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67
35. 폐쇄
각 성에서 일어난 마교의 대대적인 습격으로 인해, 중원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근 수십 년간 마교의 무리와 충돌하는 일이야 적지 않게 있었지만,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사건이 일어난 적은 처음이었다.
연맹의 반응은 의외로 잠잠했다.
지휘부의 고위층들이 몸을 사리는 분위기였기 때문.
-마교 놈들이 이렇게까지……?
-설마…… 그자가 돌아온 것은 아니겠지요?
-으음, 조금 더 상황을 보도록 합시다.
과거 그 어떤 무인도 발길을 붙잡아 두지 못했고, 수많은 명사의 목숨을 앗아갔던 절대적인 악의 존재.
지도층들은 천마의 난이 다시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다들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마인을 상대하기 위해선 동일한 경지의 무인이 몇 배로 달라붙어야 한다.
이류, 일류, 절정, 무학의 끝이라 여겨지는 초절정까지도.
경지가 오를수록 필요한 인원수의 비율이 줄어든다지만, 어차피 높은 경지에 오른 무인의 수는 적을 수밖에 없기에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중원의 드넓은 땅덩어리에 살아가는 무수히 많은 무인이, 고작 하나의 세력을 두려워하며 정사의 분쟁마저 멈추고 연합을 결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나마 대부분의 마인들은 비록 큰 피해가 동반한다지만, 중원 무림인들의 수적인 우세함을 앞세워 격퇴하는 것이 가능하긴 했다.
마교가 그토록 강대하다 해도 결국 단일 세력이기에, 무력의 우위만으로 중원 전체를 집어삼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천마라는 이름은 어떠한가?
한 시대에 두 자릿수가 존재한 적은 없을 것이라 여겨지는 초절정 경지의 절대 고수들이, 서너 명씩 합공을 가했음에도 당해내지 못했던 천외천의 괴물이다.
무려 백 명이 넘어서는 절정의 고수들로 이루어진 절진조차 천마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지 못했다.
단순히 뛰어난 무력이 아닌, 항거가 불가능한 압도적인 무력.
연맹의 지도층들이 갑자기 날뛰기 시작한 마교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천마의 재출현을 의심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연맹의 정세가 굉장히 어수선하다 보니, 소림에 관한 이야기 따위는 언제 있었냐는 듯이 쏙 들어가 사라졌다.
“학관은 이제 조졌네.”
덕분에 소종천은 더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고, 세간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만 있을 곳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긴 했다.
소종천과 생도들이 싸우는 동안, 교관들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다른 마인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가 상당해 학관의 존속 자체가 어려워질 지경.
새로운 교관들을 편성하기엔 현재의 시국이 이러하니, 무인들을 따로 빼기도 쉽지 않았다.
이미 교관직을 수행하고 있던 무인들조차 앞으로의 일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들의 문파나 가문으로 돌아가겠다고 요청해 오는 실정이다.
‘이제 난 어찌해야 하냐?’
반년 뒤로 졸업이 예정되어 있던 백룡단은 혼란한 현재의 상황에 맞춰, 조기 졸업이 이루어져 연맹의 무사단에 배치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청룡단의 경우는 우수 성적자들을 위주로 한 달간의 속성 교육 후에, 백룡단과 마찬가지로 현장에 투입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떨거지들과 입관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은 황룡단원들은.
‘갑자기 실업자가 되어버렸잖아?’
한 달간의 유예 기간과 함께 임시 퇴관의 조치를 받게 되었다.
청룡단원들이 속성 교육을 받는 한 달 동안은 원한다면 학관 안에 남아 있을 수 있지만, 그 이후로도 외부의 정세가 뒤바뀌지 않을 경우엔 전원 학관을 떠나야 한다.
소종천이 마인들을 해치웠다는 사실이 학관의 고위층에게 알려졌다면 뭔가 따로 접촉이 있을 법도 한데, 워낙 혼란스러운 상황이라서 그런지 어째 유야무야 넘어간 듯한 분위기다.
하도 여기저기에서 전투가 벌어져 정신이 없었으니, 다른 생도들의 증언을 착오로 여겼거나 혹은 제대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소종천은 선택을 해야 했다.
스스로의 실력을 드러내고 연맹의 무사단에 한 자리를 받아 내거나, 이대로 학관을 떠나 따로 단독 활동을 해야 한다.
‘내가 지금 꽤나 강해지긴 했지만…….’
소종천은 마교의 습격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로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협력 임무의 보상 덕분.
350금의 재화를 받으며 지급 보물상자 세 개를 개봉했는데, 거기에서 연달아 대박이 터졌었다.
[금색 무공 당첨!] [은색 영약 당첨!] [금색 영약 당첨!]‘워우?’
금색 두 개에 은색 하나의 결과.
셋 다 감정해 본 결과, 뭐 하나 버릴 것 없는 훌륭한 물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영선하보 비급 획득.] [100년 설삼 획득.] [화룡삼 획득.]불영선하보는 보법이자 신법이기도한 상승의 무공으로, 이 역시 소림 칠십이종절예에 속하는 뛰어난 절학이다.
무공을 펼침에 있어서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겠느냐마는, 그중에서도 보법이 차지하는 자리는 꽤 큰 편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병장기를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인 무림에서, 소종천은 상대적으로 간격의 조절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권법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뛰어난 보법과 신법이야말로 권사의 구명줄과 같으니, 불영선하보의 획득은 소종천의 무위를 한층 높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불영선하보 4성 습득.]‘이건 밀어줘야겠다.’
마침 딱 4성으로 습득하게 된 불영선하보를 두고, 소종천은 이전에 얻어두었던 돈오의 서를 사용해 성취도를 상승시켰다.
[불영선하보 5성 습득.]이어서 영약의 사용.
[100년 설삼]만년설이 쌓인 고산에서 극히 드물게 발견되는 희귀한 삼이다. 빙공을 수련한 무인에게 더욱 효과적이다.
내공 증가치 0.19-0.37
‘증가량의 폭이 꽤 넓은데?’
다른 은색 영약보다 최대치가 매우 높다.
아마 빙공을 익히면 더 효과적이라는 마지막 문구와 관련이 있는 듯싶었다.
‘나랑은 관계가 없긴 한데.’
추가 효과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니라고 해서 내버려 두고 있을 수는 없기에, 그냥 신경 쓰지 않고 사용했다.
얼음을 삼킨 것 같은 냉기가 뱃속에서 잠깐 느껴지다가 내공이 상승한다.
[내공 0.20 상승.]‘에이.’
빙공을 익히지 않아서인지 단순히 운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동급의 영약들과 별 차이가 없는 수치가 올라갔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아직 더 뛰어난 영약이 남아 있지 않은가.
[화룡삼]극양의 기운을 담은 기묘한 생김새를 가진 삼.
남자가 섭취할 경우 추가적으로 엄청난 약효를 보여주지만, 이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아니, 뭘 생략하고 자빠졌냐!?’
설명을 생략한다는 문구 때문인지, 맨 아래 적혀 있어야 할 내공의 증가치조차 표시되지 않았다.
이래서는 이게 일반적인 영약인지, 환혼천통단처럼 특수한 기간제 영약인지도 알 수가 없다.
‘이건 또 머리 아프게 만드네.’
느낌상 기간제 영약은 아닌 것 같지만, 혹시 또 모르는 일이기에 고민이 된다.
‘마냥 무슨 일이 터질 때까지 보관하고 있자니 계속 신경 쓰일 테고. 에이! 그냥 질러!’
깊게 고민하는 것은 성미에 맞지도 않으니, 쓰는 김에 다 사용하기로 마음을 정한다.
팔뚝만 한 굵기에 오톨도톨한 돌기가 잔뜩 솟아 있고, 표면에 누리끼리한 진액이 줄줄 흐르는 매우 흉물스러운 생김새의 삼.
직접 먹어서 섭취해야 한다면 굉장히 꺼림칙했을 텐데, 시스템을 통해 바로 사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화룡삼을 소모하자, 뱃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폭발적으로 용솟음치며 단전을 채워갔다.
“으읏…….”
끓는 물을 삼킨 듯한 열기에 고통이 느껴져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잠시 인상을 쓰며 고통을 견디고 있자니 바람직한 알림이 떠올랐다.
[내공 0.92 상승.]‘오오!? 그렇지! 영약이 이 정도는 올라야지!’
거의 10년분에 달하는 내공.
두 개의 영약으로 인해 내공 수치가 4.56으로 올라섰다.
이 정도면 그동안 자잘한 영약으로 찔끔찔끔 모아왔던 양을 다 합친 것과 비슷한 수치가 아닌가 싶다.
‘역시 인생은 한 방인가. 그런데…….’
소종천의 시선이 밑으로 향한다.
‘오잉? 소중이의 상태가……?’
몸에 힘이 넘치는 감각이 기껍긴 한데, 그에 못지않게 아랫도리의 소중한 친구에게도 막대한 기운이 몰려들었다.
‘……남자에게 엄청난 효과라는 게 이런 쪽이었냐?’
괜히 징그럽게 못생긴 삼에 화룡삼이란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니었다.
소종천의 신체 일부에 화룡이 자리 잡게 되었다.
잠깐 바지를 붙잡고 이리저리 뒤척이며 남세스럽지 않은 모양새를 갖추도록 했다.
‘크흠! 영약이 참 별의별 게 다 있네.’
끝으로 임무 보상의 마지막으로 받은 대오의 서란 물품을 살펴보았다.
[대오의 서]지정하는 무공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 성취도가 한 단계 상승한다.
사용제한 : 성취도 8성 미만 무공.
돈오의 서의 상위 격인 물품이었다.
‘보상은 확실히 해주는구만.’
고민할 것도 없이 반야신공을 대상으로 지정해 사용했다.
[반야신공 6성 습득.]효율을 생각하면 성취도를 7성으로 만든 뒤에 사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어차피 5성이든 7성이든 반야신공을 수련으로 올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상승의 무공들은 사실상 중복 뽑기로 오르길 기대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으니, 지금 쓴다고 아까워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보상들로 인해 내공의 질과 양이 단숨에 상승했었다.
45년분의 내공이면 일류에서도 중간은 가는 위치이니, 이쯤 되면 어디에 가서도 그럭저럭 고수 행세를 할 만하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혼자 돌아다니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겠지.’
다만 연맹의 무사단에 소속되는 게 좋은 선택일까 생각해 보면, 솔직히 부정적이긴 했다.
‘교관님에게 들은 이야기도 그렇고, 버림 패로 내던져질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한창 혼란스러운 시기에까지 그런 지저분한 짓을 할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껏 만난 명문거파에 속한 인물이라는 자들을 생각해 보면 영 못 미더운 것이 사실.
아예 일류를 넘어 절정 이상의 경지에 오른 무인이라면, 견제를 당할지언정 그럭저럭 요직을 맡을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의 수준은 솔직히 마음 편히 뭔가를 하기가 애매하긴 했다.
‘혼자 다니긴 불안하고 함께하자니 아군이란 것들을 믿을 수가 없으니. 거참 살기 힘든 세상이구만.’
연맹에서 믿을 만한 사람이라곤 곽진 하나뿐이며 그나마 친분이 있는 이들은 생도에 불과하니, 함께 무슨 일을 도모하기엔 수준이 맞지 않는다.
‘음. 한 명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내공은 일류에 못 미치지만 다른 무공들은 일류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수준으로 변해 버린 장자군.
심득을 부여해 완전히 다른 사람 수준으로 다시 태어난 장자군과는, 그날의 사건 이후 뭐라 말하기 애매한 관계가 되었다.
-설명하지 않아도 돼.
-어?
이미 일을 저지르고 난 뒤니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도 없어, 곽진에게 했던 설명과 비슷한 이야기를 장자군에게도 들려주려 했었다.
그런데 장자군은 듣지 않아도 다 안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기억? 감각?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네게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고, 그걸 통해 내게 이런 힘을 주었다는 걸 직감적으로 이해했어.
-아…… 그래?
-그리고 이 힘이 마교를 몰아내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도 알아.
-그, 으음. 그렇긴 하지.
-보잘것없는 평범한 무인이었던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마워. 네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종천 너를 위해서 싸울게.
원래도 제법 친분이 있긴 했지만, 그때 이후로 장자군은 소종천에게 더욱 친밀감을 드러내며 곁에 붙어 다니려고 들었다.
단순히 친한 정도를 넘어서 소종천을 보필하는 아랫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이것도 심득을 부여했기 때문인가? 그저 무공을 진보시켜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감정을 조작당해 나를 따르도록 만들어버린 거라면…… 이거 굉장히 무서운 힘인데?’
지난번 감정을 통해 상태를 확인했을 때, ‘호감’이었던 감정 관계가 ‘신뢰’라고 변경되어 있던 것을 보긴 했다.
이걸 그냥 그간 보여준 행동들을 통해 신뢰감을 얻게 된 거라 여겨야 할지, 아니면 시스템의 능력이 강제로 자신을 신뢰하게 만들어버린 것인지, 아직은 사례가 한 번뿐이라 알 수가 없었다.
소종천은 퇴관 이후의 계획을 어찌 잡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한 달의 유예 기간이 있으니 무림의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게 될지 좀 더 지켜볼 수 있지만, 어느 정도는 앞으로의 행동 방향에 대해 가닥을 잡아두긴 해야 한다.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거듭하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화산파의 본산으로 떠났던 곽진이 돌아왔다.
소종천의 고민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는 상상도 못 한 대안과 함께.
뽑기로 무림최강 68화