리유영비 1성] [감정 관계] [신뢰]‘야이 씨! 사기 치고 있네?’
심득 하나 적용했다고 말도 안 되는 상승을 이루었다.
여태껏 편하게 무공을 익혀온 소종천조차 괜히 억울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크악!”
들려오는 비명에 소종천의 시선이 다시 전장으로 향했다.
우한성은 진원진기를 사용해 대부분의 기운을 망가진 몸을 회복시키는 데 소모했다.
하지만 몸이 제법 회복되었음에도, 장자군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몸만 회복시키면 한 줌의 내력만 있어도 이깟 애송이들쯤은 단숨에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갑자기 튀어나온 또 다른 어린놈의 실력이 예상외라, 발이 묶인 채 시간을 질질 끌고 있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어떻게!”
권을 쓰던 놈도 그랬지만, 이놈 역시 믿기지 않는 무위를 선보이고 있다.
어미의 뱃속에서부터 무공을 익히고 나왔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이 빌어먹을 기운만 아니었어도!’
소종천이야 마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다른 생도들은 귀령규환공을 펼친다면 금방이라도 쉽게 제압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우한성은 귀령규환공을 다시 사용할 수 없었다.
사람의 몸에는 상중하로 나뉘는 세 개의 단전이 있다.
일반적으로 단전이라는 호칭은 배꼽 아래 위치한 하단전을 말하며, 대부분의 무공은 바로 그 하단전에 쌓이는 내력을 소모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다만, 매우 드물긴 해도 하단전이 아닌 다른 단전에 기운을 쌓는 공부가 존재하는데, 귀령규환공 역시 그런 종류에 속하는 것 중 하나였다.
하단전과 중단전을 공명시켜 마기를 외부로 퍼뜨리는 무공.
그리고 중단전이라는 것은 바로 인간의 심장에 위치해 있다.
하필 소종천이 마지막에 심장부에 찔러 넣은 권력이 아직 남아 있어, 중단전과의 공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었다.
“죽으란 말이다!”
진원진기를 격발시켜 채운 힘은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점점 소멸하게 된다.
어떻게든 명이 다하기 전에 한 놈이라도 저승길 동무로 삼고자 했던 우한성은, 미친 사람처럼 눈을 까뒤집은 채로 날뛰며 주변을 마구 휩쓸었다.
사일검법의 네 번째 초식.
사양무광(斜陽無光).
침착하게 검초를 펼치며 발광하는 상대의 공격을 틀어낸 장자군이, 곧바로 뒤편으로 신형을 날렸다.
거리를 벌린 장자군이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후우우우.”
호흡과 함께 장자군의 허리와 어깨, 팔꿈치와 손목이 급격하게 뒤틀렸다.
마치 투창을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몸을 크게 젖히며 검을 뒤로 돌린 기묘한 자세.
저런 괴상한 준비 동작을 필요로 하는 검법은, 드넓은 중원에서도 오직 하나뿐이다.
사일검법이란 이름의 유래는 신화에 등장하는 한 영웅의 업적에서 비롯된다.
태양을 활로 쏘아 맞혔다는 명궁, 후예.
그리고 그 전설을 모태로 만들어진 사일검법 최고의 절초.
후예사일(后?射日).
한 줄기 섬광이 길게 이어지며 우한성의 심장에 검이 틀어박혔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슴에 박힌 검을 바라보던 우한성이 무릎을 꿇었다.
이어서 검초를 펼친 장자군이 뒤로 넘어갔다.
검법의 성취도는 급격히 올랐으나 내공의 수준은 아직 일류에 닿지 못했으니, 절초를 펼치자 기혈이 꼬이며 몸이 버티지 못하고 기절하고 만 것이다.
간신히 버티고 서 있던 다른 생도들이 달려오며, 엎어진 우한성의 몸으로 몇 개의 칼날들이 더 찔러 넣어졌다.
“죽어라! 괴물!”
“흐아악!”
난도질이 이어진다.
“그륵…….”
온몸으로 핏물을 뿜어내며 우한성의 눈에서 비로소 생기가 사라졌다.
[업적 점수 660점 상승.]그와 함께 업적 점수의 알림이 떠오르며, 상대가 완전히 끝장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진짜 잡았네…….”
소종천은 헛웃음을 흘렸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시도했던 행동으로 인해, 저승으로 떠나가기 직전에 살아남았다.
[임무 : 협력을 완료했습니다.] [350금 획득.] [7청강석 획득.] [대오의 서 1개 획득.]그리고 그런 소종천의 생존을 축하한다는 듯이, 알림들이 연달아 떠올랐다.
뽑기로 무림최강 6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